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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당신이 없는 자리에서, 미래를 이어나가며

title: Mach-HommyFishmans13시간 전조회 수 226추천수 5댓글 2

 밴드에 있어서 보컬이란 어떤 존재인가? 밴드의 얼굴이자, 밴드의 정체성, 또는 더 나아가서 밴드 그 자체를 말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보컬이 없어진다면 밴드는 어떻게 될까? 더욱이 그 보컬이 밴드의 거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한 사람이라면?

Live 2011/5.3 At Hibiya Open-Air Concert Hall "A Piece Of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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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Date: 2011.5.3
Place : Hibiya Open-Air Concert Hall
Band Members : Kin-Ichi Motegi (vocals, drums), Yuzuru Kashiwabara (bass), Hakase-Sun (keyboard), Kensuke Ojima (guitar)
Other Musicians : Shinya Kogure (guitar), Yuji Katsui (violin), Cantus (backing vocals, chorus), Jyoji Sawada (strings), Hanaregumi (vocals), Ikuko Harada (vocals), Tavito Nanao (vocals), Etsuko Yakushimaru (vocals), Keigo Oyamada (guitar), Seiichi Nagai (guitar), Norimizu Ameya (effects), Bose (rap, vocals)
Audio Engineer : ZAK

 사토 신지 사후, 피쉬만즈는 오랫동안 멈춰있다가 2005년 공중/우주 베스트 앨범을 위해 곡을 선곡하던 도중 모테키 킨이치가 이 명곡들을 계속해서 연주해 나갈 사명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느끼고 나서 라이징 선 록 페스티벌에 출연하면서 다시 한번 밴드를 가동하게 된다. 비록 이후 2007년에 들어서 Honzi라는 또 다른 큰 기둥을 잃게 되지만, 밴드는 조금씩 활동을 이어나가며 2010년데에 들어서는 사토 신지의 마지막 유산인, 데모테이프와 미완성 버전을 <8月の現状> 투어에서 부른 자료만 남아있는 "A Piece Of Future"를 자신들의 손으로 완성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 곡이 담긴 EP 앨범을 세상에 공개하기 전인 2010-2011년에 몇개의 라이브를 진행하였는데, — 이 당시에 피쉬만즈의 첫 해외공연인 내한공연도 진행되었다. — 이 DVD는 그 공연들 중 2011.5.3일에 진행된 약 3시간 분량의 라이브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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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공연 당시 사진)

 

 사실상 피쉬만즈의 가장 큰 개성이자 아이덴티티였던 사토 신지의 풍선 바람 빠지는듯한 보컬은 이제 더 이상 만나볼 수 없지만, 피쉬만즈는 이 지점을 꽤나 영리하게 돌파해 나간다. 기존에 사토 신지 생전에도 코러스를 넣던 모테키 킨이치 본인이 드럼과 메인 보컬을 동시에 맡으며 "I Dub Fish"나 "ひこうき", "Season" 같은 피쉬만즈 특유의 분위기가 잘 나타나는 곡들에서 이러한 지점을 극대화시키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객원 보컬을 곡의 분위기에 맡게 적재적소에 사용하며 — 예를 들면 레게풍 분위기가 느껴지는 곡인 "頼りない天使"에서는 굉장히 레게스러운 느낌의 보컬을 기용해서 이 부분을 극대화시키고, "Baby Blue"에서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자 보컬을 기용해 사토 신지 버전과 분위기 차이를 만드는 등 — 단순히 사토 신지가 남겨놓은 유산을 답습해 나가는 것이 아닌 그들 스스로의 재해석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부분이 느껴진다.

 셋 리스트는 또 어떤가? "頼りない天使", "Baby Blue", "ひこうき", "いかれたBaby", "ナイトクルージング" 같은 피쉬만즈 하면 딱 하고 떠오르는 대표 인기곡들부터 시작해서 "I Dub Fish", "エヴリデイ・エヴリナイト", "Just Thing", "Season" 같은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보석 같은 곡들까지 굉장히 밸런스 좋게 잘 짜여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잘 짜인 셋 리스트 아래에서 피쉬만즈는 전성기 시절부터 이어진 그들의 장기였던 원곡과는 새로운 느낌을 주는 편곡을 통해서 라이브를 단순한 앨범에 있는 곡들을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닌 또 다른 새로운 생명체로써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러한 다채로운 편곡의 곡들 사이에서도 이 라이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20분이 넘어가는 길이의 "A Piece Of Future" 라이브라고 생각한다. 원래 <8月の現状> 투어에서 선보였던 미완성 버전부터 포스트록 성향을 강하게 띄고 있었던 만큼 포스트록 느낌은 여전한데, 몽환적인 분위기 위에 여성 보컬의 내레이션이 등장하면서 진행되다가 통기타 소리와 보컬이 등장하며 분위기가 전환되고 열정적인 연주 이후에 "A Piece Of Future"의 상징적인 기타 리프가 등장하게 된다. — 개인적으로 이 기타 리프로의 전환이 이 곡에서 가장 애정하는 포인트 — 이후에 원 미완성 버전에서 존재하지 않는 랩 파트가 등장하고 — 뜬금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토 신지는 꽤 힙합을 애정했다. "ナイトクルージング"을 래퍼와 함께 라이브 한 영상도 찾을 수 있고 힙합과 샘플링에 한참 빠져있던 시기에 작업한 <Neo Yankees' Holiday> 앨범에서는 우탱 클랜 곡으로 추정되는 샘플링이 등장한다. — 랩 파트가 끝난 후 곡이 진행되다가 격렬한 연주의 인스트 파트가 등장한다. 기타만 해도 총 3대가 사용되는 연주인만큼 굉장히 다양한 사운드가 나오는데 이 모든 소리들이 난잡하게 느껴지지 않고 굉장히 강렬하게 느껴지는 점이 이 곡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는 다시 곡으로 돌아가서 진행되다가 곡이 끝나게 된다. 이 대략 23분 길이의 대곡은 피쉬만즈의 "Long Season", "ゆらめき In The Air"를 잇는 훌륭한 피쉬만즈식 대서사시이며 또한 이 곡을 제대로 완성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사토 신지에게 바치는 완벽한 장송곡이다. 비록 그는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지만 여전히 남은 멤버들이 피쉬만즈의 미래를 이어나가는 모습은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 거대한 장송곡 이후에 그들의 데뷔곡인 "ひこうき"가 등장하는 것은 마치 비틀즈의 Now And Then의 B Side가 Love Me Do인 것 마냥 굉장히 의도적인 셋 리스트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다. 피쉬만즈의 창설멤버 3명 중 한 명인 모테키 킨이치가 보컬을 맡은 이 곡은 가장 처음부터 밴드에 있었고, 가장 오래 밴드에 남아있었던 모테키 킨이치기 때문에 사토 신지가 없는 지금 그 만이 가장 완벽하게 보컬을 수행할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모테키 킨이치의 즐거운 보컬이 이어지다가 '피쉬만즈 오리지널 기타리스트'라고 소개하며 오지마 켄스케가 등장해 기타 솔로를 연주하는 부분은 사토 신지와 오지마 켄스케의 오래된 관계를 생각한다면 마음에 깊게 남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비록 엄청 화려한 연주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울림이 있는 연주라고 생각이 든다.

 이어서 피쉬만즈의 대표곡들인 "いかれたBaby", "ナイトクルージング"이 나와서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 "いかれたBaby" 라이브 중간에 담긴 관중들의 떼창은 상당히 인상이 깊게 남는다. — DVD의 Disc 1이 끝나고 앙코르가 담긴 Disc 2로 넘어가서 "Season", "新しい人", "チャンス" 세 곡의 라이브가 나온 후 — 12분으로 늘린 버전의 "新しい人" 라이브와 지금까지 등장했던 모든 보컬이 함께 나와 부르면서 마무리하는 "チャンス"의 라이브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그들의 라이브는 완전히 끝난다.

 사람에 따라서는 사토 신지의 보컬이 아닌 피쉬만즈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친구처럼 퀸, 피쉬만즈 같은 보컬이 떠나버린 밴드의 라이브를 굳이 볼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며 나 또한 사토 신지 사후의 행보는 원래 관심이 없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 그당시 힙합엘이에 남긴 피쉬만즈 3부작 글만 봐도 사토 신지 사후의 행적은 얼렁뚱땅 넘어간다. — 하지만, 이 3시간 분량의 라이브는 나의 이러한 생각을 완벽하게 부숴놓았다. 단순히 사토 신지의 유산을 답습하는 게 아닌 사토 신지가 라이브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새로움'이라는 가치를 그들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찰해 그들만의 해답을 내놓는 데 성공했다. 말 그대로 '미래의 조각'을 그들 나름대로 찾은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이 라이브는 사토 신지에서 바치는 가장 완벽한 장송곡이자 왜 우리가 보컬이 바뀌었음에도 피쉬만즈의 라이브를 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저한테는 딱 맞아요. 피쉬만즈의 음악이, 사토군의 노랫말이, 멜로디가."
"그러니까, 이런 음악은 좀처럼 만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내 평생의 보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니까 그 일생의 보물의 반짝임을 망가뜨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움직이고 싶어요. 그렇게 계속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사토군이 노래하지 않으면 듣지 않는다고 해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저는."
"사토군이 노래하지 않으면 보러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물론 이해하고요. 그것도 음악을 즐기는 방법으로서 완전 O.K예요."
"단지 저는, '지금을 살아간다'라는 부분을 확실히 표현해 내고 죽고 싶어서 지금이라면 이 음악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걸 확실히 하고 싶달까요. 후회 없이 같이 하는 중요한 동료들이 건강한 한 말이죠."


영화 : 피쉬만즈 中

 

Rest In Peace 사토 신지, Honzi
카시와바라 유즈루의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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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구매 기념으로 리뷰 써봅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 한 번씩만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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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4시간 전

    갑자기 피쉬만즈 라이브 들어보고 싶어지는 글 ㅋㅋㅋㅋㅋ 잘 읽었어욤

  • title: Mach-HommyFishmans글쓴이
    4시간 전
    @민니

    피쉬만즈 라이브에는 감---동이 있습니다

    유즈루상 건강해지고 내한 와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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