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케이팝의 미래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가 있고, 여러 생각들이 있겠지만 난 케이팝이 점점 확고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쪽으로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이건 케이팝의 예술성이나 뭐 그런 것과는 별개로, 사업적으로 '케이팝'이라는 형태의 '유통'이 기존 미국 팝/EDM 등의 클럽씬/피치포크로 대변되는 인디 락 등등과 구분되는 '파이'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음악뿐 아니라 뮤직 비디오/안무/패션-메이크업를 통해 '총괄적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에스테틱'함.
그리고 아티스트로서의 아이돌/개인으로서의 아이돌(착각하지 말 것 - 이건 정말 사회적 페르소나가 없는 아이돌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자컨과 소통을 통해 드러나는 [사적으로 인식되길 유도하는] 사회적 페르소나라는 뜻이다]이라는 구분을 통해 얻은 사회적 친밀함과 이를 통한 주목-경제적 혜자 효과들.
앞으로 더더더 음악이 틱톡과 유튜브와 트위치와 트위터와 인스타를 통해 소비된다면, 이런 형태의 유통은 파이가 커질 수 밖에 없고, 후발 주자들은 기존 케이팝을 통해 만들어진 인프라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하이브가 야심차게 만드는 캣츠아이와 일본쪽 인프라가 핵심이 될 것이다 - 과연 미국 시장에도 케이팝 인프라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일반적인 팝 팬들도 거기에 흡수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아이쇼 스피드를 위버스에 입점시킬 수 있을까? 아리아나 그란데를 위버스에 입점시킬 수 있을까?
성공만 한다면, 하이브는 차원이 다른 그룹이 되는 것이다.)
[여담 ; 케이팝 외에 이런 가능성이 보여주는 씬으로는 우타이테-버튜버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이 변종적 형태로 미국에서 가끔 보이는 퍼리/VR 챗 등의 씬 - 펨타닐이나 벨렛 포니 같은 사람들...)]
(2)
여하튼 이렇게 파이가 생긴다면, 시장이 자리를 잡은 것이고 그 결과 어떻게든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게 뽑은 5곡.
(나머지는 다 기존에 썼던 내용이고, 새로운 내용인 캣츠 아이 것만 제일 바닥에 있음, 바쁘면 거기로 가시길)
(3)
https://youtu.be/jy0qJC6IbgY?si=4QFsxbtamxLoO_ca
이미 쓴 바 있지만, 엔믹스의 이번 앨범은 케이팝의 최전선이다.
케이팝 특유의 기승전결 형식을 서양 클래식, 멤버들의 화음 - 그리고 홀리한 느낌이 들 정도의 혜원과 릴리의 하이라이트 파트를 통해서 강화한 다음에, 드럼 브레이크를 통한 변주를 중간중간에 넣는 방식으로 동시대의 세련됨도 놓치지 않았다.
(4)
https://youtu.be/c6PeWqj-moU?si=n8bcibSrLmvJHsl4
이것도 이미 쓴 바 있지만, 여튼 케이팝의 최전선 2.
이 역시 케이팝의 기승 전결 형식을 굉장히 흥미롭게 계승한다.
(5)
https://youtu.be/I_msu2-4UAU?si=5G_6pXVs8n5g8X7p
이것도 이미 추천한 바 있는, 이프 아이의 너디라는 음악.
이게 엄청 뭔가 특이한가, 물으면 살짝 대답하기 애매한데 그냥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다.
요상하게 귀에 감기는 무언가가 있다.
(6)
https://youtu.be/hAEfi_SKTEU?si=HMKiBne46An77gpP
이것도 이미 이야기 한 적이 있는 키키.
음악 자체보다는, 포스트-뉴진스로서 케이팝이라는 형태의 '유통'에 있어서 어떠한 전환점 같은 느낌이다.
(7)
https://youtu.be/WDzvp-y5Xm4?si=LL30rN65cOT46YyD
그리고 마침내 말한 적 없는 곡.
캣츠아이의 난리.
일단, 케이팝이지만 케이팝이 아니라는 점이 굉장히, 그리고 미친 듯이 흥미롭다.
기본 컨셉 자체가 백룸 혹은 언캐니 같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오브제지만 나올 맥락이 아닌 곳에서 던져놓음으로서 (일종의) 부정적 관심을 얻어내는 미학에 집중한 작품이다.
손으로 입만 등장하게 만드는 안무, 목에 손날을 대고 머리카락을 잡아댕겨서 일종의 참수된 것처럼 머리를 전시하는 안무, 게다가 굉장히 과장되고 딱딱한 놀라는 표정 (과장되게 느끼는 이유는 아마 무엇을 느끼고 - 놀람으로 변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안 보여주고, 그냥 냅다 놀라는 표정을 관중들에게 던져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이러면 뭔가 그냥 이상한 기분이 든다. 맥락을 모르니까.)
안무와 음악, 패션 모두가 하나의 '이미지'로 조합된다는 점에서, 이 노래는 전형적인 케이팝 퍼뮬러지만 이런 컨셉은 한국 케이팝에서는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
그나마, 어떤 부정적이고 - 호러한 이미지는 레드벨벳이 시도한 적이 있지만, 그건 그냥 뭐랄까.
잔혹 동화 같은 것이었다. - 예쁜 소녀들의 환상적인 몽상 안에 무언가 불길한 것이 스며있을 뿐 - 이정도 불쾌할 수도 있는 이미지를 대놓고 전시하지 않았다.
그냥 레드벨벳은 괴물이 아닌 소녀들이다. (반면 캣츠아이는 좀 더 중성적이고 괴물이 될지도 모르는, 오브제에 가까운 느낌이다. 즉, 예쁜 얼굴은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여기에 근접했던 것이 슬기 - 아이린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에서도 끝내 SM은 아이린과 슬기의 비주얼을 포기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에스파의 <아마게돈>이나 <위플래쉬>가 멤버들을 오브제처럼 다루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뮤비에 한정된 느낌 - 실제 무대에서 여전히 멤버들의 외모가, 아름다움이 강조된다. - 그리고 굳이 죽일 생각도 하지 않는다.)
키키 좋더라고요
전 미묘합니다.
코지 에스테틱을 차용한 저 I do me는 좋아하고, 브레인 랏을 차용한 데뷔 송까지는 좋았는데 정작 후속곡들인 그라운드 웍스나 BTG는 애매하더라고요. (곡 퀄리티라던가, 뮤비의 방향성이라던가...)
개인적으로 i do me의 코지를 계속 끌고 갔으면 하는데, 이번 앨범 비중에서 브레인 랏류가 훨씬 더 많은 것을 보면....잘 모르겠습니다.
잘보고갑니다
요즘 케이팝도 여러 변화를 해보려는게 저는 좋은것같아요
어떠한 변화의 시기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중남미 스페인어권 음악의 중심지가 정작 미국의 마이매이인 것처럼, 한국도 케이팝'류'에 대해서는 그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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