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윈드밀씬 밴드 블랙 컨트리, 뉴 로드(Black Country, New Road)는 지난 몇 년간 여러 중대한 변화들을 마주했다. 그룹의 큰 축이 되던 핵심 멤버 Issac Wood의 탈퇴 이후, 이들은 본인들의 정체성과 음악적 색깔을 다시금 재정립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쳤어야 했고 — 이 과정 속에서 이들이 지향하는 음악과 그룹의 색깔이 천차만별적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첫 라이브 앨범 <Live at Bush Hall>에서 드러났듯, 이들을 상징하는 음악은 더 이상 그들 특유의 급진적인 포스트 록보다는 바로크 팝과 프로그레시브 팝이 된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Live at Bush Hall>을 기점으로 우리는 블랙 컨트리, 뉴 로드라는 그룹을 다르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Ants From Up There>과 <for the first time>을 <Live at Bush Hall>, 그리고 본작 <Forever Howlong>에 비교하지 않으려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다. 그룹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Issac Wood의 탈퇴 이후 남은 멤버들은 모든 것을 통째로 갈아엎고 새로운 출발을 택하였으니 말이다. 그 결과는 분명 성공적이었고, 이들은 여전히 수많은 아이디어들과 함께 가치 있는 음악과 기록들을 써 내려갈 수 있었다.
그러나 <Forever Howlong>은 앞서 말했듯이 전작들과의 비교를 제하고 보아도 그 퀄리티가 어딘가 요상하다. 굳이 설명하자면 Julia Holter와 Weyes Blood의 음악을 모두 담아내려 했으나, 어느 하나도 제대로 모방조차 하지 못해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가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어쩌면, 본작을 작업하면서 블랙 컨트리, 뉴 로드는 본인들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 Tyler Hyde의 보컬은 깊은 호소력이나 감정적인 표현을 담아내지 못했고, 곡의 완급조절과 호흡 역시 불안정해 정지와 출발만을 반복하다 결국 그 어느 곳에도 도착하지 못하고 '덜컥'하며 브레이크가 걸려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Socks"에서 그러한 문제점들이 가장 두드러지며,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는 본인들도 어느 지점에서 이를 터뜨려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보여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물론 <Forever Howlong>에 주목할 만한 순간이 존재치 않다는 것은 아니다. 앨범의 핵심 트랙이라 평할 수 있는 "Two Horses"의 하모니는 본작에서 가장 번뜩이는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일 테다. 앞서 언급한 여타 다른 트랙들의 어색한 곡 전개와 달리, "Two Horses"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어지며 감정의 고조를 능숙하게 설계해낸다. 중반부 이후 등장하는 만돌린 사운드는 곡에 비극적인 생동감을 더하고, 이내 격정적으로 몰아치는 앙상블은 마치 짧은 연극을 본 듯한 인상을 남긴다. 나아가 "Besties"는 이들의 서로를 향한 우정의 메시지를 승리감 있는 편곡으로 펼쳐낸 탁월한 트랙이며, "Goodbye (Don't Tell Me)"는 어색하게 기워 넣어진 것처럼 보이는 앞선 트랙들과 달리 가장 자연스럽게 앨범에 녹아들며 훌륭하게 앨범을 마무리 짓는 곡이다.
<Forever Howlong>에 여전히 주목할 만한 순간들이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블랙 컨트리, 뉴 로드는 여전히 마법처럼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밴드이다. 이들은 멤버 한 명의 탈퇴로 인해 흔들리고 붕괴될 위기에 처할 그런 인물들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본작은 방향성부터 잘못되어, 이들의 역량이 하나로 응집되지 못했다. 솔직히 앨범을 들을 때 끔찍하게 마음에 안 들거나, 불편한 순간들은 굳이 찾고 싶진 않지만 — 과연 본작에 재방문 의사가 있냐 묻는다면 그 대답은 아니오일 테다. 그렇기에 우리는 <Forever Howlong>을 단순한 과도기적 앨범 정도로 받아들여도 괜찮을 듯하다. 현재의 블랙 컨트리, 뉴 로드도 언젠간 훌륭한 앨범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사실을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충 혀를 튕기며 따봉하는 짤
블로그에서 이미 읽었지만 또 읽었습니다. 반가워요~
익숙한 맛이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딱 과도기적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앨범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네요
❤️
말씀하신 것처럼 블컨뉴로는 Live at Bush Hall을 기점으로 해서 이제는 완전히 다른 밴드로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러면 안 되지만.. 아이작이 너무나 그리워지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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