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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speed You! Black Emperor, <“NO TITLE AS OF 13 FEBRUARY 2024 28,340 DEAD”> 리뷰

title: JPEGMAFIA자카 Hustler 3시간 전조회 수 57추천수 2댓글 2

Godspeed You! Black Emperor - “NO​ ​TITLE AS OF 13 FEBRUARY 2024 28​,​340  DEAD” Lyrics and Tracklist | Genius

8.8 / 10

2024.10.04

Post-Rock, Drone, Chamber Music

 

Godspeed You! Black Emperor (이하 GYBE)는 매 앨범마다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야심 차게 녹여내며 전설의 위치에 올랐다. 그렇기에 그들이 현재 국제적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음악으로 다룰 것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였을지도 모른다. 전쟁은 이제 두 나라의 분쟁이 아닌,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한 학살로 변질되었으며 —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이러한 메시지가 필요했었을 순간이다. 매주 수천 명의 소중한 생명들이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고, 뉴스를 틀면 차마 말할 수조차 없는 끔찍한 폭력들이 전해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사건들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그러나 제목부터 사망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수를 떡하니 기워 넣은 <“NO TITLE AS OF 13 FEBRUARY 2024 28,340 DEAD”>에서 그들은 놀라울 만큼 개방적이고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려 하며, 또 우리에게 이 공포를 직시하게 만든다.

가장 중요한 음악. 음악은 우선 어떠한가. <“NO TITLE AS OF 13 FEBRUARY 2024 28,340 DEAD”>는 지난 10년을 통틀어 보아도 가장 놀라운, 실로 경이로운 작품이다. 감각적이고, 애잔하며, 때로는 두려움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앨범에 짙은 어둠이 찾아오면 황무지로 변한 땅과 무너진 건물들, 그리고 파괴된 무고한 사람들의 일상이 떠올라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몇몇의 독백을 제외하고, 본작은 드라마틱한 포스트 락 사운드로 그 이야기를 전한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악장들과 얽혀있는 드론 사운드, 자유롭고 나란히 펼쳐지는 아름다운 기타 리프까지. <“NO TITLE AS OF 13 FEBRUARY 2024 28,340 DEAD”>의 모든 것들은 그 서사와 감정적 무게가 분명하고 강렬하게 느껴지도록 설계된 것만 같다.

리버브로 가득 찬 기타 리프가 점차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머금어지는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는 오프너 "SUN IS A HOLE SUN IS VAPORS"가 지나고 맞이하게 되는 "BABYS IN A THUNDERCLOUD"는 단연코 2024년 최고로 아름다운 순간들 중 하나였다. 강렬한 타악기의 행진이 폭발을 이루며 청자를 점점 강력하게 몰아치는데, 사운드를 부드럽게 휘감는 멜랑콜리한 기타, 감정이 잔뜩 실린 불안정한 바이올린 사운드까지 마치 연기처럼 흩어지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빌드업 부분에서 곡의 구성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것 역시 매우 인상적인 지점이었다. "RAINDROPS CAST IN LEAD"는 반면 시작부터 끝까지 고통으로 가득 찬 황량함을 그려낸다. GYBE가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여러 강렬한 크레센도를 상기시키는데, 리듬을 가속화시키며 강력한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는 구간은 앨범 최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이다. 곡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Michele Fiedler Fuentes의 스포큰 워드는 하여금 곡이 묘사하려고 하는 황폐함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짧게 흘러가는 "BROKEN SPIRES AT DEAD KAPITAL" 역시 너무나도 아름답다. 본작에서 가장 어두운 색채를 띠며, 마치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트랙인데 마치 죽음으로 가득 찬 고요의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울하고 애절한 현악기 사운드 위 깔리는 무거운 북소리는 가히 충격적이다. 전 트랙의 아성을 잇는 "PALE SPECTATOR TAKES PHOTOGRAPHS"에서 이 어두움은 더욱 생생하게 그려진다. 웅장하고 으스스한 타악기는 현악기와 불협화음을 이루고, 하늘을 가르는 기타 소리는 공허를 찢고 앞으로 나아간다. 서서히 응집되다가, 불쾌한 골짜기와도 같은 멜로디가 형성되며 곡은 결국 공포스러운 파국을 맞이한다. 단순 청중이었던 우리는 아름다웠던 세계가 공포로 가득 차는 모습을 보는, 그 목격자가 된다.

<“NO TITLE AS OF 13 FEBRUARY 2024 28,340 DEAD”>의 결말은 그래도 결국 희망이다. 선공개 싱글로 발매되었을 때 다소 아쉬운 인상을 주었던 "GREY RUBBLE — GREEN SHOTS"는 2개의 뚜렷한 악장으로 이루어져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유와 권리를 향한 열망을 상징하는데, 꿈결 같은 기타 리프와 뭉게뭉게한 현악기 사운드가 등장할 때 우리는 황무지 속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의 새싹을 발견하게 된다.

<“NO TITLE AS OF 13 FEBRUARY 2024 28,340 DEAD”>는 음악적으로, 서사적으로 보아도 지난 <Yanqui U.X.O.> 이후로 가장 빼어난 작품이며, 또 그들의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본작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게 될 것이며, 올해 최고로 영향력 있고 아름다운 작품이라 기억될 것이다. 뭐가 됐든, <“NO TITLE AS OF 13 FEBRUARY 2024 28,340 DEAD”>는 분명 모두가 들어봐야 할 작품이다. 그들의 합주 실력이 엄청나고, 원초적으로 음악이 엄청난 것도 이유이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너무나도 중요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을 향한 학살 행위는 이제 멈춰져야 할 때이며, 희망이 사라져서는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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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2시간 전

    헐 제목 뜻 발매 때부터 궁금했는데 팔레스타인 학살에 관련된 제목이었군요..

  • 31분 전

    잘 읽었습니다

    이번 gybe 신보 너무 좋았던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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