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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deca, <I Didn't Mean To Haunt You> 리뷰

title: SANTA DOOM자카 Hustler 2024.10.04 01:06조회 수 296추천수 8댓글 4

Quadeca - I Didn't Mean To Haunt You Lyrics and Tracklist | Genius

 

10 / 10

2022.11.11

Folktronica, Art Pop, Glitch Pop, Experimental Hiphop, Neo-Psychedelia

 

https://www.youtube.com/watch?v=Ig17K38Fy0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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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 앨범은 굉장히 위험한 시도이자 많은 아티스트들이 넘지 못하는 벽과도 같은 존재이다. 컨셉 앨범을 제작하려면 그 컨셉에 대해 넓고 풍부한 이해도를 갖고 있어야 하고, 동시에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아이디어와 비전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도 저도 아닌 지루하고 난잡한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많은 아티스트들은 컨셉 앨범을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콰데카(Quadeca)는 달랐다. 유튜버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처음부터 쭉 컨셉 앨범만을 고집해왔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큰 서사와 한 편의 영화로 기억되기를 원했고, 항상 위험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이러한 위험한 도전들을 완벽하게 수행해왔고, 다소 난해하고 거대한 컨셉을 단순 음악으로 뒷받침하며 설득력 있는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나갔다.

그러나 콰데카는 그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한 시도를 감행한다. 그는 거의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는 장르, 포크트로니카(Folktronica)를 적극적으로 수용해가며 자신의 음악적 세계를 더욱더 넓혀가려고 했다. 보통 인지도가 전혀 없는 장르를 시도하고 되살리려는 시도는 유명세를 가진 아티스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다. 정보의 양도 너무나도 적고, 팬층도 존재하지 않는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서 성공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게다가 유튜버 래퍼에다가 인지도도 너무나도 적은 콰데카가 이 난항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까? 콰데카의 정규 3집, <I Didn't Meant To Haunt You>는 이 무수한 의심들과 질문들에 대한 시원한 답변이다.

<I Didn't Meant To Haunt You>에서 콰데카는 죽은 혼으로 그려진다. 그의 시체가 발견된 장소는 드높은 산의 어느 한 협곡, 손은 거의 형체가 없어졌고, 눈에 띄게 지쳐 보이며, 또 온몸에 긁힌 자국이 있다. 시체의 마지막 시선은 먼 곳에 우뚝 서있는 큰 바위로 향하고 있다. 그가 사망한 이유는 언덕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려다가 발생한 과로, 즉 정신적 고통과 삶의 부담 때문이었다. 그의 삶과 정신을 상징하는 바위는 그가 잘못을 바로잡으려 애쓰고 목표에 거의 다 도달하려 할 때마다 보란 듯이 다시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져 버린다. 그의 육체는 그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였고 결국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된다.

오프너 "sorry4dying"에서 유령이 된 콰데카는 주변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자신의 비극적인 죽음을 그는 화려하고 웅장하게 그려내며,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괴롭히려던 것은 아니었고 그들과 함께하고 싶었다는 메시지를 그로테스크하고 몽환적인 프로덕션과 함께 전달한다. 사실, 필자는 본작을 처음 청취할 때 본 트랙에서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러한 서사를 과연 유튜버 출신이었던 그가 잘 풀어나갈 수 있을까? 이 정도의 광활한 세계관은 어느 하나가 미세하게만 빗나가더라도 굉장히 크게 다가오지는 않을까? 그러나 콰데카는 트랙 하나하나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정확히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후 콰데카는 다음 트랙에서 곧장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씁쓸한 기타 소리로 시작되는 "tell me a joke"에서 그는 농담을 하며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는 듯 보이지만, 노래가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콰데카는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만 같은 꽤나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대비되게 사운드는 점점 더 웅장해지며 결국 마지막에는 무덤 속에서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 트랙 "don't mind me"에서 그는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나의 죽음을 신경 쓰지 말라는 메시지를 재차 강조해서 언급하는데, 곡이 절정에 치달을 때 등장하는 오케스트라와 관악기의 풍성한 발라드풍의 연주는 평화로우나 동시에 너무나도 불안정한 느낌을 동시에 주며 우리가 콰데카의 역량을 재차 확인할 수 있게끔 한다. 발라드 기타로 시작하는 "picking up hands"에서 그는 자신의 어릴 적을 회상하고 고향집을 걷는 모습을 걷는다. 인간이었을 때 겪었던 행복했던 나날들을 그는 추억하지만, 유령이 된 그에게는 이들이 너무나도 우울하게만 다가왔다. 그에게 힘이 되는 존재는 사라 없어진 지 오래고, 손을 들어 일어나기조차 힘들어졌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조차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다음 트랙 "born yesterday"에서부터 <I Didn't Meant To Haunt You>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picking up hands"와 동일하게 발라드풍의 기타로 시작하는 본 트랙에서 콰데카는 6분간 쉬지 않고 악기 구성에 변화를 가한다. 조용한 목소리로 쓸쓸한 노래를 하기도 하고, 다충적인 악기 구성 위에서 진심을 담아 랩을 하기도 한다. 앞선 트랙들에서 주변인들이 자신의 죽음에 개의치 않아 해도 괜찮다는 그의 말과 달리, 본 트랙에서부터 그는 주변인들이 자신의 죽음을 잊어버린 것만 같다는 생각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죽음은 사람들에게 그의 생각보다 너무나도 금방 잊혀졌으며, 그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house settling"에서부터 콰데카는 보다 공격적인 태도를 내비치기 시작한다. 자신이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에 잠조차 이루지 못하는 그는 본인이 느끼고 있는 외로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달라 소리치며 사망하고 나서도 새로운 죄책감과 부담감을 지게 된 것만 같다고 노래한다. 피처링으로 힘을 보탠 Danny Brown은 콰데카보다 훨씬 공격적인 어조로 분노와 불만을 표출해 내며 콰데카가 마음껏 화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데, 콰데카의 친구가 된 그는 유려하고 휘몰아치는 래핑을 통해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현하였으며, 또 왠지 모를 분노의 단계를 겪고 있는 것만 같은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다음 트랙 "knots"에서는 콰데카가 본격적으로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내 목과 가슴엔 매듭이 묶여져있어'.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완전히 탈피시켜놓는 본 트랙에서 그는 지금껏 보여주었던 벌스 중 가장 빼어나고 화려한 래핑을 보여주며 자신의 감정을 토해낸다. Death Grips와 같은 아티스트가 차용할법한 거친 비트 위에서 자신을 에워싼 매듭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이후 그는 자신이 죽었던 산의 협곡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곳은 차가운 현실이 아닌 환상 속의 세계, 즉 "fantasyworld"였다. 그는 슬픈 현실 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찾아보려고 하고, 또 지금은 닿을 수 없는 행복에 대한 꿈을 품는다. 한차례의 폭발 이후, 콰데카는 한 줄기 빛을 따라가게 되지만 결국 아무 기회도 남지 않은 음울한 현실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Sunday Service Choice가 참여한 "fractions of infinity"에서부터 그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희망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고, 비현실적인 꿈들만을 좇아왔으며, 다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생각했던 것도 우스웠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다음 트랙 "cassini's division"에서 마침내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신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환상이나 낡아빠진 현실을 쫓는 것은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Swans의 전 드러머 Thor Harris의 끔찍한 드럼 연주, 콰데카의 음산한 스포큰 워드는 그 자체로 죽음을 상징하는 것처럼만 느껴진다.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어둠 속에 자신의 몸을 맡겼고, 정전기 소리와 빗소리, 그리고 백색 소음이 연속해서 들려오며 앨범은 파멸을 맞는다.

분명 <I Didn't Meant To Haunt You>를 제작하는 일은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광활한 세계관을 완벽히 그려냈어야 했을 것이고, 설득력 있는 서사적 구조도 확립했어야 했고, 또 이 컨셉에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을 — 그야말로 엄청난 음악을 만들어냈었어야 했을 테니까. 그러나 콰데카는 이를 해냈다. 유령이 된 콰데카는 우울이라는 감정을 다양한 측면에서 탐구했으며, 끝내 죽음에까지 달하게 되는 모든 여정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콰데카는 그 노력에 걸맞은 엄청난 작품을 만들어내었으며, 본작은 훗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I Didn't Meant To Haunt You>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분명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본작에 완전히 동화되게 되는 그 순간, 그는 당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헤집어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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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10.4 01:26

    오랜만에 돌려볼까나

  • 10.4 01:32

    유튜버 최대 아웃풋.

    Tell me a joke랑 Fantasyworld는 ㄹㅇ 명곡

  • 10.4 08:15

    선개추 후정독

  • 10.5 02:51

    콘셉트 앨범인 건 알고 있었는데 이런 자세한 스토리는 몰랐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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