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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5 <Help!>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4.15 17:46조회 수 220추천수 4댓글 2

비틀즈(The Beatles)의 다섯 번째 앨범이자 동명의 영화 사운드트랙 <Help!>는 흔히들 비틀즈의 초창기에서 중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앨범이라 평한다. 더 나아가서는 로큰롤과 록 그리고 팝 사이의 경계상에서 있는 오묘한 앨범이 <Help!>이다. 결국에 비틀즈가 걸어간 길은 로큰롤에서 록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발자취라고도 할 수 있겠으니. 로큰롤 밴드와 록 밴드 사이에서 비틀즈만의 정체성이 혼합된 앨범 <Help!>는 비틀즈가 어떤 길을 나아갈 것인지 단서를 보여준 중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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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p!>는 <A Hard Day’s Night>와 마찬가지로 동명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제작되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잔뜩 남은 영화라고 평가받기도 하는데, 영화 자체의 왜곡된 시선이나 부족한 현실감이 비틀즈를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데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이전과도 달리, 그들은 아이돌이나 스타 같은 모습에 벗어나고 싶어 했기 때문 아니었을까하는 추측도 있다. 실제로 비틀즈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예술 본유의 목적에 서서히 다가가고 있던 모습을 보여주었다. 즉 과도기는 장르적 이야기에 국한된 것이 아닌, 그들의 예술적 면모의 개화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로 볼 수 있겠다. <Help!>는 바로 그 경계상에 위치했으니 흥미로운 순간이 잦은 작품이 된 것이다.

<Help!>는 관례대로 영화에 수록될 7곡과 그렇지 않은 7곡으로 나누어 제작했다. 또한, 그중에서 커버 곡이 2곡 정도이며 나머지 12곡은 자작곡으로 채워졌다. <Beatles For Sale>보다도 나은 지점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두 개의 커버 곡을 수록함에도 자작곡으로 앨범 대부분을 채우면서 일관적인 스타일을 확보했다. 물론 일관적인 스타일이 곡 내의 진행이 그렇다는 점이지, 장르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점차적으로 변화하여 나갔다. 이것이 <A Hard Day’s Night>와 비슷한 공식의 앨범임에도 차별점이 되는 지점이다. 한데, 아쉬운 점 역시 다소 상업적인 영화의 사운드트랙의 제작에 연관되었기에, 후에 나올 <Rubber Soul>과 같은 전격적인 포크 록의 시도와도 대비되는 모습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겠다. 물론 후자의 작품이 워낙에 탁월한 포크 록 작품의 면모를 보여주는 까닭도 있겠다. 그럼에도 <Help!>를 형성하는 근간에는 포크, 컨트리와 발라드 및 클래식 음악에 대한 탐구가 재밌는 방향으로 드러난다는 점을 주목해보자.

“Help!”의 시작부터가 그랬다. 존 레논(John Lennon)의 언급대로, “Help!”는 자신이 의식하며,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을 자각하도록 하는 안정감을 주는 곡이라 말한다. 비록 조금 더 상업적인 곡으로 꾸미기 위해 템포를 빨리했다는 점이 있으나, 주제의식은 변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전의 비틀즈는 “Help”처럼 자아 상실감과 고립감의 사이에서 구원을 외치는 독특한 곡을 선보인 적이 없다. 본 곡이 영화의 타이틀 곡이 된 것도, 차트 정상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도, 비틀즈는 한 음악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레논은 ”You’ve Got to Hide Your Love Away”와 같은 곡에서 전면적으로 밥 딜런(Bob Dylan)의 포크 영향을 수용할 뿐만 아니라, 객원 아티스트의 연주 역시 들인다. 일렉트릭 로큰롤 밴드가 진행하는 어쿠스틱 연주 위로, 존 스코트(John Scott)의 플루트 연주는 그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장치이자 시도였다. 물론 이전에도 프로듀서 조지 마틴(George Martin)이 키보드 어시스트를 담당한 전적이 있으나, 훗날 다양한 오케스트라 편성이나 여러 악기의 도입을 생각해 본다면, 비틀즈의 변화를 미약하게나마 엿볼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레논의 작곡은 “Ticket to Ride”와 같은 곡에서도 빛나는데, 링고 스타(Ringo Starr)의 엇박 드러밍이나 맥카트니의 리드기타 등으로 독특한 하모니를 구성해 세련된 중기 비틀즈의 사운드를 보여준다. 특히 이중 박자를 도입하여, 구조적인 멜로디를 파괴하고는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이즈음, 레논의 작곡은 더욱 내향적이거나, 더욱 예술적인 면모를 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폴 멕카트니(Paul McCartney)의 장르적 해석 역시 이 앨범에서 무시할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 일렉트로닉 피아노 중심의 팝 선율이 매력적인 “Tell Me What You See”가 있다면, ”I’ve Just Seen a Face”와 같은 곡에서는 컨트리 포크 식의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선율을 완성한 독특한 결과물이 재현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희대의 명곡 “Yesterday”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멕카트니가 직접 밝히듯, 본인의 최고 노래이자 가장 직관적인 노래인 ”Yesterday”이다. 다른 이들의 도움없이, 어쿠스틱 기타 하나와 프로듀서 조지 마틴이 편곡한 현악 4중주만으로 진행되었다. 이른바 팝과 클래식 선율의 아름다운 만남이 성사된 순간이다. 비틀스에게 있어 로큰롤을 넘어 다채로운 팝 음악으로의 아름다운 출발을 상징하는 곡이 있다면 “Yesterday”는 어김없이 그 자리에 이름을 올릴 것이 분명하다. 깊이 있는 노랫말과 클래식의 범주를 재편성해 만든 팝 발라드는 비틀스에게 있어서도, 기존 밴드의 관행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진, 예술적 자유의 시초가 되어주었다. 구태여 “Yesterday”의 위대함을 구구절절 읊을 필요는 없겠으나, <Help!>내에서 이 곡이 가지는 상징성은 그만큼이나 대단한 것이었다.

그 밖으로는, 이제 다시금 작곡에 참여한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의 “I Need You”, “You Like Me Too Much”를 통해 <With The Beatles> 이후로의 작곡 노선을 엿볼 수 있는 기회 역시 존재한다. 물론 그 곡들의 배경이 아내 패티 보이드와 관련된 일화가 있음을 생각한다면 재밌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조지 해리슨이 보컬리스트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게 시작되는 것도 이 앨범이다. 이러한 일화가 없었다면 훗날의 조지가 다양한 앨범의 작곡과 보컬을 주도 맡아 진행하는 광경은 볼 수 없지 않았을까.

본작은 비틀즈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도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이지만 한발 도약적인 성격을 자랑하는 작품이 되었다. 미국에서 만난 다양한 뮤지션을 만나고, 어쩌다 접한 약물과 여러 사랑의 수난들이 비틀즈에게는 새로운 스토리이자 영향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밥 딜런과 존 레논의 교류는 말할 것도 없으며, 그 밖의 멤버를 둘러싼 스캔들과 같은 이야기들도 음악들에는 크게 영향을 끼쳤다. 애초에 <Help!>는 그 자체로서 진보한 작품이자 앞으로 나올 명반들의 변화를 충분히 암시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포크 록에 대한 지속적인 시도가 어느덧 결실을 이루려고 하고 있었으며, 포크 록 이외에도 다양한 장치적 요소들이 비틀즈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비록 영화에 있어서는 <A Hard Day’s Night>보다 아쉬운 평가를 받나, 음악으로는 비슷하게 견줄 만큼의 다양성과 실험성이 있다. 또한, <Beatles For Sale>의 혼돈과는 정반대로 정제된 감상을 주며, 그에 앞선 시도 역시 조잡하지 않고 정교한 작품이 되었다.

<Help!>를 꼭 뒤에 이어질 명반 <Rubber Soul>의 정초로 보는 사람이 있으나, 필자는 그보다도 훗날 팝 록의 꽃을 피우는 시초가 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Rubber Soul>의 정초로만 보기에는 <Help!>라는 작품 자체로 빛나는 지점이 많기에 아쉽다는 이야기이다. 이들의 장르적 탐구심, 특히나 팝과 포크, 컨트리, 클래식에 대한 연구가 단순히 몇 장르에 그치지 않고, 더욱 다양한 영역을 탐구하고자 했기에, <Help!>는 그 자리에서 독특하게 빛난다. <Help!>는 비틀즈가 이윽고 예술가로서 발돋움한 첫 음반으로 기록되어도 무방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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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4.15 20:45

    비틀즈의 심화과정 앨범은 러버소울부터

    헬프는 가볍게 듣기 좋습니다.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4.15 21:06
    @Pav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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