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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슈퍼비 - The Life is 82 : Maseratape

Melo2016.12.21 02:10추천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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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비 - The Life is 82 : Maseratape

01. The Life is 82 (Feat. myunDo)
02. Maserati
03. 나는 너를 신경 안 써 (Feat. The Quiett)
04. You Out (Feat. G2)
05. 돈에 대한 견해 (Feat. 김효은)
06. Go Hard
07. Oh My! (Feat. Dok2)
08. Celebrate the Day (Feat. myunDo)
09. 야망의 냄새 B-Mix
10. Outro


2년 동안 윅엘이(WeekLE)를 진행하며 몇몇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개하지 못했던 게 아쉬울 때가 있었다. 슈퍼비(Superbee)의 믹스테입 [새우깡]도 그중 하나였다. 분명한 딜리버리를 포함한 충분한 랩 테크닉으로 높은 수위를 넘나들며 던지는 위트 있는 언어유희가 유니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흥미로웠던 건, 가사 안에서 얼추 들어맞는 키워드를 어설프게 활용하기보다 공감대가 폭넓고 대번에 이해되는 키워드를 잘 가져와 유희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싫은 티를 내면 니 가랑이는 누디진처럼 찢겨”(“새우깡”), “니 쓸모없는 불알과 둥그런 눈알로 차유람 씨와 함께 당구를 쳐”(“듣고있어 BEEMIX”) 같은 라인을 듣고 있으면 본능적으로 피식하게 된다. 소위 ‘골때리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쇼미더머니 4>에서 앰뷸런스를 부르고, 장례식이 열리면 육개장을 말아먹겠다는 상대 팀을 향한 언사나 한껏 ‘엄.근.진’한 이전까지의 경연 무대와는 결이 다른 “오빠차”의 무대 아이디어로 발현됐었다. 이후 발표한 “냉탕에 상어” 역시 곡 전체가 하나의 메타포처럼 다가오며 컨셉이 참신하고 도발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새 앨범 [The Life is 82 : Maseratape]에서는 슈퍼비만의 가사적 특징이 도드라지지 않는다. 그 대신 작품을 주도하고 크게 자리를 차지하는 상은 ‘젊은 나이에 랩으로 돈을 많이 번 떠오르는 래퍼’다. 이번 작품으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오직 슈퍼비가 높은 인지도를 얻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열심히 일해 차를 샀다는 것뿐이다. 물질적인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도 없고 꼭 “내 이름은 슈퍼비” 같은 진정성을 강조하는 트랙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뚜렷한 특이점없이 힙합이라는 장르 음악 안에서 이미 레드 오션인 스웩이라는 테마를 스트레이트하게만 소화하는 건 그다지 메리트가 없다. 앨범에 참여하고 슈퍼비를 끌어주는 존재라 할 수 있는 도끼(Dok2)와 더콰이엇(The Quiett)만 봐도 그렇다. 도끼는 어느 트랙에서든 한 순간도 박자를 엉그러지지 않을 정도의 타이트한 스피팅으로 청자를 압도한다. 또, 더콰이엇은 자신의 다섯 번째 앨범 [1 Life 2 Live]에서 개인의 서사를 강조하며 현재의 부와 명예를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했다. 슈퍼비에게는 과거 자신의 방식이든, 새로운 것이든 간에 그런 확실한 어필 포인트가 다시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비의 랩 테크닉 그 자체는 전체적인 디자인이 유연하게 변환되는 편이라 고무적이다. 래 스레머드(Rae Sremmurd)가 연상되는 “Maserati”에서 보이듯 그는 단순히 래퍼 개인이 가진 고정된 플로우나 세 글자씩 끊어 뱉는 소위 '트랩 플로우'에만 의존치 않는다. 리듬에 맞는 캐치한 음절 배치, 필요에 따라 적당히 뭉개지기도 하는 발음 방식, 다양한 인토네이션으로 랩의 유기적인 흐름을 이끌어낸다. 더불어 도끼와 대등하게 벌스를 주고받는 “Oh My!”를 포함해 [The Life is 82 (0.5)]로 미리 발매된 후반부 트랙들에서는 좀 더 빡빡한 랩을 꽤나 짱짱하게 뱉어댄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The Life is 82 : Maseratape]은 어떻게 보면 이러한 하드웨어적 장점에 비해 앞서 언급한 소프트웨어가 상대적으로 아쉬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돈에 대한 견해”에서 슈퍼비는 뭐가 맞고 틀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돈이나 벌자고 하지만, 아무래도 그 돈을 어떻게 이야기할지는 여전히 그에게 하나의 과제로 남은 듯하다.


글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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