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된 칼날이 갖는 효과적 공격, Pharoahe Monch [W.A.R. (We Are Renegades)]
* 필자는 Pharoahe Monch를 심하게 존경한다. 따라서 이 앨범이 별로였다고 생각한다면 죄송하지만 이 글은 읽지 말 것을 당부한다. 세간의 평가가 어떻건 간에 이 글에서는 그의 최근 앨범 [We Are Renegades]를 극찬하고자 한다.
그가 어디 보통 인물인가. 자타공인 테크니션인 그의 이번 앨범은 어떤 면에서는 전작 [Desire]와 비슷하고 어떤 면에서는 전작과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정확하게 그를 정의한다고 볼 수 있다. 첫 앨범 [Internal Affairs]가 극단적으로 듣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앨범이었다면, 두 번째 앨범 [Desire]는 철저히 듣는 이 중심으로 간 앨범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첫 번째 앨범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두 번째 앨범의 장점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귀가 아플 정도의 음악이 나오지 않은 데에는 물론 꽤 길어진 연륜이 준 다듬어진 느낌도 있고 그만큼 들어가는 그의 나이도 있겠지만.
하드코어, 무식하리만큼 과격한 음악을 표현하지만 어떻게 보면 포르노 용어이다. 그만큼 더러운 느낌마저 드는 것이 하드코어이리라. 그를 대표하는 첫 이미지가 바로 하드코어였다. 극단적 flow, 귀를 찌르는 톤, 현란한 테크닉의 삼박자는 듣는 이로 하여금 ‘으어어’ 하는 신음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는 보컬마저 조신하지 못하다(!). "Body Baby"를 들어보면 무슨 뜻인지 감은 오시리라. 그러나 이번 앨범은 하드코어라기보다는 90년대 뉴욕의 음악, 골든 에라의 음악, 먹통 음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혹자는 과거의 사운드를 통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노림수 아닌가 하지만 뭐 어떤가. 시간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좋지만 앨범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좋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닌가. 또한 이 앨범을 과연 90년대 사운드라고 확실히 정의할 수 있을까. 면이 거칠다고 해서 다 사포는 아니다.
그가 유일하게 프로듀싱한(프로듀싱했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인트로를 지나 두 번째 트랙부터 ‘주말의 명화’ 오프닝 시그널로 유명한 음악 ‘Exodus’를 샘플링한 비장한 트랙을 지나 비교적 짧은 트랙 “Evolve”에서는 어느 정도 안정된(?) 그의 롱 벌스를 들을 수 있다. 3분이 가까운 시간 내내 벌스를 들려주지만 그의 풀어내는 능력은 지루함은커녕 연신 굉장하다는 생각만 든다. 그리고 “W.A.R.”에서는 거친 훅과 함께, Clap에서는 멜로디 훅과 함께 그의 랩을 들을 수 있다. 그 뒤의 “Black Hand Side”에는 Phonte와 Styles P와 함께하였다. 여기까지 피쳐링의 힘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면, 바로 다음 트랙 “Let my people go”에서는 그의 변함없는 싱잉 능력과 랩 능력을 동시에 맛볼 수 있으며 혼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혼자 다 해먹는다(?). 앞에서부터 쭉 끌어온 묵중한 느낌에 기름 같은 걸 더 끼얹는 느낌이다. 그 뒤의 첫 싱글 “Shine”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극단적 flow를 맛볼 수 있다. 앞에서 들려줬던 묵직한 느낌을 덜어주는 청량감 있는 트랙이다. 무거운 귀를 한결 가볍게 덜어준 다음에는 최근 상당히 많은 작업량을 보여주는 Mr. Porter와 함께 한, 특유의 약간 루즈하면서도 재지한? 트랙이 있다. 이후 “The hitman”을 지나 제목부터 “Assassins”인 미친 공격력을 맛볼 수 있다. 압권은 Jean Grae와 Pharoahe Monch를 지나 늘어나는 공격력에서 이게 끝이 아니다 라면서 Pharoahe Monch보다 더 미친 공격력을 보여주는 Royce da 5'9"이다. 이렇게 엄청난 공격력을 준 뒤에는 rock ballad스러운 트랙으로 대단원의 클로징을 보여주며, 마무리는 Jill Scott과 함께 하여 훈훈한 트랙을 들려준다.
우선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는 전작들과 달리 꽤 다양하다. 호주 출신의 프로듀서 M-Phazes를 적극 기용하며, 싱글은 Diamond D와 작업하였고 Marco Polo의 기용 등 먹통 사운드를 의식한 기획이 엿보인다. 또한 동시에 본인이 프로듀싱에서 한 발 빠짐으로써, 곡 내에서도 피쳐링을 이용한 훅 사운드 등 랩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참여진 자체도 엄청 다양하다. X-ecutioners의 DJ Boogie Blind, Styles P, Mr, Porter, Royce da 5'9" 등 세간에 알려진 다양한 ‘장인’들부터 다소 생소한 목소리들까지 등장한다. 물론 피쳐링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았으며 적재적소에 이용하였다고 본다. 그가 묻힌 트랙은 없기 때문이다.
솔로 커리어로서 고작 세 장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극단적인 전작의 두 장을 통해 자신의 스펙트럼을 자랑하였고, 이번에는 본인의 색을 찾은 듯,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하다. 선입견 혹은 부담 없이 한번 감상해보길 바란다. 당신은 이미 Pharoahe Monch를 검색하고 있다. 전곡 다 추천하고 싶지만 굳이 꼽자면 "We Are Renegedes", "Clap", "Shine", "Assassins", "still standing" 정도를 들겠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 앨범에 삘이 꽃혀서.. 결국 3만원이란 거금을 주고 구입했지요 ㅎㅎ;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솔직히 기대 안 하고 들었는데 완전 기대이상! 리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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