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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저스디스 - 2 MANY HOMES 4 1 KID

Melo2016.07.08 03:29추천수 10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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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디스 - 2 MANY HOMES 4 1 KID

01. Motherfucker
02. HOME. 1
03. 씹쌔끼 (Motherfucker Pt.2)
04. HOME. 2
05. 노원 (No One) (Feat. 선우정아)
06. HOME. 3
07. I Ain't Got None (Feat. DJ Djanga)
08. Veni, Vidi, Bitch (Feat. Paloalto, Okasian)
09. Sell The Soul
10. HOME 4
11. Doppelgänger
12. 아뜰리에 (Atelier)
13. Welcome to My HOME
14. JUSTHIS


원하든, 원치 않든 한국힙합 씬은 현재 <쇼미더머니>를 기준으로 명백하게 갈라져 있다.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은 그들 자신이 의도했든 안 했든 간에 의식적으로, 혹은 환경적으로 이 프로그램의 대항마가 됐다. 제리케이(Jerry.K)를 필두로 한 데이즈 얼라이브(Daze Alive), 적대적이진 않다지만 VMC와 그중에서 최근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멤버인 넉살이 그렇다. 하지만 그들조차 이러한 시장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오히려 이 문제에 속박되어 커다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지금의 프레임에서 어떤 역할을 도맡고 있다. 이 점이 어쩌면 저스디스(JUSTHIS)가 자신의 정규작 첫 트랙 “Motherfucker”에서 뭘 어떻게 해도 우린 모두 패배자라고 이야기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제멋대로 가지를 뻗치며 자라오다 아이돌 시장과의 결합, CJ라는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의 개입으로 인해 씬은 기형적 구조를 갖추게 됐고, 플레이어들은 대중과 미디어에 의해 다소 얄팍한 방식으로 규정되었기 때문이다. 더 큰 결함은 그 구조에서 누구도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저스디스는 이에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날카로운 태도를 내보인다. 더 고무적인 것은 그 상황을 맹목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개인의 서사, 의식에 연결시켜 때론 열성적으로, 때론 냉철하게 작품의 구조를 쌓아 나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를 통해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서의 자신을 강조하는 데에 집중한다.


내가 이 태도를 계속해서 유지해도 빚 다 갚을 수 있대도
아마 우린 모두 패배자야 그걸 내가 인정한 것 뿐
- "Motherfucker" 中 -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의 커버 버전으로 유명한 “A House Is Not A Home”이라는 노래가 있는 것처럼 ‘House’와 ‘Home’의 의미와 개념은 엄밀히 다르다. 전자가 말 그대로 물리적인 집이라면 후자는 의식적이고 관념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저스디스는 이 개념에서부터 출발해 개인사, 공간, 주변 환경, 예술에 대한 사고방식 등 자신에게 연관된 것들을 점진적으로 늘어놓는다. 실제로 그 자신에게 어떤 파트가 더 중요한지는 알 수 없지만, “씹새끼 (Motherfucker Part 2)”와 “노원 (No One)”은 나머지 두 파트에 배치된 여섯 개의 주요곡을 위한 일종의 전제처럼 작용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서사적으로 아주 긴밀한 연결점이 있는 건 아니다. 대신 감각적인 측면에서 저스디스가 자기 자신과 외부 세계를 대하는 강단 있으면서도 베베 꼬인 뉘앙스의 가사 속 표현과 태도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전반부도 그렇지만, 이후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을 만큼 가사적 쾌감을 안겨주는 트랙들이 연거푸 등장한다. 상업성에 의거해 왕과 악마라는 키워드를 비유적으로 활용한 “Sell The Soul”, 자신과 똑같거나 흡사한 태도와 사고방식을 갖춘 이를 찾으며 외려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는 “Doppelganger”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어떻게 보면 비교적 얌전하고(?) 착한(?) “HOME. 3”를 제외한 거의 모든 트랙에서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낄 정도로 노골적이고 신랄한 저스디스만의 화법이 지배하고 있다. 그 강렬함의 정도가 높아 중반부 트랙 “Veni, Vidi, Bitch”에서 팔로알토(Paloalto), 오케이션(Okasian)의 랩이 작품 안에서 부차적이라고까지 느껴질 정도다.


누군 태어날 때 부터 왕인 걸 걍 전 왕입니다 하면 돼 아빠가 왕이면
근데 우린 그 왕이 되려고 싸우고 있다니 그럼 왕이 되면 대체 뭐가 남는 거야
몰라 가 결국 또 우리 답인 거지 인생은 왕과 악마 사이를 오가는 bullshit
- "Sell The Soul" 中 -



그러나 [2 MANY HOMES 4 1 KID]가 단순히 의미적으로만 가치를 지니는 건 아니다. 저스디스 특유의 (좋은 의미에서의) 썩은 보이스 톤, 특유의 인토네이션과 발음이 결부된 유려한 플로우 디자인은 독보적이다(딜리버리도 안정적이다). 목소리를 뒤집고, 갈며 더 큰 변칙을 주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이런 그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저스디스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은 자신이 단순히 말로만 인디펜던트적인 게 아닌 좀 더 넓혀서 봐도 충분히 인디펜던트하다는 걸 입증한다. 또한, “아뜰리에 (Atelier)”에서 알 수 있듯 그것을 활용하는 방식이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를 통해 다시금 활성화된 자아 분열 기법 등을 따라 한 것이 아닌 오로지 본 작이 보유한 흐름이나 결에 맞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꺼낸 것처럼 다가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더불어 후반부로 갈수록 트랙간의 유기성을 더하고, 특정한 소스, 스타일, 리듬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디프라이(Deepfry)의 프로덕션과 필요에 따라 쓰인 한참은 삐뚤어진 듯한 톤과 가사로 무장한 저스디스의 보컬 퍼포먼스 역시 형태적 완성도를 더한다. 그래서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어로 가사가 쓰인 파트에서 다소 집중도가 흐트러짐에도 저스디스와 [2 MANY HOMES 4 1 KID]는 몰입감을 결코 쉽게 놓치지 않는다.


한 방만 노린 니네가 나의 퀄리티를 up Relax mind you never ever catch me up
니넨 한 방 나는 영원 자도 되지 니가 모르면 절대 모르는 거야
알고 하는 거면 더 모르는 거야 어찌 됐든 간에 넌 모르는 거야
어찌 됐든 난 오르는 거야
- "Welcome to MY HOME" 中 -



이러한 특성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본 작의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아티스트가 그 누구로도 대체되지 않을 수 있느냐, 또 자기 자신만으로도 긍지를 갖고 존립할 수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서두에서도 얘기했지만, 저스디스는 상업적인 것을 무턱대고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좇는 사이에 아티스트의 음악적 색깔이나 가치관이 흐려지거나, 아니면 애초에 그 두 가지가 확고하지 못했던 것을 비판하는 편이다. 가사 안에서 중간중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는 <쇼미더머니>는 그저 이를 상징하는 도구일 뿐이다. 어쩌면 그에게 그 플랫폼과 그에 동조하는 플레이어들은 외려 자신이 부각될 수 있는 소재이자 바탕이었을 수도 있다. 저스디스는 그 위에 명확한 구성, 분명한 서사, 이를 표현하는 문법, 무르지 않은 단단한 태도, 그리고 그에서 비롯되는 독창적인 뉘앙스를 얹어 놓으며 전혀 상반된 모습을 잔뜩 보여준다. [2 MANY HOMES 4 1 KID]는 그렇게 다른 어떤 누구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 오로지 저스디스만의 작품이 됐다.



글ㅣ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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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7.8 19:10
    저스디스라는 랩퍼가 어떤 랩퍼인지 잘 나타낸 굉장히 좋은 앨범 같아요.. 올해 들은 앨범들 중에 손에 꼽네요
  • 8.17 11:44
    생각보다 좋았음
  • 10.4 20:04
    소름 돋네요 와 뒤통수 맞은 느낌이에요 씹쌔끼 단어를 새로 보고 맞은 느낌 마지막 트랙 해석 2번 보고 이해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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