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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가는 대로 골라본 에디터별 구체적인 올해의 노래 8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12.31 03:52추천수 8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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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dWood Themes/Unsplash


회자정리거자필반(會者定離去者必返).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대단히 쌀로 밥 짓는 소리로 올해를 닫아보게 됐다. 그러니까, 작년 이맘때쯤 만난 2018년이 속절없이 떠나간대도, 마치 <아내의 유혹>의 구은재(장서희 분)가 점 하나 찍고 다른 사람인 척 돌아왔듯 숫자 하나만 바꿔서 비슷한 듯 다른 해가 무조건 돌아온다 이 말이다. 어쩐지 순간의 공기조차 닮은 또 하나의 1월이 올 테니 헛갈리지 않으려면 나름의 정리는 필요할 터. 그러나 달마다 나가는 시리즈 <아는 신보>의 첫 마디처럼 지나가는 음악은 많아졌고, 기억 남는 음악은 적어졌다. 모든 걸 기억해봤자 딱히 이렇다 할 가치도 크게 없으니 우리는 차라리 '내 노래'라고 부를 만한 노래 하나씩을 기억하려 한다. 힙합엘이 매거진팀 에디터별 2018 구체적인 올해의 노래 여덟 곡과 함께 늘 떠들썩함과 고요함이 공존하는 12월 31일 잘 보내시길.




NAO - Saturn
2018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홉수를 이겨내는 최고의 노래

이제 와 2018년을 돌이켜 보니 여러모로 나름의 틀을 깨기 위해 노력했던 한 해이지 않나 싶다. 음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던 나의 시선은 주변의 기대와 조언에 힘입어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잠시 내려놓았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이제는 정말로 해야 할 시기가 갑작스레 찾아왔다. 여러 고민에 지쳐 내가 왜 이 일을 해야만 하는지 의문을 가지던 그때, 나오(NAO)의 “Saturn”을 들었다. 이내 곡의 편안함과 풍부함에 매료되었고, 왜 나오가 이런 음악을 구사했는지 궁금해 관련 인터뷰를 샅샅이 찾아봤다. 나오는 ‘토성의 귀환(29.5년)’이라 불리는 시기에 여러 내·외적인 갈등을 겪었으며, [Saturn]에 이를 극복하고 지금의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덕분에 “Saturn”을 들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고, 꾸준히 지금의 길을 가야겠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나름의 보상이 연달아 찾아오면서 잘못된 길을 걷고 있던 게 아니라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잊고 있던 초심을 찾은 건 덤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과 음악을 함께 듣고 이야기하는 게 너무 행복하고 좋다. 나이 서른에 다시 알게 된 행복이 남들에게 별거 없어 보일지라도 나에겐 많은 깨우침을 줬다. '소확행'은 어려운 게 아니라고. – Geda






Praa – Y
2018 휴학 전 마지막 종강 날 듣기 좋은 최고의 노래

'종강=파티'파가 있다면 나는 '종강=휴식'파다. 일단 시험이 끝나면 무조건 집, 침대, 잠을 찾는다. 완벽한 휴식을 위한 나만의 공식도 있다. 먼저 방에 불을 끄고, 캔들을 켠 후 이불에 들어가 좋은 음악을 들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는 하필이면 가장 힘든 전공 두 과목 시험이 같은 날에 몰린 바람에 이틀 밤을 새웠다. 그래서 휴식이 더 간절했다. 시험도 시험이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2년 동안 특별한 목적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짧고 굵은 휴식을 통한 리프레쉬가 필요했다. 휴학을 결심하고 모든 과제를 끝내고 나니 후련함과 시원섭섭한 마음이 동시에 몰아쳐왔다. 괜히 혼자 몽글몽글해진 기분을 안고, 쌀쌀하지만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통학 버스를 기다리며 이 곡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 아티스트인 프라(Praa)는 대체로 따듯하고 부드러운 음색과 공간감으로 차분하고 편안한 무드를 자아낸다. 특히, “Y” 속 프라의 목소리는 마치 그날 맞았던 따스한 햇볕처럼 나를 감싸 안아줬다. 잠시 숨을 고르고 쉬어 가려는 타이밍에 완벽히 녹아들었던 곡이었다. 꼭 공식적인 휴식기를 앞두지 않았더라도 지친 하루 끝에 침대에 널브러진 채로 이 노래를 들으며 휴식을 취해보자. 완벽한 나른함에 취해 바로 달콤한 잠을 청할 수 있을 것이다. - JANE






Disclosure - Ultimatum
2018 우울함에 혼백이 흩어질 때 좀비처럼 몸을 일으켜 세우는 최고의 노래

우울함이 삶을 짓누를 때가 있다.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겨울이 끝나고 봄에 들어서며 기온이 높아지면 조금씩 우울함의 파도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몇 년 겪어보니 주기가 있는 거 같아 '내가 계절을 많이 타는구나'하고 이겨내보려 했다. 하지만 올해는 특히 진로 문제로 고민도 많이 하고, 인간관계에서도 씁쓸한 상황을 자주 겪으면서 정신이 점점 무너져 내렸던 거 같다. 그때는 힙합 앨범도 찾아 듣지 않고 한 노래만 주야장천 들었다. 바로 올해 5월 발매된 일렉트로닉 듀오 디스클로져(Disclosure)의 "Ultimatum"이었다. "Abede Bunya Miando"라는 가사가 영어가 아니라 한마디도 알아듣지는 못했다. 파투마타 디아와라(Fatoumata Diawara)라는 아티스트가 피처링했다고 표기되어 있었지만,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몰라서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일정하고 경쾌한 하우스 리듬과 주술처럼 되풀이되는 알지 못할 어딘가의 토속 언어, 내 몸이 들썩거렸다. 기분이 좋아서 추는 춤은 분명히 아니었다. 우울감이 폭발할 거 같은 심정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춤사위가 나왔다. 신경림의 시 <농무>가 단박에 이해되는 경험이었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삶을 진동시키는 주술적인 에너지는 늘 신명 났다. - Kimioman






Ariana Grande - God is a woman
2018 연애지상주의에서 날 구원한 최고의 노래

과자 먹듯이 가벼운 만남이 가득했던 한 해였다. 1년 동안 어떤 이들은 가볍게 만나고 가볍게 헤어지면서 소울메이트를 찾아 돌아다녔다. 다 기억하지도 못할 그들의 가벼운 만남 소식을 1년 내내 들었는데, 지인도 아닌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초스피드 연애-약혼-파혼 소식까지 들어야 했을 땐 사실 좀 지겨웠다. "thank u, next"가 나오기 훨씬 전에 공개되었던 "God is a woman"은 그 정반대의 의미에서 한 해 동안 많이 들은 곡이었다. ‘여신'을 말하는 게 아닌 ‘신'이 여자라고 이야기하는 이 곡에서 나는 그가 여자 팝스타의 전형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다른 성별에 의지하지 않는 주체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거라 기대했다. 물론 곧 발매된 앨범 [Sweetener]의 수록곡 하나를 (곧 파혼할) 남자친구의 이름으로 정한 아리아나 그란데가 기대를 살짝 저버리긴 했지만. 어쨌든 아리아나 그란데와 아리아나 그란데를 조금은 닮은 그 친구 포함해 오늘도 자신의 의미를 다른 사람에게서 찾기 위해 의미 없는 만남을 계속하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 삶을 완성하는 건 특정한 이성이 아니라고. 그 말을 스스로 신이 된 "God is a woman"의 내용처럼 자신을 믿는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한때는 누군가만이 날 구원해 줄 거라 믿었던 때가 있었던 사람으로서 전하는 진언으로 받아들여 주길. - limstagram






Reason - Better Dayz
2018 한가로운 평일 오후 세 시에 밖을 걸어가며 들었던 최고의 노래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울에서 그나마 가장 여유로운 시간대는 아무래도 오후 세 시다. 아니, 가장 이질적인 시간이라고 말해야 할 듯싶다. 모두가 각자의 생활과 업무로 바쁠 시간이라 거리가 비교적 조용하기 때문이다. 그 거리를 걷다 보면 가끔 여기가 내가 아는 서울이 맞나 싶을 때도 있다. 바글바글한 분위기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 순간 느껴지는 여유로움에 기분이 좋다가도 왠지 모를 싱숭생숭함에 휩싸인다. 그럴 때면 항상 애플 뮤직(Apple Music)을 켜 리즌(Reason)의 “Better Dayz”를 재생했다. 피아노 멜로디와 함께 묵직하게 들려오는 리즌의 랩이 나를 차분하게 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 사실 그가 늘어놓는 고단했던 후드 이야기와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메시지가 크게 다가오진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이 잘되길 바라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리즌이 말하는 차를 달라고 기도하고 재산이 불어나길 바라는 많은 놈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나라는 사람이, 그리고 나를 둘러싼 환경이 조금 더 좋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게 이기적인 27살이 끝나버렸다. - Loner






Mac Miller - Come Back to Earth
2018 사람과 일 모두 내 곁을 떠나갔다 싶을 때 더 방황에 빠지게 한 최고의 노래

좋아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산다는 건 좋은 일이다. 아니, 좋아야만 하는 일이다. 그 무언의 강요 아닌 강요는 범재에 그치는 나를 지난 2, 3년간 수렁에 빠뜨렸다. 실은 이석원이 언니네 이발관을 더 이상 하지 않듯 놓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토록 소중했던 음악을 들으며 직업적인 감흥이 아닌 진심 어린 감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그랬다. 특히나 내 곁에서 누군가와 무언가가 떠나갔던 지난여름에는 노래 하나 듣지 못한 날이 수두룩했다. 듣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이해와 분석이 앞서니 스스로 위안과 격려를 받기에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보다는 들어봤자 내가 다루는 음악은 대개 알량한 박탈감을 주는 음악이라는 오만한 생각이 컸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음악을 들은 날이면 맥 밀러(Mac Miller)의 “Come Back to Earth”는 늘 재생 목록의 1번 트랙이었다. 이 노래는 찬란했던 과거를 지나 홀로 남겨진 차디찬 현실에 불시착한 나를 한결같이 어루만져줬다. 일부러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이름조차 생소한 동네를 걸으며 두려움에 떨 때도, 4시간째 오지 않는 친구를 어느 싸구려 바에서 기다리며 칵테일을 연거푸 들이켤 때도, 그는 내 곁을 지켜줬다. 새벽 중에 일찍 뜨는 여름의 태양에 야속함을 느끼며 들을 때는 지금 이 더위에 녹아 없어져도 괜찮겠다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먼 곳으로 떠났고, 나는 여기 아직 남아 있다. 미안하지만 내년엔 당신을 배신해야겠다. 당신의 몫까지 충실히 살려면 더는 슬픔 속에서만 허우적댈 수 없으니까. 고마웠어, 말콤. - Melo






The Internet - It Gets Better (With Time)
2018 불안한 내 삶을 다독여 준 최고의 노래

몸이 힘들 때는 심장을 뛰게 할 노동요를 찾고, 마음이 힘들 때는 걱정을 가라앉히는 나른한 곡을 찾는 게 당연하다. 기운을 차리고 싶다 해도 무작정 “질풍가도”같은 요란한 곡을 들을 순 없다. 누구에게나 마치 오랜만에 집밥을 먹는 순간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줘야 할 때가 있으니까. 그 순간은 대책 없이 혼자 서울로 올라온 나에게 더욱 간절한 것이었다. 그럴 때면 디 인터넷(The Internet)의 “It Gets Better (With Time)”를 재생했다. 가지고 올라온 밥솥을 구석에 박아둔 채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게 익숙해지던 찰나, 이 곡은 항상 따뜻한 그들의 식탁에 나를 초대해 주었다. 보컬 시드(Syd)가 나의 고민을 정확히 알고 특별한 대책을 찾아줬던 건 아니다. 그저 이름 모를 나의 안부를 물어주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며 머쓱하게 한쪽 어깨를 내어줬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이유로 이 곡은 지난 반년간 나의 삶에 큰 힘이 되어 줬다. 내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삶에 남을 끌어들이는 것도 싫었고, 애써 내린 결정에 괜히 꼬리를 잡히는 것도 싫었던 나에게는 딱 이 정도의 위로만이 필요했다. 그래서 2019년 신년 목표는 이 노래를 듣지 않아도 될 멋진 삶을 만드는 것이다. 힘이 들 때면 언제라도 내 마음속에 들여보낼 멋진 곡인 걸 아니까, 이제는 절친이 된 ‘인생곡’을 나도 모르게 익숙해하긴 싫으니까. - snobbi






Suchmos - Funny Gold
2018 퇴사해서 늦잠 자고 오후에 일어나 산책하며 들은 최고의 노래

올해도 참 다사다난했지만, 그중 가장 큰 변화 하나라면 퇴사를 하면서 오후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모처럼 자유의 몸이 된 나는 마음껏 그 여유를 만끽했다. 원래대로라면 비싸고 맛없는 점심 식사 후에 바삐 회사로 돌아가 아메리카노로 잠을 쫓으며 말도 안 되는 보고서를 쓰고 있었을 시간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나 그대로 스마트폰을 만지작대다가 천천히 기지개를 켠다. 날씨 좋은 날은 괜히 핑곗거리를 하나 만들어서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 시간대에 무엇을 하건 음악이 빠지면 진정한 여유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마구 끈적하거나 마구 파괴적인 노래보다는 발걸음은 가볍게, 기분은 상쾌하게 해주는 노래가 필요하다. 여러 노래를 들었지만, 올해 나온 노래 중에서는 이 노래를 가장 즐겨 들었던 것 같다. 일본의 밴드 서치모스(Suchmos)가 6월에 발표한 EP [The Ashtray]의 수록곡인데,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멜로디와 그루비한 리듬이 딱 좋다. 서치모스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각광받는 밴드로, 록 밴드이긴 하지만 힙합, 훵크, 재즈 등 블랙뮤직의 요소를 담아 컬러풀한 음악을 한다. 올해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한국에 방문해 멋진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인디 시절부터 이들의 음악을 참 좋아했는데, 그때부터 이렇게 잘될 줄 알았다.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또 다른 자유를 맞은 퇴사인들의 BGM이 될 수 있을 것. - soulitude


CREDIT

Editor

힙합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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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12.31 19:10

    god is a woman... 소재에 비해 뮤비랑 노래가 너무 아쉬웠었습니다... 저런 컨셉의 음악은 커리어에서 한번 더 쓰면 무조건 재탕한다고 뭐라들을 소재라 한번밖에 못 쓰는게 기정 사실된 소재일텐데 기왕 할꺼 더 멋있고 유니크하게 해보지ㅠ

  • 1.2 14:34

    양질의 글 항상 감사드립니다 엘이운영진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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