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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 싸움에 맥 밀러 등 터진다!?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9.08 00:46추천수 4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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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본 기사는 지난 9월 7일, 맥 밀러(Mac Miller)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기 전 게재되었으며, 담당 에디터 스노비(snobbi)가 지난 8월 기획 및 작성에 돌입했던 기사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상황과 괴리되게 기사 내부적인 요소인 카피, 소제목, 본문 등에서 라이트한 뉘앙스가 느껴질 수 있음을 사전에 알리는 바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힙합엘이 매거진팀 치프 에디터 멜로(Melo)


무슨 일을 하든 안 풀리는 때가 있다. 주위 모든 것들이 내 발목을 붙잡는 것만 같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에 비해 돌아오는 반응은 찝찝하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한 번쯤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 또한 지나갈 거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불쌍한 우리 맥 밀러에게는 벌써 그런 일이 두 번째다. 처음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발가벗은 채 앨범 커버 아트워크를 찍었는데, 거장과 기대주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다음엔 뜨거웠던 애인과의 관계를 정리한 후 가슴을 부여잡으며 앨범을 만들었는데, 두 트렌드세터의 ‘릿(Lit)함’ 대결에 끼어버렸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속담이 꽤 들어맞는 상황이다. 상황이 더욱 애잔한 건 등이 터져버린 두 장의 앨범이 고작 새우 정도밖에 안 되는 완성도의 앨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녕 맥 밀러의 앨범들은 많은 주목을 받을 가치가 없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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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ezus] VS [Born Sinner] 싸움에 [Watching Movies With the Sounds Off] 등 터진다!


시간을 거슬러 2011년, 때는 맥 밀러가 어떤 불운을 겪게 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시기였다. 이 백인 인디펜턴트 래퍼에게는 늘 기묘한 인기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는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랩 실력을 갈고닦기 시작했고, 그룹 활동과 다섯 장의 믹스테입을 거치며 점차 날개를 펼쳐갔다. 이내 많은 리스너가 그의 음악성을 알아보며 열광하기 시작했다. 특히 네 번째, 다섯 번째 믹스테입인 [K.I.D.S]와 [Best Day Ever]는 각각 80만과 100만을 넘는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메이저 레이블의 도움을 받는 래퍼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수치였다. 뒤이어 발매를 예고한 데뷔 앨범 [Blue Slide Park]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했다. 맥 밀러 스스로도 앨범의 성공을 점쳐볼 만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Blue Slide Park]는 맥 밀러의 기대보다 훨씬 커다란 복을 가져다주었다. 14만 장을 웃도는 첫 주 판매량과 함께 인디펜던트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더 독 파운드(Tha Dogg Pound)의 [Dogg Food] 이후 16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었다. 하지만 평단의 반응은 이 소식을 듣고 솟아올랐을 맥 밀러의 광대만큼 높다랗지 않았다. 여러 매체의 평가를 종합했을 때, 앨범의 점수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반타작에 가까웠다. 아직 맥 밀러만의 사운드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중들도 같은 단점을 인지했던 걸까? [Blue Slide Park]는 발매 2주 차에 접어들어 순위가 24위로 곤두박질치며 일주일 만에 맥 밀러의 체면을 구겼다. 단, 평단과 대중 모두 맥 밀러의 잠재력을 알아차렸고, 자연스레 다음 앨범에 이목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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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몇 장의 작업물들을 추가로 발매하며 활동을 이어가던 맥 밀러는 드디어 두 번째 앨범 [Watching Movies With the Sounds Off] 발매를 예고했다. 발매되기 전부터 즐길 거리가 풍부했다. 우선, 전라로 촬영한 후 ‘Parental Advisory(청소년 청취 주의)’ 라벨로 중요 부위를 가린 아찔한 앨범 커버 아트워크가 눈을 즐겁게 했다(?).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 앱소울(Ab-Soul), 스쿨보이 큐(ScHoolboy Q) 등 실력 있는 래퍼들과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알케미스트(Alchemist) 등 수준급 프로듀서들이 참여했다는 소식은 귀를 즐겁게 했다. 높아진 기대치 속 야심차게 공개된 내용물 또한 충분히 훌륭했다. 언급된 프로듀서들이 제공한 곡과 맥 밀러가 직접 프로듀싱한 곡들은 앨범 안에서 성공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Matches”, “Watching Movies”로 대표되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맥 밀러에게 꼭 맞았다. 수많은 작업물을 거치며 다듬어진 맥 밀러와 피처링 진의 랩은 말할 것도 없었다. 괄목할 만한 음악적 발전에 평단은 기다렸다는듯 호의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전작 [Blue Slide Park]에 10점 만점에 1점의 점수를 매기며 쓴소리를 뱉었던 음악 평론 매체 피치포크(Pitchfork)는 본 작에 7점을 매기며 “아티스트로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내렸다. 완벽한 성공 스토리다. 이렇게만 보면 ‘천하무적 맥 밀러의 힙합 씬 정복기’가 순탄히 펼쳐졌을 것만 같은 게 분명하지 않은가? 문제는 뜬금없는 쪽에서 발생했다. 맥 밀러가 앨범을 발매하기로 한 ‘그 날짜’가 시나리오를 급작스럽게 눈물 없이 보기 힘든 내용으로 바꿨다. [Watching Movies With the Sounds Off]가 발매된 2013년 6월 18일은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제이콜(J. Cole)의 새 앨범이 동시에 발매되는 전쟁터였기 때문이다.


♬ Mac Miller - Watching Movies


사실 맥 밀러에게는 잘못이 없다. 그가 발매일자를 결정할 때까지만 해도 6월 18일은 아무런 경쟁자가 없는 황금 같은 날짜였다. 하필 힙합계의 ‘큰입배스’ 칸예 웨스트도 그 날짜를 콕 찝어 마음에 들어 했던 게 원흉이었으리라. 게다가 앨범 제목이 무려 'Yeezus'였다. 세상과의 타협 따위는 보이지 않는 제목인데, 하물며 남의 앨범 스케줄을 신경쓸 리가 만무했다. 뒤이어 제이콜이 칸예 웨스트와 정면승부를 하겠다면서 두 번째 앨범 [Born Sinner]의 발매일을 일주일 앞당겼다. 가만히 있던 맥 밀러는 삽시간에 두 걱정거리를 끌어안게 됐다. “X발 뭐여”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회고는 당시 터져버렸을 그의 울화통을 네 글자로 정확하게 묘사한다. 음악성과 판매량마저 두 아티스트가 우위를 점했다. [Yeezus]는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칸예 웨스트의 전작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방식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평단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다. [Born Sinner]는 발매 첫 주, 3만여 장이라는 근소한 차이로 1위 자리를 내줬을 뿐, 얼마 가지 않아 [Yeezus]의 전체 판매량을 앞질렀다. 그렇다면 맥 밀러는 어떤 면에서 우위를 점했을까? 아마 슬픔을 잊을 음주 가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간 수치만큼은 셋 중 1위를 차지하진 않았을까. 맥 밀러에겐 절망적이라면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그는 떳떳한 앨범의 떳떳한 완성도와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기운을 차렸다. 그의 앞에 놓인 미래 역시 밝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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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stroworld] VS [STAY DANGEROUS] 싸움에 [Swimming] 등 터진다?


‘그 발매일’의 굴욕 이후, 맥 밀러의 앞길은 탄탄대로였다. 2014년, 열 번째 믹스테입 [Faces]를 홀로 발매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맥 밀러는 대형 레이블 워너 브라더스 레코즈(Warner Bros. Records)와의 계약을 알렸다. 무려 천만 달러 상당의 규모였으니 흐르는 눈물을 돈다발로 닦아내기 충분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달라진 환경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앨범 [GO:OD AM]은 맥 밀러의 성숙해진 심리 상태, 조금은 밝아진 사운드와 함께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맥 밀러에게 행복을 안겨준 건 앨범의 성공뿐만이 아니었다. 웃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처럼, 한층 밝아진 그에게 이번에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스타로서 발돋움하던 팝 싱어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였다. 둘은 그녀의 데뷔 앨범 [Your Truly]의 첫 싱글 “The Way”에 맥 밀러가 참여하며 처음 만났다. 이후 다시금 인연이 닿아 점차 음악계 제일가는 선남선녀 커플로 발전했다. 행복 속에서 발매된 맥 밀러의 네 번째 앨범 [The Devine Feminine]은 사랑에서 우러나온 영감으로 가득했다. 그는 재즈 랩에 가까울 정도로 말랑말랑하고 둥근 사운드 위에서 일차원적인 사랑만이 아니라 자신이 여성들을 통해 배운 것을 노래했다.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로 약에 찌든 삶을 풀어내던 이전까지의 음악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그렇게 [The Devine Feminine]은 경험에서 비롯된 진심 어린 노랫말, 이를 훌륭히 받치는 음악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맥 밀러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수작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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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드래곤(G-Dragon)의 "삐딱하게" 속 가사처럼 영원한 건 절대 없었다. 관계가 극악에 치달으며 남남이 된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맥 밀러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뜨거웠던 사랑은 5월로 마침표를 찍는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아티스트들은 이런 극적인 상황에서 오히려 거대한 영감을 떠올리는 듯하다. 맥 밀러 역시 가슴 아픈 실연 속에서 눈물 젖은 창작욕을 슬며시 끄집어냈다. 이별로부터 석 달 후, 다섯 번째 앨범 [Swimming]의 발매 일자가 8월 3일로 확정됐다. 운명의 장난은 또다시 맥 밀러를 괴롭혔다. 2013년에 이어 또 다시 두 명의 래퍼와 같은 날짜에 앨범을 발매하게 된 것. 그 경쟁자는 현재 힙합 씬에서 가장 ‘릿'한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과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자존심을 지키는 YG였다. 칸예 웨스트와 제이콜보다 비교적 해볼 만 한 느낌이지만, 어쨌든 존재 자체로 뜨거운 이들이었다. 더군다나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털ㄴ업’ 뮤직이었다. 트래비스 스캇의 [ASTROWORLD]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색깔을 더욱 다채롭게 응용하며 앨범 타이틀처럼 테마파크에 버금가는 즐길 거리를 선사했다. YG의 [STAY DANGEROUS]는 전작들에 비해 크게 일궈낸 건 없어도 여전히 주 무기인 2010년대식 웨스트코스트 사운드, 래칫 사운드를 유효타로 날렸다. 날씨도 두 래퍼를 도왔다. 8월 3일은 온 지구가 기록적인 폭염으로 도배된 올여름 한복판이었고, 사람들은 더위를 잊게 할 신나는 음악을 간절히 원했다. 무더위를 저 멀리 날려버릴 [ASTROWORLD]와 [STAY DANGEROUS]에 시선이 고정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맥 밀러에게 또다시 악몽이 반복될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 Mac Miller - Come Back To Earth


실제로 [Swimming]은 같은 날 발매된 세 앨범 중에서는 물론, 그의 커리어에서도 가장 가라앉은 분위기를 가진 앨범이다. 여러 SNS와 커뮤니티를 돌아봐도 언급 횟수가 가장 적다. 다들 뜨거운 햇빛을 버티기 위해선 나머지 두 앨범을 찾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나 보다. 그러나 맥 밀러는 5년 전과 다르게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노릇을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알겠다는 듯 더욱 정제되고 풍부해진 앨범으로 돌아왔고,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고 했던가. 이별 후의 솔직한 심정과 스스로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메시지, 그 뒤를 든든히 하는 다채로운 사운드는 사람들의 발길을 돌렸다. 전작을 웃도는 호평, [STAY DANGEROUS]보다 나은 상업적 성과 등 나름대로 많은 게 따라오며 맥 밀러는 자존심을 지켜냈다. 다른 아티스트에게 치이며 눈치 볼 존재 정도가 아니라는 걸 증명한 셈이다. "커리어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앨범"이라는 평가는 단순히 그의 모습이 서글프기 때문에 던지는 말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별 후 다시 술과 마약에 손을 대며 삐뚤어질 줄 알았지만, 스스로 격려하며 실연의 슬픔을 이겨낸 맥 밀러를 향한 찬사에 가깝다. 그렇게 맥 밀러는 인간적으로 성장하고, 2013년에 터져버린 등을 방어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다. 생고생하던 우리의 맥 밀러는 이제 고래가 된 듯하다. 이별 후 울음보는 터졌을지 몰라도, 그의 등짝은 어느 때보다 탄탄하다.



CREDIT

Editor

snob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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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1 9.8 06:48

    자기 전만 해도 이 피쳐 읽으면서 맥밀러 앨범들 다시 떠올렸는데 자고 일어나니 너무 거짓말같은 일이 일어나 있네요. RIP 맥밀러 음악이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 9.8 07:55

    RIP

  • 9.8 15:25

    타이밍이정말 ㅠㅠ 이글때문에 오늘 더 슬퍼졌네요.. 저도 어제 이 글 읽고 맥밀러의 시작을 떠올리고 지난앨범들의 추억이 지나가면서 앨범감상중이었는데 안타까운소식이 ㅠㅠ

  • 9.11 22:43

    Swimming이 정말로 타이밍이 안좋아서 더 묻힌 감이 있는듯

  • 9.13 19:36

    RIP

  • 9.16 10:55

    Swimming ,Wwso 가 묻힌건 당연한 일이 었음

  • 9.16 10:57

    만약 제이콜 정도의 수준을 가지고 드래이크 정도의 수준을 가졌다면 칸예와 비벼볼 수 있었겠지만


    맥 밀러 수준으론..... 못 비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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