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89년생이고 한국 나이로 내년에 서른입니다.
지금은 미국 거주중이고 생일도 안 지나서 만나이로 27이라고 하고 다닐 수 있다보니 유난히 미국이 좋아지고있는 요즘입니다...
영원히 스물 아홉이고싶어요...
어쨌든 나이가 이렇다보니 (여기 저보다 형님인 분들도 많겠지만) 99년부터 힙합을 들어와서 저한테 '추억의 노래' 들은 제이지와 나스가 2001년경에 열렬하게 서로 디스하던 시절의 노래들이고 그래서 제가 찾아듣는 노래들이 본의아니게 '옛날 노래' 로 분류되는 편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한텐 아직 현역노래들로 들리는데.... 댓글 보면 이게 옛날노래래요...
그런데,
그 '옛날 노래'들 들으면서 댓글을 보면 자주 보이는 내용이 이런거더라구요.
(힙합, 비힙합, 국내, 해외 모두 통틀어서)
- 이게 진짜 음악인데 이거 별로라는 애들은 대체 뭐냐?
- 와 A가 나오던 이 때가 진짜 음악이었지... 요즘 나오는 B, C 같은 사람들은 쓰레기야
- 요즘 애들은 이 때 음악 모르지
- 요즘 음악은 쓰레기야
왠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찝찝하고 거슬리는 말들이었는데
제가 느끼는 찝찝함의 원인을 스스로 규명해볼 겸 하여 오늘 약간 여유로운 김에 각잡고 저 댓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제 생각 정리용 글입니다)
- 이게 진짜 음악인데 이거 별로라는 애들은 대체 뭐냐?
=> 전 이게 댓글에 어떤 사람이 '이게 무슨 클래식이야 ㅋㅋ 구리네 ㅋㅋ' 같은 말을 했기 때문에 시작된 말인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과거 댓글들을 타고올라가면 그런 악플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경우가 많더라구요.
- 와 A가 나오던 이 때가 진짜 음악이었지... 요즘 나오는 B, C 같은 사람들은 쓰레기야
=> 전 이런 말 나오는게 누군가가 '요즘 나오는 B나 C가 내 귀에는 A보다 좋게 들리는데?' 같은 이상한 말을 했기 때문이려니 생각했는데 댓글 타고 가보니 맥락 없이 가져오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 저는 요즘 애들에게 래전드로 불리우는 A들이 루키이던 시절의 평판들을 많이 기억하고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사실 A들이 나올 때도 '진짜 음악은 Z지 ㅋㅋㅋㅋ A같은애들 좋아하는 사람들은 음악 잘 모르는거야' 같은 소리 들었었어요. 쓰레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 열심히 허슬하는 훌륭한 뮤지션들이에요. 다만 오래 살아남으면 시간적 거리감 때문에 아우라가 더해지는 것일뿐. 언젠가는 '와 B가 진짜 음악이지.... 요즘 나오는 D, F같은 애들은 쓰레기 아니야?' 소리 나오겠죠...
- 요즘 애들은 이 때 음악 모르지
=> 저랑 동년배들이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잘 살펴보면 고등학생들이 초/중등생을 '요즘 애들' 로 지칭하는 케이스가 많더라구요.
=> 나이가 아주 많든 아주 적든 안해야하는 말 중 하나인것같습니다.
즉 뭐랄까....
자기가 음악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싶은 자기고양적 목적에서, 존재하지 않는 '철부지 음알못의 망언'을 상상하면서 쉐도우 복싱을 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것 같아보여서 그리 건강하지 않아보였습니다.
왜 굳이 누군가를 칭찬하는데 있어서 다른 누군가에 대한 평가절하가 수반되어야하는지 의문입니다.
문화는 계속 변하는거고, 현재의 래전드는 과거의 루키였으며 현재의 루키들은 미래의 래전드입니다.
과거 클래식들에 대한 존중이 필수인 만큼, 현재 루키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을 과거의 눈으로 바라보는건 안좋을것같습니다.
문화의 흐름에서 탈락해서 과거의 것만 즐길 수 있어져버린 상태에 고착된 자신을 '내가 눈이 높아져서 요즘 애들 음악을 즐기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라고 합리화하는 꼰대들이 모두 없어지길...
*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투팍, 비기, 빅엘의 명곡들에 달린 댓글을 보면 17~18살밖에 안 된 흑인꼬마들이 저러고 있는 경우가 엄청 많으니까요.
심지어 지난주에 브루클린 칼리지쪽에 내려갔다가 시간이 떠서 버거킹에 들어갔는데 거기 있던 고등학생들이 저 주제로 말싸움 하고있더라구요.
물론 LE 유져는 대부분 힙합을 사랑하시는 분들이고 특히 신선하고 새로운 루키에 열광하는 힙합문화 안에 있는 유연하고 열려있는 분들이니 저런 꼰대들은 없을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힙합이 나날이 발전하고있고 너무 너무 잘 하는 신인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쏟아져나오고있어서 그 어느때보다도 힙합 듣기 즐겁고 뿌듯한 요즘입니다.
Always awake합시다. Say young~~~~~~
"자신이 황금기를 제대로 만끽한 애호가라도 되는 듯이"
- VJ 언어장벽 중
누구나 감수성이 조금더 예민한 시절이있는거같아요.
그 시절의 시대감성에 부합하는 어떤 노래를 듣게 된다면
여운이 상당히 오래가는거 같더라구요..
말디니는 정말 전설의 수비수였다.
저도 옛날(?) 노래를 더 많이 듣는것 보면 확실히 그런것같긴 해요.
(다만 자신에게 옛날 노래가 더 좋게 들리게 만드는 개인적 사연을, 자신에게 덜 좋게 들리는 '요즘'노래들의 퀄리티가 낮다고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끌어오는 오류는 경계해할 것 같아서 글이 길어졌어요.)
호나우두(호돈)앞에 메시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 너보다 축구를 오래봤고 훨씬 지식의 깊이가 있다)
제이지가 They say "They never really miss you 'til you dead or you gone"이라고도 하고 If you can't respect that, your whole perspective is wack, maybe you'll love me when I fade to black이라고도 한 것 보면 리스너의 심리중에는 자신이 뭔가를 좋다고 말해도 안전(?) 하다고 느껴질것을 골라서 좋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 좋아해도 된다는 승인을 내려주는 요소들 중 '오래된 것' '죽은 사람의 것' '마이너한 것' 등등 심리적 거리감을 형성하는 팩터들이 있나봅니다. 그래서 열광해도 안 욕먹을 것들을 찾아서 취향의 지도를 꾸며내려는 리스너들이 생기는게 아닌가...
그리고 그게 소위 말하는 '디깅부심'의 근간이 되는것같아요.
사람들은 대게 자신이 10대 20대 였을 때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라 항상 옛날 전성기 때 음악을 미화하기 마련이죠
근거없는 비난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저 중에 어느 정도는 근거가 분명히 있으니까 그런 의견을 내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판이라는 건 항상 어떤 건강한 문화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이니깐요
전 개인적으로 힙합이 양산형 음악으로 전락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지적허영심인 경우가 많죠.
swag
00년대 언더그라운드 힙합 앨범 올라온 유튜브 댓글에서
어떻게 신박한 비유로 드레이크랑 멈블링 랩퍼들을 까는지.보는것도 나름 꿀잼
국내 90년대 포크나 발라드 노래 댓글 보면
'저는 중학생인데 친구들이 듣는 아이돌 노래보다 이게 더 좋네요'
하면서 굉장히 취향을 인정받고 싶어하는데, 중고딩때야 그렇다쳐도 성인들조차 자기 취향을 검사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게 이해가 안가네요
클래식이 클래식인 이유는 불변의 가치로 세월의 흐름과 무관하게 찬연히 빛나기 때문인데 오히려 자신이 아끼는 클래식을 깎아내리는 짓이라 생각되네요. 더하여 나만이 그같은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굉장히 오만한 태도죠.
다만 시대별로 흥망이 있는것도 사실이라 그 시대에 대한 애수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간직할 수 있는 감정이라 봅니다.
요새잘나가는 ㅇㅇ같은거밖에모르지? 이런게 진짜라구~~ 이런걸 못느끼는 너넨 뭣도모르는거야!!!
가장 보편적인 취향을 벗어나 딱 자기 취향을 찾아갈쯔음에, 나는 다른사람들과 다른 취향을 가지고 특별해! 라고 생각할 쯔음의 중고등학생이 저런얘기들 많이하는거같아요(뜬금없이 아이돌 까는 부류)
혹은 반대로 어린시절 얕게나마 접해봤던 지식으로 한참 지난뒤에와서 그때알던지식이 전부인냥 떠드는 친구들ㅋㅋ(쇼미 매시즌마다 좀 짬있는래퍼나오면 저분이 예전에 진짜 레전드였지, ㅇㅇ따위가 평가를 하다니!!! 하고 열내는 부류들)
https://youtu.be/fqelb0QMA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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