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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보이- 기계적인 앨범을 소설로 읽어보자! (전편)

title: Eminem (MTBMB)우주b행2017.03.26 18:50조회 수 1390추천수 6댓글 12

아침.

집 한 구석의 소파.


일어나자마자 만지는 인스타그램.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쓰다 만 가사들은 뒷전.


최근 올렸던 사진에 달린 악플이 있었다.

그냥 시시한 일상 사진이었는데,

그것마저 부러워 할 놈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탐욕이 없어진지 오래.

이미 이골이 난 탓일지도.


조금은, 삭막한 일상에 색을 입히기 위해 

TV를 켰지만, 볼 프로는 딱히 없었다.

심드렁해져서, 그대로 TV를 끄고

뭘 해야 할 지를 떠올려보았다.


문득, 흐릿해져버린 눈 앞.


고개를 흔들고, 폰의 불빛을 잡았다.

어제 잘 들어갔냐고 

동현이에게 문자를 보내기 위해

통화목록을 열었다.



맙소사.


동현이랑 주고 받은 기록 위에

전 여친의 번호가 떡하니...


스산한 바람이

온몸의 털 한올까지 난도질했다.


애꿎은 머리만 마구 헤집어봤지만,

어제 내 머리가 마지막으로 간직한 풍경은

분명 술자리인데..


술에 취해 또 무슨 일을 저지른 것 같다.


'또 뭔 짓을 한 거야....'



숙취로 뒤엉킨 것은 속만이 아니였다는 듯,

약간의 발작이, 손 끝을 타고 오른다.



요새 너무 많은 일에 취했던 것 같다.


비닐봉지를 들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내 뒷담화를 즐기던 녀석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뭔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됐냐며 비웃었겠지.


창문을 열고,

따뜻하게, 환기를 시킨다.

집 안도, 머리도.


흐려졌던 눈 앞에, 한 줄기 빛이 또렷이 모습을 비췄다.



고개를 돌려, 전여친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냥 헛소리를 해댔다는 내용의 답신.

술 좀 작작 마시라는 잔소리는 덤.

식은 땀을 훔치며, 웃음을 피웠다.


그날 밤, 지옥문을 두들기는 악몽을 꾸었다.


이 개같은 꿈 덕분에, 얼굴이 부은 채로 누워서 생각 중.

편안한 일상을 위한 액땜이라 치부했지만, 짜증나는 군.


그래도 참을 수 있다.며

스스로를 되감기 하는 내가, 비참했다.


밖이나 정처없이 돌면서 시계를 돌렸지만,

밤은 보일락 말락 간이나 보고 있었다.

문득 누구라도 보고 싶어 단체 연락을 때렸더니,

서동현이 방금 마시기 시작했다며 일로 오란다.


보내준 주소로 가보니, 녀석이 혼자서 날 반겼다.

어디서 기분을 잡쳐서 혼자서 마시던 모양.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술부터 한 모금.

밖은 드디어 밤이 내려앉았다.


슬그머니 술기운이 오르자,

녀석은 자기 위안을 하고 있었다.

그제, 내가 했던 방식처럼.


"넌 괜찮은 녀석이야. 

거울 보면서 계속 한숨만 쉬지 말고. 웃자고.

니 감각을 믿고, 좀 과감해져도 돼, 임마...."


그저께 내 행동은 기억하고 있기에, 적당히 받아주고, 화제를 돌렸다.


"알았어, 알았어. 당당해질게. 에휴.

너 취한 거 알지? 이런 얘기는 여기까지 하자.

너땜에 또 술깼잖아. 이럼 또 사고 칠 것 같단 말야.

맞다, 요새 시그널 좀 재미없지 않냐?"...


얘기는 그저께와 별 다를 게 없었고

기분도 그저께와 별 다를 게 없어서

잠시 재미있었다.


그게 문제였다.


술기운이 오르자, 그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에 지쳤다는 듯,

불현듯 전 여친이 보고 싶어졌다.

홧김에 택시를 불러, 전 여친의 주소를 찾아갔다. 씨발.


막상 도달하면 아무 것도 못 할 줄 알았건만,

술에 취한 나는 초인종을 손가락이 시뻘개질 정도로 눌러댔고,

놀란 그녀가 문을 열자마자, 다짜고짜 그녀 품에 안겼다.

그녀도 취기가 조금 오른 모양이었다.


그녀의 옷을 벗겼고, 그녀는 문을 열었다.

그날 밤은, 그녀와 나의 소리로 그 방을 가득 채웠다.


아침에 눈을 뜨니, 내 옆에 그녀가 속옷만 걸친 채 자고 있었다.


옷을 챙겨 입고, 곤히 잠든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의 문자를 남긴 뒤

집을 나서기 위해 조용히 신발장으로.

그녀의 신발을 내걸로 착각하고 신었다가,

사이즈가 맞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뭐지.


일순간 찾아 온 머릿속의 정전.

내 신발로 갈아신고 집으로 오는데도, 택시 좌석의 감촉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 날 아직 생각하고 있나.


분명 말도 안되는 생각.

그런데도 내 입은, 조커가 된 것 마냥 귀에 걸릴랑 말랑.

괜히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며 나를 핀잔해도,

입은 내려올 생각이 없다며 계속 날 웃게 만들었다.


그 때, 전 여친의 문자가 왔다.


'괜찮아.실수잖아.'


택시를 돌려,

다시 초인종을 두들겨 그녀를 만났다.

그녀와, 다시, 만났다.


그녀의 화장품 냄새에 그녀가 가려졌다는 생각이 들어,

얼떨결에, 그녀에게 화장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버렸다.

그녀는, 거짓말 하지 말라며 화를 냈다.

진심이라고 말을 붙이고, 네 당당한 모습이 좋다고 말을 꺼냈다.


집에서 만화책이나 같이 보자는 얘기를 꺼내며,

같이 걸으며 하루를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왔다.


눈부신, 아침이 찾아왔다.






요새 엘이가 칠린사건으로 정신이 없네요.

이 글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환기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사무엘 전편하고 같이 읽으시면 좋습니다.아마도요.ㅎㅎ

이전의 글들은, 아티스트들의 가사를 많이 넣어야 될 듯 해서

편작을 조금 자제했습니다만,

이번 글을 기점으로 그런 딱딱한 방식을 벗어났으면 좋겠네요.

많이들 즐겨주세요!

 

다음 편은 서사무엘 후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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