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팀 미니앨범 <Ames Room> - 그땐 그땐 그땐
예술은 물론 상호주관성?이 성립하는 가치(흔히 예술성이라 부르는 저같은 예술X문가들이 즐겨쓰는 이상한 개념)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롤랑 바르트는 사진의 예술에 대해 설명하면서 '스투디움'이라는 작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예술성'도 있지만, '푼크툼'이라고 그 사진을 보면서 그사람만이 느끼는 혼자만의 가치 역시 존재한다고 했죠. 정확히는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뜨끔'하는 느낌, 응어리 에린 느낌, 작은 흠같은 정서를 의미합니다.
음악이 사진은 아닙니다만, 저에겐 이노래가 바로 그런 느낌이 납니다. 2011년에 슈프림팀이 냈던 <Ames Room>에 있던 노래입니다. 흔히 말하는 힙합과는 거리가 멀고, 어떻게 보면 돈 버는 발라드랩이죠. 그러나 퀄리티가 그렇게 안좋은 노래는 아닙니다. 2011년대에 쉽게 일반적인 청자들의 구미를 댕길 수 있는데다가 랩 실력은 어디 녹슬지 않고 멜로디 역시 지구인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실연당한 사람이 들으면 쉽게 감상에 빠질 수 있는 가사에 멜로디에... 흔한 좋은 노래죠.
그런 흔해빠진 요소가 오히려 제가 이 노래를 좋아하게 만듭니다. 2011년 멜로디와 2017년 멜로디가 이렇게 거리가 멀었나 느껴지는 것도, 2000년대 감성은 알았는데 벌써 2010년대 감성도 생겼나 하는 것도, 새삼 힙합 모를때 생각이 나서 나 이노래 되게 즐겁게 들었었던 것도, 진짜 엄청 오래 잊고 있다가 현재의 이센스를 알고 뒤늦게 이노래가 슈프림팀 노래를 알았던 것도, 이센스가 에넥 만들기 2년전만 해도 아메바에서 돈벌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고, 특히 이센스의 신념이 만약 이때도 변하지 않았었다면, 염세주의와 자기혐오에 차있었던 그가 이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를 넘어서 역겨움의 미? 같은 것도 느껴지고....
뭔가 저에겐 이게 돌아오지 않는 흘러간 시간의 상징 같은게 되어서 이센스 출소 후에 이 노래가 이센스 노래였다는 것을 알게된 뒤 뒤 에넥으로 처음 알게 된 리ㅡ얼래퍼 이센스의 이미지에 덧붙여저서 굉장히 중대한 아이러니의 상징과 지나간 시간의 상징으로 이노래가 느껴져서 옛날에 내가 찍었던 사진같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묘하네요.
공연 버전은 더 가관입니다. 초반에서 전 가야금 퉁기는 듯한 아픈 인트로를 매만지는 너무나도 어색한 쌈디와 이센스의 공간감이 느껴지는 투샷에 텅 빈 부처핸섬에 손짓에 추임새를 느낍니다. 그 뒤에 미친듯이 이어지는 나름 속사포랩과 그에 어울리게 고통있는 열정이 느껴지는 사랑에 관한 가사의 (부)조화, 훅에 붙는 레게톤 목소리에 붙는 슈프림팀의 더블링, 그리고 명불허전 이센스의 랩과 중간중간 느껴지는 묘한 표정과, 이센스라서 그런지 억지 반 설마 반으로 예술적으로 들리는 상처에 관한 가사 하나하나 다 뒤늦게 이 곡을 찾아듣고 있는 저에게 시련을 주네요.
이센스는 예전에 이런 노래를 부르고 아메바컬쳐 밑에서 슈프림팀 명의로 노래도 하고 같잖은 연출이 보이는 예능도 하던 이 시절을 어떻게 생각할까 새삼 궁금해집니다. 이센스 행보를 생각해 단견으로는 극혐할 거라고 느껴지긴 하지만, 이센스 역시 이 시절에 대해서 모종의 꼬인 정서를 느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만약에 센스형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뭘 느낄까요?
요즘 존나 특이한 감수성에 젖는 날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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