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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지-eat을 소설로 읽어보자!

title: Eminem (MTBMB)우주b행2016.11.01 19:06조회 수 1420추천수 15댓글 19

*경고! 이 앨범은 집에서 따라하지 않을 것을 권장합니다!




밤. 옷을 대충 갖춰입고 화장실을 나온다. 머리가 머금은 물방울들은 수건으로 툭툭 털어낸다. 

홈 보이들이 날뛰는 거실을 지나 꽤 적적한 내 방에 들어왔다. 잠긴 방문과 감긴 눈. 손에 쥐었던 수건은 문턱 아래로 팽개친지 오래. 이제, 서브우퍼 베이스가 내 귓가에 추근덕거릴 차례였다.


2006년, 시카고는 내게 그런 모습이었다.


2007년 대학교에 들어선 후, 물담배와 보드카에 몸을 절여댔다. 목소리가 빡빡해진 것도 이때의 영향이다. 좀더 자라면서 겪은 조울증. 세상을 욕하던 새끼였었던 나를 오랜만에 발견했다.


"씨발, 대체 몇 년전 얘기지."

소리의 자극에 퍼뜩 환상에서 깬다. 자신의 추억을 꺼내놓고 그것을 몇 번을 곱씹는 친구와의 술자리였다. 역시 개같은 기분이다. 곱게 마시기나 할 것이지, 이 새끼는 꼭 푹 고아둔 상처를 하필 여기서 풀더라고. 폰을 꺼내서 녀석 몰래 '다시 보기 싫은 새끼'로 이름을 바꿔 저장한다.

그때 친구가 내 노래를 부르며 뻗어버렸다. 택시를 태워 보내며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친구의 방파제가 아닌, 친구의 새로운 신이 된 듯하다.


술집을 찾는다. 남친있는 여자가 말아준 폭탄주를 들이킨다.

몇잔을 같이 연거푸 마신 후 거리로 나온다. 가로등의 불빛이 눈을 따갑게 한다. 서울의 밤은 밝고 차갑다. 택시를 탄 후, 한남대교를 건너며, 언제나 그랬듯이 서울을 외친다. 택시 아저씨는 묵묵히 가고 있었다.

 

택시에서 일찍 내린 후, 집 근처의 거리에서 바람을 쐰다. 내가 취해서인지 세상이 조금씩 비틀려 보인다. 내 다리가 자꾸 절뚝대고 있었다. 이런 망할. 그런데 바람이 내 뺨을 스치자 기분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귀에 이어폰을 낀다. 블루스를 틀어 그루브를 타며 휘청휘청거리다, 집에 가까워지자 힙합곡을 들었다.


이어폰을 한 쪽만 꽂고 가다, 어떤 여자를 마주한다. 어떤 남자와 통화를 하는 듯이 보였다.

여자는,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통화가 끊어진 후, 여자는 무표정으로 다른 남자에게 전화를 걸고, 또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어장관리하네.'


옛날에 만났던 나쁜 년이 잠시 생각났다. 못된 것이 아닌 다 큰 것이라고 말하던.


그 여자와의 관계에 가득했던 페티쉬. 사랑이 아닌 증오로 날 올려다봤던 그녀의 눈빛.

일을 끝내면 찾아왔던 허탈함과 익숙해지는 욕망의 밑바닥에 대한 혐오 등.

생각이 깊어지던 찰나에 집을 지나친 것을 깨닫는다.


집으로 방향을 돌릴까 했으나, 발은 나를 도시로 다시 이끌었다. 

죽은 정신머리는, 내가 발을 따르도록 내버려두었다.

낭만을 외치던 입에는 가쁜 숨이 채워진다. 아직 스물 다섯밖에는 되지 않았으나, 이 도시의 역겨운 악습은 자꾸 코를 막게 했다.


요새는 코를 막을 힘도 떨어져, 차라리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늘도 꽤나, 물들었다. 제기랄.


그때, 핸드폰의 베터리가 15%밖에 남지 않았음을 본다.

조금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온다.


대충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으니 새벽 5시가 다 되어 갔다.

침대에 눕자, 뿌옇게 일렁거리는 일광이 창틀에 내려앉았다. 몸을 돌려, 간신히 잠을 청한다.

 

꿈을 꾼다.

차가 다니지 않는 해안 도로다.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목소리들을 털어내며 길을 걷는다.

하늘을 본다. 잿빛이었다. 그러고 보니 꿈에서라도 하늘을 본 것이 언제적이었는지.
심장의 맥박이 강렬하게 뛰고 있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도시의 상가였다. 역시 나 혼자.

어떤 불꺼진 편의점을 노려보다, 그 거울 위로 입김을 불어 액자를 그린다.

그 앞에 서서 영정 사진을 찍는다.

시답잖은 짓을 그만두고, 주머니를 뒤지니, 돗대가 남아있었다. 불을 붙이고, 길을 계속 걸었다.

 

한 친구의 모습이 내 꿈속으로 침입한다. 여렸던, 그러나 지금은 독해진 친구였다.

제기랄. 그 친구에게서 마음을 닫았다,는 말의 의미를  내 몸에 새긴다.


하늘에 꿈을 잠재우고 일어나니 오후 2시가 되어있었다.

나도 모르게 흘렀던 눈물을 닦고 나갈 채비를 한다.


거리에 나서니 머리가 아찔했다. 편의점에 들러서 담배 한 대를 태운다.

머릿속에 주렁주렁 자라나는 걱정도,뿌리부터 태운다.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차 끌고 나와, 놀자. 도착하기 전에 먹을 거 사오는 거 잊지 말고."


도착한 친구의 차를 타고, 간만에 달린다.

애들하고 웃고 먹고 놀고 하다보니 어느새 노을이 졌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운전하는 친구에게 바하마에서 보잔 말을, 툭 꺼냈다.친구는 웃었다.


"그래, 언젠간 가자. 킥킥."


대답을 뒤로 한 체, 머릿속에 그 막연한 낙원을 그려본다.


내 집에 나를 내려주고 가려는 친구에게, 잘 지내라는 말을 건낸다.

내 노래 좀 자주 틀어달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친구는 알았다며, 악수를 건낸다.

차에 탄 그는, 내 노래를 틀며 집으로 갔다. 고맙다, 새꺄.


집으로 들어서며, 우리의 이름을 나지막히 발음한다. Bobby James Bond.




드디어 끝났네요.

화지 덕분에 재밌는 경험을 했습니다.
다음 소설은 수능 끝나고 시작할 생각입니다.

다음 소설로 만나고 싶은 앨범을 댓글로 써주세요. 그럼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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