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살아오면서 경찰차 타보신 분 LE에 많으시려나요.
그젠가 뉴스를 봤는데 경찰에 체포되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가진 미국의 102세 할머니를 위해 지역 경찰이 할머니를 체포하는 이벤트를 열어주었다고 하더라고요.
경찰차에 타고 연행되는 것이 소원이라던 할머니도, 이를 위해 선뜻 나서든 경찰분들도 모두 귀엽게 느껴진 뉴스였습니다...ㅎㅎ
사실 저도 경찰차에 오른 경험이 있긴 있습니다. 그것도 외국에서만 세 번 겪었더랬죠.
한 번은 이란의 라쉬트라는 어촌 마을에 갔다가 현지인 대학생을 만나 주변 안내도 받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갑자기 다가온 두 명의 경찰에 의해 그 대학생과 함께 끌려간 것이었죠.
그리고 그대로 서장실행~
이야~ 경찰차 첫 경험에 단박에 서장실이라니, 출세했네~♪ 라며 들떠있을 때냐!!
실은 서장이 제 여권을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줬더니 컴퓨터로 신원조회를 하는 바람에 진짜 당황했더랬어요.
혹여 이대로 추방이라도 당할까봐 다급한 마음에 '내 여권과 비자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에르주름의 당신네 영사관에서 정식으로 발급받은 것이니 만약 문제가 있다면 당신네 영사관 탓이다'며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 뱉었더니 서장이 걱정말라며 바로 돌려주었고 대학생과 몇 마디 나눈 후 저희를 무죄방면? 해주었더랬습니다.
서를 나오면서(왜 경찰들은 엉뚱한 사람을 잡아갔으면 연행해간 장소에 고이 돌려놓질 않고 알아서 가라고 내쫓는 것일까요) 어리둥절한 기분에 우리가 왜 잡힌 거냐고 물으니 자기가 터키계라 그렇다고 알려주더라고요. 즉, 시아파 무슬림 국가인 이란에서 그 친구는 수니파 무슬림인 터라 이런 식의 박해를 겪는단 얘기였지요.
두 번째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 국제공항에서였는데요.
제가 타야할 홍콩행 비행기의 출발시각이 오전 7시라 평소와 같은 감각으로 '국제선 탑승시엔 출발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 안전하다. 고로 오전 4시까진 공항에 가야 한다는 건데 그 이른 시각에 택시를 잡아타고 혼자 가긴 위험할 테니 전날 공항에 가서 하룻밤 지새는 걸로 하자'고 생각하고 공항에 간 저는 밤이 깊어지자 공항을 폐쇄해야 하니 나가란 얘길 들었더랬습니다.
다시 택시 잡아타고 시내로 돌아가 숙소 찾을 생각에 한숨을 푸욱 내쉬었더니 제게 그같은 말을 전한 경찰이 차에 태운 다음 인근의 저렴한 호텔로 데려다 줘서 다행히 부담을 덜 수 있었는데요, 대체 왜 공항을 폐쇄하는 거냐고 묻자 공항 주변의 마오이스트(모택동주의자)들이 밤에 습격하는 사례가 잦기 때문, 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시가 2006년도였는데 제가 도착하기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왕당파에 저항한 마오이스트들이 도심까지 점거해 야간통행 금지까지 있을 정도로 치안이 불안정했었거든요(지금은 공화제지만 당시에는 아직 네팔 왕국이었습니다).
세 번째 경찰차 탑승은 5년 전 미국 시카고 여행중 제가 민간인 제한 구역에 출입했단 이유로 이루어졌네요...ㅡㅡ
전 그냥 숙소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과학산업박물관에 걸어서 가보려 했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철로 근처를 걷고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철로를 따라 걸었던 것은 아니고 그 안으로 들어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옆으로 다가온 경찰차에서 멈추라고 하더니 여기는 군사시설로 출입이 제한되는 곳인데 몰랐냐더라고요. 그러면서 다른 곳에 내려다 줄테니 타란 얘기에 얼결에 경찰차에 탑승했는데 경찰이 자기가 경찰로 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너같은 사람은 처음 본다, 여기 다 통제 구역인데 대체 어떻게 들어왔느냐고 물었습니다. 헌데 바로 그 순간, 뙇-, 하고 눈앞에 보이던 어느 서양인 커플.
뭐야, 나 말고도 더 있잖아-, 란 생각에 억울함을 담아 경찰을 바라보자 경찰도 멋적은지 웃으며 10년 동안 한 번도 겪지 못한 일을 오늘 두 번씩이나 겪는다면서 그 커플도 차에 태웠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우리 범법자 세 명을 내려다 준 것은 처음 출발한 숙소보다도 박물관까지 훠~~~얼씬 먼 시카고 중앙역...
차비 좀 아껴보려다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제대로 피본 하루였습니다...ㅠ
제가 딱히 모범시민인 것은 아닙니다만 한국에선 한 번도 경찰과 얽힐 일이 없었는데 외국에선 이런저런 사건 사고로 엮이는 일이 참 많더라고요. 러시아에서 소매치기 당한 후 폴리스 리포트 발급받으러 갔다가 뇌물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20달러 준 일도 있고, 기관총 든 파키스탄 경찰을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찬 끝에 조서 작성한 일도 있고(저 말고 경찰이 피의자 신분이었습니다), 역시 파키스탄에서 테러범으로 몰렸던 일도 있었고요(제가 오해살 짓을 했습니다).
경찰과 얽혀 좋았던 적도 나빴던 적도 있었습니다만 다음에 또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그땐 제발 좀 경찰과 얽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왜 내가 이 나라에서 40만원짜리 카메라 소매치기 당하고 취조실에서 조서 작성하고 뇌물까지 내야 했던 건지 지금 생각해도 혈압이...ㅠㅠ
와-, 그래도 주운 지갑을 맡기시다니 선량하신 김러비님!
...그래도 다른 나라에선....심하게 털리고 다녔습니다....ㅠㅠㅠ
전 그 말에 깜짝 놀라 그 후론 가방에 주의를 기울였습니다만 그 바람에 장갑 한쌍을 길바닥에 흘리고 말았더랬지요. ...두 개 모두 지키는 일은 제겐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ㅠㅠ
하, 중국에서 버스 소매치기 당했었는데 그 도둑놈 손모가지를 부러뜨리고 싶습니다.
그밖에 터키가 수면제 넣은 차나 맥주를 먹인 뒤 잠이 든 여행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일로 악명높고요.
제가 평소에도 부주의한 성격에 종종 물건을 흘리거나 도난당하곤 하는 터라 친구들이 네 뒤만 따라다니면 금세 부자되겠단 말을 하곤 했더랬습니다. 어라?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같은 일을 당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선 단 한 번도 경찰서에 도난 신고한 사례가 없었네요???
지갑은 정말 여러 차례 분실했는데(도난도 있고 분실도 많습니다) 신분증 한 장 돌아온 일이 없네요...ㅠㅠ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된다던데.. 그래서인지 전 한국에선 뭘 도난당해도 일찌감치 포기하고 신고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질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일단 저도 커피숍 같은데서 가방 두고 주문하러 가거나 하는 것을 보면 그런 면에선 치안이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한 여행자 분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한국인들은 다른 한국인들과 같이 있을 때 자기 짐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을 상대방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품을 도난당해 상대방을 의심하는 것보단 자기 짐은 자신이 잘 지키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배려일 수 있다-,
라고요.
들었을 당시엔 그저 수긍가는 얘기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훗날 한국인을 믿었다가 숙소 도난으로 거하게 여정 망쳤던 인간이라(외장하드에 있던 7년치의 작업물-직업과 관련된-을 날렸습니다) 지금은 그 말이 천금처럼 여겨집니다.
사실 잘 대처한 것이 아니었어요. 일본 도쿄 민박집에서 엄청 심한 숙소 도난을 당했었는데 그때 짐과 함께 영혼마저 탈탈 털리는 바람에 제대로 폴리스 리포트도 작성하지 못하고 돌아왔거든요. 중국에서 버스 소매치기로 45만원이 든 지갑을 도난당했을 땐 그날이 하필 제 생일이었던 터라 또 영혼이 털려 폴리스 리포트는 떠올리지도 못했었고요. 뭐, 사실 이때는 일행도 있어서 일행과의 일정 때문에 못 간 것도 있었지만요.
아무튼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크흑
잃어버린 후 옆에 있는 사람 의심하느니 서로 불편해도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는게 나은건데 당시엔 그걸 몰랐어요.
그야 도둑질한 놈이 제일 나쁘지만 저도 충분히 조솜해야할 상황이었습니다. 헌데 제가 민박집 주인분께 여기 청소하시는 분 짐 좀 봐도 되냐 말씀드렸더니 그분 교회 성실히 다니시는 분이라 절대 그런 일 할 사람이 아니다고 하더군요. 간만에 교인에 대한 살기가 솟구친 날이었습니다.
아무튼 산다는 것 자체가 자기 하나 조심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라지만 멜리사님도 나중에 여행지에서 불쾌한 경험 겪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이란에서의 첫 경찰차 경험이 나름 재미있고 설레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안 좋았던 경험이 훨씬 많았던 터라 두 번 다신 얽히고 싶지 않습니다...ㅠㅠㅠ
잘은 모르지만 아마 흥미로운 체험이 아니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많이 어리셨는데 좀 떨리시지 않으았나요?
이런거보면 한국 경찰이 친절한편이긴 한가봐요
주로 육로로 여행하고 다닌 터라(남는 것은 시간, 없는 것은 돈이었거든요;;) 여러 나라를 돌긴 했습니다만 단순 찍고 턴 식의 관광이 아닌 여행했다 싶은 나라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 나라에선 경찰이 조금만 잘못해도 인터넷에 고발하는 일이 많아 좀 억울한 일도 많을 것 같아요.
다른썰도 있음 풀어주세요 ㅋㅋ
돈도 없는 주제에 바지런히 돌아다니긴 했네요.
너무 길어 지루하지 않는 선에서 가끔 제가 겪은 여행지 사건 사고들을 올려보도록 할게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