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사 잘 쓰는 래퍼들이 많아졌지만, 가사를 잘 만들고 말로도 맛있게 만드는 둘 다 되는 래퍼를 고르라면 화지를 고릅니다. 게다가 왜 한국말 랩을 구현하는지에, 명확한 목표의식이 있어서 좋아하는데. (자세한 건 화지 인터뷰들을 찾아봥)
화지의 한 그루만 태울게 듣고있는데 또 생각이 났어.
화지랑 이센스랑 하나 했으면~
한국말 랩 95% 구사하면서도, 개성과 정교함 청각적 쾌감까지 3가지를 다 만족시키던 래퍼를 꼽으라면 이센스인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서사나 감정을 말하는 건지 잘 쓰면서도. 전달력 내용 기교의 측면에서도 굉장히 높은 사람들, 하지만 쓸데없는 영어식 표현에 의존하는 가사를 쓰지 않고, 이해하기 어려운 꼬아놓은 단어놀이로 꼬지 않고도, 쉽지않은 주제를 풀어내는. 탁월한 래퍼들. 둘이 노랠 같이하면... 너무 쩔 것 같음
화지의 '한 그루만 태울게'
노래 틀어놓고 한글(가사)도 읽어보라구
같이 따라부르며 발음도 해보면 더 좋고.
차에서 틀거나 방에서 틀면, 내 걱정과 조바심이 숙 가라앉으면서 차분해지는 걸 느낌.
대충 쓴 단어, 흐름과 어긋나지만 라이밍때문에 집어넣었구나 싶은 단어 없고
여기선 영어단어로 흘러갔구나 하는 부분도 없어 근데? 퀄리티 좆쩔어.
말이 길어졌네요. 가사도 복붙해놓을테니 입으로 발음하며 맛을 느껴보자규
화지 - 한그루만 태울게.
[Verse 1]
내가 날 아는데 이래 고민하다 보면 끝도 없어 벼랑 끝 다이빙
내가 날 다스리는 법은 기침 몇 번 하고 툭 털어 그냥 그 타이밍
나를 돌게 하는 건
딴 게 아냐. 그냥 나에 대한 만족이란 거
근데 완벽이란 건
손 뻗으면 닿을 듯
더 다가서면 없어져 잡아보란 듯이
워, 한 걸음 반 박자 쉬고
남들보다 늦게 걸어. 넣어둬 네 위로
정신과 선생님이 나처럼
이렇게 피하면 안 된다던데... 닥쳐 좀
내 걱정이 뿌리를 내리고 잔가지를 다 뻗어 가기 전에 그냥 불을 확 싸지를래
코는 찡하고 두 눈은 매운데
그냥 나 오늘 한 그루만 태울게
[Hook]
티슈 필요 없어
넣어둬 네 이슈
나 오늘 한 그루만 태울게 (한 그루만 태워)
딱 한 그루만 태울게 (한 그루만 태워)
[Verse 2]
내가 날 아는데 이래 걱정하다 보면 곤두박질해. 나 그게 싫어
내가 날 다스리는 법은 내가 알아. 입 닥치고 나 그만 좀 밀어
서울시에 나 혼자만 슬로우-모
나의 페이스 대로 간다면서 매일 우겨도
정당화일 뿐이라며 날 비웃었던
스쳐간 너네는 원하는 거 다 이루었어?
한 걸음 반 박자 뒤에 걸으며
땅 보느라고 못 보던 노을녘
한 번씩 올려다보면서 웃는 거
그러다 보니 의외로 일이 잘 풀려 오히려
손 안 벌려. 내 뒷바라진 내가 해
내 읊조림이 업이고 행복이 그에 댓간데
그런대로 벌어먹고 살만해
느려도 당당하게 걸어. 나도 남잔데
[Outro]
초콜릿보다 단 거
평온할 뿐 더 이상 바닥은 안 쳐
함부로 날 내꼰져 놔둘래
나의 그늘, 나의 그림자를 내 안에 가둘래
화 : 생색을 좀 내자면 그래서 이게 어려운 작업인 거다. (웃음) 그 표현을 이렇게 가지고 왔을 때 이게 무슨 국뽕이 되면 안되지 않나 (웃음) 그 느낌 그대로 살아야 성공한 건데, 만약 그렇지 못했을 때는 샤프한 재미를 죽이게 되는 거거든. 우리나라 전통적인 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건 영어 표현의 날카로운 토씨까지의 구현이다. 예를 들면 센스형은 그런 방면으로 엄청나다. 말 그대로 완성된 한국식 표현들이고, 때문에 분명 우리나라 말인데 들어도 존나 멋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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