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6일
그동안 녹음한 전곡을 시디로 구워 들어보니
이건 노래녹음이 문제가 아니라 수록곡중 반이상을 갈아치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어쩔..
그동안 녹음한 전곡을 시디로 구워 들어보니
이건 노래녹음이 문제가 아니라 수록곡중 반이상을 갈아치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어쩔..
2008년 2월 28일
오늘은 녹음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내내 머리를 쥐어뜯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10시 반쯤 집으로 돌아왔다.
어서 이 앨범을 마무리 하고 새 앨범을 만들고 싶은데
마음이 초조하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혹시라도 부자가 되거나 행복해지기 전에
한곡이라도 더 만들어야 할텐데.
오늘은 녹음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내내 머리를 쥐어뜯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10시 반쯤 집으로 돌아왔다.
어서 이 앨범을 마무리 하고 새 앨범을 만들고 싶은데
마음이 초조하다.
더 나이 들기 전에,
혹시라도 부자가 되거나 행복해지기 전에
한곡이라도 더 만들어야 할텐데.
2008년 4월 26일
이번주 수요일부터 믹싱을 하고 있다.
노래녹음이 끝난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노래만
했기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능률도 안오르는것같아
일단 반 정도 믹싱을 먼저 하고 다시 노래를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일주일간의 믹싱기간동안 내 머리와 귀를
아주 첨예한 상황속에 놓아두는 대신
목은 자유와 휴식을 만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나는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편이지만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무슨일을 하든 쉽게 되지않고 악전고투를 하는편이다.
화를 자초한다고 할까.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모니터를 할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평소에 가장 많이
듣는 환경에서의 판단을 믿는 것인데 나에겐 그것이 차다.
음악을 듣거나 작업을 하는 대부분의 행위가 차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게 그 공간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믹싱을 앞두고 차를 바꿨다.
차가 바꼈으니 오디오가 바꼈을테고 그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하면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믹싱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홈 경기를 모두 포기하고 원정경기만으로 시즌을
치룬다고 생각해 보라. 그게 얼마나 미친짓이겠는가.
하지만 또, 땅을 치면서도 후회는 잘 안한다.
왜냐하면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했을것이기 때문이다.
얼마전부터 목(성대말고 디스크)의 통증이 재발하려고 했고,
지난 콘서트때부터 건강문제로 발목이 잡혀온 나로선
시트가 맞지 않아 앉으면 몸의 긴장을 유발하는 녀석을
더이상 탈 수가 없었다.
자, 아무튼 지금은 애석해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가급적 빨리 전의 것에 길들여진 귀를 깨끗이 씻어내고
지금의 환경에서 판단의 근거들을 마련해야 한다.
녹음이란 끝없는 판단의 연속.
수없이 불안해하고 줄기차게 의문을 던지는 끝에야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다.
'내 마음이 찡그리지 않을때까지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기로 했던것.'
실수는 반복되기 때문에 매순간 되새겨야 한다.
이번주 수요일부터 믹싱을 하고 있다.
노래녹음이 끝난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노래만
했기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능률도 안오르는것같아
일단 반 정도 믹싱을 먼저 하고 다시 노래를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일주일간의 믹싱기간동안 내 머리와 귀를
아주 첨예한 상황속에 놓아두는 대신
목은 자유와 휴식을 만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나는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편이지만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무슨일을 하든 쉽게 되지않고 악전고투를 하는편이다.
화를 자초한다고 할까.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모니터를 할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평소에 가장 많이
듣는 환경에서의 판단을 믿는 것인데 나에겐 그것이 차다.
음악을 듣거나 작업을 하는 대부분의 행위가 차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게 그 공간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믹싱을 앞두고 차를 바꿨다.
차가 바꼈으니 오디오가 바꼈을테고 그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하면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믹싱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홈 경기를 모두 포기하고 원정경기만으로 시즌을
치룬다고 생각해 보라. 그게 얼마나 미친짓이겠는가.
하지만 또, 땅을 치면서도 후회는 잘 안한다.
왜냐하면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했을것이기 때문이다.
얼마전부터 목(성대말고 디스크)의 통증이 재발하려고 했고,
지난 콘서트때부터 건강문제로 발목이 잡혀온 나로선
시트가 맞지 않아 앉으면 몸의 긴장을 유발하는 녀석을
더이상 탈 수가 없었다.
자, 아무튼 지금은 애석해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가급적 빨리 전의 것에 길들여진 귀를 깨끗이 씻어내고
지금의 환경에서 판단의 근거들을 마련해야 한다.
녹음이란 끝없는 판단의 연속.
수없이 불안해하고 줄기차게 의문을 던지는 끝에야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다.
'내 마음이 찡그리지 않을때까지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기로 했던것.'
실수는 반복되기 때문에 매순간 되새겨야 한다.
2008년 5월 1일
너무나 지쳐서
아무리 쉬어도 쉰것 같지 않은 상태가 지속된지도
벌써 오래되었다.
정신차리고
남은 한달동안
필사적으로 페이스를 회복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그 긴시간동안 쏟아부은것들이 모두
허사가 될지도 모른다.
너무나 지쳐서
아무리 쉬어도 쉰것 같지 않은 상태가 지속된지도
벌써 오래되었다.
정신차리고
남은 한달동안
필사적으로 페이스를 회복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그 긴시간동안 쏟아부은것들이 모두
허사가 될지도 모른다.
2008년 5월 8일
아 씨발 집중이 안된다.
완전 연소 해서 더이상 아무것도 안남았다
원래 내가 휴식같은게 소용이 없는 체질이라
그냥 미쳐가지고 한큐에 쭉 가야 하는데
작업이 너무 길다보니 지쳤다 너무 지쳐버렸다
씨발 곡은 또 교체해서 가사는 아직도 쓸게 남았지
단어 하나를 붙잡고 한달동안 고민하질 않나
지난번 믹싱한것 때문에 미칠것 같아서 술은 매일 마시지
하루종일 이명박 관련 기사 댓글만 보고 앉아있고
차는 일년동안 다섯번 바꾸고
시트 개조는 열한번하고
밤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짓이란건
짜파게티에다 너구리까지 먹고 거기에 요플레 두개 퍼먹고
또 빵 미친듯이 먹고 쓰러져 자는거
3집때 마스터링을 두번 하고나서 이대로 앨범이 나오면
우린 망한다고 다시 가야 된다고 했을때 제작자는
나를 정신병원에 쳐넣겠다고 했었지.
작업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늘 그런식이었다. 2집땐 공짜 녹음이라고 신나서 별짓 다하다가
여차저차해서 중간에 서둘러 종료.
3집은 저렇게 종료. 4집도 배급사와의 계약때문에 초치기 종료.
작업을 할때
그런 강제적인 컨트롤이 어느정도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는
아마도 이 무제한 작업의 5집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미 그런식의 작업을 넉장이나 했기 때문에
더이상은 안된다.
이번만큼은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것이다..
굳이 처넣으려 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앨범이 나오기 전까진
온 세상이 정신병원이니까.
아 씨발 집중이 안된다.
완전 연소 해서 더이상 아무것도 안남았다
원래 내가 휴식같은게 소용이 없는 체질이라
그냥 미쳐가지고 한큐에 쭉 가야 하는데
작업이 너무 길다보니 지쳤다 너무 지쳐버렸다
씨발 곡은 또 교체해서 가사는 아직도 쓸게 남았지
단어 하나를 붙잡고 한달동안 고민하질 않나
지난번 믹싱한것 때문에 미칠것 같아서 술은 매일 마시지
하루종일 이명박 관련 기사 댓글만 보고 앉아있고
차는 일년동안 다섯번 바꾸고
시트 개조는 열한번하고
밤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짓이란건
짜파게티에다 너구리까지 먹고 거기에 요플레 두개 퍼먹고
또 빵 미친듯이 먹고 쓰러져 자는거
3집때 마스터링을 두번 하고나서 이대로 앨범이 나오면
우린 망한다고 다시 가야 된다고 했을때 제작자는
나를 정신병원에 쳐넣겠다고 했었지.
작업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늘 그런식이었다. 2집땐 공짜 녹음이라고 신나서 별짓 다하다가
여차저차해서 중간에 서둘러 종료.
3집은 저렇게 종료. 4집도 배급사와의 계약때문에 초치기 종료.
작업을 할때
그런 강제적인 컨트롤이 어느정도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는
아마도 이 무제한 작업의 5집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미 그런식의 작업을 넉장이나 했기 때문에
더이상은 안된다.
이번만큼은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것이다..
굳이 처넣으려 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앨범이 나오기 전까진
온 세상이 정신병원이니까.
2008년 5월 22일
아침.
잠이 깼다.
시디를 튼다.
헛점이 들릴때마다
실수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다시 의문에 휩싸인다.
왜 완벽하지 못할까.
왜 조금 더 할 수 없을까.
set list를 다시 시뮬레이션 해본다.
아침.
잠이 깼다.
시디를 튼다.
헛점이 들릴때마다
실수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다시 의문에 휩싸인다.
왜 완벽하지 못할까.
왜 조금 더 할 수 없을까.
set list를 다시 시뮬레이션 해본다.
1. 가장 보통의 존재
2.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3. 아름다운 것.
4.. 5.. 6.. 7..
산들 산들을 들으며
'영원히 사랑한다'고 되뇌었다.
다 듣고나니
누군가
괜찮다고. 이제 그만하면 됐다고.
말해주는것 같아서
그래도
다행이다.
2008년 6월 9일
네번째 믹싱이자
마지막 믹싱이며
진짜 믹싱인
3주간의 믹싱 첫날.
기도하는 심정으로 스튜디오 휴게실에 앉아있다.
내일이면 emt250이 온다.
이거 빈티지 리버븐데.. 원래 오늘 왔었어야 했다..
이 스튜디오에서 우리 때문에 산 장비가 얼마너친지 모르겠다.
장비로 쇼부치냐고?
아니 원하는 소리를 얻는게 중요한거지.
실제로 내 만원짜리 카세트 녹음기로 녹음한 소리를
그대로 쓴것도 있지만
비싼 소리 내고 싶어서 비싼 장비 쓰는게 아니야.
내가 원하는 소리. 미치도록 갖고 싶어서.
네번째 믹싱이자
마지막 믹싱이며
진짜 믹싱인
3주간의 믹싱 첫날.
기도하는 심정으로 스튜디오 휴게실에 앉아있다.
내일이면 emt250이 온다.
이거 빈티지 리버븐데.. 원래 오늘 왔었어야 했다..
이 스튜디오에서 우리 때문에 산 장비가 얼마너친지 모르겠다.
장비로 쇼부치냐고?
아니 원하는 소리를 얻는게 중요한거지.
실제로 내 만원짜리 카세트 녹음기로 녹음한 소리를
그대로 쓴것도 있지만
비싼 소리 내고 싶어서 비싼 장비 쓰는게 아니야.
내가 원하는 소리. 미치도록 갖고 싶어서.
2008년 6월 13일
누구라도 만약 저렇게 녹음을 오래하니
분명 뭔가가 있는 앨범일거라고 생각한다면
말리고 싶다.
고통스럽다. 진실로 고통스럽다.
진심으로 뼈가 저린다.
이 모든게 내가 완벽하게 병신인 탓.
누구라도 만약 저렇게 녹음을 오래하니
분명 뭔가가 있는 앨범일거라고 생각한다면
말리고 싶다.
고통스럽다. 진실로 고통스럽다.
진심으로 뼈가 저린다.
이 모든게 내가 완벽하게 병신인 탓.
2008년 6월 21일
"아뇨. 좀더 부연하면, 그것은 과정과 방식의 문제였어요. 즉, 하나의 곡을
결과로 놓고 봤을때 좋은 리프에, 좋은 멜로디가 합쳐진것이 뭐가
문제겠어요. 물리고 화학이고 곡만 좋으면 되는거죠. 태양없이가 결국
4집의 베스트였던것처럼. 그럼에도 우린 좀 더 유기적인 작업을 원했어요.
왜냐. 과정을 바꾸면 다른 뭔가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누군가 아랫도리 쫙 만들어오면 다른 사람이 윗도리 쭉 입히고 다듬은 후 끝. 이게 아니라 아주 작은 도막이 나왔을때부터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쌓아올리다 결국 섞여버리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번곡들을 보면, 5번곡이 나올때까지 아마도 기타 솔로가 거의 없어요. 처음에 작업에 들어갈때 했던 얘기중 하나도 그거였는데, 왜 이발관의 곡엔 항상 솔로가 있어야하지? 하는 의문들, 그러니까 노래멜로디가 쉬는동안 기타도 표나게 뭔가를 보여주려고 애쓰지 말고 좀 더 하이하게 곡 자체에 스며들 수는 없을까 하는 그런 갈증과 욕구같은 것들을 해결하고 싶었던거죠.
솔로에 대해 말한다면
이발관의 기타리스트에게는 늘 간주와 엔딩에서 라인으로
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어떤 압박이 있어왔죠. 그래서
곡의 구성면에서도 항상 간주와 엔딩에서는 리드기타가 솔로를 하는
곡이 많았어요. 그리고 그것은 구성면에서 우리가 가장 자주 선택했던
카드였는데 보컬이, 보컬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멜로디를 보여주고나면
그 간극(간주)과 엔딩에서 기타도 계속 멜로디적인 만족을 줘야 한다는 그런
노림수였죠. 물론, 그것이 나쁜것은 아닙니다. 아주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형태의 구성이니까요. 1절. 솔로. 2절 그리고 엔딩솔로. 뭐 문제 있나요?
더구나, 보편적인 것은 싫다, 특이한 구성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니까. 그럼 뭐가 문제였나. 우리가 새로운 앨범의
작업에 들어갈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것이 바로 지난 앨범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모든 앨범이 그래왔죠. 저번에 이런거 많이 해봤으니까 이번엔 다른거 하자 라던가, 지난번에 이런게 실패였다 이번엔 그렇게 하지 말자 라던가 그런것들이 새앨범을 설계하는데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해오던것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된거죠.
'왜 이발관의 곡엔 무조건 솔로가 들어가야 하지?'
지금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1번곡.. 곡 전체를 통틀어 솔로가 아예 없
어요. 2번곡 악마.. 도 그렇고, 간주 타이밍이 있긴 한데 솔로라기
보다는 그냥 흘러가는 아르페지오로 뒀구요, 엔딩에서도 보컬이
앞다이에 해주고 나면 기타가 자 이제 내 차례냐? 하면서
늘 하던대로 나서는게 아니라 계속 밑에서 옆에서 돌아다녀요.
나올때가 됐는데.. 됐는데.. 기다려도 안나오죠.
대신 보컬이 계속 가요. 이만하면 쉴때가 됐지 싶어도 안셔요.
결국 이번 앨범에서 보컬분량이 한 두배는 늘어났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이런것들이 무슨 의미를 갖는가하면
표나게 굵은 하나의 트랙으로 다 해결을 보려고 하지 말고
들리지 않는 여러개의 라인을 쌓아서 리듬을 충만하게 하고
코드적으로, 어레인지 적으로 더 견고한 역할을 하자,
그러니까 기타리스트가 기타라는 협의적인 영역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곡이라는 전체에 관여하자. 결국 중요한건 곡 자체니까.
했던거죠. 다시말해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기타리스트의
역할에 대한 생각들 - 이발관에서 기타는 반주자가 아니다. 이발관
의 음악에서 기타는 노래와 똑같은 지분을 가져야 한다 - 라는
이러한 규정들이, 사실은 관습을 깨기 위한 또 하나의 관습이
되지 않았나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능룡이는 단지
좋은 기타부분을 만들어 냄으로써 결과적으로 괜찮은 곡을
써내게되는 그런 틀에서 벗어나
진짜 곡의 모든 부분 부분들을 만들어 간다 라는 개념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나서기보다는 드러나지 않는 공간의
세공에 더욱 정성을 들였던 것이죠. 그랬더니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아뇨. 좀더 부연하면, 그것은 과정과 방식의 문제였어요. 즉, 하나의 곡을
결과로 놓고 봤을때 좋은 리프에, 좋은 멜로디가 합쳐진것이 뭐가
문제겠어요. 물리고 화학이고 곡만 좋으면 되는거죠. 태양없이가 결국
4집의 베스트였던것처럼. 그럼에도 우린 좀 더 유기적인 작업을 원했어요.
왜냐. 과정을 바꾸면 다른 뭔가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누군가 아랫도리 쫙 만들어오면 다른 사람이 윗도리 쭉 입히고 다듬은 후 끝. 이게 아니라 아주 작은 도막이 나왔을때부터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쌓아올리다 결국 섞여버리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이번곡들을 보면, 5번곡이 나올때까지 아마도 기타 솔로가 거의 없어요. 처음에 작업에 들어갈때 했던 얘기중 하나도 그거였는데, 왜 이발관의 곡엔 항상 솔로가 있어야하지? 하는 의문들, 그러니까 노래멜로디가 쉬는동안 기타도 표나게 뭔가를 보여주려고 애쓰지 말고 좀 더 하이하게 곡 자체에 스며들 수는 없을까 하는 그런 갈증과 욕구같은 것들을 해결하고 싶었던거죠.
솔로에 대해 말한다면
이발관의 기타리스트에게는 늘 간주와 엔딩에서 라인으로
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어떤 압박이 있어왔죠. 그래서
곡의 구성면에서도 항상 간주와 엔딩에서는 리드기타가 솔로를 하는
곡이 많았어요. 그리고 그것은 구성면에서 우리가 가장 자주 선택했던
카드였는데 보컬이, 보컬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멜로디를 보여주고나면
그 간극(간주)과 엔딩에서 기타도 계속 멜로디적인 만족을 줘야 한다는 그런
노림수였죠. 물론, 그것이 나쁜것은 아닙니다. 아주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형태의 구성이니까요. 1절. 솔로. 2절 그리고 엔딩솔로. 뭐 문제 있나요?
더구나, 보편적인 것은 싫다, 특이한 구성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니까. 그럼 뭐가 문제였나. 우리가 새로운 앨범의
작업에 들어갈때 가장 크게 작용하는것이 바로 지난 앨범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모든 앨범이 그래왔죠. 저번에 이런거 많이 해봤으니까 이번엔 다른거 하자 라던가, 지난번에 이런게 실패였다 이번엔 그렇게 하지 말자 라던가 그런것들이 새앨범을 설계하는데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해오던것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된거죠.
'왜 이발관의 곡엔 무조건 솔로가 들어가야 하지?'
지금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1번곡.. 곡 전체를 통틀어 솔로가 아예 없
어요. 2번곡 악마.. 도 그렇고, 간주 타이밍이 있긴 한데 솔로라기
보다는 그냥 흘러가는 아르페지오로 뒀구요, 엔딩에서도 보컬이
앞다이에 해주고 나면 기타가 자 이제 내 차례냐? 하면서
늘 하던대로 나서는게 아니라 계속 밑에서 옆에서 돌아다녀요.
나올때가 됐는데.. 됐는데.. 기다려도 안나오죠.
대신 보컬이 계속 가요. 이만하면 쉴때가 됐지 싶어도 안셔요.
결국 이번 앨범에서 보컬분량이 한 두배는 늘어났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이런것들이 무슨 의미를 갖는가하면
표나게 굵은 하나의 트랙으로 다 해결을 보려고 하지 말고
들리지 않는 여러개의 라인을 쌓아서 리듬을 충만하게 하고
코드적으로, 어레인지 적으로 더 견고한 역할을 하자,
그러니까 기타리스트가 기타라는 협의적인 영역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곡이라는 전체에 관여하자. 결국 중요한건 곡 자체니까.
했던거죠. 다시말해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기타리스트의
역할에 대한 생각들 - 이발관에서 기타는 반주자가 아니다. 이발관
의 음악에서 기타는 노래와 똑같은 지분을 가져야 한다 - 라는
이러한 규정들이, 사실은 관습을 깨기 위한 또 하나의 관습이
되지 않았나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능룡이는 단지
좋은 기타부분을 만들어 냄으로써 결과적으로 괜찮은 곡을
써내게되는 그런 틀에서 벗어나
진짜 곡의 모든 부분 부분들을 만들어 간다 라는 개념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나서기보다는 드러나지 않는 공간의
세공에 더욱 정성을 들였던 것이죠. 그랬더니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2008년 6월 23일
"페이스 자체는 회복되었습니다만
믹싱이라는 과정이.. 아시겠지만 상황 상황이 너무나 첨예하니까요.
요즘 하루 일과는 매일 똑같습니다. 아침 아홉시에 일어나 한시간쯤 버둥거리다 열시반에 스튜디오로 출발하며 하루가 시작되지요. 가는동안에 전날 믹싱한것을 모니터합니다. 저는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저희곡을 듣지 않습니다. 보통 같은곡의 특정대목을 수백번씩 반복해서 듣기 때문에, 더구나 아주
세밀한 부분을 의식적으로 들어야 하는데, 이를테면 이 버전의 보컬이 아주
약간 크니까 이거보다 영쩜 영일디비 만큼만 작은걸로, 거의 표 안나게,
그냥 줄인다고 생각하지도 말고 손만 댓다 뗀다는 생각으로 줄인 버전을 하나 받아서 수치적인 차이도 없는 그 둘을 비교하면서, 다시 다른 앨범의 보컬은 어떤가 삼자 비교라도 하게되면 머리와 귀는 아주 복잡해 지겠죠.
특히 이번 녹음은 재작업을 하도 많이 해서 곡당 믹싱버전이 보통
7과 8은 기본으로 넘어가니까, '이곡은 버전 6과 7중에서 골라야 될것 같은데
스네어는 4가 완벽하네요. 그럼 4의 스네어를 한번 이식해 보기로 하죠.'
라고 한데도 소리라는게 간단하지 않아서 단순히 이식을 한다고 4에서
느껴지던 그것이 그대로 재현된다는 보장이 없고 , 또 과연 4의 스네어를
6에 이식해야하는가, 7에 해야하는가, 결국 둘 다 해봐서 비교를 해야하고
그럼 결국 비교해봐야 하는 경우의 수가 본연의 6과 4의 스네어를 이식
한 6.1, 본연의 7과 역시 4의 스네어를 이식받은 7.1 이렇게 네개와
그 과정에서 또 새로운 조합과 새로운 긍정적인 변수가 생기면
또 그것을 체크해야 하죠. 게다가 이 소리라는게 예를들어 보컬에 좋은
영향을 주던 베이스의 저음을 만져야 하게되었을때, 베이스 자체의 문제는
해결되는대신 보컬을 도와주던 저음을 깎았기때문에 보컬이 훼손됩니다.
그런데 베이스는 지금이 좋으니까 저음을 다시 보강할 수는 없겠죠.
그럼 어떡해야 할까요. 베이스의 저음이 해주던것을 보컬에 직접 로우를
준다고 해서 똑같아지진 않을테고. 이렇게 소리란 너무나 상호적인 녀석들이어서 다른 소리와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내 입장에서는 저런애가 어떻게 친구를 사귈까 싶은데도 다른데가면 멀쩡하게 잘 지내고 사는거 볼때 드는 그런 기분..
역시 비유가 좀 그런가요?"
"페이스 자체는 회복되었습니다만
믹싱이라는 과정이.. 아시겠지만 상황 상황이 너무나 첨예하니까요.
요즘 하루 일과는 매일 똑같습니다. 아침 아홉시에 일어나 한시간쯤 버둥거리다 열시반에 스튜디오로 출발하며 하루가 시작되지요. 가는동안에 전날 믹싱한것을 모니터합니다. 저는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저희곡을 듣지 않습니다. 보통 같은곡의 특정대목을 수백번씩 반복해서 듣기 때문에, 더구나 아주
세밀한 부분을 의식적으로 들어야 하는데, 이를테면 이 버전의 보컬이 아주
약간 크니까 이거보다 영쩜 영일디비 만큼만 작은걸로, 거의 표 안나게,
그냥 줄인다고 생각하지도 말고 손만 댓다 뗀다는 생각으로 줄인 버전을 하나 받아서 수치적인 차이도 없는 그 둘을 비교하면서, 다시 다른 앨범의 보컬은 어떤가 삼자 비교라도 하게되면 머리와 귀는 아주 복잡해 지겠죠.
특히 이번 녹음은 재작업을 하도 많이 해서 곡당 믹싱버전이 보통
7과 8은 기본으로 넘어가니까, '이곡은 버전 6과 7중에서 골라야 될것 같은데
스네어는 4가 완벽하네요. 그럼 4의 스네어를 한번 이식해 보기로 하죠.'
라고 한데도 소리라는게 간단하지 않아서 단순히 이식을 한다고 4에서
느껴지던 그것이 그대로 재현된다는 보장이 없고 , 또 과연 4의 스네어를
6에 이식해야하는가, 7에 해야하는가, 결국 둘 다 해봐서 비교를 해야하고
그럼 결국 비교해봐야 하는 경우의 수가 본연의 6과 4의 스네어를 이식
한 6.1, 본연의 7과 역시 4의 스네어를 이식받은 7.1 이렇게 네개와
그 과정에서 또 새로운 조합과 새로운 긍정적인 변수가 생기면
또 그것을 체크해야 하죠. 게다가 이 소리라는게 예를들어 보컬에 좋은
영향을 주던 베이스의 저음을 만져야 하게되었을때, 베이스 자체의 문제는
해결되는대신 보컬을 도와주던 저음을 깎았기때문에 보컬이 훼손됩니다.
그런데 베이스는 지금이 좋으니까 저음을 다시 보강할 수는 없겠죠.
그럼 어떡해야 할까요. 베이스의 저음이 해주던것을 보컬에 직접 로우를
준다고 해서 똑같아지진 않을테고. 이렇게 소리란 너무나 상호적인 녀석들이어서 다른 소리와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왜 그런 사람 있잖아요. 내 입장에서는 저런애가 어떻게 친구를 사귈까 싶은데도 다른데가면 멀쩡하게 잘 지내고 사는거 볼때 드는 그런 기분..
역시 비유가 좀 그런가요?"
2008년 7월 20일
벌써 열한번째 믹싱을 했는데도 내가 새로운 주문을 하자
엔지니어가 그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더이상의 작업이 힘들겠구나..
난 모든것을 체념하고 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아름다운것'을 빼겠습니다."
팀장이 놀래서 달려왔다. "그곡을 빼면 앨범이 뭐가되요. 안되요."
"저는 이곡을 이렇게 넣을 수는 없어요. 부탁합니다."
잠시 후 엔지니어(락대성실장)가 진정을 찾고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믹싱을 하는동안 팀장과 우리들은 모여서 새벽까지 '아름다운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곡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곡이 이번 앨범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했고, 팀장은 '아름다운것'을 들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침내 락대성이 열두번째 버전을 들고 나왔을때
그것을 듣는 내 가슴이 비로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제야 됐구나...'
'아름다운것'은 마지막으로 그렇게, 물론 그 이후 세차례나 더 번복 수정이
있었긴 하지만, 결국 완성할 수 있었다.
스무살이 넘어서 처음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잊을 수 없는 순간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내 마음이 멀어지는걸 느끼던 순간이었다. 그때의 충격과 상실감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랑은 왜 변할까. 마음은 왜 움직이는걸까.
아무리 많은 눈물로도 그것을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벌써 열한번째 믹싱을 했는데도 내가 새로운 주문을 하자
엔지니어가 그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더이상의 작업이 힘들겠구나..
난 모든것을 체념하고 팀장에게 전화를 했다. "'아름다운것'을 빼겠습니다."
팀장이 놀래서 달려왔다. "그곡을 빼면 앨범이 뭐가되요. 안되요."
"저는 이곡을 이렇게 넣을 수는 없어요. 부탁합니다."
잠시 후 엔지니어(락대성실장)가 진정을 찾고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믹싱을 하는동안 팀장과 우리들은 모여서 새벽까지 '아름다운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곡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 곡이 이번 앨범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했고, 팀장은 '아름다운것'을 들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마침내 락대성이 열두번째 버전을 들고 나왔을때
그것을 듣는 내 가슴이 비로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제야 됐구나...'
'아름다운것'은 마지막으로 그렇게, 물론 그 이후 세차례나 더 번복 수정이
있었긴 하지만, 결국 완성할 수 있었다.
스무살이 넘어서 처음 사랑에 빠졌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잊을 수 없는 순간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내 마음이 멀어지는걸 느끼던 순간이었다. 그때의 충격과 상실감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랑은 왜 변할까. 마음은 왜 움직이는걸까.
아무리 많은 눈물로도 그것을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완벽주의자의 정신나간 광기가 빚어낸
21세기 한국 인디 락의 결정체
[가장 보통의 존재]




충분히 이해하고 훌륭한 글을 쓸 때까지는 쓰지 않기로 했던 것들도 이제는 쓸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써 보려다가 실패를 하는 경우도 없게 될 것이다. 어차피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착수를 못한 것이다. 하여튼 지금에 와서는 도무지 알 수 없다.
금정연! 나이스 토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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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이석원이 올리는 일기입니다
이 구절 어디서 많이 본거 같은데..
두려움 가득 안고 새해를 시작한다.
남은곡은 여덟곡.
앞서 발표한 곡들도 다시 뜯어 고치게 된다면
사실상 열곡.
부디 우리에게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는 체력과 용기와 행운이 주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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