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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길티플레져] 이슈털기 2화 : '블랙넛 죽이기'

알림2015.08.15 00:52조회 수 10100추천수 3댓글 7

블랙넛1

Published on 8월 14th, 2015 | by guilty pl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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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털기 2화 : 블랙넛 죽이기

 

#.1 “블랙넛 = 일베”?

 

플레져: ize에서 블랙넛은 ‘일베가 낳은 괴물’이라고 기사를 썼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길티_: 일단 크게 보면 “일베가 블랙넛을 낳았다”라는 주장이 성립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이 되네요. 실제로 블랙넛과 일베의 링크는 블랙넛 팬들이 “블랙넛 일베 하긴 할 거 같은데 ㅋㅋ” 정도였다가, 쇼미더 머니 때 이런 의혹이 좀더 심각한 비난(?)으로 발전하고 블랙넛이 옛날에 글 하나 올린게 발견되면서 ‘아 이새끼 이럴 줄 알았다’ 이런 식인거잖아요. 딱 까놓고 말하면 좀 치사한 방식이죠. 결국 A랑 B가 어떤 성향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둘의 연관성을 너무 쉽게 단정짓고 있지 않나 싶어요. 사실은 그 비슷한 성향을 공유하고 있는 건 A와 B 뿐 아니라 C,D,E도 있는데 말이죠.

플레져: 그렇죠. 사실 저는 프로파간다라고 보고있습니다. 블랙넛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일베에 딱 한번 출몰한적 있었는데, 네이버 블로그에 댓글로 펼쳐진 패드립배틀을 랩으로 녹음한걸 올린거였거든요 근데 일베 말고 다른 커뮤니티에도 올라온걸 보면, 그게 블랙넛 본인인지 불명확하죠. 설령 그게 본인이라 하여도 일체 활동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달랑 글 하나뿐이니까 ‘활동했다’고 보기엔 어렵죠.

길티_: 블랙넛 일베 논란은 블랙넛 자체보다는 사람들이 일베에 대해서 얼마나 얄팍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 드러내는 사건이 아닐까 싶어요. 블랙넛에 대해서도 얄팍하게 이해하겠지만.

플레져:  그렇죠. 근데 솔직히 저는 개인적으로 일베 좀 본다고 해서 뭐가 문제냐 싶어요. ‘일베에 접속한 애가 방송에 나오면 안된다; 라고 한다면 그게 말이나 됩니까. 현재 200만명정도 이용하는 사이트이고, 사실 한 번만 들어와봤던 사람들은 훨씬 많겠죠. 일베를 하는, 일베를 했던 사람들이 ‘일베의 생각’으로 대변되는 부정적인 단면들을 모두 동의하는 것도 아닐테고요.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지금 10대 20대들에게 일베는 직간접적으로 다 퍼져있거든요. 뭐 ‘기분좋다~’ 이런거 썼다고 일베라하는데, 제 주변에 여자애들중에 일베 안하는데 그냥 기분좋다~ 같은 말투가 웃겨서 쓰는 애들도 있어요. 일베의 패륜성을 옹호하는건 아니고, 결국 예외적인 변수가 무수히 많다는거죠. 근데 그걸 ‘블랙넛=일베’라는 프레임으로 다 짤라버리니까 한심한 프로파간다 프레임이 되는게 아닌가 싶어요.

길티_: 그러니까 ‘실제로 일베를 한다’의 여부를 신경 쓰는 게 아닌거죠. 그리고 일베가 가지는 해악 자체에 대해 비판자들이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자신들이 해악이라 느끼고 ‘경멸하는’ 성향을 일베한테 다 몰아넣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참고로 저는 일베충이 아니고 유머사이트 자체를 잘 안하는 편.

플레져: 근데 이 기사를 보면 ‘블랙넛 = 일베 = 여혐’으로 전가되고 있단 말이죠. 그리고 ‘힙찔이’라는 캐릭터가 여혐이라는 폭력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있죠. 이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길티_: 그게 넓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닐거에요. 랩 게임이라는 게 결국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줄타기니까요. 예전에 갱스터 랩에 대해 “‘갱스터’라는 기믹이 폭력성을 둔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던 것처럼 블랙넛의 ‘여혐 찌질이’ 가사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죠.

플레져: 그렇죠. 정확히는 판타지 세계에 있지만 현실 세계인 척하는 그런거니까요. 스트릿 크레딧 얘기하는 갱스터래퍼들이 자기가 Blood나 crip 갱단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진짜 갱이었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처럼요. 예를들어 young thug이 Blood출신이라고 열심히 어필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young thug보고 게이같다고 까고 실제로 Blood 갱단이 young thug을 죽이려고 했잖아요. T.I 같은 경우도 갱스터 기믹 쓰다가 총기사건 휘말릴뻔 한 다음 총기 휴대하고 다니는 바람에 깜빵갔다왔죠.

길티_:  그렇죠

플레져: 어떤 식이건 힙합의 기믹을 현실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인 것 같기도 해요. 물론 거기서 문화가 시작되는 거지만요.

길티_: 사실 힙합의 폭력성이 캐릭터를 통해서 한번 걸러지고 희석되는 건 맞죠. 근데 그걸 현실에서의 폭력과 연결시킬 수 있는가, 나아가 현실의 폭력을 희석시킨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가. 이건 어느 정도 토론의 여지가 있겠죠.

플레져: 그렇죠. 사람들이 현실로 착각하고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도 가능하겠죠?

길티_: 실제로 미국의 보수 논객들은 힙합이 갱 폭력의 심각성을  축소해 표현함으로서 사치나 여성 비하를 부추긴다고 대대적으로 주장한 적이 있죠.

플레져: 전형적인 공화당 논리네요.

길티_: 미국의 래퍼들은  ‘나는 존재하는 걸 이야기한다’고 말하거나, ‘애초에 이건 랩이고 이걸 현실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의 두갈래 정도로 나뉘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두 갈래 모두다 나름의 논리는 있고, 아마 진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플레져: 블랙넛도 그 사이 어딘가에 있겠죠.

길티_: 그렇죠.

플레져: 그러나 어느쪽에 있건 ‘기믹’이 결국 ‘가상현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죠. 현실을 반영하는 가상현실이냐,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력의 문제냐의 차이가 아닐지요.

길티_: 맞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당하게 ‘덮어씌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게, 정말 블랙넛의 음악 때문에, 혹은 일베 컨텐츠 때문에 폭력을 더 가볍게 생각할까? 싶거든요.  혹은 정말 그들이 약자를 비하한다고 생각할까? 그게 정당화된다고 생각할까? 일단 전자는 솔직히 중2병 걸린 애들 한테나 해당하는 얘기일테고, 후자의 경우는 이미 일베는 약자를 비하한다기 보다 약자의 탈을 뒤집어쓴 강자라고 여겨지는 것을 타겟팅 한다고 분석이 된 상황이잖아요.

플레져: 그렇죠. 물론 그게 진짜 강자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길티_: 그렇게 보는 편이 낫지 않나 싶어요. 그러니까 ‘우헤헤헤 여자는 약해 내가 밟아도 어떻게 할 수 없을 거야’가 아니라 ‘솔직히 내가 결혼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형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글들이 스포츠 사이트 몇개만 팔로우해도 하루에 몇편씩 올라오는 시대니까요.

플레져: 하하

길티_: 저는 솔직히 송민호의 ‘산부인과처럼 다리 벌려’ 라인이 일단 여성들의 1차적인 불쾌감을 건드려서 ‘여성혐오’라는 낙인이 찍힌게 아닌가 싶거든요. 불쾌감이 정치적인 해석을 통해 공론화 된 것 같다는 인상이 있어요. 그것과 마찬가지로 일베의 표현 방식에 대한 일차적 불쾌감이 정치적으로 덮어 씌워지고, 그것이 ‘블랙넛 죽이기’가 되어 수면위로 올라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플레져: 약자혐오라는표현은 사실 ‘여성=약자’라는 도그마 위에 세워지는 것이죠. 근데 블랙넛이 진짜 그 어떤 여자보다도 강자일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시점을 과거로 돌려서, ‘MC기형아’는 진짜 ‘강자’일까요?

길티_: 일단 거기서 ‘폭력’이라는 표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데, MC기형아가 진짜 폭력을 휘두르는 입장인가? 싶어요. 일단 피해자가 ‘보편 여성’도 아니고 명확한 개인도 아니잖아요. 블랙넛이건 MC기형아건 김대웅은 그냥 한 명의 래퍼일 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플레져: 저는 MC기형아의 계급적 성격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외모도 못생기고, 신체적으로도 약하고, 성격도 찌질한데다, 집도 가난하고. 흔히 말하는 ‘빵셔틀’ 같은 건데, 빵셔틀이 진짜 여자보다 절대적 강자인가? 아니죠. 결국 ‘블랙넛 죽이기’는 ‘여자=절대적 약자’라는 도그마 위에 세워진 ‘여혐 프로파간다’의 연장이 아닐까 싶은거죠.

길티_: 그나저나 제 페이스북 친구 중에 반장놀이 좋아하시는 분 있는데, 그 분이 블랙넛을 살생부에 올렸어요 ‘저런 못생긴 새끼는 관상만 봐도 안다’고.

플레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티_: ㅋㅋㅋㅋ

플레져: 어쨌든 결론은 ‘일베=블랙넛’의 프레임은 별 근거가 없는걸로..

길티_: 넵

 

블랙넛2

 

#. 2 블랙넛의 랩은 예술인가?

 

플레져: 일단 다음얘기로 넘어가서 블랙넛의 가사에 대해 얘기해보죠. 이게 진짜 표현의 자유로 허용될 수 있는지. 맞다면 왜인지, 혹시 아니라면 어떠한 이유인지.

길티_: 표현의 자유가 안 될 이유가 없지 않나요?  만약 이 경우에 표현의 자유가 억제되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면 정확히 어떤 식으로 억제되어야 한다는 것인지 궁금해요.

플레져: ‘어떤 식이건 혐오나 폭력은 절대 안된다’는 얘기는 들어본 것 같네요.

길티_: 아예 발매를 금지시키라는 건가요? 한쪽에서는 ‘짱구 성인된 이야기’같은 잔인한 만화가 찬양받고, 다른 한쪽에서는 블랙넛 매장시키라는 이야기가 나오니 재미있네요.

플레져: 짱구 성인된 만화도 메이져로 올라오면 욕먹을 것 같긴 하네요.

길티_: 역시 필드가 달라지니까요.

플레져: 결국 대답은 두가지겠죠. 예술이다 아니다. 사실 블랙넛의 가사가 뭐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글’이었다면 ‘이 미친놈은 뭐지’ 하겠죠? 그리고 공직자가 현실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저럴수 있어? 미친놈!’ 이라고 하겠고 실제로 그건 미친놈이겠죠.

길티_: 네 그렇긴 하겠죠

플레져: 다만 문제는 영화 <한공주>나 <피에타> 이런건 사람들이 다들 예술이라고 인정하잖아요. 피에타 엔딩이 차로 사람 갈아버리는건데.

길티_: 네

플레져: 아무래도 사람들이 그걸 가상현실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길티_: 그렇죠

플레져: 그러니까 사실 현대의 예술은 이미 거의 무제한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잖아요. 그 뒤에는 예술계가 있고요. 창작은 자유지만 유통(게이트 키핑)은 자유가 아니라는 식으로 결론이 난 상황이죠. 얼마 전 ‘초등학생이 쓴 잔혹 동시집’으로 입방아에 올랐던 <솔로 강아지> 같은 경우도 이와 비슷한 문제라고 보여져요. 저는 <솔로 강아지> 사건도 동일한 입장이었는데, 유통을 결정하는건 해당 예술이 예술계 내부에서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즉 ‘맥락성’이 있는가에 달렸다고 봐요.

길티_: 영화도 굳이 이야기하자면 심의라는 게 있긴 하죠. 사실 음악이 이런 논란이 유독 많습니다. 아마 싱어가 화자에게 바로 이야기하는 그런 장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플레져: 그렇죠. 서사예술과 이미지예술 중간에 있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심의를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블랙넛 19금 딱지 붙여라! 이런 얘기 아무도 안하고 그냥 여혐은 안돼! 그런건 힙합이 아니야! 이러고만 있으니 답답하죠. 심지어 사실관계도 다 틀려먹고.

길티_ : 그러게요.

플레져 : 근데 대중음악은 TV를 통해서 컸잖아요. 특히 힙합은 MTV가 아니었으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을 장르잖기도 하고요. 그래서 뮤직비디오라는게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TV를 통해서 나오는 가상현실이 현실로 착각되기 더욱 쉬운 것 같아요. 게다가 미국의 hiphop은 한국 사람에게 완전히 다른 인종, 완전히 다른 공간, 완전히 다른 문화니까요.

길티_ : 좋은 지적입니다.

플레져: 이게 또 재밌는게,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가 남성적인 형상화가 되어있어요 그래서 개인이 기대하는 남성적 역할이 힙합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리드머가 왜 송민호와 블랙넛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을까?’ 생각해보니까, 그것이 30대 중심으로 구성된 리드머가 용인하는 ‘멋있는 남성상’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유독 블랙넛이 10대-20대한테 인기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길티_: 흥미로운 지적이네요. 실제로 리드머의 양지훈씨 같은 경우는 남자 느낌 물씬 나는 그런 힙합이 그립다는 글을 썼고, 그게 리드머 칼럼으로 나왔죠. 아저씨들이 ‘요즘 애들 참 남자 구실못한다’ 그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실제로 리드머의 강일권 편집장님 페이스북 담벼락 댓글란도 그런 ‘아재’들이 자주 보여요. 그러니까 사실 ‘블랙넛 죽이기’는 아저씨들과  페미니즘 진영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플레져: 한국힙합이 한국의 남성성과 굉장히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거죠. 그러니까 주석이 김범수랑 <정상을 향한 독주 pt.2> 부르던 시절에 블랙넛이 나와서 ‘나 힙합이야’ 했으면 아무도 안봤을 것 같거든요. 지금보다 훨씬 ‘저건 힙합이 아니야’라는 비판을 받았겠죠

길티_ : 당연히 그랬을거라 생각합니다.

플레져: 어쨌든 다시 표현의 자유로 돌아와서 얘기하자면, 결국 블랙넛의 랩이 예술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꼭 힙알못들이 쓴 기사보면 뭐 블랙넛이 쉽게 인기를 얻었다, 쉽게 랩을 했다, 같은 헛소리를 써놨거든요. 대표적으로 허핑턴포스트가 그랬죠.

길티_: 사실 저도 강일권 편집장님이 ‘펀치라인만 잘 쓴다고 좋은 랩퍼가 아니다’라고 하는거 보면서 좀 어이가 없긴 했습니다. 정확히는 강일권 편집장님에게 저런 비판이 성립할 수 있는 ‘권위’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이 재밌었죠.

플레져: 강집장님이 좋아하는 래퍼 누가 있지요.

길티_: 던 말릭? 서출구?

플레져: 저는 그들보다 블랙넛이 더 잘한다고 봐요. 저는 개인적으로 블랙넛을 한국힙합 탑급으로 보고있는데, 스윙스 이센스 빈지노등과 견주어도 랩실력만으로는 크게 안꿀린다고 봅니다.

길티_: 잘하죠.

플레져: 근데 뭔놈의 ‘잘하는 래퍼가 아니다’라는 소리를 하는지.

길티_: 애티튜드를 이야기한 거죠 ㅋㅋ  어김없이 그 밑에는 힙합은 태도라는 댓글들이..

플레져: 태도하면 취랩 아닌가요. 감옥 갔다오신분인데.

길티_: 그렇겠죠.

플레져: 저는 취랩 좋아요. 랩을 잘한다는 생각은 안들지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나쁘지 않은 캐릭터인 것 같아요. 한국의 DMX라 해야하나.

길티_: 네 캐릭터는 좋은 듯. 아무튼 이센스의 에넥도트에 집착하는 것도 진정성에 대한 갈망이 한 몫 한다고 봐요. 애티튜드가 있는 랩퍼! 이런거.

플레져 : 애티튜드가 뭔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애티튜드가 짱이다!

길티_ : 뭐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애초에 학문으로 접근하는게 아니니까.

플레져 : 이렇게 한국힙합의 실체는 또 모호해져만 가고(…)

 

블랙넛3

 

#. 3 페미니즘과 손잡은 한국힙합 평론계

 

플레져: 말 나온 김에 리드머 칼럼에 대해서 얘기해보죠. 사실 요즘 힙합관련해서 여혐 어쩌구 하는 기사들은 다 그 리드머 칼럼을 레퍼런스로 삼고있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해당 칼럼이 단편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과연 미국에서 래퍼들이 여혐에 대해서 진정성있게 반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뤄보고 싶네요.

길티_: 네 좋습니다.

플레져: 일단 snoop dogg이 가장 큰 사례로 언급되었는데 사람들이 칼럼을 읽고 그냥 아~ 그렇게 변했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미국내 페미니즘 진영은 90년대가 훨씬 강하지 않았나요?

길티_: 아무래도 그렇죠.

플레져: 그런데 왜 snoop dogg은 biatch 거렸을까요?

길티_: 그땐 hiphop이 아직 하위문화의 위치에 있었죠. n.w.a를 바탕으로 한 갱스터 이미지에 대한 관심과 함께, 거대자본을 가진 메이저 회사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할 때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소니나 워너브라더스 같은 메이저 회사들에게 하위문화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일부러 저런 부분들을 보존하다 못해 오히려 좀 강조가 되었다고 보면 맞을 것 같네요.

플레져: 그렇죠. 하위문화의 정체성을 위해 사용했다는거고, 실제로 eminem 이전의 hiphop은 철저하게 흑인남성에 의한, 흑인남성을 위한, 흑인남성의 문화였으니까요. 재밌는건 hiphop을 전세계적인 대중문화로 만든건 eminem인데, eminem같은 경우도 ‘여혐’코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죠.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남성의 문화로 바꾸었다 해야하나.

길티_: 그렇죠.

플레져: 결국 초창기 snoop dogg은 백인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진 페미니즘 진영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는거죠. 근데 이제는 월드와이드 스타가 되었잖아요. hiphop 자체가 월드와이드 문화고, 이젠 페미니즘 진영도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죠. 그리고 그걸 무시할 수는 없겠죠.

길티_: 그렇죠. 그리고 snoop dogg이 나이를 먹으면서 hiphop씬 내에서의 위상도 달라졌죠. 장르의 존경을 받는 동시에 대중적인 팝 스타가 되었으니까요. hiphop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일정부분 담당한다고 해도 될 정도로. 싸이와의 콜라보 같은 것도 생각해보면 특히 더 대외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래퍼임을 알 수 있죠.

플레져: 그러니까 결국 문화의 위상 문제인거잖아요. 하위문화라면 아무래도 대중의 시선에서 멀어져있으니 표현에 있어서 시비가 덜 붙겠죠. 근데 이제 미국의 hiphop은 주류문화고 대중문화에 완전히 상업적인 문화인데 시비가 걸리면 꼬리내려야 하겠죠.

길티_ : 아무래도 그렇겠죠.

플레져: snoop dogg만 하더라도 오프라 윈프리를 앞에두고 ‘요 bitch! 나 아직 여자들이 biatch라고 생각하거든!’ 이러면 문제가 당연히 생기죠. rich homie quan이나 rick ross의 문제도 비슷하다고 봐요. 전부 다 완전히 커머셜 래퍼니까요.

길티_: 네 그렇죠 메인스트림 래퍼. 사실 rick ross 같은 경우는 래퍼의 ‘위상’이 어떻게 처신에 영향을 주는지 그 대표적인 경우일 것 같아요. 사실 timbaland가 99년엔가 비슷한 가사를 썼습니다. 약은 안탔는데 여자랑 섹스하면서 그녀가 모르게 비디오 테잎으로 찍었다는 내용이었죠. 사실 그런 가사가 한 둘입니까. 다만 릭 로스의 위상이 매우 높으니까 경각심을 주려는 페미니즘 진영의 의도와 굳이 본인의 상업적 가능성을 막고 싶지 않았던 릭 로스의 의도가 겹친 거겠죠.

플레져: 그렇죠. 상업적 전략에 의한 타협. 이번 건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힙합과 랩게임 자체가 업적인 문화라는 걸 아예 상상도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길티_: 근데 그건 동시에 한국에서 인종 문화가 아니었던 힙합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고요. ‘흑인’이라는 존재 자체로 구분되지 않으니까(이슈털기 1화 참조) 스스로를 상업성이나 주류와 구분하면서 순수성을 내세운 측면이 강하죠.

플레져: 그렇죠 ‘흑인 -> 저항’ 이라는 인종적 기반이 없으니까 상업적 성공 -> 기믹이라는 본질을 이해 못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 애초에 ‘흑인’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문화적 코어가 없어서 제멋대로 이해하게 되는 거라고 봅니다. 흑인의 자리에 아무것도 없이 바로 저항으로 시작한다거나 홍대, 주변인, 정치, 민족 등이 들어간다거나. 이 ‘흑인’이라는 코어를 대체할 것을 찾지 못하면 한국힙합은 자생력이 약한 문화일 수밖에 없어요.

길티_: 네. 그리고 이건 지금 하는 얘기랑 약간 다른 거지만 갱스터 힙합이 한창 붐이던 시절에, 갱스터 랩을 규제해야하는가를 놓고 국회 청문회 같은 게 있었거든요. 미국 같은 경우에는 음악 관련해서 우리처럼 국가가 관리하는 심의가 없으니까 parental advisory(부모의 감독 하에 청취)를  반 자율적으로 붙이거든요. 근데 갱스터 힙합이 워낙 표현의 수위가 쎄니까 장르 자체를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청문회가 열린거죠.

플레져 : 결과가 어떻게 됐죠?

길티_ : 아무래도 규제가 생기지 않았으니 갱스터 힙합이 계속되고 있는 거겠죠?

플레져 : 그렇군요. 그런데 그걸로 사회적 합의가 된건가요?

길티_ : 찾아보니 이런게 있네요. 2007년에 있었던 청문회인데, 기사만 봐서는 정확히 이게 왜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고 어쨌든 힙합에서의 폭력이나 마약 등이 여전히 나름의 이슈가 되고 있긴 해요. 물론 저 기사는 8년전이지만..

플레져 : 규제는 없지만 규제에 대한 목소리는 가끔씩 나온다고 보면 되려나요.

길티_: 그렇다고 봐야겠죠. 이 기사를 보면 일단 David banner는 ‘힙합이 라디오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총격이나 마약은 여전히 커뮤니티의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네요. 웃긴 건 Master P인데 ‘자기가 그런 가사를 쓴 걸 후회한다’고 해놓고서 지금은 또 멀쩡하게 다시 믹스테이프 내면서 활동하고 있죠. 하지만 ‘음악 만들 때는 자기가 느낀 걸 만들 뿐이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려고 만드는 건 아니다’는 식으로 말했네요.

플레져: 이쪽은 현실을 반영하는 가상현실이라는 얘기를 한 거네요.

길티_ : 그렇죠. 근데 동시에 또 50cent 같은 애들은 this biz, show biz, hoe biz 같은 얘기를 하죠.

플레져: 그렇기에 미국의 메인스트림 hiphop씬에서 ‘여성비하’ 라는 키워드를 거둔게 상업적 이유 때문이라면, 한국힙합에서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게 가능한가?라는 문제가 생기죠. 즉 한국힙합과 미국의 hiphop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냐 하는거죠.

길티_: 그렇습니다. 한국 힙합은 아직 메인스트림이란게 자리잡지 않았거나, 구분이 애매해서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죠. 어쨌든 블랙넛의 <졸업앨범>은 대단한 상업적 전략이라고 말하긴 조금 힘든 믹스테이프 였으니까요. <졸업앨범>의 블랙넛과 쇼미더머니의 블랙넛이 완전히 동일한 페르소나일리도 없고요. 그리고 사실 저는 미국의 래퍼들이 정치적으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고 hiphop의 언어도 바뀌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별로 변한 게 없어요. 변한다고 하더라도 상업적 전략에 의해 움직이는거죠.

플레져 :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저는 예술가가 창작 과정에 있어서 사회의 압력 때문에 자기검열이 생기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것을 발표하고 유통할 때는 게이트 키핑의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예를 들어 블랙넛의 <졸업앨범>은 사실 TV엔 절대 나올 수 없는거잖아요. 하다 못해 쇼미더머니에 19금 딱지를 붙여도 되고요. 실제로 ‘힙합더바이브’는 19금 프로이기도 했고. 하지만 블랙넛을 죽이려는 사람들 중 ‘유통’이나 ‘게이트 키핑’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어요. 아예 이런건 사회로 나오면 안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뿐이죠.

길티_: 네 그렇죠. 다들 힙합이라는 장르의 예술성에 대해서 논하려고만 들고 예술성 너머의  문제까지는 시야각 확보가 안되니까..

플레져: 그나저나 결국 블랙넛 좋아하는 애들은 블랙넛의 정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거라는건데,  ize 기사에도 나온것처럼 블랙넛 페이지 좋아요가 11만이거든요. 멜론차트도 오르내리고 있고. 결국 블랙넛의 정서가 현실의 어떤 단면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길티_: 네. 그리고 적어도 David banner가 말한 논리대로, 블랙넛을 차단한다고 해서 그런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겠죠.

플레져: 그렇죠. 사실 왜 블랙넛같은 기믹이 나왔고 사람들이 왜 블랙넛을 좋아하는지를 똑바로 분석하지 않고 차단해버려야 한다는 건 문제가 있죠.

길티_: 장동민 사태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생각하면..

플레져: 사실 이건 일종의 ‘힙합정신’이랑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봐요. 교육수준도 낮고 가난한 흑인들이 자기네들의 삶을 힙합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흑인인권 운동에 힙합이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게 정설이잖아요. 백인들 중심의 주류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하층민 흑인들의 삶을 기록하는거니까. 마찬가지로 블랙넛을 지지하고 블랙넛과 정체성을 공유하는 애들에 대한 묘사도 블랙넛이 해주고 있는거죠.

길티_: 그렇죠.

플레져: 좀 더 투박하게 말하자면, 저는 10대 20대 애들이 블랙넛을 좋아하는 것 자체가 자기들을 블랙넛에 감정이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니까 찌질이 빵셔틀이 무대나 마이크 앞에서 멋있어지는 서사잖아요 전국에 있는 빵셔틀들이 블랙넛의 음악을 들으면서 힘내지 않을까요? 일종의 찌질이 빵셔틀의 우상같은게 아닐까 싶은데. 설령 본인이 빵셔틀이 아니어도 서사 자체가 졸라 멋있잖아요. 8mile의 rabbit이랑 똑같은 서사니까요.

길티_: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봤을 땐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빵셔틀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대부분까지는 아닌가?  

플레져: 빵셔틀까진 아니고 갑을관계에서 을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자주 해요. 약자들이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 감정이입을 잘하다 못해 지나치잖아요. 최근 이슈가 되었던 ‘세모자 사건’만 봐도 그렇고요.

길티_: 어쨌든 사람들이 블랙넛을 좋아하는게 인터넷의 ‘루저 정서’가 발현된 측면이 있다면, ‘루저=여혐’으로 동치시키는게 말이 안된다고 봐요. 블랙넛이 뭐 ‘여혐’을 전폭적으로 내세운 것도 아니잖아요. 진솔한 가사도 많고, 패드립도 있고, 배틀랩도 있고. 오히려 비유에 있어서 다루는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은 래퍼인데 ‘블랙넛=일베=여혐’으로 등치되는게 웃긴거죠.

플레져: 블랙넛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창작과정에 있어서 예술가의 자기검열은 있어선 안된다고 봅니다. 무슨 나찌도 아니고.

길티_: 심지어 블랙넛은 일베를 통해 유명해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플레져: 전혀 아니죠. 일베프레임을 씌울꺼면 차라리 bro를 죽이는게 덜 모순이죠.

길티_: 그렇죠.

플레져: 그리고 블랙넛이 나름 거의 10년차 래퍼인 것도 재밌어요. 소울커넥션 시절부터 활동했잖아요. 김콤비 한창 날릴 때가 2000년대 후반이었는데 그 전에 이미 블랙넛은 솔커에 있었으니까요. 제가 알기론 2006년쯤 솔커에 들어간걸로 알고있는데.

길티_: 그러고보니 오래되긴 했네요 진짜. 10년차인데 랩 못하는 게 이상한 거구나.

플레져: 10년 넘어도 못하는 분들도 있긴 하니까(…) 어쨌든 뭐 인기를 손쉽게 얻었다 이거 다 개소리에요.

길티_: 이건 아직 블랙넛에 대한 서사가 완성이 안돼서 그렇죠. 블랙넛은 이런 애다! 라고 딱 말할 수 있는게 아니고, 현재형으로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거죠.

플레져: 그것도 있죠. 결국엔 블랙넛이 멋있게 랩해서 쇼미 우승하거나 아니면 스윙스처럼 무관의 제왕되면 끝나는 일이라고 봐요. 근데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논란이 한국힙합이 좆밥이어서 벌어진다는거죠. 유일무이한 비평계인 리드머가 한국힙합보다 페미니즘을 변호하고 있잖아요.

길티_: 그렇죠.

플레져: 그러니까 사실 리드머로 대변되는 기성비평계가 좋아하는 한국힙합이라는건 계급적 약자인 래퍼가 자기썰푸는 그런거잖아요. 나 가난하지만 열심히 음악한다, 저항한다 뭐 그런거. 그리고 한국힙합 자체가 파이도 조그맣고 제대로된 체계도 없는데 이미 파이도 존재하고 학문으로 인정받는 페미니즘이랑 결탁한다는거 자체가 졸라 웃겨요.

길티_: 근데 리드머는 또 뮤지션 가난하다 이야기는 싫어하는 편이죠.

플레져: 그럼 대체 뭘 원하는거지. 다 같이 가난하길 원하는 MC메타같은 포지션인가.

길티_: 애티튜드.. 아마 예술가로서의 엠씨.. 인듯…

플레져: 성리학이네요.

길티_: 근데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제가 리드머는 아니니까요.

플레져: 어쨌든 스눕독 이야기는 힙합, 그리고 래퍼의 위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죠. 물론 그렇게 변했다는 주장에 별로 동의하지 않지만, 백번 양보하더라도 미국의 hiphop이야 이미 주류문화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한국의 힙합은 안그래도 만만한 하위문화였다가 이제 겨우 수면위로 올라가는 수준인데 주류문화의 잣대를 들이밀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드네요. 심지어 내부적으로도.

길티_: 그리고 갱스터 랩의 존재자체가 문제가 되던 시절에 비하면, 갱스터 랩스타가 존재하는 요즘의 미국 음악 씬에서 딱히 씬이 더 페미니즘 적으로 굴러간다, 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봐요. 그냥 적절히 타협을 본 거지. 애초에 미국이 이러니까 우리도 이래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졸라 웃긴 거죠. 미국에서 래퍼들이 대마하고 총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대마하고 총쏴야 한다는 얘기를 내는 래퍼는 없잖아요.

플레져: 그렇죠. 그리고 애초에 가상현실이기때문에 상상의 자유를 구속해서는 안되는거죠. 표현의 자유야 유통체계에서 검열하면 되는거고요.

길티_ : 맞습니다.

 

블랙넛4

 

#.4 Bonus : 포스트 오버클래스

 

플레져: 오늘 블랙넛 특집이니까 마지막으로 포스트 OVC시대 얘기하고 마무리하죠.

길티_: 좋습니다.

플레져: 쇼미4에서 산이와 버벌진트를 앞에 앉혀놓고 그들의 얼굴에 똥물을 뿌리며 랩하는 블랙넛은 제가봤을때 존나 상징적인 장면인 것 같아요. OVC체제가 끝났음을 알리는 사건이죠. 한국힙합의 패러다임이 변한다는 상징이고요. 동시에 PC통신계의 적서논쟁 같은거죠.

길티_: 쇼미 4가 방영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힙합꼰대 버벌진트’는, 사실 본인이 까던 2000년대의 강남/유학 힙찔이들의 2010년대 재현이었죠. 옛날에는 참 버벌진트가 잘깠는데.. 어쨌든 블랙넛은 버벌진트와 산이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서 왕위를 계승하는 중입니다.

플레져: 그렇죠. ‘노자’당한거라고 볼 수 있는거죠.

길티_: 그리고 블랙넛은 버벌진트와 OVC 출신들이 만들었던 인터넷 기반의 힙합 씬을 가장 똘똘하게 이용하고 있죠. 그나저나 바로 그 장면 바로 다음에 이어진 배틀만 더 잘했어도 진짜 대박이었을텐데.

플레져: 그건 그렇죠. 근데 랩실력 자체가 상향평준화된데다가 블랙넛이 보여줄수 있는 퍼포먼스에는 MNET의 편집이라는 장애물이 있으니까요. 어쨌든 이제 OVC시대는 끝이 난 것같고, 이제는 OVC 시대에서 흐름을 주도했던 이들 중 누가 살아남느냐가 중요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어차피 남은 건 OVC 3대장(버벌진트, 산이, 스윙스)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실력적인 측면이건, 캐릭터나 애티튜드의 측면이건 산이가 제일 위태한 것 같고요.

길티_: ㅠㅠ  ovc… 즐거웠습니다…

플레져: 근데 진짜 즐거웠어요. 사실 이센스같은 경우도 OVC시대로 부를 수 있으니까요.

길티_ : 그렇죠.

플레져 : OVC시대가 일종의 ‘한국힙합 근대화시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기술적으로 완전히 다른 레벨이 되었잖아요. [modern rhymes]의 모음라임 방법론이 그전까지는 그냥 하나의 이론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완전히 뿌리를 내린게 OVC시대였죠. 펀치라인도 그렇고 투포리듬도 그렇고. 빈지노나 오케이션 또한 결국 OVC시대에 걸쳐있죠.

길티_: 네 그것도 싸워서 이룩한거고.

플레져: 그렇죠. 하지만 이제 보내줘야 할 때가..

길티_: 이제 우리는 기술만 발전했지 힙합에 메시지가 없어졌다는 소리를 듣는 시대로…

플레져: ㅋㅋㅋㅋㅋ 유학생들 오면 메시지 많이 풍성해지겠죠. 앞으로는 유학생시대+토종김치시대라고 예상됩니다. 근데 이게 또 한국힙합의 원형이긴 했는데.

길티_: 유학생이 언더 먹고, 김치가 메이저 먹고 그렇게 되지 않을지.

플레져: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게 차이점이고요. 기존에는 유학생계가 오버, PC통신계가 언더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었으니. 그나저나 유학생들은 오버에 묘하게 부정적이더라고요.  코홀트 방송 안나가는것만 봐도 그렇고.

길티_: 한국 씬에 대한 환멸이 있어서 그럴겁니다.

플레져: 사실 코홀트가 대박친 시점에서 이미 유학생계의 평정이 예견된 상태였죠. 현재는 나플라나 오왼 이런애들이 주목받고있는 상황이고 졸라 잘하기도 하고요. 토종김치쪽은 블랙넛 씨잼등이 적통이겠죠.

길티_: 네. 그나저나 오늘의 주인공인 블랙넛의 행보는 앞으로 어찌 될까요.

플레져: 쇼미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얻느냐에 달리지 않았나 싶네요.

길티_: 쇼미 우승하고 메인스트림으로 소속사 옮길까요? 아니면 그냥 저스트 뮤직의 임시 사장으로.

플레져: 그럴것같진 않고 그냥 젖뮤 계속할것같은데 돈을 많이 벌겠죠. 블랙넛키드들도 생길테고.

길티 : 그때에는 ‘블랙넛 키드 죽이기’가 일어나지 않기를 빌며… 요약 부탁드립니다.

플레져 : 넵.

1. 블랙넛이 일베, 여혐 논란에 휩싸이고 있음. 많은 언론들이 ‘블랙넛=일베=여혐’이라는 선동중.

2. 그러나 블랙넛이 일베라는 증거는 없음. 그저 ‘일베’라고 불리는 부정적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것 뿐.

3. 그리고 예술 창작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는 원래부터 거의 무제한으로 보장받았음. 유통과 검열의 문제라면 모를까, 블랙넛의 <졸업앨범>에 대한 ‘예술이 아니다’ 혹은 ‘힙합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

4. 문제는 블랙넛을 변론해도 모자랄 한국힙합 비평계가 오히려 페미니즘 진영이랑 손잡고 블랙넛을 비판하는 칼럼을 씀. 그 이후 해당 칼럼이 절대적인 진리인 것처럼 인용되고 있지만, 반박의 여지가 분명히 존재. 

5. 블랙넛 화이팅. 쇼미에서 가정사 팔면서 오열랩 하고 우승하면 다 잊혀질것임.

 

 

-끝-



원글 : http://www.disslike.net/archives/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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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8.15 00:56
    잘 봤어요!
  • 8.15 00:56
    리드머 칼럼 자체가 엄청 꼰대스러운것은 ㅂㅂㅂㄱ
    꼰대 그 자체임 메타가 쇼미더머니 디스하듯
  • 8.15 01:08
    저번꺼는 솔컴 메타를 부정하는거 때문인지 욕만 잔뜩 먹던데
    이번꺼는 그래도 좋게 보는 분들이 많을거같기도ㅋㅋ 재밌네여역시
  • 8.15 01:22
    이새끼들 지들이 올드 리스너라고
    공신력 있는듯이 만담을 올려대는데,
    결국 새로운 꼰대들에 불과함
  • 8.15 03:47
    님 본인 아니고 지인이라면서 왜 자꾸 이 멍청이들 똥글 퍼오세요 저번에 테이크원 칼럼도그렇고 ..
  • 알림글쓴이
    8.15 03:52
    @fanakim
    회원가입이 안된다네요
  • 8.15 13:55
    리드머 칼럼 논지하고 강일권편집장이 페북에 썼던 '잘하는 랩퍼 아니다'란 글의 의미도 잘못 파악하신듯. 그다음에 트위터나 이런데 이어진 글들 보면 펀치라인은 그저 하나의 재미있는 요소일뿐 잘하는 랩퍼 평가하는데 필수 요소가 아니며 가사, 플로우, 주제 풀어내는 방식 등등 총체적으로 잘해야 잘하는 랩퍼라는 의미던데요. 애티튜드 같은 얘긴 하지도 않았더만.평소 제 생각이랑 거의 비슷해서 주시하여 봄. 솔까 플로우만 잘탄다고 잘하는 랩퍼면 프렌치 몬타나도 짱이게요. 그럴듯하게 썼지만 사실상 똥글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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