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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입 이번 신보 [Street Poetry] 리뷰 써봤습니다!

대왕오징어2015.04.03 17:15조회 수 5684추천수 5댓글 6

이번 앨범을 너무 좋게 들어서 리뷰를 한 번 써봤어요 ㅎㅎ

블로그 전용 링크는 : http://blog.naver.com/yunjoong90/220319200003

많이 읽어주세요~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젓고 있는 돈키호테> - ★​★​★​★​☆

 

  한국힙합 불후의 명작 [Heavy Bass] 이후 피타입(P-Type)의 발언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힙합을 ‘폭력적인 잡종문화’라고 말한 그는 ‘자신이 잘났다’ 내지는 ‘끊임없이 자기 증명만을 되풀이하는 힙합의 그릇이 자신에게는 전혀 맞지 않다’라고 말하며 소울(Soul)의 영향이 짙게 드러나는 인스트루멘탈 위에 랩을 올려놓는 작품을 발매했다. 피타입하면 생각나는 키워드는 다양하다. 자신만의 라임이 생산되는 과정을 밝힌 ‘피타입 라임체계론(라임 공식)’ 이라든지 ‘1세대 랩퍼’와 같은 호칭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그가 말한 발언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단연 ‘힙합은 폭력적인 잡종문화다’라는 폭탄선언이었다. 사실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기점에서 피타입은 언제나 화제와 논쟁을 동시에 몰고 왔다. 굳이 ‘논쟁’과 ‘화제’를 구분하는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그가 앨범을 설명할 때 내뱉었던 문장들이 대부분 자신만의 철학과 그것에서 우러나오는 나름의 체계적인 언어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힙합은 놀이를 기술로 승화시키는 기술’이라는 인트로(Intro)를 통해 (이미 완성되어 있었던 건지도 모를) 자신만의 견고한 라임체계를 뽐냈던 1집 [Heavy Bass]. '랩은 보컬 스킬의 일종이자 또 다른 하나의 악기‘라는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소울풀한 악기 위에 랩을 구성악적으로 적용시켰던 2집 [The Vintage]. 그리고 브랜뉴 뮤직을 통해 힙합씬에 전격적으로 컴백 신호탄을 쏘아올린 3집 [R.A.P]에서 보여준 여전히 건재한 체계적 라임과 신시사이저가 춤을 추는 어색한 비트 위에서도 별 이질감 없이 녹아드는 그의 보이스(Voice). 그의 실력과 자신의 음악적 신념에 대한 확실한 인식, 자신감은 사실 '논쟁’ 보다는 ‘화제’로 볼 수 있을 정도로 누구보다 체계적인 시스템 위에 기반한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힙합은 폭력적인 잡종문화다’라는 (역설적으로)폭력적인 발언이나, 다른 랩퍼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그의 라임 시스템이나 곡 주제 전개 방식에 대한 호불호의 양론 그리고 무엇이 그를 다시 힙합으로 돌아오게 했으며 힙합을 욕보이고 떠났던 뮤지션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대립된 의견들은 지금까지도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는 ‘논쟁’의 역사 속 도마 위에 놓여 있다. 그는 그러한 논쟁 속에서 자신의 대답을 끊임없이 유보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본작 [Street Poetry]에서 피타입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지금까지 자신이 힙합씬에 벌여놓았던 논쟁거리에 대해서 드디어 입을 여는 듯 하다. 재미있는 것은 몇 십년동안 칼같이 언어를 다듬어온 ‘독종’마냥 굉장히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앨범 첫 트랙의 타이틀 부터가 ‘폭력적인 잡종문화’다. 앨범을 전체적인 방향을 판가름하는 첫 곡은 굉장히 복합적인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힙합씬의 뮤지션들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서, 리스너들의 소모적인 논쟁 내지 비난의 양태를 비판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씬과 사회의 핵심적인 부분을 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 경고한다. 특히 Verse(벌스) 하나 지분을 빌려 자신을 공격했던 리스너에 대해서 무자비한 폭언의 형태를 취한 메시지는 상당히 인상깊다. (내가 던진 떡밥, 그 떡밥 물어 덕 봤던 놈들 보다 / 더 빡치게 만드는 건 턱 받치고 앉아있는 좆문가) 뒤이어 ‘랩 게임과 야자타임 헷갈린 놈들’과 같은 라인들을 통해 서로에 대한 존중은 거의 없고 디스와 뒷담화만이 난무하는 불경한 현 씬의 문제점들을 꼬집고, 뮤지션의 사회적 의무와 그들의 음악을 듣는 리스너들의 올바른 태도를 상기시키는 문구까지 놓치지 않는다. (진정해, 욕할 상대나 제대로 골라 / 경찰에게 총 맞는 친구는 없어도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은 많아) 피타입은 ‘씬이 커져 드러난 허점? / 이거 10년 된 문제야’라고 말하면서 ‘힙합은 폭력적인 잡종문화다’라는 과거의 발언이 어떤 사고 방식을 통해 나온 결론인지, 그리고 여전히 의미없는 싸움과 논쟁만을 반복하는 힙합씬의 소모적인 모습을 ‘개똥밭’으로 비유하며 자신의 사고가 변하지 않았음을 은연중에 내뱉는다. (정치 따윈 좆도 모르겠고 / 딱 보니 씨팔 또 세금 오르겠고 /세상살이, 내 성질머리 둘 다 좆같애 / 그래, 같이 뒹굴어 보자, 이 개똥밭에)

 첫 곡에서 볼 수 있듯 피타입은 작품의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서 문학적 언어 대신 ‘거리의 직설적인 언어’를 선책한다. 이러한 ‘거리의 언어’는 다음 트랙인 'Do the Right Rap'에서 보다 구조적인 문장들로 심화된다. (Do the Right Rap : 메타포와 플로우 따위 흑형 거 냅다 퍼 와... / ...약 빤 척 맛 간 척 흐느적거려 / 반쪽짜리 힙합만 판쳤지. 감쪽같이 감췄던 역한 냄새) 보다 직설적인 메시지, 동시에 통찰에 있어서 한 순간의 빈틈도 놓치지 않도록 철저히 설계된 문장들은 주로 ‘문학적 언어’로 주제를 구현하던 그의 예전 커리어와 확실히 차별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의 많은 곡들이 비슷한 주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며 직설적인 언어로 점철되어 있는 셈이다. 앨범의 타이틀이 [‘Street’ Poetry]인 것도 이러한 직설적인 어조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단순히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과시하는 듯한 어조의 ’오마쥬‘를 넘어서, 그의 캐릭터가 정말

’힙합 선생‘이라는 별칭을 가진 KRS-One을 연상시키는 이유는 앞 트랙들에서 보여준 그의 탁월한 메시지 접근법에 힘입었기 때문이다.​

 

  비판 대상을 확실히 정한 날카로운 진언들은 탁월한 언어 감각에 힘입어 공격적이고 거친 그만의 캐릭터를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자신의 음악적 롤모델이자 원류가 되었던 올드 스쿨(Old Skool) 문화를 ‘Timbaland Boots'로 상징화한 ‘Timbaland 6"'에서 피타입은 Onyx, Rakim, Wu-Tang Clan, KRS-One과 같은 본토의 올드 스쿨 랩퍼들을 오마쥬하듯 레퍼런싱 가사로 읊어낸다. (Timbaland 6" : 제 2 외국어는 Big L "Ebonics" / 내 벤치마킹. KRS, Rakim, Wu-tang, ONYX) 단순히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과시하는 듯한 어조의 ’오마쥬‘를 넘어서, 그의 캐릭터가 정말 ’힙합 선생‘이라는 별칭을 가진 KRS-One을 연상시키는 이유는 앞 트랙들에서 보여준 그의 탁월한 메시지 접근법에 힘입었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 시대 속에 도태된 예술인의 위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네안데르탈’에서는 비관적인 관점을 견지하는 동시에 자신은 자신만의 예술에 헌신할 수 밖에 없다는 ‘고집 센 예술가’의 초상화를 그려내기도 한다. (네안데르탈 : 절대 순종적으로 살긴 싫어 종적 / 감췄던 난 종족 마지막 생존자).

 

  앨범 중반부에 위치한 ‘광화문’에 이르게 되면 그의 언어는 캐릭터를 형성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들까지 유려하게 풀어내며 자전적인 성격을 진하게 띄게 된다. 특히 ‘광화문’은 첫 트랙인 ‘폭력적인 잡종문화’에서 보여주었던 복합적인 통찰력이, 절정에 다다른 감각적 묘사의 언어로 승화되는 중반부 하이라이트 트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의 대표격으로 상징되는 광화문이라는 장소에서 피타입은 자신의 다사다난 했던 과거를 반추하는 동시에 광화문 거리를 걸었던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서 언급하고, 자신과 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사회의 모순 그리고 뒷 세대들이 형성할 사회의 문제들에 대해 비관적인 문장들을 흩뿌려놓는다. 특히 근 2년동안 대한민국 정치, 사회에 있어서 가장 논란의 장소가 되었던 광화문이라서 그런지, 세종대왕 동상을 슬쩍 흘겨보며 쓸쓸히 지나가는 듯한 피타입의 날카롭고 비관적인 시선은 다소 서글픈 느낌이 들기도 한다. (광화문 : 투박한 일상과 온종일 싸운 뒤에 느낄 거야, 내일도 널 욕보일 삶 / 현실에 대한 답 중 선택은 착각쯤 되나? / 일상과 이상과 세상 사이엔 늘 / 못 갖춘 수많은 자격들...너도 뭐 차차 겪을 거야). 그 다음에 이어지는 ‘돈키호테 2’는 ‘광화문’과 분위기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자기 성찰적인 태도는 유사하다. 특히 이 곡은 자기 신화화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인 ‘돈키호테’의 후속작을 만들기 위해서 10년전의 자신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며 생각하던 그가 깨달았던 것은 ‘10년 전을 이렇게 생각해보고 있는 나’야말로 ‘지금의 나 자신’이라는 것이었다. ‘내 가슴에다 내가 쓴 가사인데 / 넘어서야 내가 산데 / 10년 전의 전설이 내 상대’라는 가사에서 그가 가진 음악적 신념과 자신감이 여전히 돈키호테의 고집처럼 단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빼어난 라임과 보다 유연해진 플로우(Flow)를 맛볼 수 있는 트랙들도 존재한다. ‘돈키호테 2’를 지나 ‘이방인’ - ‘반환점’으로 이어지는 앨범 중 후반 부분은 단언컨대 본작의 백미라고 부를 수 있다. 도시와 도시의 자본에서 소외된 자의 관점에서 ‘나는 목화밭도 못 봤고 / 내 가사는 현실 역시도 못 바꿔’라고 한탄하는 ‘이방인’ 그리고 힙합씬을 하나의 동네로 비유하고 그 속에서 그래피티를 그리고 비보잉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펜을 들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반환점’은 곡의 전반부에서 다루었던 ‘네안데르탈’이나 ‘돈키호테 2’와 주제의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여느 트랙보다 강한 바이브(Vibe)의 드럼이 지배하는 이 곡들에서는 보다 자유롭게 배치된 라임과 과감하게 음절들을 내뱉는 피타입의 모습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과거, 강박적일 정도로 오밀조밀하게 배치된 라임과 그에 따라 다소 경직되어 있는 것처럼 들린다고 평가받았던 그의 스킬이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는 직설적인 메시지와도 맞물리면서 ‘가사 전달력’의 측면에서도 전작들에 비해 두드러지는 측면이 있다.

 

 

 이처럼 [Street Poetry]에서 피타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한 동시에 진한 통찰이 배어 있는 주옥같은 문장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그의 라임 만큼이나 치밀한 프로듀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거 MC 성천으로 활동하던 Fasinating,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에서 활동했던 Kebee, 데뷔작부터 피타입과 함께 같이 작업했던 Keeproots 그리고 신예 프로듀서 디프라이(Deepfry). 이 4명의 프로듀서가 앨범에 참여했다. 각 비트는 서로 완성도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통일된 주제의식과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앨범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내고 있다.

  앨범의 테마는 올드 스쿨. 즉, 붐뱁(Boom-Bap) 사운드라고 할 수 있다. 붐뱁 사운드 위에 얹은 여러 샘플 소스 역시 ‘올드’한 느낌을 제대로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Timbaland 6"' 같은 경우 날 것의 붐뱁 드럼 사이로 DJ의 커팅을 삽입하며 실제로 길거리에서 프리스타일(Freestyle) 무대를 벌이는 듯한 시끌시끌한 광경을 연출한다. ‘반환점’ 에서는 산울림의 ‘어느 날 피었네’ ‘골목길’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와 같은 곡을 샘플링하는 참신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보다 적확하게 말하자면 [Street Poetry]의 색깔은 올드 스쿨 사운드를 현대적 레코딩으로 재해석한 ‘세련된 붐뱁’에 근접해 있다. 이는 94년도에 [Illmatic]이라는 세기의 클래식을 남긴 Nas가 이후 [Life is Good]으로 붐뱁 사운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세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피쳐링진에서 보이는 날카로운 감각도 외면할 수 없다. 허클베리피(Huckleberry-P), 넋업샨 등이 앨범 초반부의 메시지에 힘을 보태주었고, 태완, 바버렛츠, 선우정아와 같은 보컬리스트들은 곡에 유려한 풍미를 더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나 가장 눈에 띄는 게스트들은 ‘네안데르탈’의 마이노스(Minos)와 저스디스(Justhis) 그리고 ‘이방인’의 차붐(Cha-Boom)이라고 볼 수 있다. 피타입의 비유적 표현과 달리 말을 하듯 주절주절 내뱉는 마이노스와 뻔하지 않은 단어들을 조심스럽게 선별한 저스디스의 가사는 곡의 주제의식에 정확히 맞물려 있으면서도 ‘네안데르탈’에 ‘3인 3색’식의 다양한 색채를 부여한다. 거침없는 비유와 묘사력을 자랑하는 차붐은 날 것의 언어로 포장된 이방인의 ‘쌈마이’를 살포하는 동시에 현실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는 자신의 고독까지 진하게 표현해낸다. 피타입의 랩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개성 있는 게스트들의 혼신어린 지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Street Poetry]는 피타입의 앨범들 중 가장 메시지를 탁월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그의 깊은 통찰력이 제일 진하게 우러난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몇몇 곡에서 보이는, 살의를 품은 듯한 지나친 공격성은 통찰력 보다는 감정이 더 앞선 듯한 느낌이 들어서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자기 반성’ 보다는 ‘자기 변호’에 치우친 듯한 느낌이 그가 음악을 하는 명분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점. 그리고 앨범의 결론이 결국 비관적이고 자조적 메시지로 이어지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앨범의 마지막 두 트랙들에서 볼 수 있는 씁쓸한 인식의 재확인이 그것을 반증한다. 자신은 자신 주위의 사람들에게 그저 ‘최악의 남자’라고 말하는 부분과, 시와 자신의 존재 사이의 괴리감을 인식하며 끊임없이 괴로워하는 ‘Vice Versa'가 앨범의 결론이 되는 사실은, 앞 트랙들에서 보여주었던 놀라운 프로세스에 비교한다면 주제의 폭이 좁고 표현력이 핍진하여 지나치게 씁쓸한 맛만 남기고 있다.

 

 

 

 자기 자신과 힙합씬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선 사회적 통찰과 그것을 구현하는 그의 녹슬지 않은 스킬, 그리고 믿음과 신념, 완벽한 프로듀싱이 만들어낸 수작. [Street Poetry]는 분명 수작 이상이다. 그러나 본작은 피타입이라는 랩퍼가 이미 수많은 측면에서 정점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의 완벽함을 완성 시킨 그의 굳은 신념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테두리’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기도 하다. 피타입의 ‘테두리’를 ‘한계’라고 해석하는 것은 조금 위험한 일인듯 하다. 왜냐하면 그는 ’랩의 장인‘으로서 자신이 보일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들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타입의 시대정신을 단순히 ’냉소적‘ 이거나 ’꼰대 정신‘이라고 무자비하게 깎아내릴 근거 또한 확실히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아쉬움이 남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나는 피타입이라는 뮤지션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나에게는 팔짱을 낀 채 ‘그건 아니다’라면서 고개를 젓고 있는 이 까다로운 독설가의 모습이 아직까지 너무 크게 다가오기 때문인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본작을 들어보면 더 많은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내 모습을 많은 분들이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본작은 근 몇 년 나온 한국 힙합 앨범 중 가장 거칠고 날카로운 정수와 수많은 비젼을 담고 있다. 10년이 지나도 그의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닌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모습 속에서도 놀라운 재능은 스스럼 없이 빛나고 있다. 누군가에게 여전히 피타입은 ‘돈키호테’로 남아있을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가 ‘그래, 둔해 빠진 덕분에 꿈의 품에서 또 눈 뜨네’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한국힙합의 ‘포스트-돈키호테’는 누가 될 것이며, 그 사람이 내어놓을 작품들에서 ‘나도 그를 따라 꿈의 품에서 눈을 뜨네’라는 문장이 나올지 안나올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단언컨대 본 앨범은 돈키호테를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작 이상’의 작품으로 끊임없이 회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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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4.3 17:51
    멋있네요
  • 4.3 20:08
    피타입은 라임이 다양해서 그런가 플로우도 다양한거같음
  • 4.3 20:09
    시간내서 다시 읽어야겠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4.3 23:11
    잘읽었습니다 스웩의전당가시겟네요ㅎㅎ
    이번에한국힙합의명반이하나나온기분입니다
    시사회갈걸그랬음ㄷㄷ
  • 4.4 02:00
    논문 초록을 읽은느낌이네요 뭔가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 4.4 14:17
    스웩드립니다 좋은리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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