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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슈퍼스타의 관능과 진심 - 박재범 정규 4집 [EVERYTHING YOU WANTED] 리뷰

title: André 3000Alonso20002026.10.20 22:06조회 수 472추천수 2댓글 4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4439493621

 

발매: 2016. 10. 20.

기획사: AOMG

​

1. Replay

2. I Don’t Disappoint

3. Feature (Feat. Cha Cha Malone)

4. All I Wanna Do (K) (Feat. Hoody, Loco)

5. Limousine (Feat. KRNFX)

6. SOLO (Feat. Hoody)

7. Alone Tonight (Feat. Sik-K)

8. Only One (Feat. Raz Simone)

9. 사실은

10. 곁에 있어주길

11. DRIVE (Feat. GRAY)

12. AQUAMAN

13. Me Like Yuh (K) (Feat. Hoody)

14. 2nd THOTS

15. FOREVER (WITH DJ ALE MORA) (Feat. Cha Cha Malone)

16. 전화기를 꺼놔 Remix (Feat. ELO)

17. I Got This

18. Me Like Yuh

19. All I Wanna Do

 

 

 

 

섹스 심벌이라는 화두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인간이 지닌 본능 가운데 가장 원초적인 것이 번식에 대한 욕구이기에, 이와 관련된 낱말들에는 대개 본성을 뜻하는 '성(性)'이라는 접두사가 붙는다. '섹스(Sex)'라는 단어가 동양에 도입되었을 때, 이를 '성'으로 번역한 것은 생물학적인 본능 또한 인간이 지닌 본성이라는 성찰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대중문화에서 소위 말하는 '섹스 심벌'들은 오랫동안 공개된 곳에서 금기시 되어왔던 이 본성을 어떻게 상징화, 상업화할지 누구보다 섬세히 꿰뚫어 보고 있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이 기준에서 본다면, 한국 흑인 음악계에서 박재범만한 섹스 심벌도 드물 것이다.

​

물론 한국에서 '댄스 퍼포먼스와 섹스 어필에 기반한 남성 R&B 솔로이스트'라는 개념을 박재범이 처음 정립한 것은 아니다. Bobby Brown에서 출발해 Usher와 Chris Brown으로 이어진 계보는 태평양을 건너 유승준, 박진영을 거쳐 비와 태양에 이르러 찬란하게 만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중 주류와 비주류를 경계 없이 아우르며, 장르 씬의 독자적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중성까지 완벽히 장악한 인물은 박재범이 거의 유일하다. 시애틀에서 비보이 크루와 어울리던 시절부터 박재범에게는 힙합과 R&B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있었고, 그는 [New Breed]와 [EVOLUTION]을 거쳐 2015년 한국 힙합 최고의 블록버스터였던 [WORLDWIDE]를 진두지휘하기에 이르며 비로소 씬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육체적인 에로티시즘과 아이돌 시절 단련된 쇼맨십은 박재범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JOAH"의 순수함과 "올라타"의 노골적인 직설, "몸매 (MOMMAE)"의 통통 튀는 치기, "뻔하잖아 (YOU KNOW)"의 감정적 농밀함과 "MY LAST"의 청량한 고백까지, 박재범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마다 R&B는 언제나 결정적인 적시타를 터뜨려주었다. 결국, [EVERYTHING YOU WANTED]의 방대함과 다양함, 이를 채우는 순도 높은 밀도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주제를 가장 좋아하는 방향으로 전개해 나갈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으리라.

 

 

Unpin that spangled breastplate which you wear,

그대가 두른 반짝이는 흉갑의 핀을 풀라,

That th’eyes of busy fools may be stopped there.

극성맞은 바보들의 시선이 거기 머물도록.

Unlace yourself, for that harmonious chime,

그대의 끈을 풀어내라, 그 조화로운 종소리가,

Tells me from you, that now it is bed time.

침대로 향할 시간임을, 그대에게 말하고 있나니.

John Donne, <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To His Mistress Going to Bed)> 中

 

 

앨범의 분위기를 설정하는데 있어, 박재범의 지기인 Cha Cha Malone의 존재감은 언제나 강렬하다. 세번이나 연이어 끈적한 슬로우 잼으로 밀고 들어오는 앨범의 도입부를 보자. 찹드 앤 스크류 된 채로 반복되는 인트로 - Put this shit on replay - 에서 이미 의도는 명확하다. 연인과 단 둘이 같이 있는 밀실, 침대에 눕히고, 몸이 포개질 때, 이 음반을 계속 틀어달라는 은밀한 유혹이다. 레이 백 된 리듬과 은은히 퍼지는 신스 위로 이어지는 달콤함은 이내 '밤새도록 반복'한다는 외침 뒤로 울려퍼지는 무그의 포르타멘토에서 첫 절정을 맞는다.

​

"Replay"에서 Jodeci의 위험한 끈적함으로 뚫고 들어온 밤은 August Alsina의 야성이 실린 "I Don't Disappoint"에서 짜릿해진다. Mint Condition의 낭만적인 R&B 연가를 가운처럼 걸친 트랩 소울에는 하룻밤의 일탈에서만 비롯되는 몽환적인 스릴이 있다. '너를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은 흥분 어린 기대로 가득하다. 이 고양감이 "Feature"에 다다르면 절정에 다다를때 터져나오는 탄성의 화음, 정신과 육체의 완벽한 합일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앨범의 첫번째 객원 보컬로서 Cha Cha Malone이 등장하는 것 또한 지극히 상징적이다. Jodeci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 농밀한 하모니, 평생을 함께해 온 음악적 동지와의 단단한 호흡은 연인을 가장 은밀한 성역으로 초대해 온전히 하나가 되는 신성한 제의(祭儀)로 승화된다.

 

 

Licence my roving hands, and let them go,

헤메는 내 손길을 허하여, 마음껏 나아가게 하라,

Before, behind, between, above, below.

앞으로, 뒤로, 사이로, 위로, 아래로.

O my America! my new-found-land,

오, 나의 아메리카! 나의 신세계여!

How blest am I in this discovering thee!

그대를 발견한 나는 얼마나 축복받은 자인가!

John Donne, <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To His Mistress Going to Bed)> 中

 

 

 

 

물론, 알앤비라는 장르는 본능 아래로 깊이 침잠하다가도, 때로는 힙합은 물론 댄스, 심지어 전자적인 영역으로까지 수평을 넓힐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Nic Nac 류의 경쾌하고 멜로딕한 팝 래칫에 기반한 "All I Wanna Do"와 "SOLO"에서 노골적이던 에로티시즘은 산뜻한 은유로 스며들고, 그 자리에는 연인과의 만남과 고백을 기다리는 소년 같은 진솔한 설렘이 차오른다. 후디의 깔끔한 보컬 운용은 트랙이 지니는 두근거림의 층위를 한층 입체적으로 확장한다. Lionel Richie와 Diana Ross, Usher와 Alicia Keys에서 익히 증명되었듯, 남녀의 보컬이 대등하게 주고받는 화답은 구애를 일방적인 과시가 아닌 온전한 교감으로 전환시킨다. 후디의 우아한 음색이 더해짐으로써 박재범의 소년미는 만개하고, 두 사람의 호흡은 팝적인 쾌감과 로맨틱한 설렘을 동시에 획득한다.

​

여기서 잠시 시계열을 과거로 돌려보자. 래칫의 근원을 따라가다 보면 G-Funk를 거쳐 결국 훵크의 탄력에 도달하게 되고, 디스코는 그 훵크의 가장 성공적인 후예이다. "All I Wanna Do"와 "SOLO"라는 두 개의 명징한 래칫 넘버 사이에 Calvin Harris의 기풍이 물씬한 누 디스코 넘버 "Limousine"이 등장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코러스에서 말하듯, 품격을 상징하는 고급 리무진 내부가 세련된 관능의 공간으로 전복되는 순간, 앨범의 무대는 밀실에서 직전의 파티로, 다시 도시를 질주하는 품위로 전환된다. 흥미로운 지점은 장르적 유희가 만개하는 이 구간에 박재범이 지닌 또 다른 정체성이자 뿌리인 힙합을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All I Wanna Do"에서 로꼬를 기용해 특유의 능청스러운 온기를 더한 것은 물론, "SOLO"에서는 직접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인용하며 소년다운 풋풋한 랩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리고 이것이 "Limousine"에 다다르면 KRNFX의 현란한 비트박스 위로 날렵한 스웨깅을 얹어내며, 감미로운 멜로디 조성 이면에 힙합의 본능을 숨겨둔 박재범 특유의 영리한 문무겸전이 빛을 발한다.

 

 

 

 

Cha Cha Malone의 지휘로 시작된 앨범은 우기(WOOGIE), 그루비룸, 그레이와 같은 박재범의 또 다른 파트너들을 하나둘 더해가며 스펙트럼을 넓히는 한편, 주제 또한 다각화한다. 이미 커리어가 반석에 올라 있던 그레이는 타이틀곡인 "DRIVE"를 책임질 정도로 스탠더드한 접근을 견지한다. Pharrell을 연상시키는 미니멀한 어반 팝 위에 그레이와 박재범의 싱 랩이 교차하며 로맨틱한 휴식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기의 손을 거치면 한층 진솔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블루지한 기타 소스를 활용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우기인 만큼, 공간감 있고 어두운 트랩 소울 "Alone Tonight"에서건, 담백한 어쿠스틱 발라드 "곁에 있어주길 (Stay With Me)"에서건 박재범이 털어놓는 슈퍼스타로서의 고독과 유한함에 영리하게 처연한 온도를 덧입힌다. 여기서 특히나 인간적인 순간을 직조해 내는 것은 그루비룸이 프로듀싱한 "사실은 (The Truth Is)"이다. 언뜻 경쾌한 기타 샘플로 시작해 시원한 퓨처베이스 드롭으로 이어지는 댄스 팝이지만, 한꺼풀 들춰보면 쿨한 척하면서 은근슬쩍 옛 연인의 SNS를 염탐하고, 화장실에 휴지가 없길 바란다느니, 데이트할 때 장염에 걸리길 바란다는 유치찬란한 악담까지 내뱉는 지질함을 선보인다. 그 이면에 미련과 후회가 짙게 배어있음을 알기에, 그리고 이를 구축하는 멜로디라인이 대중적인 세련미를 구축했기에 이런 서툴고 옹졸한 부분마저도 슈퍼스타의 소위 '반전 매력'으로서 소비될 수 있는 것이다.

 

 

My kingdom, safeliest when with one man mann’d,

나의 왕국이여, 한 사내에게 다스려질 때 가장 안전해지나니

My Mine of precious stones, My Empirie,

나의 고귀한 보석 광산, 나의 제국이여

To enter in these bonds, is to be free;

이 굳은 결속에 들어서는 것이 곧 자유로워지는 것이니

Then where my hand is set, my seal shall be.

내 손이 머무르는 곳마다 나의 인장이 새겨지리.

John Donne, <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To His Mistress Going to Bed)> 中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 구간의 편성이 1년 뒤 하이어뮤직(H1GHR MUSIC) 출범을 예고하는 역할도 수행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기와 그루비룸은 레이블의 최전성기에 가장 중추적인 프로듀서였고, 그들의 음악적 페르소나인 식케이도 "Alone Tonight"의 몽환적인 프로덕션에 어울리는 묵직한 싱 랩을 선보인다. 기존의 AOMG에 비해 조금 더 국제화된 접근을 견지했던 하이어뮤직인 만큼 Post Malone을 위시한 차가운 감정선을 Emo하게 소화해낸 흔적이 앨범에 드러나는 것이다. 기존의 박재범이 지닌 대중성과 캐릭터를 토대로 음악적인 확장을 영민하게 꾀하는 모습이 앨범 내외로 명징히 드러났던 순간이다.

 

 

 

 

그 사이에서 Cha Cha Malone이 이질적이면서도 독특한 질감을 선사하는 트랙이 바로 "Only One"이다. 공격적인 전자 샘플과 질주하는 트랩 비트로 무장한 이 트랙에는, [WORLDWIDE] 시절 벼려놓았던 예기 서린 스웨그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쉰다. 유일무이한 의리와 멋을 멜로딕한 플로우로 드러내고 나면, 시애틀 로컬 씬의 언더그라운드 래퍼 Raz Simone이 묵직한 톤으로 그 이면의 책임감을 비추는 것이다. 앨범이 박재범이 지닌 다층적인 특성과 매력을 두루 조명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장르와 테마를 다각화하는 중반부에 이러한 브라가도시오가 난입하는 구성은 뜻밖의 자연스러움과 묵직한 설득력을 확보하게 된다.

​

Cha Cha Malone이 다시 지휘봉을 쥐는 후반부는 박재범이 지닌 육체적 퍼포먼스와 동물적 감각이 가장 생생하게 폭발하는 구간이다. "AQUAMAN"의 몽환적인 신스웨이브와 "Me Like Yuh"의 이국적인 댄스홀·뭄바톤 그루브가 그 선봉에 선다. 물속을 누비는 코믹스 히어로의 페르소나는 80년대의 레트로한 신스를 유영하며 욕조 속의 밀회를 속삭인다. 숨을 참게 하고, 젖게 만들 거라는 가사는 자신의 매력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육체적 환희의 순간으로도 읽힌다. "Me Like Yuh"는 그 관능을 열대적인 폴리 리듬으로 더 깊숙이 파고든다. Rihanna의 "Work"를 인용한 데서 알 수 있듯, 2016년 유행의 첨단이었던 트로피컬 그루브를 영리하게 흡수하는 한편, "All I Wanna Do"와 "SOLO"에 이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후디의 유려한 음색을 곁들여 서로의 눈빛에 대취하는 매혹적인 순간을 직조해 낸다.

 

 

​

 

Full nakedness! All joys are due to thee,

완전한 나신이여! 모든 환희가 그대로부터 비롯되니,

As souls unbodied, bodies uncloth’d must be,

영이 육을 벗듯 육신 또한 옷을 탈각해야 하네,

To taste whole joys...

온전한 환희를 맛보기 위해...

To teach thee, I am naked first; why then

그대를 깨우고저 내 먼저 벗어던졌거늘;

What needst thou have more covering than a man.

그대가 사내보다 더 걸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John Donne, <잠자리에 드는 연인에게(To His Mistress Going to Bed)> 中

 

 

[EVERYTHING YOU WANTED]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앨범에서 숱하게 드러났던 페르소나 - 에로티시즘, 설렘, 슈퍼스타의 삶, 희열과 고독, 심지어 약간의 지질함까지도 - 들은 온전히 박재범 개인의 솔직한 삶으로 수렴한다. 몽환적인 얼터너티브 R&B의 질감을 차용한 "2nd THOTS"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미 장르 씬의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은 슈퍼스타이자 성공한 사업가다. 그렇기에 그의 부와 명예만을 좇아 주변을 맴도는 속물적인 무리와 위선적인 유혹이 뒤따르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숙명이었으리라. 이런 겉치레들에 때때로 환멸이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부와 명예를 넘어선 순수한 불멸의 미(美)를 믿는다. DJ ALE MORA의 조력을 더해 완성해 낸, 스타디움을 전율케 할 만한 퓨처 베이스 뱅어 "FOREVER"를 통해 그는 넘치는 회복의 에너지와 감사, 인연, 그리고 끝나지 않을 꿈을 웅변한다.

​

그렇기에, 자신의 솔로 데뷔 앨범 [New Breed]의 슬로우 잼 넘버를 재해석한 "전화기를 꺼놔 Remix"로의 회귀는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앨범 도입부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던, 육신이 만나고 흩어지는 밀실의 순간을 그려내지만, 여기에는 레이블 동료인 엘로가 촉촉한 톤으로 쌓아올린 층위와, 박재범 자신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몸매(MOMMAE)"에 대한 직접적 인용이 겹쳐지며 자신의 유산을 채워낸다. 전화기가 꺼진 순간 외부의 잡음은 의미 없어지고, 세상의 모든 간섭과 잡음이 차단된 방 안, 바닥에 내팽개쳐진 옷가지와 서로의 온기만이 남겨진 자리는 비로소 John Donne이 읊조렸던 '모든 겉치레를 탈각한 완전한 나신의 성역'이자, 진심과 진심이 포개어지는 가장 순수한 합일의 순간이다.

​

진심으로 도달한 침실의 성역을 지나 마주하는 앨범의 실질적 결론인 "I Got This" — 이후의 두 트랙은 영문 버전의 보너스 트랙에 가깝다 — 는 역설적이게도 당당한 미래를 향해 열려 있다. 거대한 공간감으로 퍼지는 멜로디는 동료들에 대한 의리를 원동력으로 삼는 허슬과 셀프 메이드(Self-made)의 단단한 연료다. 특히 그 공간감을 직조해 낸 이들이 박재범의 신임을 얻은 당대의 걸출한 신예 프로듀서 그루비룸이라는 점에서, 그가 외치는 작금의 성취와 노력은 지극히 미래지향적이다. 관능의 밀실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성취와 진심의 광장으로 갈무리되는 것이다.

 

 

 

 

결국, [EVERYTHING YOU WANTED]는 박재범이 지닌 캐릭터와 퍼포먼스가 없이는 성립될 수 없는 앨범이다. 물론 박재범은 한국 흑인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퍼포머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보다 가창력이 뛰어난 보컬리스트, 필력이 좋은 리릭시스트, 하다못해 기술이 능한 MC는 얼마든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앨범을 관통하는 관능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이를 진심과 교차해낼 수 있는 이, 자신의 안목으로 불러모은 인재들을 활용하여 꿈꿔온 비전을 건축하고 고유의 퍼포먼스적 개성으로 결속시킬 수 있는 이는 보컬과 랩, 주류와 비주류, 사업과 의리, 그리고 관능과 진심 모든 부분에서 균형을 갖춘 박재범이 거의 유일하다. 오랫동안, 특히 한국에서는 금기시되었던 성의 원초적 본능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이를 가장 건강하고 세련되게, 동시에 가장 솔직하게 구현해 낸 것이다. 대중이 갈구해온 '섹스 심벌'의 칭호를 자신의 진심으로 채워낸 결과, 그는 끝내 한국 R&B의 대체 불가능한 상징이요, 2016년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당신들이 원했던 모든 것', 그것은 어쩌면 수많은 페르소나 너머에 있는 한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설득력 있는 표현이었으리라. 그리고, [EVERYTHING YOU WANTED]는 이 화두에 대한 가장 훌륭한 답변이다.

​

Best Track: All I Wanna Do (K) (Feat. Hoody, LOCO), 곁에 있어주길 (Stay With Me), 전화기를 꺼놔 Remix (Feat. 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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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title: André 3000Alonso2000글쓴이
    10.20 22:07

    본 리뷰는 HOM#41에서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hom/#41

  • title: André 3000Alonso2000글쓴이
    10.20 22:07

    제 커리어 사상 최고 수위 리뷰....

  • 1 10.20 22:09

    아 세월.. 저 때 진짜 좋았는데

  • title: André 3000Alonso2000글쓴이
    10.20 22:10
    @E got Skillz

    급식떄가 이제는 그리워져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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