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디스의 LIT은 발매되기 전부터 최근 몇 년간 힙합씬을 가장 뜨겁게 달군 앨범이었다. [2MH41K]의 충격적인 등장에서부터 저스디스는 항상 힙합씬의 이슈의 중심에 서있었다. 그의 현란한 랩 스킬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고, 딥플로우를 필두로 한 VMC 사단에 대해 '노선을 바꿨다'며 한 디스, 그 이후 쇼미더머니를 비롯한 각종 예능 출연 등 다소 모순적인 행보에서 불러일으킨 수많은 논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번 작업물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자신감에 찬 태도로 리스너들을 기대감에 가득차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뿐일 것이다.
우선 그의 랩 스킬과 앨범 전체의 사운드 프로덕션은 상당히 수준 높았다. 폭넓은 음역대에 대한 믹싱, 마스터링에 공들인 흔적이 느껴졌다. 이는 앨범의 첫 트랙 [LIT]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데, 깔끔하게 만져진 붐뱁 비트에 얹어진 그의 랩은 정말 황홀했다. 이 트랙의 가사처럼 'VJ의 누명' 혹은 '재지팩트의 등장'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할만큼의 최고의 인트로였다. 이후 [Don't Cross], [Curse], [THISpatch], [Wrap It Up], [Can't Quit THIS Shit] 등의 트랙에서 보여준 그의 랩 퍼포먼스는 굉장했다. 또한, [유년], [VIVID], [돌고 돌고 돌고] 등의 트랙에서 보여주는 특유의 상세한 장면 묘사 실력은 우리의 눈앞에 그의 유년 시절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단순한 랩과 사운드의 차원을 넘어 가사들을 바탕으로 본 앨범 전체의 메시지를 해석하려고 하면 다소 난해한 부분이 많다. 우선, 저스디스는 [Don't Cross], [Curse] 등의 트랙에서 대단히 수위 높고 공격적인 가사를 통해 어떤 대상을 향한 분노를 표출한다. 이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에서 특정 래퍼(들)를 겨냥한 듯한 가사들을 넣어놨다. (ex- 아이돌 피처링 작사로 떵떵, So cool한 척 하는 건 니 최선 아닌 ... ) 이는 힙합 팬이라면 자연스레 누군가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장치이고, 실제로 해당 래퍼 역시 저스디스를 겨냥한 듯한 가사를 쓴 것으로 화제가 된 이력이 있으니 저스디스는 이를 다분히 의도했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이미 많은 리스너들이 해석해낸 것처럼 문제의 수위 높은 가사들을 저스디스 본인과 힙합에 관한 얘기로 해석해도 말이 된다. 순수한 힙합을 추구하던 과거의 본인과 노선을 바꿔버린 현재 본인의 상황을 묘사하며 일종의 '셀프-디스'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스디스 본인이 이번 앨범은 '암호화'된 앨범이며, 여러 layer로 다층적 구조를 이루고 있어 해석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언급했기에, 이러한 이중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의도하고 가사를 썼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는 분명 영리한 방식이고 이러한 일종의 '암호'에 대한 해독을 최초로 성공했을 때의 희열도 느껴지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문제의 가사들은 명백히 리스너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조금 더 세련되고 정제된 표현을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한, 저스디스는 본 앨범에서 매우 다양하고 방대한 영역들을 다루며 사회적 비판을 내뱉는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모를 정도로 본인의 경험담처럼 묘사한 마약 문제에서부터, 지나친 외모지상주의와 어두운 밤의 뒷세계가 합쳐진 케이팝(아이돌) 문화에 대한 비판, 특히 사회에 만연한 성형수술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본 앨범에서의 사회 비판의 정점은 바로 마지막 트랙인 [HOME HOME]인데, 우리나라 사회에서 '캔슬'당한 대표주자인 스티브 유(유승준)를 피처링으로 데려와 사회의 수많은 문제들을 건드린다. 물질주의, SNS, 황색 언론, 혐오, 환경 문제, 개인정보, 코로나 음모론, 캔슬 컬쳐 등 일일히 언급하기도 벅찰 만큼 방대한 영역을 건드린다.
아마도 그가 의도한 바는 '존 레논'이나 '제임스 브라운'의 예시를 들며 설명한 '캔슬 컬쳐'에 대한 비판을 유승준이라는 장치를 통해 대중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딱히 설득력이 없다. 나는 아티스트의 사생활과 예술 작품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기에 여기서 굳이 그의 군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겠다. 다만, 그저 음악에 담겨진 메시지 자체가 설득력이 부족했다. 특히, [Interlude] 중 '코로나 사망률보다 한국 일본 자살률이 더 높아' 라는 구절은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앞선 곡들에서 꽤 긴 분량을 들여 설명한 마약, 엔터 업계 등의 영역에 대한 비판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애초에 본인이 직접 경험한 영역이기도 하고, 용감하게 해당 이슈들을 잘 건드렸다고 느껴졌다. 다만, 마지막 트랙에서는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 사회 문제들을 언급만 할 뿐, 이를 통해 리스너들을 어떠한 설득의 영역으로 이끌지 못한다. 오히려 [Can't Quit THIS Shit]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언급하는 일리닛의 벌스가 짧지만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저스디스의 [LIT]은 오래 준비한 만큼 구조적으로 신경 쓴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 느껴졌다. Orange와 blue 두 색을 대비시키는 방식, 중간의 intermission을 중심으로 전반부와 후반부의 대칭적 수미상관 구조 등은 인상적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리스너들로 하여금 자극적인 가사에 대한 추측을 하게 만든 후, 뒤에 가서 [내 얘기] 등의 트랙에서 이 앨범이 사실 '내 얘기' 였다고 고백하는 방식 등은 분명 흥미롭다. 다만, 가사와 메시지의 영역에서 분명한 아쉬움이 존재했다. 지나치게 오래 이 앨범의 발매를 끌면서 최대치로 올려놓은 모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다소 부족한 앨범이었다. 그러나 그의 실력만큼은 여전히 부정할 수 없다. 그의 다음 앨범은 9년보단 짧게 걸리길 기원한다.
Best track : [LIT], [Can't Quit THIS Shit]
★★★☆ (3.5/5)




잘 읽었습니다! 글 재밌네요 리드머보다 나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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