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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디스 <LIT> 개인적인 감상

카슈1시간 전조회 수 511추천수 4댓글 6

이 앨범을 지탱하는 두 축이 있다면, 한쪽은 퇴폐적이고 냉소적이거나 어떤 점에서는 열정적인 성적 충동이 있고(xxx, 내 얘기 등), 한쪽은 사회를 비추고 비판하며 적극적으로 관조하는 자세(Home Home, THISpatch, Can’t Quit this shit 등)가 있다. 그런데 어느 쪽도 전혀 새롭지 못하고 구태스럽다. 두 축이 서로 얽히고 복잡하게 연관되는 그림을 원했다면 좀 더 섬세해야 했다. 그러나 트랙별로 뚝뚝 끊기는 전개, 혹은 트랙 안에서 서로 공회전하기만 하는 주제들은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존재할 뿐 전혀 섞이질 못한다.

 

구태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실 무엇보다 상기 언급한 두 주제를 다룬 앨범이 이미 더 섬세한 가사적 역량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만약 전자를 듣고 싶다면, (무려 11년 전 앨범인…) 화지의 <EAT>을 들으면 될 것이고, 후자를 듣고 싶다면 오도마가 2년 전 발매한 <선전기술 X>를 들으면 된다. 이 두 앨범이 <LIT>보다 더 섬세한 이유는, 아마도 이 주제 안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EAT이든 선전기술X든 자신도 그 관계나 사회 속에 속해있는 일원이며, 이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변명하려 하거나 피하려 하지 않지만(“이 발언도 결국 내 얘기를 파는 방법/ 난세의 영웅이 빙의한 창법/ 깨어있는 척이 내 커리어 하이 상표” <선전기술, 오도마>, “날 피폐하게 하는 것들로서 나를 위로해 병든 청춘/ 자아의 재발견이란 말을 내두르며 나를 방어할 뿐” <스물 다섯, 화지>) 저스디스는 마치 이 관계나 사회에서 유리된 것처럼 존재한다.

 

커뮤니티를 훑어보니 이런 지적들에 대해 ‘사회에 대한 비판은 그 자체로 저스디스에 대한 스스로의 자아비판이다’라는 말로 응수하는 듯 하다. 그러나 LIT 안에서 저스디스가 오롯이 자아비판을 하는 트랙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그의 ’솔직함‘을 엿볼 수 있는 여성들과의 관계가 드러난 몇몇 곡에서는 욕정만이 앞서는 사랑이나 궁금하지 않았던 관계적인 정보들의 파편을 얻을 뿐 정확히 자신의 어떤 면면을 비판하고자 하는지 명징하지 않다. 그저 ’이 즈음이 스스로를 비판하는 지점이겠구나‘라며 가사를 더듬거릴 뿐이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다고 해서 그것이 자동적으로 비판점이 되진 않는다.

 

그리고 앨범 곳곳에서 그의 가정사가 나온다. 여기서 큐엠의 정규앨범 <돈숨>을 느끼는 청자들도 몇 있는 듯 하나 (…) ‘가정사’라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려면 그것이 누구나 겪을 만한 보편적인 경험이거나, 혹은 청자에게 납득가능한 장치를 주입하여 그것을 이끌어 내야 한다.

 

‘돈숨’에 대한 딥플로우의 코멘트를 인용한다 : “지극히 개인의 경험만을 이야기하는 데도 청자가 그걸 공감하고 개입하게 이끄는 방식을 가장 좋아한다. 너무 힘주면 부담스럽고 쉽게 가면 신파가 된다. 그렇기에 더욱 근사하게 느껴지는 돈숨.“ LIT에서 드러나는 몇몇 그의 가정사는 너무 개인적이라서 공감하기가 어렵거나, 앨범에서 어떤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 중에서도 ”누나 결혼식 쪽팔린 내가 쪽팔리게도/ 신부 측에만 있는 축의금함에 표정관리가 안 돼“와 같은 라인은 문장 자체가 너무 난해하여 상황이 그려지지 않는다.

 

특히나 끔찍했던 곡은 <Don’t cross>인데, 여기서 저스디스는 누군가를 스닉디스한다. 물론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는 그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특정이 된 듯 하나… 디스곡의 모든 가사의 수준이 매우 저열하기 때문에 디스의 명분이나 내용에 공감하고 싶지 않아진다. 만약 그가 정말로 ”자유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면 여성의 낙태나 재혼에 대해서 비난할 이유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는 이 곡에서 앨범 내에 조직된 내적 논리 자체를 붕괴시킨다.

 

사람들이 마약하는 것도 싫고, BJ도 싫고, 성형도 싫고, 심지어 케이팝 산업에 종사하는 것도 싫다면 도대체 저스디스가 외치는 자유는 누가 누리는 자유인걸까? 더해서 “Vietnam, Iraq, Afghanistan 전쟁 미군 사망자 합산보다/ 연간 펜타닐 사망자가 더 높아” 같은 라인은 전쟁범죄 피해자와 마약 중독자를 비교하지만 이는 두 문제의 중대성을 잘못 이해한 듯하다. ‘Fuck me too’와 같은 가사 또한 그러하다. 특히 일리닛의 가자 지구 관련 언급은 왜 장치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듣자하니 저스디스의 주문이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앨범이 너무 산만하고, 설익었다는 감상이 들었다. 정말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비트들이나 코러스들은 정말 좋았지만 그것이 랩 자체와 잘 묻었는지는 모르겠다. 사회 비판을 하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슬픈 여정을 그리든, 가족과의 이야기를 그리든 하나에 집중했다면 더 좋은 앨범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팔로알토와 제작했던 프로젝트 앨범 <4 the youth>가 생각나면서 더욱 슬퍼진다. 그것은 정말 팔로알토의 역량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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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KimayBest베스트
    4 36분 전

    만약 그가 정말로 ”자유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면 여성의 낙태나 재혼에 대해서 비난할 이유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는 이 곡에서 앨범 내에 조직된 내적 논리 자체를 붕괴시킨다.

     

    저스디스가 다루는 주제에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과 별개로 적극 공감함

    글 잘 읽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포더유스보단 릿이 훨씬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포더유스야말로 지루하고 뻔했음

  • 2 42분 전

    사전 정보도 좀 필요하고 해석 많이 필요한 앨범이에요

    저도 아무 정보 없이 들었을 때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한 번 찾아보시고 감상 포인트 다시 잡으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 4 36분 전

    만약 그가 정말로 ”자유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면 여성의 낙태나 재혼에 대해서 비난할 이유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는 이 곡에서 앨범 내에 조직된 내적 논리 자체를 붕괴시킨다.

     

    저스디스가 다루는 주제에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과 별개로 적극 공감함

    글 잘 읽었습니다

  • 카슈글쓴이
    30분 전
    @Kimay

    감사합니다!

  • 진짜 듣고 차라리 나눠서 냈다면 하는 생각이 듬

  • 카슈글쓴이
    5분 전
    @오션부활기원

    L/I/T 으로 내는건가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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