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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케이 & 릴 모쉬핏 프로젝트 EP-K-FLIP

title: 박재범Alonso200020시간 전조회 수 1948추천수 8댓글 4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857860727

 

 

 

 

* 본 리뷰는 2025년 3월 17일 발매된 <K-FLIP+>를 기준으로 한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 리뷰에 앞서, 필자는 아티스트의 어떠한 범죄도 옹호하지 않음을 미리 밝혀둔다.

한국의 경제적*외교적 영향력이 증대되며 자연스레 그 대중문화 또한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가 해외 대형 OTT의 순위 상단에 서고,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이 전 세계 차트와 대형 페스티벌에서 울려 퍼진다. 그러나, 이렇게 영향력이 커지는 과정에서 때로는 국제적 보편성을 위해 한국의 특수성을 타협해야 하는 순간 또한 없지 않았다. 세계, 특히 북미나 일본 시장의 대중문화 코드를 수혈하려다 무엇을 표절했다느니, 또 무엇을 베꼈느니 하는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도 물론 있었다. 수많은 일들을 거치며 다시금 '한국적임'이라는 화두가 달아오를 때, 가장 의외의 장소에서 놀라운 해답이 나왔다. 2020년대로 접어들며 황혼을 맞는 듯했던 한국 힙합에서, 그것도 가장 해외의 유행과 맞닿은 음악을 하던 아티스트가 자신의 가장 오랜 지음과 함께 빚어낸 그리 길지 않은 작품에 벌써부터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식케이와 릴 모쉬핏의 합작인 <K-FLIP>이 가장 첨단의 방식으로 한국 가요 전반에 대한 헌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리라.

식케이가 하입되었던 2010년대 중후반 이후로 그의 전략은 줄곧 해외 트렌드의 심도있는 이해와 능숙한 체화였다. 이는 대중적 지지를 식케이에게 안겨주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의 음악이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시비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이러한 응원과 갈등 사이에서 식케이 본인도 나름대로 '자기다운 것', 혹은 '한국적인 것'에 대한 품게 되었다. 그러한 고민에 있어 그의 음악적 도반 중 하나인 그루비룸의 이휘민은 좋은 카운슬러였다. 때마침 시기도 운명적이었다. 한국 곡 샘플링에 관심을 이미 몇 번 드러냈던 이휘민에게 폐기될 뻔했던 프로젝트가 존재하였는데, 그것이 '우리나라 음악들을 샘플링한 노래들로만 앨범을 만들어볼래?'하는 식케이의 제안과 맞물려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휘민의 주도 하에 자신들에게 영감을 준 곡을 큐레이팅하는 의의도 있었던 만큼 앨범은 당연히 릴 모쉬핏(Lil Moshpit)의 이름 하에 나오게 되었고, 여기에 식케이라는 그루비룸에 제일 최적화된 플랫폼이 합류하여 <K-FLIP>이라는 기획이 완성되었다.

이 둘이 다시 한번 조우하게 된 것이 당위성을 지니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둘이 최근 보여온 음악적 지향이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휘민이 릴 모쉬핏으로서 내놓았던 첫 결과물인 <AAA>에서 이미 레이지 트렌드가 높은 수준으로 도입되어 있었고 식케이 또한 KC 설립 이후로 몇 장의 앨범에 걸쳐 레이지를 적극 차용하였다. 트랩을 기반으로 펑크, 메탈, 일렉트로니카를 이종교배하여 무대를 터뜨리기 위한 판을 깐 다음 파편화된 언어와 기이한 추임새로 한계까지 흥을 끌어올린다는 레이지의 공식에는 이단적인 매력이 분명했던 것이다. 실제로 <K-FLIP>에서의 식케이는 그간 그가 레이지의 영역에서 보여준 시도를 가장 정제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형식은 해체적으로, 또 본능적으로 가되, 그 선은 대중이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섬세하게 조절되었다. 기존에도 능숙했던 멜로디 조성이 레이지에 섞이며 사운드에 대한 영리한 이해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위로 자신을 배신한 이를 저격하거나 자신의 라이벌을 깎아내리고, 자신이 어째서 장르 씬의 중심에 위치할 수 있는지 자부심을 웅변한다. 그동안의 성실함과 유행에 대한 정교한 습득이 두루 쌓였기에 우리는 그의 자신감과 과감함에 설득될 수밖에 없다,

 

 

 

 

그간 한국에서 레이지가 재해석 되었던 방식과 <K-FLIP> 프로젝트의 차별점은 전 문단에서 이미 말했듯 한국 대중가요 다방면에 대한 수준 높은 차용이다. 실리카겔의 사이키델릭한 기타가 레이지의 디스토션 된 신시사이저로 이어지며 자연스레 앨범의 포문을 여는 모습은 <K-FLIP>의 의도를 천명하는 동명의 인트로로써 아주 제격이었을 것이다. 칵스의 "zeitgeist"에서 따온 기타를 뼈대로 하여 후반에 더 콰이엇의 상징적인 트랙 "2 Chains & Rollies"으로 킥을 가하는 "PUBLIC ENEMY", 이디오테잎에게서 가져온 "Melodies"의 칩튠 사운드 위로 일 스킬즈, 버벌진트, 타블로의 명곡들이 스쳐가는 "NEW ANTHEM"은 그야말로 대중음악의 첨단 유행에서 벌어지는 통섭의 극치라 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리한 원용에 있어 식케이와 휘민이 가지는 존경의 자세이다. 당장 이 둘의 옛 보스이자 영원한 우상인 박재범의 곡이 통째로 "KC2"에 장착된 것은 물론 "MADE IN KCOREA(1TAKEBAR)"에는 아예 인터뷰까지 삽입하여 지난날 상관에 대한 예우를 확실히 갖추었다. "LALALA(Snich Club)"에는 오케이션의 원곡인 "Lalala"의 사운드뿐만 아니라 가사까지 대거 레퍼런스로 스며들었고, 심지어는 90년대 가요계를 대표하는 디바였던 김현정에게서 테크노스러운 전자음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트렌디하게 재해석해 낸 "MADE IN KCOREA(1TAKEBAR)"와 같은 과감한 시도도 이루어졌다. 김사월의 감미롭지만 싸늘한 포크 송 "달아"가 원초적이고 절망적인 "INTERUDE"와 "SELF HATE"로 뒤틀릴 줄 누가 상상했겠는가? 휘민의 창의성과 역량, 이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소위 '그루비룸 사단'의 재능이 뒷받침되어 이러한 경이로운 헌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프로덕션에 묻어나는 존경과 헌정은 이내 앨범 내의 협업으로도 흐른다. 현재 한국 트랩의 최전선에서 움직이는 이들, 2010년대의 한국 힙합 전성기와 유년기를 같이 했을 이들과의 호흡은 유독 각별하게 다가온다. KC에서 차출된 제이민(JMIN)과 김하온의 팀 플레이의 강렬함도 그렇지만, "SELF HATE"의 음울하고 파괴적인 분위기를 받아내는 호미들의 솜씨, 각기 타이트함과 해체적인 미학으로 "PUBLIC ENENMY"의 격렬함에 호응하는 노윤하와 우슬라임(舊 Chillin Homie)은 한국 힙합의 신세대들이 얼마나 유행에 예민한지, 그리고 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체화하였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에 대한 애정이 어떻게 현재를 만들어낸 과거의 인물들로 이어지는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팬시 차일드의 언더독인 페노메코는 여전히 화려한 맛을 십분 발휘하였으며, 한국 트랩의 선구자라 할만한 코홀트의 두 범고래들도 "LOV3"의 몽환적인 프로덕션에 매력적일 정도로 스며든다. 생각외의 가벼운 퍼포먼스로 호오가 갈렸던 "PUBLIC ENENMY REMIX"의 창모와 지코도 '식케이와 그루비룸의 동세대를 대표하는 랩스타들에 대한 헌정'으로 접근한다면 선뜻 납득이 되는 인선이다. 다만, 원곡에서 신세대들이 보여준 완벽한 트렌드 습득과 구현을 감안한다면 다소간의 노쇠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수의 우려와는 달리, 이미 한국 힙합에서도 세대의 교체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음이 동일한 트랙에 대한 다른 음악적 해석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과거의 음악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와 존경은 현 시대의 음악적 트렌드에 대한 높은 이해를 거쳐 가장 맹렬한 형태로 분출되었다. 장르의 구분도, 세대의 간극도 적어도 이 10트랙이 흘러가는 동안에는 무의미해졌다. 유행을 면밀히 읽어낼 줄 아는 식케이의 플레이어로서의 역량과 아우라, 현 시점의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 영건들까지 한데 모은 릴 모쉬핏의 큐레이터로서의 소양까지 더해지니 <K-FLIP>은 2025년 상반기를 넘어 2020년대 중반의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아티스트 개인으로 눈을 돌려도 <K-FLIP>의 의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식케이는 디스코그래피 내내 'FLIP(뒤집기)'라는 타이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였다. 꾸준한 활동을 거쳐 그는 씬의 트렌드를 매번 능숙하게 흡수해 냈고, 그 결실로 끝내 한국 힙합을 뒤집고 말았다. 젊은 피들 사이에서 해체적인 랩 디자인을 통한 타격감 조성과 능숙한 멜로디 형성으로 맏형이자 우두머리 노릇을 거하게 해내는 것을 보니 식케이야말로 현 시점의 한국 힙합을 대표하는 락스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날에 대한 동경과 지금에 대한 깨달음, 미래에서 끌어모은 인재들, 빼어난 큐레이터 겸 프로듀서와 편견을 파괴하고 올라선 영민한 플레이어의 기량으로 하여금 <K-FLIP>은 한국 힙합에 당당하고 지워지지 않을 '온고지신(溫故知新)' 넉 자를 새겨냈다.

Best Track: SELF HATE (Feat. 호미들), PUBLIC ENEMY (Feat. 노윤하, Wuuslime), LOV3 (feat. Bryan Chase, Okasian), NEW ANTHEM (feat. PENOM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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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title: 박재범Alonso2000글쓴이
    20시간 전

    케이플립 붐, KC 붐에 저도 늦게나마 숟가락 얹어봅니다....

  • 20시간 전

    최근 나온것중에는 최고

  • 19시간 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번 힙플페 kc 보고나니 리뷰 막문단이 더욱 와닿는 느낌이네요

  • 1시간 전

    Rat and snitch 정리는 했고 이제 brand new day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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