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이센스-에넥도트
앨범은 주사위라는 곡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열다섯 살 즈음에 학창시절의 고민,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방황하는 어린 이센스를 보여준다. 곡은 다음곡으로 물흐르듯 회상의 시간을 거쳐 넘어가며, 사회 비판적인 a-g-e 라는 곡으로 이어진다. 그 후에는 가장 분위기가 밝은 곡중하나인 writher’s block. 복잡한 심정과 어두운 내면등과는 거리가 아주 가깝지는 않은 가사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가사들은 앨범내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게 다가와 치밀한 이센스의 계산이 엿보인다. 또한 분노의 래핑을 하는 5번과 6번트랙 이후, 한정반에는 skit을 사용하여 자신의 자전적이야와 비판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기도 한다. 역시 앨범 분위기를 해치지않는 그의 치밀한 계산이었다.
자기에 대한 회상은 뒤로 갈수록 깊어진다.the anecdote와 back in time 과 같은 곡은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가장 생생한 구절들을 형성해 낸다. 9번째 곡 tick tock은 과거에 대한 생각이 가사의 주를 이루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트랙이자 9번 트랙의 다음 트랙인 unknown verses 에서는 다르다. 그의 초창기때 가사 7구절을 마지막 트랙의 마지막 부분에 배치하여 그때를 아직도 생각한다는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게 곡을 구성하였다.그리고 유독 질문이 가사를 차지하며, 분위기도 밝지 않다.
앨범의 가사들은 시간 순서대로 나열 되지 않는다. 그저 화자 이센스의 생각이 흘러가는대로 곡이 구성된다.자전적인 이야기와,힙합문화사회와 어린 이센스에게 다가온 잘못된 어른들에 대한 불만과 비판, 가장 아버지의 사망의 안타까운 심정을 곡으로 표현해낸다. 트랙들이 뒤로 갈 수록 분위기는 어두워지며, 마지막 곡에서 그는 이 앨범을 통틀어 아우르는 마음을 그려낸다.
활동 초기에 비해 거칠고 강하지 않은 래핑과 플로우가 보인다.미니멀리즘을 중요시 한듯한 비트와 그위에 어우러지는 최적의 랩은 라임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되, 복합적인 음절의 라임은 포기하고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직설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곡의 현실적인 가사들은 모두 생생하게 다가와 ‘음악보다는 음악 형태를 띄고 있는 예술작품’ 이라고 머릿속에서 에넥 도트를 설명할 수 있었다.본 앨범에 속한 곡들은 모두 예술적 한계를 장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넘어 ‘에넥 도트’를 장르화 시켰고, 날것 그대로의 가사들은 모두 청자들의 마음에 하나의 영화를 보여주게 된다.
에넥도트의 곡들은 개별적이지 않다.모두 이센스라는 하나의 복잡한 고민들로 뭉친 인격체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하게 풀어냈으면서, 정돈되지 않은 곡의 흐름으로 내면을 표현해낸다. 가사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만큼 돋보적이었다. 그는 라임이라는 힙합 장르의 한계를 어느정도 배제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다음절 라임등을 사용하지 않되, 복합적인 구조를 띄게 하면서 구조는 기본을 지켜 들을때 힙합음악임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이런 가사의 장치는 이센스의 서사와 이야기를 더욱 인상깊게 볼 수 있게 한다.
그의 걸작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너무 솔직하게 가사를 쓴 탓인지 인터뷰에서 이센스는 애넥도트를 꺼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의외였다. 이센스는 놀라웠기 때문이다. 가사의 한계라고 여겨 질 수 있는 라임을 과감하게 축소시켜 작은 음절라임으로 대체하고, 다양한 소재들을 아주 직설적이게 그려냈다. 듣는이에게 그의 시간들을 직접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주었다.그래서,그의 가사의 단점인 작은 라임들이 오히려 장점이 되는 순간을 볼수 있었다.
곡은 즐기기 어렵다고 말할 수있다. 모든 곡들은 재미있는 랩의 흐름을 띄고 있지 않고, 오히려 그와는 반대적인 부분에 서있다. 이런 부분이 듣는 이에게는 지루 할 수 있으나,
사운드에 너무 많이 집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사를 보며 이센스의 냉소적인 가사들을 음미 할 수 있게 된다. 단점이라 꼽을 만한 부분들은 대부분 보완이 되어있다. 또한 그의 랩은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느긋하게 자신의 고통을 표현해낸다. 곡의 구성들 조차, 놀라움을 금치 못하도록 자연스러웠다.
애넥도트의 앨범 커버는 그의 이름의 이니셜이 박혀있는 손수건이다. 여기서 손수건을 애넥도트의 가사들에 대입한다면 어떤 의미가 상징되고 있을까? 땀, 눈물에 젖게되는 손수건은 힘든 삶에서의 고통을 가지고 있는 우리를 나타내 준다. ‘일화’라는 뜻의 앨범 제목 에넥도트. 우리는 그의 삶을 엿보며,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힙합가사의 한계가 생각보다 훨씬 넓음을 직감 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그의 손수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많은 것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가치는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명반이라 불리울 만한 기준에 충분히 도달했다.
언젠가 이 앨범을 다시 들었을때,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때의 충격과 감동을 다시 겪을 수 있음을 바라며 평론을 마친다.
2025.1.28
4.65/5 별점
명반
이센스 되게 좋아하시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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