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이센스-저금통
우리는 모두 돈의 밑에서 살아간다. 의식주는 물론이거니와, 원하는 모든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도움이 없으면 쉽게 이뤄내기 어렵다. 이센스의 저금통 앨범 커버는 계단위에 저금통이 있고, 아레에서는 이센스가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우리를 대변하는 듯 저금통 앨범에서는 돈에 대한 이센스의 생각을 찾아 볼 수 있다. 돈때문에 꼬이는 다양한 갈등, 선동 과 날조,그리고 모순적인 인간관계 등을 부각시키며 곡의 흐름을 나타낸다. 대부분의 트랙은 무겁고, 날카로운 시선으로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가사들을 띈다.
첫 트랙에서 부터 이센스는 거침 없다. 바로 랩과 비트가 시작되며 돈때문에 생기는 갈등들을 암시하며 이센스 본인은 아랑곳 하지 않음을 말하고, 그의 디테일한 벌스에 속해있는 다양한 라임 구조들은 개인적으로 저금통에서 가장 돋보였다고 생각하고, 둔탁한 what the hell의 비트는 이 앨범의 주제에 딱맞는 날카로운 분위기를 조장해준다. 도끼, 빈지노등 이센스와 함께 탑급 플레이어로 인식되는 아티스트들도 있었지만, 대중들에게 의외였을 수 있는 지빈, 드비타등의 아티스트과도 적극적으로 함께하는 것을 보니 한국 힙합에 대한 사랑도 느껴진다.
리드머의 평론가 이진석은 기분, gas,real ones의 멜로디컬한 부분이 오히려 주제와 어울리지 않고 괴리감을 형성한다 평론했다. 이에 동의 한다. 특히 real ones의 멜로디컬한 이센스의 싱잉 부분과 비트, 그리고 sukhoon chang의 싱잉은 이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치는 느낌을 준다. 노래 자체로는 완성도가 뛰어난것은 맞지만, 앨범단위 작업물에서의 유기적인 결합을 끊어 이런 부분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uneducated kid의 i'm back의 벌스는 특히 모순적이다. 이센스는 이번 앨범으로 돈 아레에서 모순적인 인간의 태도를 날카롭게 짚어내는 데 반해, 언에듀는 “난 사이비 교주” 등의 가사로 가사의 흐름이 의도한 바에서 약간 벗어난 느낌도 든다.
이런 아쉬운 부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센스의 랩은 굉장히 센세이셔널 하다. 단점들을 모두 보완 할 순 없지만, 뛰어난 랩스킬과 붐뱁비트위에서의 여유로우면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톤등을 조합한다면 곡의 개별적인 완성은 아주 높다. 주제에서 조금 벗어난 느낌의 곡들에서도 그의 랩은 뛰어났기에 빛이 났다. 피처링진 아티스트들도 좋았지만, 곡의 전체적인 유기성이 약간 버려져 아쉬웠다.
개별적인 노래로 따지자면 노래는 더욱 빛이 난다. 이는 이센스가 멜로디컬하고, 몽롱한 비트 위에서도 꽤나 뛰어난 플레이를 보여준다는 증거이다. 그의 가능성은 무한함을 나타낸다.
인상깊은 트랙에 대해 설명하라 한다면, 가히 입을 쉽게 닫지 않고 말할 자신이 있다. 모든 트랙의 비트들이 각자 개성이 있었으며, 이센스의 랩은 이 위에 뛰어난 상태로 존재하였다. 주제와 분위기에서는 what the hell에서 정점을 찍고, 라임구조는 저금통, 도입부부터 인상적인 비트는 no boss, a yo, piggy bank, 그리고 gas에서는 충격적일 정도로 잘 짜여진 벌스 부분의 흐름과 라임, 분노하는 플로우가 인상깊었다.
곡이 뒤로 갈수록 앨범의 흐름이 잘 잡혀있지 않은 느낌을 받아 상당히 아쉽지만, 그의 랩은 현대 시점을 기준으로 가장 센스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기에, 그의 작업물들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2025.1.15
4.25/5 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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