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딧은 최근에 일종의 음악적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변하기 전의 젓딧이야 뭐 최고라고 생각하고
쇼미에 나간 이후의 젓딧은 탄탄한 발성과 특이한 랩 디자인을 주력으로 'I could do dead' 같은 차력 랩을 밀었었죠(개인적으로 이건 피처링 반응이 워낙 좋았어서인 것도 같아요 ㅋㅋ)
그 이후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2 ep에서는 차력 랩을 도구처럼 쓰되, 염세적이고 무기력한 가사로 조금 달라진 분위기를 만들었고요
쇼미 11부터 보여준 모습이 랩 폼만 따지면 여러 리스너들에게 가장 실망스럽게 비춰졌던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요
근데 젓딧이 가만 보면 참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인간인 것 같아요.
009 인터뷰에 보면, 009가 '저스디스 형은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따뜻한 사람이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면모가 있다'고 한 것도 그렇고
Re:Tired부터의 가사에 보면 은근히 '난 마이크 앞에서 화내고 돈 벌지만 무대 아래서는 다른 면도 있다' 식의 가사가 제법 있거든요
2MH41K에서도 되게 사회 정의를 좆는 모습과,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지만 그게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자기혐오가
계속 얽혀서 나타나는 게 보여요
그래서 저는 올해부터 나오고 있는 수많은 싱글들의 퀄리티 저하와 특유의 뽕짝 끼, 가사의 변화 등이
젓딧이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수용하여 음악에 녹여내는 과정에서 하는 방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글 서두에서 밝혔듯 일종의 과도기란 거죠.
젓딧이 최근에 하는 음악적 시도는 원래 젓딧이 적극적으로 시도하던 음악적 방향성과는 거리가 멀죠. 또 아예 다르거나, 쇼미 이후 젓딧처럼 하나의 확고한 캐릭터성을 기반으로 대중성이라도 잡거나 하면 모를까 기존의 모습과 애매하게 겹쳐 보이는 모습이 불쾌한 골짜기를 유발하는 것 같아요.
몇 컨셔스 트랙들의 가사 작법이 기존의 작법과 달라졌다는 이유로 '원래 하던 걸로 돌아오려고는 하는데 예전 폼이 안 나온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젓딧이 더 이상 자신의 다양한 인간적 모습들을 취사선택하여 캐릭터를 만들고 싶지 않고,
인간 허승의 서로 다른 모순적인 모습들을 음악에 전부 담아내겠다고 결심해서 이런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통해 이전의 모습과 새로운 모습을 '통합'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최근 작품들의 연속적인 퀄리티 저하도 이해가 갑니다. 자기가 안 하던 것, 못 하던 것들을 궤도에 올리려고 처음부터 다시 하려니까 힘든 거죠. 가사적으로도 그렇구요.
그래서 이른바 '예전에 하던 거 다시 해보려는데 그 퀄이 안 나오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랩도 자신의 턱 건강 등 다양한 변화들에 적응함에 더불어, 여러 작업물들에 맞춰서 가사를 쓰려다 보니 확신이 안 서서 그러는 건가 싶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저도 솔직히 실망스러움이 없지 않아요.
이번 VIVID의 예시에서도, 저는 정말 좋게 들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켄드릭의 미스터모랄을 떠올리신 거 같아요. 사실 저도 듣자마자 그랬고요.
근데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VIVID라는 트랙이 자신의 모순적인 측면들과, 인생에서 겪어 온 아이러니들을 상기하면서 혼란스러워하는 내용이고,
이게 젓딧이 계속 최근에 얘기해온 자기 여러 모습들의 통합에 관련된 거라면 꼭 필요한 트랙이기도 한데
그걸 표현하는 데에 일단 켄드릭의 미스터모랄의 가사적 작법이 최적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이렇게까지 비슷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은 잠시 제쳐두더라도요.
요컨대 젓딧이 '난 코리안 켄드릭이 될거야!!'라는 일차원적인 마음가짐으로 이런 선택을 한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이 길었는데, 전 결론적으로 젓딧의 이런 시도를 끝까지 지켜보고 지지하고 싶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으신 분들 꼴보기 싫으신 분들도 충분히 이해가 가구요.
또한 위에 제가 풀어 놓은 이유 때문에, 어쩌면 LIT은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2만큼도 퀄리티가 안 뽑힐 것 같다는 우려도 좀 있습니다. 음악적으로 다른 방향성, 낮은 퀄리티의 트랙들을 어떻게든 특유의 유기적인 작법으로 얼기설기 모아 붙여 놓은 수준에 불과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래도 LIT 듣고, 다음 앨범도 기대하면서 기다릴 것 같아요.
저스디스라는 래퍼랑 허승이라는 사람이 진짜로 성공적으로 통합되면 어떨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그 결과물이 예전 같지 않더래도 저는 끝까지 들을 생각이 있어요.
동감해요
이 시기를 잘 거치면 오래오래 씬을 지키는 멋진 래퍼가 될 것 같아요bb
justhis와 허승을 갈라놓는 작업 같아요. 트위터에도 옛날엔 동일시 했는데 이제 페르소나를 가른다 하니 ㅎㅎ
공감합니다
LIT이 망하건 말건 앞으로 지켜보게 될듯
제목보고 글좀 이쁘게 쓰라고 할라고 들어왔는데
내용이 너무 알차서 추천
정말 좋은 글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저스디스라는 래퍼를 늦게 안 편이라서 행보 자체를 잘 몰랐지만, 그래도 계속 기대하고 싶은 래퍼인건 맞는것 같네요
2mh41k때의 저스디스가 그렇다고 그냥 자신의 여러 모습들 중 한 부분만을 강조했던 기믹이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냥 그 당시에는 그 모습이 진실된 본인이었고, 이제는 상황이 너무 달라져서 그 당시의 절박함과 열정이 안나오는 것 같아요.
예나 지금이나 저스디스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고 있는데, 지금의 저스디스가 이전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을 뿐..
글고 글 중간에 ‘사회 정의를 좆는다‘ 이거 오타 수정하시는게 ㅋㅋ
저스디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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