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디컬한 주장일수도 있는데
저는 가리온의 초창기 음악의 장르는 한국힙합으로 분류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가리온 음악의 스타일이 정립된게 한국음악사에서 한국힙합음악의 정의가 정립된것보다 몇 년 더 빠름
저는 가리온을 현역으로 듣던 형님들보단 새파랗게 어리지만 제가 나름 열심히 들으면서 공부한바로 생각해보면
사실 힙합의 작법이나 방법론이 한국에서 힙합답게 정착되고 다수가 납득할 수 있게 공식화된건 모던라임즈랑 헤비베이스가 기점이라고 개인적으로 여깁니다
그러니까 결국 조피디도 (비록 지코가 계기지만) VJ랑 화해해서 작업을하고 YG에서도 피타입을 랩선생으로 초빙한거라고 생각함
괜히 '라임논쟁'이 저 때 종식된게 아닌걸테고
'한국말 라임 방법론 + 영어식 워드플레이 + 자기자랑 리릭시즘' 이 3요소가 저 앨범들 이전엔 전혀 당연시되지 않았던것같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 이전까지 한국에서 힙합딱지 달고나온 음악들은 엄밀하게는 전부 실험단계였다고 생각함
그것들은 딱! '힙합'이라기보단
"PC통신 중심의 흑인음악 스터디 모임에서 출발해 미국힙합사운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익스테리멘탈 홍대음악의 일종"
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감히 주장해봅니다
그중에서도 '가리온의 초창기 음악' 이 실험의 극초반에 벌써 스타일이 어느정도 공식화 됐었는데
그래서 이 음악의 장르는 한국힙합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가리온 초기음악'이라는 하나의 장르라고 봐야한다고 봅니다
이후에 한국힙합의 정의가 정립되면서 메타와 나찰도 한국힙합이라는걸 하기 시작했고 또 지금까지 하고있지만,
이번 가리온 3집은 그런 한국힙합의 일종인게 아니라
'가리온 초창기 음악'이라는 90년대 초반 익스페리멘탈 장르로 다시 음악을 낸거라고 해석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막 1990년 1991년 이런때에 20대 초반 청년들이 '와... 힙합이란 뭘까?' '와 힙합 멋있다 뭔진 몰라도' '우리도 그럴싸하게 해볼까?' '소리가 어둡고 차분한데 은근히 신나고 힘이나!' 라고 생각할때의 그 어떤 정말 순수한 열정이라는게 있었을거고
저는 '가리온 초창기음악'이라는 장르에 그 순수함과 열정이 캡쳐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리온 3집도 한국힙합의 잣대로 봐야하는게 아니라 '가리온 초창기음악'이라는 장르의 재현? 같은거로 접근해야한다고봄
메이킹영상 보면 메타도 굳이 그렇게 안해도 되는데, 그리고 요즘기준으로 훨씬 잘한단소리 듣는 랩도 할 수 있지만, 일부러 옛날랩 한거더라구요
그렇게 들으면 어떤의미로 개멋잇음
판소리 사물놀이 이런거는 다 그때의 잣대로 들어야 더 맛있는거지 현대음악의 3요소가 없다고해서 '올드해서 구리네~' 해야하는거 아니듯이?
'한국말 라임 방법론 + 영어식 워드플레이 + 자기자랑 리릭시즘'
이게 한국 힙합을 규정하는 요소라는 소리신가요?
한국말 라임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미 99년 김진표 1집때부터 논의 되었던 겁니다.
<현실 진실 상실 결실 좌심실 우심실> 이것 또한 라임입니다.
다음절 라임만 라임이면 최초의 힙합 싱글러 언급되는 슈가 힐 갱의 래퍼스 딜라잇 또한 힙합이 아니며, 미국 힙합도 라킴 이전의 힙합 음악은 슬램이라는 시적 형식에 기반한 실험적 음악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님이 말한 한국 음악사에서 한국 힙합이 정립된 것이 언제인가요? SNP를 필두로 조피디를 까는 노자가 나왔을때?
아니면 최초의 다음절 라임을 사용한 앨범인 모던 라임즈 EP가 나왔을 땐가요?
이미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최초의 랩 비스무리한 시도를 한 뮤지션은 홍서범이고,
힙합이라는 장르의 출범은 대략 김진표 1집과 블렉스의 검은소리가 출범한 97년도 즘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뜻은 무엇이냐. 97년도 나온 앨범만 하더라도 힙합을 규정하는 요소가 다 들어있다는 거죠.
영어식 워드플레이와 자기자랑 리릭시즘은 장르를 규정하는 요소가 아니라 힙합이라는 장르안에서 유행하는 가사의 형식일 뿐입니다.
실제로 소위 한국힙합 2세대라고 칭하는 소울컴퍼니, 빅딜 등이 나왔을떄 영어식 워드플레이는 환영받지 못했었어요. 타블로처럼 완벽하게 하지 않는 이상 아니면 적어도 한 줄은 영어로 써야한다였죠. 실제로 그때 힙합플레이야 이삭의 매콤한 라디오에선 피타입, 유엠씨, 메타 셋이 모여 가사에서 영어를 쓰는 것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했고. 힙플에서 당시 타이거 jk를 인터뷰했을때 미국에서 히스패닉 래퍼들이 끝음절만 스패니쉬로 라임맞추는 것처럼 교포 래퍼들이 끝에만 영어로 라임 맞추는거에 대해 한국은 안통한다고 원카인에게 말했다는 인터뷰도 있습니다.
이 규칙이 깨진게 스윙스가 등장하고 나서에요. 님 말대로라면 현재 한국 힙합을 완성시킨건 스윙스입니다. 스윙스를 필두로 다들 영어를 기반으로한 도치법 가사가 유행하고 자기자랑 가사가 유행하기 시작했거든요.
또한 자기자랑 리릭시즘은 힙합 1세대 음악들에도 다있었어요. 근데 자기자랑 리릭시즘이 대두 된게 단지 한국의 특성이 아닌 미국에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거죠. 만약 현재 미국 힙합이 자기자랑안하고 컨셔스한 랩이 유행이고 그게 멋있다고 판단되면 한국도 다 그렇게 따라갈걸요?
제가 잘못했읍니다.. 다 힙합입니다..
너무 단정적으로 말하셔서 제가 좀 과민반응 했네요. 죄송합니다.
글 시작에서 말했듯이 저도 일부러 래디컬하게 말한거라서 그렇게 반응하신거 이해합니다
근데 다시 말씀드리자면 그들의 장르가 힙합이 아니라고 하는게 비하의 의미가 결코 아님
개코의 랩을 보면
1 씨비매스 1집
2 씨비매스 2집~다듀1집
3 다듀2집~지금
이 때 라이밍 스타일이 전부 다른데 사실 라임답게 라임박는건 3시기부터고 이때가 국힙에서 라임논쟁이 끝난, 즉 방법론적 합의가 비로소 이뤄진 시기인듯합니다
그래서 1, 2시기의 개코랩이 훨씬 익스페리멘탈하고
3시기의 개코랩이 구조적으로 더 탄탄함
그래서
1, 2시기 = 실험랩을 듣는 맛으로 들으면 맛있음
3시기 = 현대 한국어랩을 듣늗 맛으로 감상 가능
저는 이렇게 보는편입니다
그런점에서 가리온 3집은 가리온 1집의 실험성을 즐기는 방식으로 들어야 훨씬 맛있다는거였습니다
좀 덧붙이면
제가 모던라임즈 이전을 정립기 이전의 실험기라고 말하는건 그들이 뭔가 모자란 음악을 하고있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방법론에 대한 합의가 모자라서 오히려 더 창의적인 부분도 있었던 멋진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하나하나 답변하긴 어려운데 세 개만 말씀드리면
- 라임 방법론이 다음절라임을 말하는거냐?: 아닙니다. 단음절 라임도 좋은 라임입니다. 다만 저는 라임 논쟁이 멈춘 시기를 일종의 합의점에 다다른 시기라고 해석합니다.
- 네 저는 라킴 이전의 미국 랩은 실험기라고 생각합니다.
- 네 저는 스윙스가 정말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해석합니다. 잘하냐 못하냐랑 별개로 진짜로 힙합답게 힙합하는 종합선물세트로서의 상징성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특히 미국 힙합씬에서 라킴 이전 미국랩은 실험기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게토유니버시티님이 하시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겠네요 .
동의는 하지 못하지만요. 오래간만에 신선한 관점이었습니다.
흥미로운 해석 감사합니다
완전히 동의하진 않지만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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