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로 어그로 끈 점 죄송합니다.
엘이 눈팅 유저입니다.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출근길에 키츠요지 님 이번 앨범을 들었습니다. 엄청납니다.
최근에 들었던 앨범 단위의 음악 중 단연코 최고였습니다. 자주 돌리지는 않더라도 꽤 오랜 시간동안 꺼내 들을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키츠요지님은 슈퍼스타까진 잘 모르겠지만 '스타'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적어도 국힙판에서 더 많은 크레딧과 샤라웃을 가져가길 바랍니다.
20년 넘게 힘합을 좋아한 한 명의 힙합팬으로 최근 키츠요지 님의 행보를
응원하는 마음에 몇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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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것은 '정반합'입니다.
예술도, 비즈니스도, 우리의 삶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짧고 가벼운 콘텐츠들의 범람 속에 오히려 주목 받은 것은 지루한 '텍스트'였습니다.
미국에서 10~20대들 사이에 '텍스트 힙'이라는 단어가 괜히 탄생한 게 아닙니다.
도파민이 넘치면 디톡스도 많아지는 게 정반합의 원리이겠죠.
키츠요지 님의 음악은 솔직하기에 자극적이고, 랩 스킬이 두드러져 청각적으로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소위 '강한' 음악입니다.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힙합의 장르 팬 입장에선 가장 기다려집니다.
비약이 될 수 있으나 '신과함께, 국가대표'과 같은 마음 따뜻해지고 대중적인 것을 접하면,
그 반대로 '추격자, 악마를 보았다' 같은 것들도 기다려지는 마음이겠죠.
개인적으로 힙합을 처음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 딱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남들이 써준 가사를 '잘 부르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 스타일대로 뱉어내는 게 멋있어서요.
지금도 성시경, 김범수의 노래를 종종 찾아 듣지만
그들의 노래는 들을 때 황홀하고 좋을 뿐, 제 인생에 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브먼트 시절의 음악부터, 에픽하이와 다이나믹 듀오.
이센스의 에넥도트와 최근의 뱃사공 탕아까지. 자신의 생각과 삶을 담기에
위로를 받기도, 공감을 하기도 하며 마음 절절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30대가 넘어가면서 음악을 듣고 마음의 동요가 간만에 일어났습니다. 이번 키츠요지님 앨범으로요.
그만큼 자기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키츠요지님은 여기에 충실하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물론 계속 어렵고 힘든 음악만 하라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무거운 게 있으면 또 재밌고 신나는 것을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지금의 스탠스를 잊지 말고 앞으로 계속 음악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한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 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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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말이 길어졌습니다.
키츠요지님이 느끼셨던 올라가려는 욕구와 열망. 그 안에서의 좌절과 원망.
환멸을 느끼는 인간관계와 사람으로서의 이중적이고 속물같은 모습들. 번뇌와 고민들 모두까지.
이것들을 쏟아내기까지 힘드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트랙들이 묵직하게 다가왔고, 특히 마지막 트랙인 동호대교는 압권이었습니다.
AOTY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앨범을 계기로 저는 키츠요지님의 빅팬이 될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보아왔던 진실되고 한결같은 모습을 응원만 했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서 설득을 당한 것 같습니다.
꼭 이번 앨범 들어보세요.
그냥 생각없이 한 번, 가사에만 집중해서 두 번.
각 곡에서 숨겨진 유기성을 찾아보면서 세 번.
이상입니다.
이번 앨범 평이 정말 좋네요 저는 아직 멘탈이 무너질까 무서워서 못 듣는 중... ㅋㅋㅋ
키츠요지 부자됐으면 좋겠다....
키츠요지 화이팅!
심각하게 좋아요 지금
굿
앨범 발매한지도 몰랐는데 이 글을 보고 관심이 생겼습니다. 한번 들어볼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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