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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GS EP-The Origin

title: Kendrick Lamar (4)Alonso20003시간 전조회 수 138추천수 2댓글 1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618218273

 

 

 

대중음악계에 있어 2024년은 지난날의 영웅들이 다시 모여 권토중래하였던 시절로 기억될 것 같다. 비단 오아시스, 린킨 파크 같은 추억 속의 밴드들이 다시 결성되고 칸예 웨스트가 갑자기 고양에서 자신의 전성기의 한 단락을 꺼내놓았던 것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다이나믹 듀오, 더 콰이엇과 같은 일세의 걸물들이 각기 정규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한 번씩 갈무리하였고, 심지어 부정적인 이슈로 인하여 돌아오기 힘들 것만 같았던 허클베리피도 시원하게 복귀 홈런을 날렸다. 이렇게 연어가 고향에 돌아오듯 하나둘씩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우리에게 오는 상황에서 OGS - Orignal Generation Squad -의 결성은 그 자체로도 큰 기쁨이었다. MC 메타, 사이드비, 주석, 이들은 모두 한국 힙합이 막 생명의 약동을 발하던 그 시절부터 마스터플랜에서 활약해왔던, 그야말로 노장 중의 노장들이다. 2019년 이태원에서 가리온과 주석, DJ 렉스의 주도 하에 개최된 '놀던형들' 파티는 사이드비를 비롯한 지난날의 이름들이 시간을 넘어 다시 뭉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후 팬데믹으로 인하여 파티의 개최가 여의치 못하게 되었음에도 이들의 교류만은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끝끝내 음악적 결과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모인 이 베테랑들의 이야기는, 과연 현재에도 유효하였을까? 그 세부를 톺아 가다 보면 해답이 나올 것이다.

 

옛사람들이 새로이 모여 발매하는, 작정하고 향수를 유도해야 할 작품인 만큼 프로듀서 역시 지난날들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그랬던 만큼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흑인 음악에서 가장 큰 대중성을 확보하였던 프로듀서인 이현도는 너무도 그럴듯하고 자연스러운 인선이었다. 더군다나, 충분히 대중적인 방향을 채택할 수 있었음에도 어설프게 방향을 틀지 않고 우직하리만치 올드스쿨과 클래식을 지향하였다는 점에서 이 인선은 더더욱 빛난다. 20분 남짓한 EP의 러닝 타임 내내 드럼은 90대의 BPM에 머무르고, 그 위로 더해지는 투박한 베이스, "The Origin"과 "그리고"에서 드러나는 유려한 현악 샘플 운용, "Timeline"의 타격감 넘치는 건반은 그 자체로도 90년대 동부로 향하는 짙은 향수를 불러온다. 이를 기반으로 전통의 변주가 치고 들어오며 <The Origin>만의 흥미로운 지점을 형성한다. 예컨대, "OG Squad"의 기계적인 베이스가 EPMD 류의 훵키한 리듬에 녹아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플레이어들과 더불어 마스터플랜의 상징 격 DJ로 활약하였던 DJ 렉스의 스크래칭이 곳곳에 튀어나오는가 하면, 이현도와 같이 앨범의 공동 총괄 프로듀서로 활약한 주석의 아트워크에 등장하는 그래피티가 그려진 붐박스는 그 자체로 음악을 넘어선 하나의 놀이 문화로서의 힙합의 기원을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이 정겹게 느껴진다. 사운드에서 아트워크에 이르기까지 고식(古式)으로 뻗어나가고 있으나, 그 고루함이 너무도 희귀해진 지금이기에 도리어 신선하고 해맑기만 하다.

 

 

지천명에 즈음할 때가 돼서야 다시금 모이게 된 이 네 사람의 화합은 여전히 그럴듯하여 더욱 기꺼워진다. 사실 맞춰놓기는 20년도 더 전에 미리 맞춰놓은 합이기도 하지만, 그 호흡을 받쳐줄 각자의 개인플레이가 단단함을 잃지 아니한 덕분이기도 하다. MC 메타가 보여주는 직선적이고 정직한 플로우는 그대로 솔로 트랙인 "Timeline"의 서사적 견고함으로 이어졌고, 주석은 그 최전성기인 2000년대 초반에 보여주었던 세련되고 유려한 랩 디자인 역량을 여러 트랙에 걸쳐 선보인다. 특히 "The Origin"의 4음절 라임 배치는 그가 이전에 "무한대", "정상을 향한 독주 2"와 같은 여러 히트 넘버들에서 자주 이용해왔던 전략인 만큼 그 노스탤지어가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다. 사이드비의 가스와 테이크가 특유의 성난 톤으로 비트를 휘저으며 흥을 끌어올리는 클리셰 역시 그 시절의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더 반갑게 다가올 것이다. 이렇듯 랩에서도, 프로덕션에서도 그 흔해진 오토튠, 멜로디 하나 없이 지극히 과거에 기반한 방법론을 밀어붙이는 앨범인 만큼, 곳곳에 배어있는 고전과 과거에의 오마주를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우탱 클랜과 트렌치, 50 센트에 이르는 이들의 영감의 원천은 물론이거니와, '체스판', '배수의 진' 등 자신들의 트랙과 가사에 대한 셀프 오마주가 앨범에 그득하고, 특히 "Timeline"에서 '놀던형들' 파티의 뒷이야기를 돌아보며 45RPM의 이현배를 추모하는 대목에서는 진한 감동마저 느껴진다.

 

사실 잘 생각해 보면 옛사람들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 시절에 존경을 표하고, 이를 가장 정석의 퍼포먼스와 프로덕션에 담아내는 <The Origin>의 이야기와 음악은 너무도 익숙한 것이다. 시쳇말로 '쿨'한 것이 지나칠 정도로 유행이 된 세상에서, 이들이 기교 부리지 않으며 여전히 뜨겁게 '한국 힙합'을 외치는 것에 누군가는 촌스럽다 말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들이 말하는 기본과 초심에 집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긴 시간을 지나며 잠시 길을 벗어나도 언젠가는 자신의 열정으로 돌아가는 삶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땅에 힙합이 자리 잡은지도 이제는 30년이 훌쩍 넘었고, 이때 열정을 지녀 여기에 투신한 이들 중 몇은 다른 분야로 떠나거나, 꿈이 현실을 넘지 못하자 생업으로 돌아가며 차츰 대중들의 시선에서 잊혀져 갔다. 그럼에도, 기억의 저편에서 흙먼지 일으키며 이들이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꿈을 완전히 내려놓기에는 아직 열정의 잔불이 뜨겁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리라. 숱한 기대와 우려를 넘어 다시금 타오른 이 백전노장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이 불꽃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오래갔으면 한다는 조금은 큰 소망을 이 지면에 적어본다.

 

Best Track : The Origin,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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