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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잼(C JAMM) - 휙 『킁』 (분석 + 리뷰 = 감상문)

title: CMIYGL코지보이2024.07.31 13:49조회 수 471추천수 3댓글 2

https://youtu.be/QWLIgfb67XY?si=fmNiKja36xOymKBR

 

<들어가며>

 『킁』의 4번째 곡은 「휙」이다. 내가 『킁』에서 가장 좋아하기도 하는 곡인 「휙」은, '휙'과 '부어'와 같은 음의 반복으로 한국어를 이용한 독특한 리듬감을 만드는 씨잼의 언어 감각이 돋보이는 곡이다. 비트 역시, 경쾌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련함'이 묻어 나오는 분위기로, 이는 쾌락을 즐기면서도, 그 와중에 공허감을 느끼는 씨잼의 가사와도 일치가 되어, 마냥 신나지만은 않은 「휙」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노래 분석>

이펙터를 입힌 건반 소리가 경쾌하게 흘러나오며, 씨잼의 'Madona in this mot*er f**king gang'이라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후, 베이스와 드럼 비트가 얹어지며, 씨잼의 훅이 시작된다.

원피스 입은 여자들은 궁금하단 말이야

바람이 좀만 더 불었으면 좋겠다

난 너무 휙 왔다 갔다 왔다 가

이건 나지 그녀의 팔자는 아냐

휙 휙 휙 휙 휙

'원피스 입은 여자들이 궁금하다.'라는 씨잼의 발칙한 상상력이 표현된 부분이다. 이러한 상상의 도덕성과 적합성을 따지기 이전(안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에, 아티스트라면 이러한 상상을 예술적으로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상당히 중요한데, 씨잼의 훅은 이러한 상상을 직설적이면서도 나름 재치 있게 풀어낸 듯하다. '바람이 좀만 더 불었으면 좋겠다.'라는 가사는 가사 하나만 단독으로 보면, 여러 방향으로 해석이 되지만, 앞 가사와 연결하면 그 외설적 의미가 강화되는 부분 역시 인상적이다.

'난 너무 휙 왔다 갔다 왔다 가'라는 부분은, 앞부분에 바람과 연결되고, 씨잼 자신을 '바람'과 같다고 비유한 표현이다. 흔히 '연인이 있는데 외도를 하다.'의 의미인 '바람피우다.'에 바람으로, 해석하여 여성들을 여럿 만나는 자신을 비유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본인의 현재 정신 상태가 우울과 정상, 쾌락을 왔다 갔다 하며 안정적이지 못함을 비유하는 것으로도 해석되며, 혹은 아티스트로서, 성공과 실패를 왔다 갔다 하며 역시 불안정한 상태임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 있다. '이건 나지 그녀의 팔자는 아냐'라는 뒤 가사는, 씨잼의 불안한 정신 상태 및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갖는 '불안정성'을 자신의 '팔자'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휙 휙 휙 휙 휙'이 반복되며 독특한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휙」이라는 음악의 핵심이다.

 

영화 레퀴엠.jpg

 

풀어 풀어 벨트 풀어 브라 부어 왜 이러긴 왜 이래

밤새도록 부어 짠 누워 싸 우리는 너무 외롭네

영원하지 않길

이런 건 영원하지 않기를 바라

너가 원하면 너에게 갈게

너가 원하면 너를 떠날게

첫 부분은, 술을 마시며 여성과 육체적 쾌락을 즐기는 씨잼의 상황이 묘사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외롭네'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이러한 쾌락이 잠깐 지나간 뒤, 깊은 공허감이 그를 덮친다. '영원하지 않길/이런 건 영원하지 않기를 바라'라는 가사는, 이러한 쾌락 뒤에 오는 깊은 공허감이 오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며, 쾌락과 공허감이 반복되는 삶 자체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이러한 악순환이 끊기리를 바라는 그의 심경이 담겨있다. '너가 원하면 너에게 갈게/너가 원하면 너를 떠날게'는 이러한 쾌락과 공허의 악순환에 함께 있는 여성에게 하는 말로 보인다. 가만 보면, 여성의 주체적인 선택을 지지하는 표현 같아 보이지만, 사실 함께 악순환에 빠져있는 대상과 함께 악순환에서 나올 의지가 씨잼에게는 없는 표현으로, 이는 씨잼 본인이 이러한 '쾌락-공허감'의 악순환에서 스스로 나올 의지가 부족한 수동적 상태임을 보여주는 가사로, 한동안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될 것을 암시한다.

 

레퀴엠.jpg

 

넌 뭐 하는데 그럼 내일 올래

바쁠지도 몰라 내일 모렌

지금 보여주면 더 헤벌레

그리스도가 너무 필요해

그리스도가 너무 필요해

자기 쓰라린 상처 나의 피날레

자기 이제 난 가야 돼 미안해

함께 쾌락을 즐기며, 이후 공허감까지 함께 느끼는 두 연인의 모습은 '마약 중독'을 다루며 파국적인 결말을 맞는 영화 『레퀴엠(2002)』이 떠오른다. 악순환에 빠져 수동적이고, 힘이 없는 씨잼은 자신의 곁에 있는 연인을 매우 필요로 한다. '그리스도가 너무 필요해'라는 가사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은, 이러한 악순환에 빠져나올 수 있는 '구원'을 바라는 태도이자, 이러한 반복되는 악순환(그리고 마약이라는 범죄까지 포함되어 충분히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속에서 점차 쌓여가는 죄의식의 발현이다. '자기 쓰라린 상처 나의 피날레'라는 표현은 앞 부분의 '육체적 쾌락'을 즐기는 가사와 상당히 상반되는 정서의 가사이다. '쓰라린 상처'는 실제 씨잼이 연인과 관계 맺음(혹은 함께 있는 동안)을 하며, 폭력을 저질러 연인의 몸에 상처가 난 것일 수도 있고, 이러한 물리적 접근 외에도, 본인이 느끼는 것처럼 이 연인도 '쾌락-공허감'의 악순환 속에서 공허감에 눈물 흘리는 모습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자기 이제 난 가야 돼 미안해'는 이러한 공허감에 고통을 느끼는 연인을 자신이 구제하거나, 그 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없는 모습으로, 악순환을 끊을 의지가 미약한 씨잼의 수동적인 상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씨잼의 전체적인 모습은, 해당 영화 레퀴엠에 남자 주인공과 매우 닮아있다. 남자 주인공은 여주인공을 마약의 세계에 끌어들게 하는 장본인이지만, 정작 자신이 이러한 여자를 끌어들였음을 인정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에 가서 마약에 빠져, 매춘까지 하게 되는 여성에게 사과를 한다. 하지만, 그 사과는 이미 의미가 없는 공허한 사과이고, 주인공 본인 스스로가 마약에 악순환을 끊을 주체성이 부족한 수동적 상황이었으며, 그 상황에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은 함께 몰락한다.)

 

캡처_2024_07_31_13_37_56_480.png

 

부어 더 부어 럼 털어 넣어 누워

매월 매일 매년 언제부터

마지막으로 똑바르게 살아본 건

너를 만난 것보다는 훨씬 전

문제가 나를 괴롭힐 때 나는 훨씬 편해

너가 나를 버리더라도 나는 너의 편에

근데 너가 나를 타준다면 나는 다시 서

다시 너가 나를 타준다면 나는 너무 뻔해

가사의 흐름 상으로 보면, 공허감에 괴로워하는 연인을 놔두고 도망치는 씨잼이 혼자 독주를 마시며 뻗는 장면으로 연결된다.

'매월 매일 매년 언제부터/마지막으로 똑바르게 살아본 건/너를 만난 것보다는 훨씬 전'으로, 이러한 '쾌락'에 빠지기 전, 즉 악순환에 빠지기 전 성실히 살았던 시기에 자신이 이미 오랜 과거로 나타나며, 그 시간의 기준이 '너를 만난 것'으로 표현되는 점에서, 씨잼은 자신과 함께 이런 '쾌락-공허'의 악순환에 놓여있는 연인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한다.

'문제가 나를 괴롭힐 때 나는 훨씬 편해'라는 지점도 매우 인상적이다. 오히려, 이런 공허감과 괴로움이 밀려올 때 훨씬 편하다는 말은, 씨잼의 '신실한 태도'와도 연결된다. 소설에서(특히 한국에 4.19 세대 소설) 자기 세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을 때, 인물들이 처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가 '위악'이 있다. '위악'이라는 것은 즉, 자신이 '악한 사람'이 아닌데도, 억지로 자신을 '악하다고' 믿고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자기 안에 죄의식을 '나는 원래 악한 사람이니까'로 정당화하는 방식이다. 씨잼의 위와 같은 가사는 이러한 '위악적 태도'로 연결되는데 이러한 '위악'이 발생하는 이유는 씨잼이 누구보다 '신'을 믿고 '신실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신실한 사람이기에 자신이 이렇게 일명 '타락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스스로 엄청난 자괴감과 죄의식을 느낀다. 이때 '나는 원래 이런 악한 사람이니까'라는 위악의 방식으로 자신에게 오는 자책감을 줄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너가 나를 버리더라도 나는 너의 편에'라는 말은 자신이 '쾌락-공허'에 악순환에 오게 한 연인에 대한 씨잼의 미안함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안함의 태도는 엄밀히 말하여 무의미하다. 이는 '근데 너가 나를 타준다면 나는 다시 서/다시 너가 나를 타준다면 나는 너무 뻔해'라는 가사와 연결 지어, 씨잼은 미안함을 지니지만, 여전히 자기 스스로 '악순환'을 빠져나올 의지를 지니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인이 악순환에서 나가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태도 아니며, 심지어 공허감에 괴로워할 때 같이 있어주지도 못한다. '너가 나를 버리더라도 나는 너의 편에'라는 가사는 앞에 위악적 태도와 연결되어 '내가 너에게 좋지 않은 사람이니, 네가 나를 떠날 수밖에.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라는 태도와 연결되는데, 상대방이 자신보다 좋은 사람이기에, 그 상대가 나를 버려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는, 인간관계에서 그리 좋은 태도는 아니다. 상대가 그만큼 좋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즉, 나중에 그 사람이 나를 떠날 때 '더 잘해줬어야 했는데'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고,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주체적인 사랑'의 모습이다. 연인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있는 해당 표현에서는 씨잼의 깊은 '무력감'이 잘 표현되어 있다.

<총평>

「휙」은 경쾌한 리듬감과, 너무나 장면적으로 잘 묘사되는 훅의 가사로 경쾌한 느낌을 부여하는 곡이지만, 그 안에 가사를 보면 상당히 어둡다. 영화 『레퀴엠(2002)』의 주인공 남녀가 생각나기도 하며, '쾌락-공허'라는 악순환에 놓여 있는 자신의 무력감과 그런 악순환에 함께 있는 연인에 대한 미안함이 잘 드러나며, 그런 연인에게 미안함에도, 악순환을 깨고 나갈 의지를 지니지 못하는 씨잼의 수동성이 너무나 잘 묘사되어 있다. 경쾌한 리듬 속 가려진, 공허감이 매력적인 해당 노래는 '쾌락-공허'의 악순환 속에 있는 무표정한 씨잼을 닮은 듯하다.

 

킁.jpg

 

원글: https://blog.naver.com/kszysaa/223531675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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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1 8.14 22:35

    저도 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 title: CMIYGL코지보이글쓴이
    8.14 23:27
    @뿌리갓

    캬~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좋은 곡이 너무 많지만, 특유의 경쾌한 분위기를 너무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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