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HpOMYnQcRBo?si=SjViv5yBVSFN3H1X
『이방인』에 12번째 곡은, 「MTLA」이다. 「MTLA」 역시 「그XX아들같이」와 마찬가지로, 『이방인』 발매 이전, 선공개 형식으로 대중들에게 먼저 알려졌다. 훅에도 등장하는 'Move to LA'의 약자인 'MTLA'라는 제목처럼,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싶어 하는, 이센스의 마음이 표현된 곡이다.
<노래 분석>
다른 악기가 한 개도 없이, 건반 소리만 울리며 노래가 시작된다. 이후 이센스의 랩과 함께 드럼과 베이스가 더해지며, 본격적으로 노래가 시작된다.
간소한 짐 든든한 돈
한 시간 전까지 분주하던
내 머릿속이 가라앉을 때까지 모든 장면들을 구체화하지
'간소한 짐'과 '든든한 돈'이라는 대비를 통해, 여행 준비를 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한 시간 전까지 분주하던 내 머릿속이 가라앉을 때까지 모든 장면들을 구체화하지'에서 머릿속이 '한 시간 전까지 분주한' 것에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여행 준비를 하며 짐을 싸느라, 어떤 것을 들고 가야 할지 고민하느라, 머릿속이 분주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머릿속에 고민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복잡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하여, 일부러 서울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하는 상상을 하는 것으로 해당 장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누가 참아내는 게 삶이라 말하네
누군 참는 게 둔한 짓이라 말해
자신을 믿고 더 사랑하라네
난 두 가지 말에 둘 다 대답 안해
여행 준비 혹은 여행 가는 상상을 하는 이유는, '삶'에 대해 상반되는 두 가지 의견으로 표현되는 삶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참는 게 삶이다.'라는 의견과 '참는 건 둔한 짓이다.'라는 상반된 의견에 대해, '두 가지 말에 둘 다 대답 안 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두 가치 중 어떠한 가치가 더 옳은 것인지 확실하게 답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렇게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에 '머릿속이 계속 분주한 상태'인 것이다. '삶이란 무엇이다.'라고 확실하게 정의 내리면, 그만큼 세상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 적어지겠지만, 그렇게 답을 내린다면 사람 자체의 시야도 좁아질뿐더러, 고민을 하지 않기 위해 합리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쉬이 답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확실한 건 난 조급해 아직
감사하는 마음을 조금 더 가지래
넌 충분히 얻은 거라고
과한 욕심은 널 괴롭게 만들 거라며
대답할 말이 없네
위해주는 말인 건 알겠지만
근데 너도 말이 없네
너도 네가 진심인지 모르겠지 아마
이렇게 여러 고민을 하는 상황을 '조급하다.'라고 표현하였다.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해답을 찾기를 바라는 태도를 의미하기도 하며, 이는 여러 고민들로 머리가 복잡한 현재가 매우 힘듦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센스에게 주위에서는 '지금 현재의 삶에 감사해라', '넌 이미 충분히 성공했고, 지금 만족하지 않고 욕심부리면 너만 괴로운 일이 된다.'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이러한 말에 이센스는 '할 말이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욕망'에 관한 이야기는 '니체'가 떠오르는 부분이다. 니체가 살던 19세기 서양에서는, 여전히 기독교적 믿음이 강하였고, 이러한 기독교의 전통적 교리는 인간에 '욕망'에 대하여 부정적인 감정이며, 절제해야 할 감정으로 여겼다. 하지만, 니체는 오히려 이러한 '욕망'이 인간으로 하여금 행동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한다. 즉 인간은 '욕망'을 가지고 '권력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게 된다.'라는 것이 니체가 '욕망'에 대해 새롭게 바라본 관점이다.
이센스가 '욕심을 갖지 말고 네 현재 삶에 만족해라'라는 조언에 대해 '묵언'으로 탐탁지 않은 대답을 한 지점도 이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려 하지 않고 현재에 만족, 즉 현실에 안주한다는 것은 예술가에게 굉장히 위험한 일 일수 있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새로운 예술을 만들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고통을 가져온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이 싫어 현실에 안주하는 선택지 역시, 예술가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 된다. 이센스는 '위해주는 말인 건 알겠지만'이라며, 이러한 조언을 하는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는 이센스가 안쓰러운 마음에 하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근데 너도 말이 없네 너도 네가 진심인지 모르겠지 아마'라는 구절 역시, 의미가 깊다. 이센스에게 이러한 조언을 해준 이가 정확히 어떠한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사람 역시 이센스가 자신의 조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고 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예술가의 고통'이 어쩌면 필연적일 수 있는 문제이기에, 단순히 '현재에 만족해라'라는 조언을 진심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센스 역시 이 문제를 알고, 어쩌면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빈 외침이 오가는 상황에 대해, '말이 없는 두 사람'의 이미지를 그리며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I wanna move to LA
Move to LA
Move to
I wanna move to LA
I wanna move to Paris
Move to Paris
'LA'와 '파리'로 떠나고 싶다는 단순한 훅이 반복된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라는 주제의식은 파악이 되나, 굳이 구체적인 지명을 언급한 필요가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이 노래 자체가, 실제 'LA'와 '파리'를 가는 과정에서 만든 노래라서 그러한 지명이 들어간 것일 수 있지만, '서울'이 아닌 지역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쉬움이 든다.(LA와 파리의 삶이 과연 서울의 삶과 얼마나 다르고, 그 지역에 사는 거주민과 여행객의 경험은 다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서울도 마찬가지이다.)
여행 계획을 짜네 서울보다
하늘이 파란 곳이면 다 좋아
예약은 어디든 가까운 호텔
훅 이후에 등장하는, 이센스의 벌스 2에서도, 이센스는 '여행 계획'을 짜고 있다. '서울보다 하늘이 파란 곳이면 다 좋아'라는 가사는 '현대 서울에 사는 아이들 그림 속 서울 하늘은 파란색이 아닌 회색일 거다.'라는 의미심장한 농담이 떠오르는 구절이다. 색 묘사의 탁월함뿐만 아니라, 답답한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이센스의 심정이 잘 드러나는 구절이다.
괜히 가격이나 봤던 first class
차 한대 값을 티켓에다
거리낌 없이 쓰는 인생의 맛은
어떨지 생각해보네, Yeah 돈이란 거 참 편해
그런 인생의 고통이 뭔진 모르지만
적어도 모자란 걸로 슬프진 않겠지
나는 그 기분이 뭔지 알아
그걸 벗어난 기쁨이 뭔지 알아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다만
다시 하라면 하고 싶지 않아
떠올리기만 해도 지겨운 느낌
왜 그런 거에서 배워야 하나 굳이
first class 티켓 가격을 보며, '부유한 삶'에 대해 떠올려 보는 이센스의 모습이다. '그런 인생의 고통이 뭔지 모르지만'이라는 사고 역시, 이센스 특유의 생각이다. '이렇게 돈이 많은 부자들도 그들 나름의 고통이 있겠지'라는 생각, 즉 나와 완전히 상황이 다른 남의 고통을 생각해 보려는 이센스의 넓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난다. 그리고, '고통이 뭔진 모르지만'이라고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 역시 이센스 다운 면모이다. 자신의 삶이 아니기에, 그들에 고통을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모자란 걸로 슬프진 않겠지/나는 그 기분이 뭔지 알아'라는 이야기로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의 고통을 생각해 보다, 자신이 겪었던 '가난'의 고통에 대해 떠올린다. '그걸 벗어난 기쁨이 뭔지 알아'로 이러한 과거 가난에서 벗어난 현재 자기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다만/다시 하라면 하고 싶지 않아'라며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한다. 여행 계획을 상상하다가 본, 비행깃값으로, '부자의 고통'과 '자신이 겪은 가난의 고통'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생각까지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이센스의 모습이 그려진다.
여권에 찍힌 도장과 빈 페이지
어릴 때 사진이 붙어있네
11시간 날아서 얻을 휴식
짐 싸네 살러 갈듯이
다시 여권을 살펴보며, 지난 일을 떠오려 본다. '어릴 때 사진이 붙어있네'의 어릴 때의 모습은, 위에서 이야기한 '가난했던 시절'과도 연결된다. 이후 '11시간 날아서 얻을 휴식'은 'LA'로 가는 여정을 의미한다. '짐 싸네 살러 갈듯이'에서 '살러 간다.'는 것은 '서울을 떠나 LA로 이주하여 살 듯이' 짐을 싼다는 의미와 함께, '서울을 벗어나 숨을 쉬면서 생명을 불어 넣듯' '살러 갈듯' 짐을 싼다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훅이 나온 이후, 튠이 끼어 있어 식별이 안되는 사람의 중얼거리는 음성이 '브릿지' 처럼 이어지며, 이후 마스타 우에 벌스가 이어진다.
On the roof top (루프탑에서)
High as ceiling ( 5성 호텔 천장 만큼 높아)
at a 5 star hotel
we chillin' (우리는 즐기고 있어)
5성 호텔에 루프탑에 있는 상황을 그리는 마스타 우는 '5성 호텔 꼭대기(루프탑) 만큼 기분이 좋다(High)'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got da whole squad (우리 무리 모두)
Goin' whoop whoop
Like police in the building
Cali breeze always feel right (캘리포니아의 바람은 항상 기분이 좋다.)
Money trees for shade right (돈 나무에 그림자도 딱 알맞다.)
세 손가락 That's west side
But I don't bang
5성 호텔에서 무리 지어 있는 이들이 '대마'(whoop이 대마로 추정된다.)를 피는 장면인데, 이러한 비유를 '이 건물에 경찰들처럼' 무리 지어 있다고 비유한 지점이 재미있다.
I work hard I play harder (나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놀아)
Like I'm on trial 오늘을 살아 (마치 내가 트라이얼에 있는 것처럼 오늘을 살아)
I give thanks in all circumstances (나는 나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에 감사해)
I do my sh_t I do my thang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by the Grace I'm what I am (은혜로 나는 나야)
understand I ain't your friend (나는 네 친구가 아니니 이해해)
When I'm back nobody staying (내가 돌아왔을 때 아무도 머무르지 않아)
Know I'm saying (내 말 알아듣겠어?)
나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하며 산다는 '마스타 우'의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곡이 끝난다.
<총평>
「MTLA」는 독특한 건반 소리와 베이스 소리에 조합이 청각적 쾌감을 주는 비트와 함께, 그 위에 얹어지는 이센스의 랩이 잘 어우러진다. 곡에는 '서울'을 떠나고 싶은 이센스의 마음가짐이 표현되어 있다. 이센스는 벌스 1에서 '삶'에 대해 고민하며, 벌스 2에서는 '비행기표의 가격'을 보고 '부자의 삶'과 '가난했던 자신의 삶'을 떠올린다. 이러한 여러 고민과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한 이센스는 '서울보다 하늘이 파란' 어느 곳으로든지 떠나고 싶어 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과 감정이 독특한 비트 위에 잘 표현되어 있으며, 거기에 비트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마스타 우의 피처링이 더해지며, 완성도 있는 곡이 탄생했다.
원글: https://blog.naver.com/kszysaa/223526243584
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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