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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이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여러 풍파가 KC를 스쳐갔다. 스윙스와의 비프로 인하여 실추되었던 이미지는 자신들의 준수한 퀄리티의 작업물들로 어느 정도 상쇄가 가능했지만, 이내 김하온의 첫 정규의 아쉬움과 리더인 식케이의 오너리스크가 닥치며 다소간의 불안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C는 끈질기게 레이블로서의 행보를 이어갔다. 식케이, 김하온과 기존에도 자주 교류하던 방달을 레이블의 메인 프로듀서로 기용했고, 곧바로 새 컴필레이션을 예고하여 곧장 발매했다. 이러한 발 빠른 행보도 놀랍지만, 중요한 것은 그 행보의 결과물이 그간의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느냐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KCTAPE, Vol. 1>은 퍼포먼스, 프로덕션 양쪽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식케이의 최고의 장점인 '해외 장르 씬 유행의 완성도 높은 재구성'이 이번에도 톡톡히 제 몫을 발휘한데다, 김하온 역시 새로운 스타일에 완전히 적응하여 짧고 굵은 결과물을 하나 빚어내게 되었다.
<ALBUM ON THE WAY>(2023)에서 보여주었던 이들의 레이지에 대한 관심은 <KCTAPE, Vol. 1>에서 본격적으로 만개하게 된다. 방달의 주도 하에 다수의 해외 프로듀서들의 도움을 받아 흥분감 끓어오르는 9 트랙의 뱅어가 성공적으로 완성되었는데, 특히 이 해외 프로듀서 다수가 디스트로이 론리(Destroy Lonely), 이트(Yeat), 켄 칼슨(Ken Carson) 등의 해외 레이지 스타들과 협업해왔던 이들이라는 사실은 앨범이 지니는 장르적 정통성을 배가시킨다. 디스토션 된 신시사이저가 질주하고 808 베이스와 하이 햇이 날뛰는 격렬함이 러닝타임 내내 지속된다. 그 사이에서 레이지의 원형 중 하나인 하이퍼 팝으로 틀거나("SOHOHOUSE PARIS"), 비트 스위칭을 가미한다거나("HELLA DOPE", "WHAT THE DEAL") 하는 식의 변칙이 오가며 30분가량의 짧은 러닝타임 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다양성을 충족시킨다. 다만, 애초에 레이지 자체가 펑크와 트랩 특유의 야성적인 에너지 그 자체로 역동성이 형성되는 장르인 만큼 다양성보다도 일관적인 쾌감과 본능에 집중한 인상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 프로덕션 가운데서 식케이가 예의 러프한 톤으로 기반을 쌓고 김하온이 유연하고 날카롭게 치고 빠지는 팀워크는 개인적으로, 또 이 둘이 동시에 움직이며 앨범의 사운드에 성공적으로 녹아든다. 특히 김하온의 커리어 초기에 형성되었던 건전성 내지는 순수함에서 오랜 시도 끝에 완전히 탈피하는데 성공했다는 부분에 특히 충격을 강하게 받았다. 식케이의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가 앨범에 전반적인 깔끔함과 유려함을 제공한다면, 김하온이 그 틀을 바탕으로 앨범이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직설적인 쾌감을 높은 수준으로 충족시키는 것이다.
레이지라는 장르가 지니는 근원적인 실험성은 식케이와 김하온으로 하여금 보다 과감한 게스트 기용을 가능하게 했다. 이것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익스페리멘탈 힙합 듀오인 Y2K92의 참여이다. 아이스크림 드럼(舊 시모(SIMO))과 지빈이 각자의 트랙에서 뿜어내는 뚜렷한 개성은 레이지의 순도 높은 야성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이러한 실험성은 러시아에서 온 트래퍼인 화이트 펑크(White Punk)의 기용으로까지 이어졌고, "HELLA DOPE"에서는 오직 그만을 위해 비트 스위칭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물론 기존에 식케이나 김하온의 음악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던 이들도 건재하다. 특히 최근 KC와 자주 협업하던 릴러말즈가 이번에도 2곡씩이나 참여하며 안정감 있는 멜로디 메이킹을 선사하였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예의 가는 톤을 활용한 유연한 전개는 식케이, 그리고 김하온의 퍼포먼스 사이로 적절히 파고들며 앨범에 장르의 또 다른 해석을 성공적으로 추가해 낸다.
외래종인 힙합의 특성 상 다소간의 해외 유행 차용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이러한 차용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견고한 완성도로 기틀을 잡는 것이다. 해외의 조류가 한국의 장르 씬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나면, 이후 각자의 재해석에 따라 한국의 특성이 반영되어 한국 힙합의 일부로서 그대로 녹아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식케이를 위시한 KC의 행보는 확싱히 유의미한 부분이 있다. 국제적 교류를 통해 장르적 정통성을 충족시킨 이후, 이를 본인들의 장점인 탁월한 대중성과 섞어내는 이들의 능력은 확실히 특기할 만 하다. 물론 한계점 또한 없지는 않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도 그렇지만 유행의 차용에 있어 초기에는 답습으로 읽히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였고, 이는 이들의 음악성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당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너리스크와 비프를 딛고 다시 한 번 증명을 일궈낸 이들의 솜씨, 이전의 이미지를 깨는 새로운 모습에의 완전한 적응은 존경받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레이블이 한국 힙합의 새로운 여러 움직임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Best Track: HELLA DOPE (feat. icecream drum, Leellamarz, White Punk), CYBERTRUCK BEASTMODE, SOHOHOUSE PARIS
워스트는
소호하우스는 들을 때마다 진짜 좋죠
때깔이 너무 좋아서...ALBUM ON THE WAY만 해도 긴가민가했는데 이번 앨범은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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