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티어를 더이상 순수 개그맨으로만 볼 수 없다는게 문제

그 제목이 빈민가 소년이었나 소나타 어쩌구 하는 라인을 우연히 쇼츠 영상으로 보면서 이사람들 처음 알게 됐는데 그때만해도 솔직히 별 생각 없었음 걍 어떤 대상을 풍자하는지는 알겠다 정도? 일회성 컨텐츠라면 이 정도는 걍 쿨하게 넘어가줄 수도 있다 생각은 했어요 재미 유무를 떠나서

근데 요즘 이분들 행보를 보니까 계속해서 래퍼들 풍자하는 컨텐츠로 1절 2절 뇌절을 치고 있고, 음원사이트에 검색해보니 장르상 랩/힙합 음악으로 분류되는 정식음원을 이미 6곡이나 냈네요? 그중엔 가오가이 같은 현역래퍼한테 피쳐링 받은 곡도 있고 며칠전엔 힙합 페스티벌 공연에도 참가하고 이 정도면 실력을 떠나 산업적인 의미에서 이미 래퍼 아닌가요? 최근에도 오왼이 포이즌이랑 카톡한 내용 공개한거 보니까 또 현역래퍼랑 콜라보 작업할 생각이 있었나본데.

솔직히 대중들 반응이야 뭐 요즘 세상이 젠더갈등부터 시작해서 세대 갈라치기까지 그야말로 대혐오의 시대잖아요. 누가 뭐하나 잘못하면 사과해도 죽을때까지 물어뜯고 그러다 진짜 자살이라도 하면 그땐 또 특정 집단한테 또 책임을 전가하면서 죽어라 까고 이게 뭐 한 두번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혐오 자체를 컨텐츠로 삼아 오늘은 또 누구를 팰까? 고민하는 이들한테 진지하게 문화에 대한 존중을 요구해봤자 소모적인 논쟁일 뿐입니다. 까놓고 얘기해서 힙합도 그동안 씬에서 활동한 수많은 래퍼들이 써놓은 가사들 일일이 발굴해서 뒤져보면 특정 문화 싸잡아서 비하했던 적 없을까요? 까보면 수두룩하게 나올겁니다. 그러니 그저 혐오를 하고 싶어서 혐오를 하는 이들한테 문화를 존중해달라고 해봤자 '니들도 옛날에 이런거 저런거 비하한 적 있잖아?' 라며 이번엔 국힙의 치부를 드러내서 깔게 뻔하고 그러면 결국 싸움만 반복될 뿐입니다.

하지만 맨스티어는 그런 일반적인 대중들과는 입장이 달라요. 힙합이라는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연장에서 래퍼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음악적으로도 협업까지 할 생각이 있다면 더이상 문화의 바깥쪽에서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타인을 풍자하는 입장은 이미 넘어선 겁니다. 즉, 그들은 이미 자신들이 풍자하는 이 힙합씬 안에 어느정도 발을 들여놓은 상태인거에요. 씬의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고 그걸 통해 인기를 얻고 돈을 벌고 있다면, 그들만큼은 당연히 ph-1을 비롯한 몇몇 래퍼들이 현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맨스티어 본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들한테 래퍼라는 가면은 이제 더이상 블랙코미디를 연출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부캐이자 컨셉 같은게 아니에요. 사실상 반은 진짜 래퍼라 봐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보가 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좀 더 진지한 사고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힙합과 1도 상관없는 익명의 네티즌이라면 몰라도 씬 안에 들어와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정작 씬을 욕보인다면 그건 결과적으로 자기모순이고 상도덕도 없는 겁니다. 단순히 일시적인 혐오감정에 기대어 조회수를 빠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이쯤에서 슬슬 발을 빼는게 맞는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