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380786653
던밀스는 참 욕심이 많은 아티스트이다. 커리어 초기에는 격투기에 대한 관심을 보인 적도 있었고, 그의 이름을 알리는 데 기여한 유튜브 활동 역시 활발했다. 힙플라디오를 통해서는 진행자로서의 역량을 보여줬으며, 최근에는 배우로서도 커리어를 쌓고 있다. 이러한 그의 욕심은 음악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커리어 내내 그의 퍼포먼스는 지속적으로 우상향 곡선 위에 있었다. 걸쭉한 톤과 억양에서 오는 뚜렷한 색은 유지한 채, 그 예리함과 타격감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신인들과 협업하며 자신의 음악에 젊은 피를 수혈한 결과, 던밀스는 어느새 한국 트랩 씬의 가장 뚜렷한 베테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어느덧 던밀스도 중견 아티스트가 되었고, 레이블도 한 차례 옮겼다. 하지만 <인생을 바꿀 앨범>에 드러나는 그의 욕심은 아직도 뜨겁기만 하다. 제목의 과감함, 나아가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젊은 참여진 편성과 새로이 시도된 셀프 프로듀싱에 힘입어 다시 한번 자신의 욕심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사실 셀프 프로듀싱은 <F.O.B>(2021)에서도 시도된 바 있었다. "망나니 Freestyle"에서 던밀스는 홀리데이의 조력을 받아 깔끔한 멤피스 랩 프로덕션을 빚어냈고,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인생을 바꿀 앨범>의 모든 프로덕션을 자신이 책임지기로 했다. 그렇게 완성된 프로덕션은 본인이 지닌 깊은 장르적 내공에 상응하는 수준을 자랑한다. 피아노 등의 건반들, 혹은 날카로운 신스 스트링으로 밑간을 잡은 뒤, 808베이스로 장타를 때리는 프로덕션은 통상적인 트랩은 물론 난폭한 멤피스 랩에서건("이게 내 방식", "Don Mills Glock"), 혹은 끈적한 래칫에서건("SNCL Baby", "Keep It"), 혹은 마이애미 냄새나는 지저분한 베이스에서건("새깅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뚜렷하면서도 일정한 타격감을 가져간다. 곳곳에 추가되는 보이스 샘플이 자칫 무미건조해질 수도 있던 비트들에 감칠맛을 부여하고, 이렇게 완성된 그의 프로덕션은 상술된 멤피스, 래칫 이외에도 시카고 드릴("언제 무너졌냐는 듯이 일어섰다", "위기 닥치면 아가리 닥치고 버텨")이나 슬라임("인생을 바꿀 SKIT"), 2010년대 초반 풍의 애틀랜타 사운드("Don Milly what's the Dealie") 등 트랩의 다양한 서브 장르를 두루 아우르며 빛을 발한다. 이러한 쾌감과 감탄의 영역 이외에도, "병원 법원 작업 촬영"에서 락적인 기타 리프와 피아노를 교차한 다음 자신의 개인사를 꺼내며 슬픔과 그리움을 쌓는 모습에서는 결연한 처절함까지 느껴진다. 물론 지금까지의 던밀스의 음악을 기억하고 있다면 딱히 뚜렷한 변화를 느끼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색에 가장 잘 맞는 프로덕션을 직접 주조한 것은 물론, 그 결과치가 이전의 디스코그래피에 비해서, 혹은 여타의 한국 트랩 프로듀서들에 비해서 부족함이 없고 오히려 남음이 있다는 것은 <인생을 바꿀 앨범>의 중요한 의의 중 하나다. 어쩌면 앞으로는 래퍼 던밀스 이외에도 늦깎이 프로듀서 던밀스의 커리어도 기대할 수 있겠다.
<Young Don>(2014)의 사이코반, <미래>(2016)의 창모, <F.O.B>의 노스페이스갓으로 대표되는 뉴페이스들 간의 화합은 던밀스의 커리어가 견고해지면서 더더욱 활성화되었고, 이는 <인생을 바꿀 앨범>에서 절정에 다다른다. 물론 로스와 오디 등의 크루 메이트들이 언제나처럼 꾸덕한 존재감을 새기기도 하고, 오왼같은 베테랑부터 서던 힙합 OG 크라운제이까지 경험치 있는 이들의 퍼포먼스가 두터움과 안정감을 자랑하기도 한다. 다만 <인생을 바꿀 앨범>이 지니는 젊은 혈기는 앨범 곳곳에 두루 포진된 신예들의 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해도 무방하다. 이제는 한국 힙합의 완연한 블루 칩으로 자리잡은 코르 캐쉬와 오이글리, 트레이 비의 찰진 퍼포먼스, 레이블 메이트가 된 인재(INJAE)의 끈적한 보컬도 그렇지만, 키미스와일드, 멧돼지, 더블 다운 등 재야의 트랩 신예들 또한 제각기 뚜렷한 개성으로 <인생을 바꿀 앨범> 곳곳에 흘러넘치는 젊은 혈기에 이바지한다. 서던 힙합의 저평가 받던 선구자부터 현 시점에서 가장 프레쉬한 아티스트들까지 아울러 자신만의 세련된 듯 늠름한 느낌에 녹여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던밀스라는 아티스트가 지닌 그릇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인생을 바꿀 앨범>은 제목값을 하는 앨범일까? 이에 대해서는 던밀스의 오랜 동료인 딥플로우가 말한 '이 앨범의 제목은 인생역전의 포부가 아니라 지난 수년 무너진 것들에 대한 영점으로의 회복의지'라는 발언이 중대한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앨범에서의 던밀스는 혈기방장하고 씩씩한 평소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지난 몇년간 그에게 닥쳐온 여러 악재들로 인한 괴로움이 배어있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인생을 바꿀 앨범>에서 드러나는, 이에 대한 던밀스의 태도이다. 그는 꺾이고 무너져도 계속 강인하게, 태연하게 일어나고자 한다. 그의 랩은 아직도 옹골차고, 그의 오토튠은 날카로워 졌으며, 직접 장만한 비트는 쌈빡하고, 여전히 팔팔하다. 어쩌면 이 앨범에 잔 뜩 밴 그의 욕심은 모든 고난을 딛고 일어나려는 강인함에서 유래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번, 던밀스는 참 욕심이 많은 아티스트다. 그리고 그만큼 다재다능하고, 굳센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Best Track: 맨땅에다 헤딩 (Feat. KOR KASH), Don Mills Glock (Feat. Owen), Don Milly what's the Dealie (Feat. CROWN J)
* 본 리뷰는 HAUS OF MATTERS #10에서도 감상하실수 있습니다.
https://khlhomofficial.wixsite.com/hausofmatters
던밀스님 정규 중에 제일 좋게 들은 앨범인데 게시판내에서 평이 적은것같아서 아쉬웠어요 ㅠㅠ
노창이랑 인터뷰한거보고들으니까 더좋아요 ㅋㅋ
스윙스 똥반땜에 던밀스 호미들 다 묻혔음...ㅋㅋㅋ
그나마 고스트클럽은 말 좀 나오던데
결국 못바꿧네
0에서 +로 바꾸었다기 보다는 -에서 0로 바꾸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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