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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원 슬로모 관련 인터뷰(씨잼 언급)

title: 수비고이고이2024.02.29 18:20조회 수 10918추천수 5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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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제목인 ‘SLOWMO’의 뜻이 궁금하다.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할 때 느린 속도로 설정하는 ‘슬로모션’이라는 기능이 있다. 그것을 삶에 적용해본 거다. 삶이라는 하나의 동영상에 슬로모션을 적용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렇게 촬영된 내 삶을 미래로 나아가면서 관조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이런 깊숙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동영상이라는 장치로 삶을 바라본다’는 개념인 건가? 대부분의 경우 ‘일시정지’를 눌러 이야기할 텐데.힘든 순간이 찾아온다고 해서 정지만 누른다면 삶은 결코 나아가지 못한다.


지금까지 낸 앨범 중 가장 성찰적인 형태다.사운드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주로 100bpm대의 곡을 다룬다는 점이다. 이전부터 100bpm의 색을 음반 안에서 다뤄보고 싶었다. 이를테면 타이가의 ‘Taste’처럼. 앨범 이름처럼 느린 템포지만, 다채롭게 빚어내 ‘SLOW’라는 키워드가 주는 지루함을 깨고자 한다.


이번 정규 앨범에도 2집 <오보에> 때처럼 피처링 진이 따로 없는 것 같더라. 자전적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그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믿어서인지 궁금하다.그런 것 같다. <오보에> 때나 <SLOWMO> 때나 결국 내 이야기만 채워져 있으니까. 누군가에게 (피처링을) 부탁이라도 해볼까 생각했지만 시간이 너무 없더라. 이 정도 시기면 부탁하는 쪽에도 민폐다.


생각해둔 사람은 있나?많다. 마음 같아선 빈지노에게 피처링을 부탁하고 싶다.(웃음) 근데 이건 자전적 앨범이지, 레드 카펫은 아니지 않나. 나중에 차라리 리믹스를 내서 다양한 아티스트에게 부탁해봐야겠다.


<오보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근 힙합 신에서 재평가받고 있어 놀랐다. 상처와 과오를 시적인 메타포로 구현해낸 것이 눈에 띈다는 평이다.그런가? 체감하진 못했지만, 다행이다. 앨범을 만들 때 인간으로든, 래퍼로든 담아보고 싶은 가치관 같은 게 있었다. 스스로 감정을 끄집어내고 싶어 가사 한 글자 한 글자 깊숙이 도려내고 다시 채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앨범 수록곡 중 대부분의 가사가 한글되어 있다.맞다. 곡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영어 가사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한글 가사는 글자 하나하나를 분리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창의적인 전개가 가능했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실’이라는 곡의 가사 ‘사실’은 글자 그대로 의미도 있지만, ‘4(사)’와 ‘실’을 분리해 또 다른 전개를 펼칠 수 있다. 나로서는 가장 실험적이면서도 세밀한 시도였다.


이때 이모(EMO) 힙합 장르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전까지만 해도 ‘양홍원’ 하면 붐뱁 비트에 저돌적인 랩 스타일만이 연상되는 래퍼였다.간단히 말하면, 랩이라는 음악을 다룰 때 ‘선두 주자’의 기준을 새롭게 두게 된 거다. 어린 시절부터 투팍이나 노토리어스 B.I.G. 같은 전설의 음악을 들으며 붐뱁을 시작했지만, 그건 정석적인 ‘올드 스쿨’ 형태에 가까웠다. 나와 같은 나이대, 시기, 무대에선 이라면 누구나 그 음악이 주는 영향력 아래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우리는 다른 시대를 살았던 투팍이나 노토리어스 B.I.G.의 삶을 따라갈 수 없으며, 영향을 받을 뿐 그들의 음악이 내 음악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선두 주자의 기준을 바꿨다. 바뀐 메인스트림 안에는 새로운 선두 주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 기준은 누구로 바뀌었나?요절한 XXX텐타시온이나 주스 월드. 나와 같은 나이, 같은 시기에 활동했다는 부분에서 내게 새로운 올드 스쿨 같은 개념이다. 이제는 그 기준을 따라 내 음악을 보여주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붐뱁의 경계를 넘어 싱잉랩도 가미한 거다.


<오보에>는 스타일의 변화와 가사적 특성 때문인지 씨잼의 <킁>과 자주 비교되곤 한다. 창작할 때 영향받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당시 (씨잼과) 함께 살았으니 라이프스타일 영역 전체를 영향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기했다. 이 앨범을 내면서 처음으로 “다른 래퍼와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기분 나쁠 법도 한데.왜 기분이 나쁜가? 나는 씨잼을 보고 이 음반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그의 영향이 묻어난다는 말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 소스도 애매하게 버무려지면 맛없지않나. 이왕 영향받을 거면 확실히 버무려져야지. 


당시 씨잼의 반응은 어떻던가?본인은 그렇게 안들린다고 하더라.(웃음)


함께 살 정도면 꽤 깊은 사이다. 요즘도 소통하나?<걘> 앨범이 발매될 때까지는 소통했지만, 요즘은 아예 끊겼다. 각자 삶으로 돌아갔다고 해야 할까. 우리 둘 다 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잘 맞았던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이 왜 우리 둘이 얘기할 때는 말이 아닌 공기로 하냐고 물을 때도 있었다.


문득 다른 래퍼에게 경쟁심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당신에게는 그런 심리가 없을 것 같다.사실 <고등래퍼>나 <쇼미더머니> 때 말고는 거의 안 느껴본 것 같다. 음악적으로 좋은 곡을 만들고 싶지, 누군가와의 레이스를 벌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요즘 들어서는 한번 느껴봐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이젠 확실히 필요한 때인 것 같아서. 문제는 경쟁심보다 리스펙을 먼저 하게 되는 래퍼들이 많다는 점이다.(웃음)


최근 ‘25’를 피처링하며 만난 키드밀리도 그중 한 명인가?직접 참여한 <BEIGE> 앨범이 한국대중음악상의 ‘2024 최우수 랩&힙합 – 음반’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물론이다. 자랑스럽더라. 키드밀리 형은 늘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료다. 같은 레이블인데도 함께 작업 안 한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꼭 피처링하고 싶었고, 그 리스펙이 좋은 곡으로 나온 것 같아 기뻤다. ‘25’는 나 또한 소중하게 생각하는 곡이다.


곡을 듣고 나니 현대 그랜저를 예찬하는 가사가 인상 깊더라. 실제로도 그랜저 IG를 탄다고 들었다.맞다. 아버지에게 사드린 차인데, 새 차를 사드리고 내가 물려받아 타고 있다. 주행 거리가 10만이 넘었고 외관도 많이 찌그러졌지만 나름의 애정이 있는 차다. 아니, 애증이려나.(웃음)


랩스타들이 스포츠카를 타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흔치 않은 모습인 건 사실이다. 20살 때부터 이 차만 타면 다 의아하게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저번에는 경찰이 물어본 적도 있다. 왜 그랜저 타냐고.(웃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족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규 1집 <Stranger> 아트워크에 가족들의 다양한 형태를 녹여냈던 것처럼.1집 때나 지금이나 가족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어떤 시기에는 음악이 더 중요하다고 여길 때도 있었지만, 가족에 관한 일이라면 모든 일들을 멈춰야만 하는 날들이 있었다. 이제는 가족을 삶의 첫 번째로 두고 산다.


질문이 얼마 안 남았다. 이전에 <오보에>의 영어 제목을 ‘3 Steps Forward, 2 Steps Back’이라고 설정했다. ‘3보 앞으로 전진 후, 2보 다시 뒤로 와 진일보했다’는 의미다. 이번 새 정규 앨범의 부제로 생각하는 문장은 없나?‘GO SLOW’라는 문장이 머릿속에 맴돈다. 최근 트랙에 추가한 곡명이기도 하다.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을 거다.


그러고 보니 꽤 긴 사유 끝에 만든 앨범명이다. 리스너들은 이미 그 의미를 알고 있나?아직 모른다. 사실 하나하나 따져가며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안든다. 이게 뭐 거창한 내용은 아니지 않나. 그냥 인생이다. 지나치게 슬픈 것도 어두운 것도 없는, 전부가 살고 있는 그런 인생. 그리고 내 스탠스, 속도. 다들 각자의 속도가 있는 것처럼.



출처-https://mennoblesse.com/article/%ea%b9%a8%ea%b3%a0-%ec%8b%b6%ec%9d%80-%ea%b2%8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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