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리 굴릴 것 없이 그냥 촌스럽지 않은 '힙합', '랩' 앨범 리뷰

BUMPY- 'NOT FOUND' 리뷰

범피 낫 파운드 앨범 커버 출처는 로우지 인스타그램

 대한민국의 래퍼 범피는 신인은 아니다. 3년 전에 싱글 타이틀 '주춤'을 발매했고 훌륭한 뮤직비디오와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팔로알토의 유튜브 채널에서 샤라웃 받는 등 나름의 성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본인의 크루인 'fash' 를 통해 나름의 활동을 이어가던 중 소식이 끊겼다.

 본인은 한국의 비트메이커 로우지를 디깅하다가 범피의 존재를 알게됬다. 그 시기가 두 아티스트의 콜라보가 한창 진행중이었던 시기였다고 하니 아마 알게된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 당시 나는 한국 힙합보다는 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있을때였다. 분명 빼어난 기교를 가졌겠지만 그보다 훨씬 부각되는 힘있는 날 것 그대로의 래핑은 한국 아티스트들의 기믹과 컨셉에 대해 의문부호를 키워가던 중인 내게 훨씬 더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러나 언어의 장벽 앞에 뒤 다시 돌아와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 대해 디깅하던 중 범피의 래핑을 듣게 됬고 그것은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소식이 끊긴 아티스트였지만 다시 복귀하기 위해 작업중임을 알게되었고 많은 기대를 하며 신보를 기다렸고 범피의 신보가 지난 11월 24일 금요일에 발매되었다. 그토록 애정하던 언더그라운드 비트메이커 LO-G의 프로듀싱으로 말이다.

LO-G와 BUMPY 출처는 LO-G 인스타그램

 범피의 앨범 NOT FOUND는 힙합 앨범이다. 당연하게도 랩으로 꽉 채워져 있는 앨범이다. 다른 기교나 엔지니어 적인  물론 가사전달도 훌륭해 몇몇 구간을 제외하고 마치 누군가가 이야기를 해준다고 느껴질만큼 이해가 쉬웠다. 당연히 한국인 아티스트의 앨범이기 때문에 가사 내용도 솔직하다. 몇몇 구간에서는 다양한 사회세태에 대한 분노가, 몇몇 구간에서는 다분히 개인적이고 공감가는 내용들이 보인다. 과하거나 공감되지 않는 내용들이 보이지 않으니 듣기에도 굉장히 편안했다. 

 비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자. LO-G는 샘플러만을 이용하는 비트메이커라고 한다. sp-404라는 샘플러를 이용해 샘플링만으로 곡을 만든다고 한다. 비트는 4마디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 내용 뿐이다. 구성을 만들기 위해 fx 기교를 이용해 지루함을 해결하고자 한 듯이 보인다. 그리고 그 위에 범피의 랩을 올리며 완전히 성공했다. 붐뱁의 감성을 가지고 있지만 묘하게 촌스럽지가 않다. 모든 트랙에서 '특히나' 리듬과 베이스가 중독적이고 세련되게 느껴진다.

 사운드에 대해 이야기를 안해볼 수가 없겠다. 최근 분명하게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고 느낀다. 언오피셜보이와 재즈문이 함께한 철한자9, 빈지노의 노비츠키, 이센스의 저금통까지 붐뱁의 요소에 로파이한 질감에 대한 영역이 생겨나고 있다. 세련되고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사운드보다 조금 더 날 것에 거칠고 직설적인 사운드에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범피의 NOT FOUND 역시 그러한 앨범이다. 당연히 sp-404라는 샘플러를 사용함으로써 잡음하나 느껴지지 않는 높은 퀄리티의 음반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이되는 바, 한술 더 떠서 이번 음반은 카세트테이프를 이용해 마스터링했다고 한다. 듣기로는 이전에도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해 마치 wu-tang의 사운드를 시도했던 아티스트들은 분명히 존재했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그 아티스트가 범피인 듯 하다. 비트메이킹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도, 그저 리스너의 입장에서도 사운드가 정말 궁금했는데, 확실히 실망은 없었다. 오히려 조금 놀라울 정도였던 것이, 사운드가 어떤 '선'을 정말 훌륭하게 잘 유지하고 있었다. 조금 만 더 하면 너무 '인디' 해질 것 같았는데 상업적 음반의 그 퀄리티를 어떻게든 유지하는 것이 대단했다. 그리고 귀가 정말 재밌었다.    

앨범 트랙리스트와 크레딧, 마지막 줄에는 작업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는 sss records 인스타

마지막으로 앨범 수록곡 중 가장 맘에 들었던 트랙 2개만 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듣게 된건 2번 트랙인 sit back 이다.

트랙의 감성을 한마디로 정의 하자면 편안함이다. 앨범 전체에서 범피가 음악과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킬링트랙이다. 래핑에 대해서 평가하자면 훌륭한 것들이 워낙 많아 단연 가장 좋다고 말할 수 는 없을 것이지만 그 감성과 가사에 많은 울림이 느껴져서 뽑았다. 특히 가사를 살펴보길 추천한다.

'다들 좋은 거 있다면 입에 넣다 보니
뱉어 놓은게 모두 똑같아 보이지
내가 조금 다르다고 말을 하는것도
촌스러워 그냥 나는 나지 뭣도 없어
요즘은 그냥 잘먹고 쉬고 싶어
한잔 하고 누워 편히 자고 싶어
내가 하고 싶을때 이걸 하고
멈추고 싶을때 멈추는게 좋다 싶어서'

다음은 가장 맘에드는 비트 트랙을 골라봤다. 

5번 트랙 '숙취' 다. 트랙은 정말 신선하다. 'dope' 가 뭔지 이해가 쉽게 되는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그루브와 분위기 등 뭐하나 빼먹을 내용이 없다. 거기다 기가막힌 래핑과 가사는 덤이다.

마지막으로 이 앨범에 대해서 평해보자면 

'이 앨범은 화장기 다 뺀 빠꾸없는 진짜 힙합 앨범이다.'

라고 소개하며 리뷰를 마쳐본다.

아 처음으로 리뷰라는 걸 써봤습니다. 팬심으로 그득그득 사심이 그득그득인 글인데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다른 분들도 팬으로써 그렇겠지만 저 또한 제가 영감을 얻고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많이 알려지길 바라거든요. 글이 조금 읽히셨다면 음악도 꼭 한번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글을 워낙 써본 적이 없다보니 이 글을 3일 동안 썼네요ㅠㅠ 부디 많이들 좋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