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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기 펠라즈 컴필레이션 앨범-Xclusive

title: Late RegistrationAlonso20002023.07.17 22:55조회 수 457댓글 1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158978991

 

 

 

 

생각해 보면 2000년대 힙합 씬은 유독 크루가 강세였다. 메인 스트림에서 군림하던 무브먼트는 말할 것도 없고, 2000년대 후반에는 오버클래스와 살롱01이라는 이단아들도 등장했다. 이 수많은 크루의 향연 가운데서도 지기 펠라즈(Jiggy Fellaz)의 위치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었다. 서울이 아닌 부산에 위치한 클럽 JG가 기반이었지만, 바스코(現 BILL STAX)의 주도 하에 슈프림팀, 언터쳐블 등 후일의 오버그라운드 스타부터 딥플로우, 조 브라운 등 언더그라운드의 주요 아티스트들까지 아우르는 라인업은 그야말로 전국구라 할 만 했다. 이들은 크루원들 간의 잦은 협업은 물론 3번이나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하며 견고한 팀워크를 보여줘 왔지만, 이중 <Xclusive>는 가장 빛나는 위치에 있다. 지기 펠라즈를 중심으로 한국 언더그라운드 각지의 아티스트들을 고루 끌어모은 결과, <Xclusive>는 당대 미국의 메인 스트림과 한국의 언더그라운드가 묘한 공존을 이루고 있는 앨범이 되었다.

바스코가 앨범의 총괄적인 감독 노릇을 했지만, 각 트랙은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직접 선택했고 그만큼 앨범이 포용하는 사운드의 범위도 넓어졌다. 특히 앨범 프로덕션의 1/3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덕답(Duckdap)이 본 떡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 류의 멜로딕한 팝 랩 부터("La Familia") 직설적인 서던 힙합("Who's That"), 애프터매스 류의 웨스트코스트 힙합("You'd Better"), 그리고 머더 잉크나 나스를 연상케하는 Y2K 스타일의 이스트 코스트 씻("How We Ride", "Who Got The Mic")까지 두루 오가며 앨범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참여 아티스트들이 개별적으로 끌고 온 프로듀서들의 라인업이다. 가령 사이먼 도미닉은 당시 자신의 제일의 페르소나였던 랍티미스트를 데려와 화려하고 정석적인 붐뱁 넘버를 새겼고("Night Riders (밤을 걷는 소리꾼)"), 당시 지기 펠라즈의 웨스트 코스트 전문 듀오였던 247(빅 트레이와 더티 맥으로 구성)은 그때만 해도 한국 언더그라운드 최고의 거물이었던 주석(이 앨범에서는 'manfromeast'라는 예명을 사용했다.)을 초빙하여 지극히 클리셰적인 지 펑크를 연출하기도 했다("Who Ride With Us"). 무엇보다도, 당시에는 어둡고 하드코어한 스타일의 프로듀싱을 즐겨하던 도끼가 이번에는 재지하고 서정적인 방향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Seoul Futureshock"). 프라이머리의 하드한 비트("Free Zone")와 제이락킨의 소울풀한 칩멍크 소울("Under The Ground")에서 부터 바스코의 러프 라이더즈 류 클럽 튠("꽐라"), 심지어는 EJ의 극적인 얼터너티브함 까지 종합된 결과, <Xclusive>는 마치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이 역량을 끌어모아 구현해낸 최신의 플레이리스트 같은 형상이 되었다.

 

 

 

 

이 앨범을 수놓은 MC들 가운데서도 오래갈 인물들은 특히 두각을 드러내는 편이다. 이센스가 바스코가 주조해낸 클럽튠을 동물적인 플로우로 주무르는 모습이나 사이먼 도미닉이 랍티미스트의 날카로운 스네어 위로 화려하고 빽빽한 랩 스킬을 드러내는 모습은 지금도 감탄스럽고, 프리마 비스타의 깔끔한 붐뱁 비트 위로 유유히 흐르는 더 콰이엇의 랩, 덕답의 무거운 비트위로 퉁퉁거리는 딥플로우의 벌스도 그 안정감이 일품이다. 다만, 아무래도 언더그라운드의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을 긁어모은 형태의 대규모 컴필이다보니 퍼포먼스 수준의 격차도 조금 있는 편이다. 물론 바스코, 데드피처럼 자신만의 걸쭉함을 유감없이 보여준 고참들도 있고, 각나그네(a.k.a J A Z, Jazzy IVY) 특유의 재지한 얼터너티브함도 인상적이지만, 전반적으로 평이한 퍼포먼스를 남긴 언터쳐블이나 트랙 별 분위기에 따라 퍼포먼스의 편차가 생기는 조 브라운 같은 경우에는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 특히 매니악이나 미스터 타이푼은 앨범에 자신의 또 다른 크루들을 데려오기도 했는데, 이들의 퍼포먼스도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강하지는 않다. 다만, 정기고나 태완을 비롯한 보컬들, 혹은 앨범 곳곳에 있는 다수의 마이너한 이름들을 비롯한 참여아티스트들이 최소한 1인분 이상은 하고 있으니 만큼 이정도면 컴필레이션으로서는 합격점 안에는 든다고 할 수 있겠다.

이후로도 베이식(Basick), 엘리(Elly, 후일 'LE'라는 예명으로 EXID에서 활동하게 된다.) 등 걸출한 라인업을 모으며 인기를 끌었던 지기 펠라즈는 멤버 각자의 활동에 초점이 맞춰지며 차츰 희미해져 갔고, 2011년 바스코의 탈퇴 이후로는 각 아티스트들의 활동량도 현저히 줄어들며 자연스레 와해되었다. 다만, 짧다면 짧은 활동기간 동안 이들은 많은 것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부산을 토대로 둔 크루였던 만큼 이들은 또 다른 부산 기반 크루인 IK(Illest Konfusion, 혼란 속의 형제들), 대전에서 시작된 살롱01과 더불어 한국 힙합의 지역적 확장의 한 축을 이뤄냈으며, 이센스, 사이먼 도미닉, 딥플로우 등 2010년대의 한국 힙합 씬을 이끌게 되는 이들의 시작 기반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특히 <Xclusive>는 2000년대 해외 힙합 씬의 트렌드를 당대의 여느 한국 힙합 앨범들 이상으로 잘 소화했음은 물론,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의 고점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수많은 크루 혹은 클럽들의 컴필레이션이 경쟁적으로 나오던 시대의 산물 중 특히 걸작으로 뽑힐 만한 작품이라 하겠다.

Best Track: Seoul Futureshock (Feat. Dok2, Junggio), La Familia (Feat. 태완 a.k.a C-Luv), 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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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7.17 23:11

    크 중딩때 오지게 듣던앨범 뭐하나 버릴곡이 없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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