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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Trap의 가벼움, LO VOLF- <Money Baby 1.5>

title: Dropout Bear (2004)Writersglock2023.05.28 10:11조회 수 595추천수 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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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Baby 1.5>는 Lo volf와 프로듀서 HAIFHAIF의 첫 번째 합작 앨범인 <Money Baby>의 후속작이다. 2019년 발표된 <Money Baby>는 리스너들 사이에서 국내 트랩 앨범 중 수작을 꼽으라면 리스트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해당 작품에 대해서는 추후에 좀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4년이 지나서야 발매된 그 후속작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트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돈이다. 트래퍼들은 내가 돈을 어떻게 버는지, 돈을 얼마나 버는지, 번 돈을 어떻게 쓰는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런 면에서 본작의 제목인 <Money Baby 1.5>는 트랩의 가장 핵심을 담고 있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Lo volf는 앨범 안에서 끊임없이 돈, 약, 여자 명품을 노래한다. 돈을 벌어 약을 사고, 여자들과 밤을 보내는, 쾌락으로 짙게 칠해진 나날들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들은 Lo volf의 목소리와 결합되어 <Money Baby>라는 제목을 완성한다.

Lo volf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르는 단어는 '짖궂음'이다. 흔히 우리가 '놀리는 목소리'를 떠올렸을 때 모두가 상상할 수 있는 바로 그 톤, 그 톤이 바로 Lo volf가 랩을 하는 톤이다. 그런데 우리가 '짖궂음'이라는 단어에서 연상할 수 있는 또 다른 단어가 있다. 바로 '어린이'이다. 짖궂음은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속성 중 하나이다. 아이들은 웃고, 놀리고, 떠들고, 장난을 친다. 이는 어린이들이 못되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그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린이들의 '놀이'를 만든다. 따라서 Lo volf의 랩 톤은 짖궂음을 떠올리게 만들고, 이는 자연스레 아이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돈을 가지고 놀고, 돈을 가지고 다른 이들을 놀리고, 돈으로 장난을 치는, 그는 바로 Money Baby인 것이다.

그럼 이제 앨범의 곡들로 좀 더 깊이 들어가보자. 솔직히 이 앨범의 가사를 심도있게 들여다보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닥 큰 내용도 없을 뿐더러 비슷한 내용들의 나열과 반복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앨범을 들으며 집중해야 할 지점은 내용이 아닌 정서가 된다.

첫 번째 트랙인 "F Class(feat. Bill Stax, 권기백)"은 앞서 말한 Lo volf의 짖궂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돈다발을 가지고 놀고, '니 여친'을 낀 채로 약을 하는, '머리에 돈 밖에 없는 새끼'의 모습이 청자의 눈 앞에 선명히 드러난다. 거기에 HAIF의 통통 튀는 비트가 더해져 순식간에 Lo volf의 향락적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신나는 정서가 쭉 이어지던 도중, 7번 트랙인 "어려(feat. D.Ark, 권기백)"부터 왠지 모를 공허함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훅의 가사에서도 공허함이 드러나는데, "너가 싫어 이유는 나도 몰라"나 반복되는 "우린 저질러 머린 어지러"와 같은 가사를 들으면 돈뭉치를 들고 폴짝거리던 주인공이 어딘가 힘이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신나는 정서가 사라진 것은 아니나, 마지막 트랙인 "More(feat. Okasian)에서는 비트도 가사도 차분히 가라앉으며 약간의 우울감이 섞인다. 이 침울한 정서를 극대화하는 것이 바로 Okasian의 벌스이다. "난 의사는 아니지만 오늘 밤 너를 진통해 그게 내 몸뚱아리든 머리든 내 가방 안에 든 알이든 괜찮아 이제는 괜찮을거야 다 괜찮을거야"와 같은 가사부터 그 특유의 차가운 톤까지, 앨범의 마무리로 손색 없는 정말 좋은 벌스를 썼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Money Baby 1.5>는 전반적인 하강곡선을 그리며 마무리된다. 언젠가 Lo volf가 자신의 SNS 스토리에 'Money Baby와 Money Baby 1.5는 가사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그게 바로 나의 기분이다'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어떤 스토리가 있지는 않아도 정서상의 유기성은 본작 안에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은 그저 돈에 미친 한 인간이 웃고 먹고 마시고 피며 노는 모습을 그때 그때마다 포착해놓은 컷의 모음집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Money Baby 1.5>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충실하게 표현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음악적인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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