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043400376
특유의 완벽주의로 인한 부족한 작업량에도 불구하고 한국 힙합 씬에서 오케이션이 지니는 존재감은 거대하다. 오케이션, 그리고 그의 크루인 코홀트는 일리네어 레코즈와 더불어 한국 트랩의 주된 파이어니어 역할을 했고, 그가 선보인 돕(Dope) 하고 몽환적인 콘셉트는 이후의 트랩 아티스트들에게 있어 좋은 청사진이 되었다. '지금 래퍼들의 80%는 오케이션의 아들이다'라는 이센스의 발언은 오케이션의 음악적 영향력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오케이션의 유일한 앨범 단위 작업물인 '탑승수속'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상술한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다. 10곡 정도의 길지 않은 분량에 더해지는 미니멀하고 세련된 프로덕션, 그리고 이에 어우러지는 오케이션의 착 가라앉은 유연한 랩과 은근한 재치는 '탑승수속'을 2010년대 초반의 한국 힙합을 빛낸 명작으로 만들었다.
홀리데이(HOLYDAY a.k.a Syren)와 키드 애쉬(Kid Ash, 現 Keith Ape)가 주도하고, 해외에서 구입한 비트와 250, 젠틀멘(GENTELMEN) 등 의외의 이름들까지 가세한 프로덕션은 일관된 차가움을 유지한다. 808베이스가 주축이 되는 드럼라인들이 BPM을 달리하며 앨범에 긴장과 이완을 형성하고, 그 위에 더해지는 은은한 전자음이나 악기 샘플, 혹은 보이스 샘플이 오가며 각 트랙의 표정을 이루어가는 식이다. 그 결과 자연스러운 스웨거('소문내 (Spread The World)', '가는길이야 (On My Way)')와 허슬러 ('S.O.M.G.', 'Good Night'), 결기('All In' '막지못해 (Can't Stop)'), 흥겨운 파티 튠('LALALA') 등 장르적인 테마는 물론, 러브 송('Fly Girl'), 스토리텔링('연착 (Flight Delay)', 'Goodbye MJ')과 같은 섬세한 부분들까지 다루었음에도 앨범이 지닌 사운드적 유기성은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여기에 오케이션의 착 가라앉은 톤과 탁월한 완급조절에 기반한 뛰어난 그루브 조성 능력이 더해지고, 이를 통해 완성되는 '탑승수속'의 세련미는 앨범 발매 후 1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하이라이트 레코즈-코홀트 소속 게스트들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미니멀하고 깔끔한 프로듀싱과는 사뭇 다른 키드 애쉬의 걸쭉하면서도 찰진 랩이 앨범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비프리 특유의 심플한 플로우 디자인이 주는 타격감도 상당하다. 그런데, 의외로 외부에서 온 게스트들의 퍼포먼스가 대단하다. 빈지노는 'LALALA'에서 자신의 커리어 중 가장 타이트한 벌스를 남기고, 'Fly Girl'의 자이언티는 아웃트로에서의 짤막한 분량 만으로도 에이콘(Akon)을 연상시키는 멜로디 메이킹으로 존재감을 가져간다. 한창 벅와일즈 소속으로 존재감을 키워가던 어글리덕도 앨범에서 가장 올드 스쿨한 넘버인 'S.O.M.G'에서 예의 짙은 레이-백을 남기는 데 성공한다. '탑승수속'에서 오케이션이 보여준 게스트와의 유기적인 호흡은 이후 오케이션이 많은 앨범의 객원 아티스트로서 맹활약하는 데 있어 좋은 자산이었고, 이는 오케이션, 그리고 코홀트 사단이 한국 힙합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탑승수속'의 성공을 활주로 삼아 오케이션과 코홀트는 한국 힙합으로 높이 날아올랐다. 2010년대 초-중반에 이들은 어느 누구보다 왕성한 집단이었고, 이후의 수많은 트래퍼들은 오케이션이 보여주었던 차갑고 여유로운, 한편으로는 사이키델릭한 방향성을 받아들였다. 비록 갈수록 여러 비프와 완벽주의로 인해 이들의 활동은 갈수록 줄어들었지만, 코홀트의 족적과 영향력은 이들의 전성기 이후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리스너들이 이들의 활동을 기대하는 이유가 되었다. 과연 언제쯤 오케이션은 성층권의 구름 저편에서 우리의 시야로 돌아올까? 아직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탑승수속', 그리고 수많은 게스트 활동으로 보여준 오케이션의 아티스트리는 아직도 오케이션의 비행에 있어 최고의 양력(揚力)이고, 그렇기에 착륙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Best Track: LALALA (Feat. Beenzino), 연착 (Flight Delay), Fly Girl (Feat. Kid Ash, Zion.T)
살짝 늦었지만 LP 발매기념 특별 리뷰!
???: 허 ㅋ
?
혹시 엘피 오셨나요? ㅠㅠ
애초에 사지도 않았습니다만.....돈이 없어서리
아앗..ㅠㅠ 리뷰 오늘도 잘봤습니다
애초에 엘피는 모으지도 않고 모을 생각도 없어 가지고.....
만약 에이피 알케미 앨범 피지컬 나오면 그거 사려고 원기옥 모으고 있어가지고.....힙플 한 프로젝트도 한정반이라 서둘러야 될 듯 싶고
코쿤 앨범은 기대반 걱정 반이라 나와봐야 알것 같네여
저도 엘피는 안모으는데 탑승수속은 못참아서 질렀네요
부산 가는 KTX 안에서 처음 들었었는데 그 KTX 내부 분위기랑 비슷해서 더 좋게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ㅋㅋㅋ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