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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얼 리메이크 앨범-Back To The Soul Flight

title: 박재범Alonso20002023.03.11 19:16조회 수 470추천수 1댓글 1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041664711

 

 

 

 

박진영은 '기술보다 감성이 중요하다'라고 했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아서 C. 클라크의 표현을 빌려와 표현한다면, '고도로 발전된 기술은 감성과 구별되기 어렵다'. 물론 이 '기술'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따른다. 자신의 분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좋은 기본기를 갖추고 있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의 운용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나얼은 한국에서 이러한 조건에 가장 합치되는 보컬이라 할 수 있다. 넓은 음역대, 좋은 울림에 기반한 풍부한 성량, 탁월한 장르 이해도에 기반한 그루브와 애드리브 등 나얼의 뛰어난 보컬 스킬은 그가 지향하는 어쿠스틱하고 고전적인 블랙 뮤직과 훌륭히 어우러졌고, 그 결과 나얼은 한국의 알앤비, 혹은 소울 뮤직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거듭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장점을 앨범 단위로 쭉 끌고 갈 수 있다는 것 또한 나얼이 가진 강점이다. 팀으로서도, 솔로 커리어로서도 단연 빛나는 아티스트지만, 역시 나얼이라는 아티스트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Back To The Soul Flight'가 제격이다. 본인이 직접 엄선한 한국 가요의 고전들이 태평양을 건너 온 흑인 음악적 클리셰로 완전히 재조합되었고, 이 과정에서 나얼이 지닌 보컬적 강점과 뛰어난 팀플레이 모두 훌륭히 구현된 앨범이기 때문이다.

그의 첫 개인 작업물인 만큼 나얼은 이 앨범에 자신이 사랑하는 20세기 중*후반의 어쿠스틱한 흑인 음악의 여러 영역들을 끌어들였고, 그 결과 이 앨범의 곡들은 원곡과는 상당히 다른 매력을 가지게 되었다. 빛과 소금의 퓨전 재즈 풍 팝 발라드를 필리 소울과 훵크 느낌으로 갈아엎기도 하고('그대 떠난 뒤'), 동물원의 포크 송은 찰진 레이-백의 루츠 레게로 거듭났다('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여기서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흥국의 AOR(Album Oriented Rock, 혹은 Adult Orientrd Rock) 풍 댄스 곡을 제임스 브라운 식의 휭키한 소울로 환골탈태시켜 버린 '호랑나비'나 유재하의 발라드 넘버를 보다 부드러운 보사노바로 바꾼 '우울한 편지'가 나오고, 시계를 좀 더 뒤로 돌린다면 이지 리스닝 곡을 쿨 재즈나 소울 재즈로 편곡한 '한여름 밤의 꿈'괴 '귀로'가 등장한다. 물론 50~70년대의 진짜 구 세대의 음악들 이외에도, 앨범 발매 시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최근이었던 80년대~90년대에 대한 헌정도 앨범에 고루 담겼다. 스티비 원더의 소울 재즈 풍 원곡의 궤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Ribbon In The Sky'부터 앨범의 유일한 신곡이자 90년대 컨템퍼러리 알앤비의 향이 물씬한 'Reason 4 Breathing', 심지어는 이글스의 소프트 록 넘버를 완연한 힙합으로 탈바꿈한 'Sad Café'에 이르는 넘버들은 좀 더 스탠더드 한 결이 고루 담겨 있고, '한번만 더'는 디스코에 가까운 원곡이 9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네오 소울의 실험적 조류로 재해석되었다. 이러한 고전적인 흑인음악의 여러 부분들은 함춘호, 이중우, 샘 리, 신현권 등 한국 대중가요계 최상급의 세션맨들과 더불어, 이전보다 울림이 증폭되고 화려한 애드리브까지 더해진 나얼의 탁월한 그루브를 거쳐 최종적으로 완성되었다. '호랑나비'의 은근한 팔세토와 신들린 애드리브에는 엄지가 자연스레 오르고,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나 '귀로'의 자연스러운 박자감, '언젠가는'과 '우울한 편지'에서 드러나는 뛰어난 완급조절과 정서 형성까지, 이 앨범서 나얼의 퍼포먼스는 그의 디스코그래피 가운데서도 가장 혈기 넘치고 화려하다. 이러한 화려함의 기반에는 흑인 음악의 각 서브 장르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담겨있고, 그렇기에 그의 화려함은 더더욱 빛난다.

 

 

 

 

나얼 혼자만으로도 앨범의 예기(銳氣)가 무시무시한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는지 나얼의 주요 음악적 동료들이 앨범에 고루 담겨있다. 특히 'Soul Free'(2003)의 흥행으로 한창 기세를 타던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앨범 곳곳에서 탁월한 하모니로 나얼을 보좌한다. 'Ribbon In The Sky'의 준수한 리듬감과 그루브부터 '그대 떠난 뒤'의 대중적이고 담백한 결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은 단독 보컬만으로는 제공하기 어려운 음악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 이때만 해도 같은 레이블에 속해있던 다이나믹 듀오의 활용법이다. 'Sad Café'같은 경우에는 원곡의 벌스 부분을 코러스로 바꿔놓은 다음 체념에 가까운 원곡의 정서를 이에 대한 극복으로 성공적으로 전환 시켰는데, 여기에는 다이나믹 듀오 특유의 희망적인 가사와 훵키한 분위기가 주효했다. 이러한 협업은 나얼식 CCM의 한 대표적 예시로서 필리 소울과 재즈, 가스펠이 혼재된 넘버인 '주 여호와는 광대하시도다'에서 절정을 맞는다. 상당히 정적이었던 원곡에 흑인 음악 특유의 흥겨운 그루브를 가미하고, 여기에 네 명의 개성적인 보컬의 화합은 물론 가장 최신의 흑인 음악적 표현 방법이라 할 수 있는 힙합 기반의 랩까지 고루 섞여있는 넘버인 만큼 나얼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과 다이나믹 듀오를 모두 트랙에 투입시켰고 그 결괴 역시 성공적이었다. 이후 나얼의 작업물이 보다 나얼 본인의 음악적 지향에 집중하게 된 만큼, 이 앨범에서 드문드문 보이는 협업은 그 조합은 익숙할지언정 'Back To The Soul Flight'가 나얼의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영역을 끌어안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나얼의 커리어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바가 있다면 고전에 대한 깊은 헌정이다. 윤건의 이지 리스닝 적 성향이 강한 브라운 아이즈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Principle Of My Soul'(2012), 'Sound Doctrine'(2018)에까지 이어져온 아날로그적인 어프로치와,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보컬들의 조합을 통해 확장을 꾀한 브라운 아이드 소울에 이르기까지 나얼의 음악은 20세기의 블랙 뮤직에 대한 복각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춰왔고, 그 성과는 언제나 훌륭했다. 'Back To The Soul Flight'는 'Soul Free'와 더불어 이러한 경향의 첫 머리에 위치해 있는 앨범이다. 8-~90년대를 풍미한 대중가요들이 보다 과거의, 보다 먼 곳의 음악을 만나 완성된 시너지를 나얼의 뛰어난 퍼포먼스, 이를 뒷받침해주는 최소한의 게스트들과 뛰어난 편곡으로 깔끔하게 갈무리하였고, 그 결과 이 앨범은 제임스 브라운과 스티비 원더 부터 유재하와 이상은, 심지어는 다이나믹 듀오까지 두루 포용하는 넓고도 깊은 작품이 되었다. 한 장르, 그리고 향수에 대한 애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Best Track: 언젠가는,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호랑나비, 주 여호와는 광대하시도다 (With 브라운 아이드 소울, 다이나믹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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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title: 박재범Alonso2000글쓴이
    3.11 19:18

    할일은 많고....리뷰는 써야되고......

     

    영앤리치 컴필이랑 랩레전드2랑 슬롬 정규랑 탑승 수속이랑 에픽하이 9집이랑 밀릭 앨범이랑 펀치넬로 Ep랑 던밀스 미래랑........

     

    히익 바쁘다 바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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