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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우연한 만남이 역사를 뒤바꾸기도 한다. 나얼은 당시 앤썸이라는 이름 아래서 활동 중이었으나 음악적 방향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고, 윤건은 자신의 그룹인 TEAM이 와해되며 방황하던 중이었다. 윤건이 나얼을 찾아와 그룹을 결성한 뒤, 이들은 허니 패밀리, DJ DOC, 화요비 등 여러 아티스트의 음반에 참여하며 실력을 쌓았고 이내 이들은 '브라운 아이즈'라는 이름을 정하게 된다. 이후 나얼과 윤건은 윤건의 아파트 골방에 모여 매일 같이 1집의 작업에 몰두하였다. 어느 누구도 이 작은 골방에서 이후 5년이 넘는 기간의 한국 메인 스트림 대중음악의 시류를 결정한 명작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으리라. 큰 방송 활동 없이, 이들이 내놓은 결과물은 2001년, 더 나아가 2000년대의 한국 대중음악을 뒤흔들게 된다. 압도적 실력과 영리한 설계의 만남으로 완성된 쾌거였다.
윤건의 프로듀싱의 방향성은 정석적인 알앤비라기보다도 알앤비에 근간을 둔 팝에 가깝다. 전체적으로 전자적인 미디엄 템포 드럼이 기반에 깔려있다. 그리고 그 위로 어쿠스틱한 기타와 감성적인 스트링이 넘실거리고, 또 경쾌한 피아노가 치고 빠지며 앨범의 감흥을 형성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틀 위에서 편곡을 다양화한 게 특히 눈에 띈다. 라틴의 향이 물씬한 'Love Is Over', 댄서블한 느낌이 충만한 '희망'부터, 보다 블루지하고 어쿠스틱하게 접근한 '언제나 그랬죠', 각각 015B와 김정호의 원곡을 레이 백 넘치는 힙합과 미래적인 전자음악으로 재해석한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두번째 이야기', '하얀나비'에 이르기까지 앨범의 각 수록곡은 소위 '미디엄 템포 발라드'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한국형 알앤비의 전형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전형은 나얼의 능수능란한 보컬을 거쳐 비로소 완성되었다. 탁월한 울림과 자유자재로 운용되는 애드리브, 그리고 청아한 톤에서 비롯되는 탁월한 그루브는 한국 최고의 보컬 테크니션으로 꼽히기에 이미 충분한 수준이었다. 윤건의 가는 보컬이 이를 뒷받침하여 자아내는 하모니는 이후의 알앤비 그룹들이 두고두고 본받았던, 하나의 교과서다. 그뿐만 아니라, 피아노, 기타 반주와 도시의 소리를 활용해 앨범 전반의 완급을 조절하는 부분에서도 이들의 시대를 앞선 감각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이 둘의 하모니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하는 참여진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듀스-솔리드로 이어져온 한국 알앤비에서의 보컬-래퍼 조합이 이 앨범에 이르러 가장 완전한 형태를 갖추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이전에 이미 협업한 바 있는 허니 패밀리의 주라, 그리고 개리와의 자연스러운 합은 앨범에 서정성을 더해주고, 바비 킴의 본 석스 앤 하모니가 연상되는 타이트한 멜로디 랩도 화려한 맛을 뽐낸다. 언타이틀의 서정환이 투박한 랩으로 'Love Is Over'의 존재감을 가져가기도 하는 등 이 앨범의 래퍼들은 이 둘의 보컬의 하모니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은은한 조미료 역할을 한다. 래퍼들 이외에도 화요비가 예쁜 음색으로 치고 빠지는 등 'Brown Eyes'를 통해 보여준 각양각색의 호흡들이 이 앨범이 지닌 다양한 결을 극대화해준다.
'Brown Eyes'는 이후 10여 년간의 한국 대중음악 트렌드를 규정했다. SG 워너비, 바이브, VOS, KCM,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먼데이 키즈, 박효신 등 브라운 아이즈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각종 차트와 음악 방송을 휩쓸고 다녔다. 이현도, 양현석 같은 업계의 거물들도 이에 따라 김범수와 협업하거나, 엠보트와 제휴하여 휘성, 거미, 빅마마, 원티드를 활용하는 등 시류에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2000년대 한국 가요계는 그야말로 알앤비, 혹은 알앤비 풍 발라드의 전성시대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남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라운 아이즈도 팀으로서, 또 갈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해체되었을 때는 윤건과 나얼, 그리고 나얼의 새로운 프로잭트인 브라운 아이드 소울로서 한 시대를 이끄는데 부족함이 없는 뛰어난 음악들을 계속해서 내놓았다. 그리고 시대를 뒤흔든 이들의 움직임은, 이 앨범에서 비로소 시작되었다. 미 8군 연예단이 씨를 뿌리고 솔리드와 듀스가 물을 댄 한국의 알앤비는, 그렇게 브라운 아이즈에 이르러 비로소 꽃을 피우게 되었다.
Best Track: 벌써 일 년, 언제나 그랬죠, Song Of The Rain (Feat. Bobby Kim)
오늘 오랜만에 이 앨범 들어야겠네요
생각해보면 그 어린시자절인데 인생을 바꿀만한 성공을 취했음에도 서로 포기못할 음악적 방향성을 내세워 갈라진 것은 대단한 의미의 자강두천을 보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나얼의 행보를 너무 리스펙하지만 힙합이 없던 시절까지 과거로 가버린 것에는 아쉬움ㅋㅋㅋ
1,2집 다 명반이죠 타이틀곡만 듣기에는 아까움 곡들 색깔이 다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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