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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국 힙합 최고의 MC 인가'하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지만, 가장 아이코닉 한 인물을 꼽자면 빈지노라는 이름은 무조건 언급될 것이다. 'Lifes Like'(2010)부터 '12'(2016)에 이르는 빈지노의 디스코그래피는 주관적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객관적인 퀄리티로는 흠잡을 데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힙합 외의 음악에서도 종종 이름을 드러낼 정도의 폭넓은 스펙트럼과 높은 상업성, 수려한 외모와 탁월한 패션 감각에 기반한 음악 외적인 파급력까지, '빈지노'라는 이름이 지닌 존재감은 여느 아티스트들이 함부로 우러러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그의 커리어에서 '2 4 : 2 6'은 가장 대중적인 성향이 강한 앨범이다. 중요한 것은, 이 대중성이 '대중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탁월한 프로덕션과 빈지노의 감각적인 가사로 인하여 '빈지노스러움'이 보장되는 높은 퀄리티와 맞물려 이 앨범을 빼어난 작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성과 대중성의 결합이 빈지노의 성장세에 박차를 가한 것은 물론이다.
보너스 트랙까지 합쳐서 9트랙 정도의 짧은 앨범에 도끼, 프라이머리, 진보, 필터, 시미 트와이스 등 굵직한 프로듀서만 5명이다. 이러한 다양한 프로듀서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더리 사우스 넘버인 'Profile'을 제외하고 본다면 칠(Chill) 하고 세련된 무드로 앨범 전체를 조율한다. 프라이머리와 진보의 신시사이저 연주와 레이 백('Nike Shoes', 'Aqua Man'), 시미 트와이스의 감각적인 재즈 샘플링('Summer Madness', 'Always Awake')이 청량한 순간을 곳곳에 형성하고, 여기에 도끼의 블루지한 남부 힙합 사운드('진절머리')와 필터의 공간감 있는 피아노와 앰비언트 풍의 드럼('If I Die Tomorrow')이 앨범의 무게를 잡아준다. 이다흰의 전자음악적인 성향도 클럽튠 넘버 'Boogie On & On'을 통해 성공적으로 앨범에 합류한다. 이러한 다채로운 사운드 사이를 잇는 것은 빈지노의 유연하고 기발한 플로우와 뛰어난 묘사력을 지닌 가사다. 어느 여름날, 혹은 파티의 풍경, 어장관리 당하는 평범한 청년의 초상, 지쳐있는 자신의 모습같이 평범한 청년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수놓다가도, 능글맞은 자기자랑과 내일을 향한 노력 등 소위 힙합에 걸맞은 주제도 능숙하게 다뤄내는 빈지노의 탁월한 가사와 독특한 랩은 팝적으로 흘러가는 앨범을 빈지노스럽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앨범의 세련된 결을 따라 참여진들도 당대의 유행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짜였다. 물론 그렇다고 9 트랙 전체에 피처링이 도배되거나 하는 식은 아니고, 오히려 최소한의 인력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했다는 인상이 짙다. 다이나믹 듀오의 두 명이 각자 여유로운 벌스를 남기며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Nike Shoes'를 다채롭게 꾸며준 것이나, 오케이션 특유의 늘어지는 랩이 '진절머리'의 나른한 정서와 준수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이 상술한 활용의 좋은 예시다. 일리네어 레코즈의 두 동료들도 각각 '진절머리'와 'Summer Madness'의 느긋한 정서를 성공적으로 살려냈고, 이들은 다시금 'Profile'에 한데 모여서 808베이스와 전자음 위에서 자신의 랩 스킬과 스웨거를 전시한다. 각 트랙이 요구하는 요소들을 정확히 충족 시켜주는, 훌륭한 협업의 좋은 예시다.
'Daliy Apartment'(2009)와 'Lifes Like'의 연이은 성공으로 구축된 빈지노의 탄탄한 입지에 이 앨범의 호평과 흥행은 그야말로 화룡점정과 같았다. 이 앨범 이후로 자신의 음악과 예술관에 자신이 붙은 빈지노는 'Dali, Van, Picasso'(2013)를 기점으로 피제이와 손잡고 보다 예술적인 방향으로 벡터를 뻗어나갔다. 'Up All Night'(2014), 그리고 그 발전형인 '12'는 보다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빈지노 특유의 예술성과 성공적으로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실험적인 앨범들이 대중들에게도 열성적인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2 4 : 2 6'으로 형성된 빈지노라는 이름의 브랜드 가치가 두텁다는 뜻이다. 또한, 이 앨범에서 보여준 다양한 스펙트럼과 뚜렷한 색깔은 이후 빈지노의 광범위한 활약에 있어 좋은 자산이 되어주었다. 미디어의 큰 도움 없이도 거대한 호응을 얻어낼 만한 대중성, 'Always Awake'의 허슬로 대표되는 장르적 미학, 'If I Die Tomorrow'와 'I'll Be Back'에서 묻어나는 깊은 사유, 이 모두를 아우르는 빈지노의 개성까지, 한국의 팝 랩이 가야 할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교과서와 같은 작품이다.
Best Track: Nike Shoes (Feat. Dynamic Duo), Aqua Man, If I Die Tomorrow
제가 처음 돌린 앨범이라 더 정이 가는 앨범입니다.
국힙원탑
진절머리 제일 좋아합니다.
이 때 빈지노의 느긋한 래핑이 참 좋았죠 ㅋㅋㅋ
이 앨범 냈을때 25-26살이었다니 ㅋㅋㅋㅋ
그저 명반
나이키슈즈 전주 3초만 들어도 느낌이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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