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알게 된 1MC + 1PD 팀 Tommy Clazzy!!!
솔직히 이 전까지는 탐쓴도 루시드 비츠도 잘 몰랐다가
이 앨범에서 너무 감명을 받아서 그 이후로 둘의 팬이 되었다.
그 이후로 루시드 비츠의 비트들이나 참여작들도 들어보고
탐쓴의 개인 앨범이나 EP들도 들어봤는데
분명히 그 자체로 좋은 비트와 랩인데도 불구하고
타미 클래지 앨범 때와 같은 감흥은 잘 오지 않았다 (ㅠㅠ)
얼마전 두 사람의 인스타그램에서 2년여만에 다시
두 사람의 조합으로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물론 Tommy Clazzy 앨범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기대가 엄청 컸기에 발매를 기다렸고
오늘 차분히 2번 돌려보고 개인적인 감상평을 써본다.
1. 개시
싱글 단위로 음악을 만들거나 감상하는 사람들한테는
앨범의 오프닝이 지니는 의미가 희미하겠지만
앨범단위로서 접근하는 창작자나 리스너 입장에서
개시가 지닌 의미는 정말 크기에 이 비장함은 크다.
셰프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픈하는 식당의 '개시' 느낌?
2. 솜씨
딥플로우가 피쳐링하는 트랙이기에 자칫 탐쓴의 랩이
조금 묻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 아닌 걱정도 했는데
두 사람의 랩이 각각 귀에 팍팍 박히고 가사도 와닿았다.
그걸 가능하도록 올드스쿨 브레이크를 잘 요리한
루시드비츠의 프로듀싱 센스가 꽤 멋지다고 생각했다.
3. 메뉴얼
솜씨에 이어지기에 아주 좋은 붐뱁 기반 트랙.
혼자서 한 곡을 끌어가는데도 전혀 지루함이 없고
요즘 튜닝 멜로디로 떡칠한 힙합을 듣다가 들으면
자칫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가사도 날카롭고
비트 구성도 후반부에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다.
4. 영
붐뱁에 대한 밀린 갈증이 좀 풀렸다고 생각할 때쯤
'야, 넌 아직도 목마르잖아!' 느낌으로 치고 나오는 비트!
대구 사투리로 캐릭터를 드러냈던 '역전포차'의
연장선상으로 느껴지는 가사와 자연스러운 사투리 랩...
언더그라운드에서 고집 있게 음악하는 넋두리이면서도
자조적이거나 피해의식 가득한 느낌이 아니라
꽤 담백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메시지를 전한 게 인상 깊다.
5. 휴게시간
계속 이어지는 붐뱁 트랙들에 대한 피로감을 의식한 듯
조금 싱잉도 가미되고 결이 다른 트랙으로 휴게시간을 준다.
6. 상원
솔직히 휴게시간을 준 이유는 다음 트랙에서 분명히
다시 붐뱁으로 몰아붙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정작 트랩 트랙이 나온 점은 좀 의외로 느껴졌다.
다만 흔한 트랩처럼 돈타령이나 자기 자랑이 아니라
자신의 현실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난 건 좋았다.
7. 영남
한번 트랩으로 틀어진 뱃머리는 계속 트랩의 바다로 향한다.
솔직히 트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본인 입장에서는
다음 트랙으로 넘겨볼까 살짝 고민하던 중
가사에서 나오는 자신의 고통의 시간들...
그리고 그를 위안해주었던 빈지노 인터뷰(?) 내용을 통해
탐쓴이라는 사람이 어떤 터널을 지나왔는지 알게 해준다.
8. 연마
트랩 2곡에 대한 나의 참을성(?)이 끝을 향해 달려가던 중
다시 30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110bpm 펑키 비트!
취저 비트에 심취되고, 브루노 챔프의 강렬할 랩 피쳐링도
곡에 꽤 잘 묻어들어가는 곡이라 신나게 즐길 수 있었다.
비트도 중간 중간 변주를 주며 긴장감을 주려고 한
루시드 비츠의 프로듀싱 센스에도 한 표!
9. 연계
8번곡 연마의 비트 브레이크가 페이드아웃 되었다가
다시 페이드인 되면서 9번곡으로 말그대로 '연계'가 된다.
한 곡 전체를 '연마'와 같은 비트로 계속 이어가나 싶을 때
꽤 자연스럽게 새로운 비트로 바뀌고,
그 비트는 또 다른 비트로 바뀐다.
이런 구성은 자칫 곡의 일관성을 해치기 쉬운데
적절한 연결고리가 될만한 요소들을 잘 적용하며
이질감 없게 만든 것은 루시드 비츠의 센스였다고 믿는다.
('스킬'이라기보다는 '센스'라고 표현하고 싶다!!)
10. 조연극
58초 인터루드를 통해 후반부 분위기가 바뀔 것을 암시.
11. 텔레비전
고전적인 비트와 멜로디 구성.
따뜻한 비트에 여성 보컬의 훅. 에픽하이식(?) 국힙이지만
가사면에서 탐쓴이 (아마) 어느 깊은 밤에
혼자서 느꼈을 감성과 감상을 잘 표현함.
12. 어디서 무얼하건
멜로디가 가미된 요즘 차트에서 잘 보이는 국힙 형태의 트랙.
트렌디함을 마냥 따라가는 게
탐쓴과 루시드 모두에게 좀 자존심이 상했는지 (뇌피셜)
중반부 이후로 숨겨왔던 자신들의 성향(?)을
비트에 조금씩 반영하는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게 들었다.
13. 얼음꽃
Jazzmal 피쳐링이라고 해서 혹시 비트를 주었나 봤는데
여전히 비트 프로듀서는 루시드 비츠인 걸 보니
중간과 후반부에 나오는 맛깔나는 cuts를 해준 듯!
오랜 시간 DJ를 하면서 쌓인 내공을 잘 보여준 스크래치!!
14. 시작의 장소
앨범의 거의 끝부분인데 곡 제목은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가리온 피쳐링이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은 트랙.
앨범이 나오면 들으려고 싱글컷을 안 들었던 터라
개인적으로는 더 기대가 컸고 그만큼 경건하게 마음가짐을...
막상 곡이 흘러나왔을 때 기대와 달리 따뜻한 곡이라 놀람.
가사면에서는 자신이 가리온 시대부터 꿈을 키워온
자신의 발자취에 대해서 추억에 잠기는 트랙이자
자신의 영웅인 가리온과 함께 함으로써
그 키워왔던 꿈이 완성이 되는 듯한 느낌이라 좋았다.
시간 순서로는 '시작'이지만, 현시점에서 추억을 거슬러갈 때
'끝'에 해당하는 것이 가리온이라고 가사에서 말했기에
제목과 트랙 순서 모두 적절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15. 막
앨범 제목이 코리안 셰프였기 때문에 식당의 느낌이 났고
첫곡 제목도 '개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적으로는 공연의 끝을 의미하는 '막' 보다는
'마감'이나 '영업종료' 정도였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초반에는 가사속에 식당 open close 같은 가사들도 나오고
식당의 셰프가 이끌어가는 앨범의 느낌이 강했는데
후반부 인터루드 '조연극' 같은 제목들을 거치며
식당보다는 소극장에서의 공연을 보는 느낌으로 변했다.
식당에서 공연장으로의 배경 이동이 의도라면 성공 같고
계속 Chef 라는 관점에서 서술하려고 만든 앨범이라면
후반부의 일부 트랙 제목들은 살짝 아쉽기도 하다.
앨범 커버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게 좋다.
한 사람은 요리를 만들고 한 사람은 플레이팅을 하는 느낌?
앨범 제목 Korean Chef 에 아주 걸맞다는 느낌인데,
자세히 보면 셰프들보다는 바텐더 2명 같은 느낌도 든다.
요리사이건 바텐더이건 난 이 조합 대찬성이다.
불특정 다수를 고려해 만든 기성품 타입비트를
짜깁기 해서 만든 앨범들이 많은 현 시점에서
조금 투박하더라도 한 요리사가 한 손님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요리를 맛보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리스너 한명으로서 욕심을 말해보자면,
설렁탕집처럼 단품 요리에 올인하는
그런 식당을 이 앨범에서 기대했던데 반해
탐쓴과 루시드비츠가 셰프로 일하는 이 식당은
좀 더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파는 식당이었다는 점에서
약간 아쉬움은 있지만, 다양한 요리가 골고루 맛있다면?
그리고 반찬의 다양성이 요리의 정체성인
한국 요리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 앨범의 타이틀 'Korean Chef' 만큼
이 앨범을 잘 나타내는 표현은 없는 듯 하다!
P.S. 그리고 2년전 Tommy Clazzy의 앨범도 아주 좋으니
아직 못 들어보신 분은 꼭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훗훗 타미클래지는 제가 힙플에서 님에게 추천했죠..
그 부분을 도입부에 쓸까 하다가
좀 독립적으로 보이려고 ㅋㅋㅋ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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