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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밀스 정규 2집-F.O.B.

title: Late RegistrationAlonso20002022.05.04 00:11조회 수 2356추천수 6댓글 6

https://blog.naver.com/minbeom5885/222720124710

 

 

 

시작은 '88'(2014)이었다. 그 다음은 빈지노, 지코 등 여러 메인 스트림 아티스트들이 그를 주목했다. 그 뒤 그는 수많은 협업과 싱글로 그 역량을 드러냈고, 이내 첫 정규인 '미래'(2016)를 통해 한국 트랩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처음에는 황마K로, 어느 시점에서 부터 던밀스라고 스스로를 칭한 이 사내의 커리어가 이렇게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던 것은 그의 유쾌한 캐릭터와 이에 어울리는 독특한 억양, 단단한 랩적인 피지컬이 결합된 화끈한 랩,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중독적인 훅 메이킹에 힘입은 것이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이 작업물을 거듭할수록 실력이 붙으며 그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이 확고해 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에 이르러 그 '설득력'이 음악적인 면에서나 서사적인 면에서나 정점을 찍게 되었다.

반 루터(舊 TK), 버기, 홀리데이 등 VMC의 주요 프로듀서들은 물론, '미래'에도 참여한 바 있는 RAUDI도 다시금 얼굴을 비췄다. 이외에도 IMEANSEOUL, 둠스데이, DZ 등 신예 비트메이커들도 대거 동원되었다. 던밀스의 친화력에 기초한 조율 작업에 힘입어, 이 많은 프로듀서들이 '트랩'이라는 서브 장르에 충실한, 훌륭한 유기성을 지닌 사운드를 들려준다. 특히 넉살의 '1Q87'(2020)에서 맹활약한 버기는 이번에도 멤피스 랩('MVP')와 칩멍크 소울('다이나믹 듀오')를 오가며 앨범의 킬링 트랙을 꿰차고, 'Home Sweet Home'에는 트랩의 리듬에 반 루터 특유의 재지(jazzy)한 접근이 더해지며 앨범의 서사의 중요 부분을 장식한다. '망나니 Freestyle'에서는 던밀스가 처음으로 프로듀싱에 도전을 했는데, 홀리데이의 도움 덕분인지 꽤 그럴듯 한 멤피스 랩 넘버가 나왔다. 'Snake On The Grass'(2018) 앨범에서 보여준 둠스데이의 웨스트 코스트 사운드도 'Fresh Off the Boat'에서 다시 빛을 발한다. 하나의 유기성 안에서 각 프로듀서들의 개성 또한 놓치지 않는, 영리한 구성이 드러난다.

 

 

 

 

던밀스가 토론토에서부터 친하게 지낸 디보와, 한국에서 만나 지금은 던밀스의 최고의 지음(知音)이 된 넉살을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들이 한국과 토론토, 그리고 다시 서울을 오가는 앨범의 동선, 즉 던밀스의 개인적 서사에 걸맞은 위치에 잘 배치되어 있다. 캐나다에 처음 다다랐을 적의 심정이 담긴 'Fresh Off the Boat'에는 교포 출신인 로스의 벌스가 더해져 서사적인 완성도를 증폭시키고, 성공을 꿈꾸던 시절에 대한 단상인 '대박인생'에는 한국 트랩계의 두 신성인 노스페이스갓과 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너무도 뚜렷한 개성이 성공적으로 존재감을 확보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편안함과 신혼의 단꿈을 노래한 'Home Sweet Home'에서 던밀스의 음악적 우상이자 역시 한 가정의 가장인 양동근이 오랜 관록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그루브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한다. 전작 '미래'에 비해서 협업의 범위는 좁아졌지만, 그만큼 앨범의 개인적인 성향이 더더욱 짙어져 우리가 던밀스의 서사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앨범을 주도하는 건 던밀스의 시원시원한 퍼포먼스다. 자연스럽게 흘리는 발음이 돋보이는 '돈이 밀려오는 스타일', 발음의 강세를 조절하며 고도의 타격감을 조성한 'MVP' 등 여러 트랙에서 던밀스는 지금껏 보여줬던 랩 피지컬의 최고치를 경신한다. 특히 '망나니 Freestyle'에서의 퍼포먼스가 인상적인데, 텅 트위스팅에서 '88'이나 '머리 안의 콩팥'(2016)에 비해서 괄목할만한 그루브와 완급조절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이 지닌 구수한 어조에서 오는 던밀스스러움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또한 본작의 매력이다. 캐릭터에 깔끔한 서사적 설명이 붙고, 여기에 발전한 랩 피지컬이 곁들여지며, 그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이 극대화되었다.

그의 무식하고 단순해보이는 가사는 처음엔 큰 호불호를 가져왔다. 그의 첫 등장 이후 몇년 뒤, 가벼운 가사가 결합된 트랩이 범람한 걸 감안하면 던밀스는 어찌보면 한국 힙합 씬에서 선구자적인 위치에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 노미네이트에 대한 각주에서 알 수 있 듯 이 앨범에도 이러한 '듣는 재미와 캐릭터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트랩 음악의 이모저모'가 앨범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특히 던밀스의 경우 이 듣는 재미와 캐릭터 성, 그리고 여기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앨범의 내러티브를 성공적으로 맞물리게 했다는 점에서 그의 영민함이 잘 드러난다. 뜨내기 유학생이던 그가 어떻게 가장으로 안착하는지, 한 평범하다면 평범한 인생사를 가장 던밀스다운 방법으로 풀어낸, 근래 한국 트랩 앨범 중 가장 그 개성이 확실한 앨범이 아닐까. 수많은 양산형 트랩들이 떴다가 지는 요즘, 이러한 '원조 맛집'의 풍미가 더더욱 반갑다.

Best Track: MVP, 망나니 Freestyle, Home Sweet Home (Feat. YD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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