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 서론
안녕하세요!
2022년 더워도 너무 더운 봄입니다.
약 5년 만에 드디어 공공구님의 앨범 단위 작업물이 나왔습니다!
3월 31일 발매된 이 [ㅠㅠ]는 약 40분의 플레이타임, 15트랙이라는 트랙 수 답지 않게
EP 앨범인데요, 저는 음원사의 앨범 분류를 보기 전까지는 당연히 정규 1집인 줄 알았어요.
도대체 정규 앨범은 어떤 걸 내려고...
공공구는 매우 특이한 아티스트입니다.
잠깐 좋은 앨범 한 장 내고 반짝해도 2~3년 뒤면 사장되는 이 업계에서,
[GongGonggGoo009 - 회색단지]라는 믹스테잎 하나로
5년 동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잊혀지지 않을 존재가 되었으니까요.
물론 그 과정에 수많은 샤라웃, 가끔 올라오던 미공개 곡들이나 싱글도 있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역시 [회색단지]일 것입니다.
고로 저는 회색단지와 그 이후의 작업물들과 어느 정도 연관 지어서, [ㅠㅠ]에 관련된 제 해석을 첨가하려고 합니다.
바로 들어가 보시죠.
1 - 필자의 ㅠㅠ의 첫감상
저는 처음 듣는 음반들의 초회차 감상에서는, 솔직히 굳이 가사를 띄워놓고 주의 깊게 듣는 편이 아닙니다.
음원시장에 발매되는 음반들의 양은 굉장하기 때문에 앨범마다 그런 방식으로 감상하면 수요의 속도가 너무 더딘 탓도 있고, 다른 일 하면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화나의 fanatiic, 키드밀리의 cliché 같이 평소 기대하던 앨범은 처음부터 빡세게 듣고는 합니다.)
또한 이렇게 무지성으로 앨범을 돌리면 보다 더 느껴지는 앨범의 요소가 있는데,
그건 바로 '흡수력'입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앨범을 듣거나, 혹은 심심해서 아무거나 틀어둔 앨범 등에서 의외의 요소를 발견하고,
'이 앨범은 대충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편견을 부숴주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다가도 앨범의 퀄리티나 전달력이 뛰어나 약한 집중력에도 앨범에 정신이 사로잡히게 되는, 그런 흡수력을 가진 앨범을 좋아합니다.
작년 음반 중에 예시를 들자면, unofficialboyy의 [ackermann이수린], 최엘비의 [독립음악]등이 있겠네요.
ㅠㅠ를 처음 들을 때, 저는 게임 볼륨을 꺼두고 게임을 하면서 들었는데,
상술한 '앨범에 정신이 사로잡히는 감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앨범의 흡수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생각도 들게 되었고,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더 빛나는 가치의 서사가 담겨있을 거라는 느낌이 자연스레 받았습니다.
ㅠㅠ의 흡수력과 설계구조는 이 음반의 리뷰를 작성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의 아웃트로의 나레이션, 공공구님 음악의 특유의 샘플들,
그리고 귓가에 약간씩 스쳐 지나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앨범으로 담은 듯한 가사들.
('폭력적인 아버지와 체벌하는 학교, 방과 후 빈 운동장과 뚝방 아래 방황도, 네이트온 음악도,
첫 작업실 월 30 그 지하 방도' 같은 가사들)
그리고 점차 앨범이 진행됨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선들에서,
공공구의 회색단지와 미공개 곡들을 즐겨 듣던 제게 그때와 비슷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이 사람은 무언가 결여된 상태에서 어떠한 시기에 어떠한 커다란 자극과 충격을 받았고,
그게 현재의 공공구를 만들어낸 것 같다.'
이러한 충격으로 변화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싶겠지만, 공공구는 특히나 그 충격에 대해 적극적으로, 그리고 자세히 표현하는 듯해서 이러한 느낌을 더더욱 받았습니다.
그러나 공공구가 이렇게 개인적인 서사를 표출해낸건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고로 ㅠㅠ의 트랙순서대로, 차분히 분석해나가면서 이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2 - 해석에 들어가기 앞서
저는 [ㅠㅠ]를 처음 들을 때, 본 앨범이
선형적이고 정석적인 구성을 가진 스토리를 지닌 앨범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는 흔히 '서사적인 앨범'이라고 회자되는, 그런 기승전결의 구성을 따라가는 앨범을 말합니다.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의 나레이션이나, 돈 가져와 -> 돈 가져와 2 같은 일부 지표들은 선형적 구성이 맞음을 인정해 주는 듯했지만, 동시에 너무 뒤죽박죽이거나 이해하기 힘든 요소들도 많았습니다.
여러 인물들이 거론되는데, 새롭게 언급되는 인물들이 기존 인물과 동일 인물인지,
혹은 전혀 무관한지. 앨범 전역에 드러나는 여러 묘사들이 비단 은유에 불과한지,
아니면 정말 사실 그대로를 표현한 것인지 등,
명쾌한 정답을 내놓기 힘든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어떠한 장치들로부터는 심지어 일부로 청자의 해석을 배척하는 듯한 거부감도 느껴졌습니다.
허나 이걸 설계 과정 중 전달력의 미흡함으로 치부하기에는 애매한 게,
저는 이 난잡함들 사이 이른바 '통일된 규칙성의 난해함'을 느꼈습니다.
[회색단지]에서 처음 드러났던 공공구 특유의 서술 방식이,
[ㅠㅠ]에서도 그대로 전승되어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러한 불규칙적인 여러 요소들에 대한 '완벽하고 정확한 해석'이 있을 필요는
아마도 없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공공구가 받았을 자극과, 그로 인한 인과관계에 자세히 집중해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요소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작성했던 타 리뷰들보다는
비교적 리뷰가 다소 두서가 없고 짜임새가 부족할 수도 있으니
부디 참고하시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글을 작성하던 도중 공공구님의 포크라노스 인터뷰가 유튜브에 나왔습니다!
(덕분에 글을 대폭 수정하게 되었지만)
앨범 감상 후 한번 보시면 도움이 많이 될 테니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3 - 본격적인 [ㅠㅠ] 파헤치기
1번 트랙 - 괴물
1번 트랙에서부터, 공공구 특유의 샘플 기법이 나옵니다.
어떠한 대단한 은유 없이 직접적으로, 언어적으로 전달하는 샘플.
앨범 크레딧에 서술된 '최해인, 박X란, 김X명, Sopih'분들의 나레이션이 나오는데요.
이를 제 방식대로 편집해서 적자면 이러합니다.
(음원 가사에 표시되지 않은 나레이션들도 몇 마디 있습니다. 이는 괄호로 서술합니다.)
안녕하세요?
2020년 추워도 너무 추운 겨울입니다.
시간이 너무 빠르네요.
다시 안녕하세요?
큰따옴표.
우와.
너한테, (너 내가 가만 안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너가 더 잘 알잖아.)
진짜가, 진짜가, 진짜가, (너한테)
시간이 아깝다.
-
Oh hello - 오 안녕.
and why? - 그리고 왜?
Why is everything meaningless? - 왜 모든 게 의미 없어?
So I'm meaningless too? - (야, 그럼 나도 의미 없냐?)
I don't mean nothing? - 난 아무것도 아니야?
처음에는 매우 사무적인 태도로 존대를 하던 목소리가,
반말을 하고, 친근해 보이던 여자의 목소리로 바뀝니다.
저는 이 둘이 처음엔 같은 인물인 줄 알았으나, 말투와 목소리의 변화,
그리고 나레이션 크레딧에 4명씩이나 있는 것으로 보아, 두 대화의 나레이션은 각각 다른 인물인 것 같습니다.
고로 역할도 다른 인물로 배정되었을 거라 추측합니다.
또한 초반의 '2020년 겨울', '큰따옴표'등은 작가 시점의 글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앨범 제작 시기를 2020년 겨울쯤으로 짐작하면,
이미 작년, 2021년 6~7월쯤에 앨범이 나온다고 예고한 시기와도 크게 부딪히지 않고,
앨범 발매가 2022년 3월 말로 미뤄졌고,
미뤄진 인사에 대해 '다시 안녕하세요?'로 인사를 한 뒤,
'큰따옴표'로 앨범의 내부로 들어가 서술을 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화가 진행되면서, 화자(아마도 공공구)는 삶에 냉소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듯하며,
상대 여자는 신랄하게 되받아칩니다.
그러다 '난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이 흐려짐과 함께 곡이 시작됩니다.
중간중간에 샘플이나 시끄러운 비트 소리들 때문에 괄호 표시되어야 할 말들이 잘 들리지가 않는데,
이는 마지막 트랙에 더 잘 들리니 기다려주세요.
우리가 집중해야 할 건 '공공구와 어떤 여자의 위태로운 대화'입니다.
공공구는 모든 것이 의미 없다고 느끼며, 어떤 여자는 그 말만으로도 피해의식을 느끼게 되는,
굉장히 위태로워 보이는 상황이며, 이 둘은 친구 내지 연인의 관계일 거라 추측이 됩니다.
곡이 시작되며 비트 사이에서는 찢고, 때리고 베이는 듯한 타격음 효과음이 섞여있습니다.
또한 호랑이 같은 맹수가 공격하는 소리도 납니다.
여기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 키워드는 '폭력성'입니다.
그러면서 반복구에서는 누군가와 싸우고, 헤어지는 듯한 이야기를 합니다.
공공구는 미안하지만, 동시에 반복되는 싸움 자체에 진절머리를 느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너와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집에선 쫓겨나듯 독립했어
통장 잔액은 동이 나고 앨범은 뒤로 미뤄
따지고 보니 따질 게 없지
우리가 우린 걸 까먹어 보니 넌 나를 지워버렸으니 (네가 등 돌리니 안 보여)
한 것도 없는데 쉬고 싶었네 내친김에 비행도 (좋아했어) (사이렌 소리)
연인과 싸운 공공구는, 그녀와 동거하던 집에서 쫓겨나고 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 후 공공구는 실연의 아픔을 겪고,
이사한 새로운 집에서 소주나 마시며 허무히 시간을 보냅니다.
아직 1번 트랙임에도 분량이 심상치 않네요.
큰일 났당 ㅋㅋ
2번 트랙 - 돈 가져와
2번 트랙은 아마 회색단지 발매 이후의 공공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회색단지 이후 성인이 되고, (회색단지 제작 및 발매 당시 20살) 본격적으로 돈에 쪼들리는 듯한 여러 가지
묘사들이 돈에 대한 집착과 열등감(회색단지 2번 트랙 원동력의 소재이기도 한)을 부추깁니다.
'내 나이에 내 수입이 애처로울 뿐'
치러야할 지출들을 처리하고 돈을 벌고자 했던 랩들,
'공과금을 포함한 관리비는 냈어 나머지를 마무리하려 뱉어'
게으른 자신에 대해 변명하지 않고 채찍질하는 모습,
'장점보다 단점이 먼저 부각되는 이유에 대해선 생각해도
게을러 보이는 내 위치에 대한 충분한 대가 최선은 최선일뿐 최고 못된 핑계가 돼서 이유는 뺐어'
회색단지에서 비판했던 여러 왜곡되고 부패한 씬의 인정('뭐 씨발 다들 그렇듯 요즘 연예인들이 많아
니 팬클럽 풍선은 무슨 색깔이냐 지랄 싼다(회색단지 - 원동력)' 등)과 돈들에 오히려 눈이 들어옵니다.
'빚만 지고 산 지난 20대 초반은 채무로부터 내가 좆된 건 다 나 때문이지'
'더 이상 눈에 들어오는 건 눈에 비지도 않는 비싼 음식 비싼 옷 값싼 저 병신들의 존경
병신들의 병신 같은 가짜 웃음을 노려'
그러면서 사람들을 대하기 어려워하는 공공구의 모습들
'뭣하러 연기할까 제대한 내 친구는 다른 사람이 돼 돌아왔어'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냐는 핀잔주던 네 눈에 보인 가면과 가려 말하려는 벽이 느껴진다 정말'
이러한 차이들이 더욱더 열등감을 발현시키고, 나도 저들처럼 우뚝 서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합니다.
'난 다 가져가야겠어 돈이 다가 아니란 말 뱉어봐야겠어'
(해당 라인은 키츠요지의 1집 [돈이 다가 아니란 새끼들은 전부 사기꾼이야]와 던말릭의 [Rainy day]
' "돈이 전부가 아니야"라고 말하려면 돈이 필요해'라는 가사가 오버랩되어서 더욱 재밌었습니다.)
계속 자신의 가난의 고통과, 돈에 대한 욕망을 표출하고,
'평일 낮 대중교통 아닌 대중 고통의 서려 있네'
'돈 좋지 질러 일시불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내 거가 될 거고 될 거야 이방의 권리금'
결국에는 계속 되뇌입니다, 돈 가져와, 돈 좋지, 돈 그거 너무 좋더라.
3번 트랙 - 돈 가져와 2
대개 자신의 노래의 2번째 버전은 다른 앨범이나, 조금 떨어진 위치의 트랙에 놓는 경우를 많이 보았지만,
공공구의 ㅠㅠ는 돈 가져와 이후 바로 돈 가져와 2로 이어집니다.
도입부는 돈 가져와의 도입부인 '어쩌고저쩌고 좆까고 일단 시작해'.
돈 가져와 2는 공공구의 내적인 심리 변화에 대해서 더욱더 주목합니다.
희망 없는 아이의 밤 얘기보다 내 밥 얘기로
병신 같던 그 형들 핑곈 우리 변명이 될지도
몰랐던 건지 몰라서 웃었던 건지 어쨌든 재밌었어
아직도 못 버리는 이젠 안 신는 신발 시간일까 집착일까
그걸 멋있다고 해주던 넌 끝이 나니까 진해진다
어떤 건 바뀌지 않는 한 바꿀 수 없어
커가는 희망인가 죽어갈 고집인가
돈 가져와보다는 차분한 비트와 정서로, 체념 한 듯이 랩을 뱉습니다.
'아직도 못 버리는 안 신는 신발'을 안 버리는 것은 시간에 따른 애착인지,
혹은 그저 돈에 대한 집착인지 혼동하고,
불쌍한 어린아이의 인생 이야기보단 자신의 밥벌이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어떤 건 바뀌지 않는 한 바꿀 수 없어,
이건 커가는 희망일까, 죽어갈 고집일까?'와 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난 돌아가기 싫어, 난 올라가고 싶어. 언젠가 다 갚을 거야.' 라는 생각으로 귀결됩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체벌하는 학교 방과 후 빈 운동장과 뚝방 아래 방황도
네이트온 음악도 첫 작업실 월 30 그 지하 방도 혼자였던 매일 밤과
둘이 됐던 과거가 된 날도 그곳에서 전부 벗어나기 위해
난 갚을 거야 다 갚을 거야
막잔 하고 들어가
여기서는 개인적인 과거와 사회적인 비판이 공존하는데, 폭력적인 아버지를 두신 것 같던 공공구와, 공부하느라 방과 후에도 운동장에 뛰어놀거나 하교하는 아이들이 없던 학교의 모습들,
방황했던 자신, 네이트온 음악을 들으며 자라 개미굴 같던 작업실에 들어가(빅쇼트 인터뷰 참고)
혼자 지냈던 나날들을 회상하는데, 이는 자신이 느낀 바가 컸던 순간들을 시간 순서대로 서술한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 순서상 마지막에 떠올리는 과거가 '둘이 됐던 과거가 된 날'인데,
이는 1번 트랙의 그녀와 함께한 나날을 의미한다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1번 트랙의 이별 이후 회상으로 들어가 이별까지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서사라고 볼 법한 이야기의 흐름도,
돈 가져와 2로 이별 이후의 이야기가 정사임을 공인하는 거죠.
여기서부터는 어느 정도 여담입니다만, 아마 '뚝방 아래 방황'은
모순적인 학교와 작업실에 들어간 공공구의 사이에 위치되었기에,
공공구의 청소년기 시절 방황을 의미할 것 같습니다.
아는 공공구의 미공식 음원 '냅둬'의 소재와 관련되어 있을 법도 합니다.
차는 너무 빨라 구아방
악셀로 극단적인 과속
그땐 붐 붐 대쉬벨로
들을 수가 없던 음악 "탑승수속"
새벽 도착지 월미도 갯벌 멤버는
친구 형 옆자리 ** 뱀도 하필
그 뱀**가 운전해 벨트 매고
하루 종일 뚫다 뚫은 맥주 뚱땡 해롱
철물점은 들렸어 그 소식은 들었어 ******
니스 불다(환각 성분 니스를 불다)
귀신 들려 뺵차(경찰차) 소환 소문으론
보호관찰 전화 재껴 가중처벌 ** 글렀어
밖 비스듬 보니 바다와 방파제 도시
라디오는 미친 소리 우린 더 미친 거였지
곡의 내용이 추측건대 음주운전 or 청소년이 운전을 했음에도,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는 점(가중처벌을 받은 것 같지만) 등을 감안했을 때
청소년기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들이 자주 하는 비행 중 하나인 '환각 성분 흡입'과,
회색단지의 '술'에서 '민짜 때 술 먹어도'라는 가사 등에서
그가 비행청소년이었고, 그 시기에 방황을 겪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금 새기지만 중요한 건,
공공구의 고통을 나타내는 여러 요소들에 '정확한 해석'이 있을 필요는 아마도 없을 겁니다.
방황하던 공공구와, 그로 인해 꽤나 망가진 정신 상태 (회색단지 - 정신과 등)에 우리는 집중하며
앞으로의 트랙에 더 나아가야 합니다.
4번 트랙 - 집에서 짐
이러한 고통들이 더욱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트랙입니다.
1번 트랙이 샘플링되어, 1번 트랙의 연장선 혹은 2, 3번 트랙의 소재인 돈보다는 어떠한 여성에 집중합니다.
첫 가사부터 수위가 높은데, 여기서도 청소년기와 연관된 키워드들이 몇 가지가 나옵니다.
'입학', '운동회', '졸업 사진'이죠.
입학과 졸업 사진만 보았을 때 대학생의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지만, '아버지가 보러 오시는 운동회'는
보통 대학교에 잘 없기에, 아마 중고등학교일겁니다.
아마 공공구와 그녀는 청소년기 시절부터 친하게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또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서도 등장하는데, 이는 후술하겠습니다.
아무튼 4번 트랙은 그녀와의 시간들을 회고하고 곱씹는 어두운 트랙으로 위치합니다.
또한 마디와 마디 사이에 '다음'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 '다음' 이후에는 감정선이나 화제가 갑작스럽게 바뀝니다.
트랙이 끝날 때 '다음'이 한번 들리고 끝나는데, 이게 회상에 들어가는 장치로 추정됩니다.
5번 트랙 - 산책
5번 트랙에서는 4번 트랙과 이어져 본격적으로 회상에 들어갑니다.
특히나 이 트랙은 테이크원의 [강남]처럼 갑작스러운 러브송이 나와 웃기기도 했는데요.
별 볼일 없다고 느꼈던 한강도 그녀와 걷자 새로이 느껴지고,
오랫동안 설레는 통화도 하며 그녀와 달달한 사랑을 하는 트랙입니다.
거기에 '행복하다, 살맛 난다!'와 같은 재밌는 샘플들도 있어 단일로도 들을 때 즐겁고 신나는 좋은 곡입니다.
아무도 없는 밤에 너와 둘이 길을 걸을 때
별생각 없이 했던 말들을 네가 달달 외울 때
영어로 괜히 love 한국어론 간지러워
그래도 네가 좋아
행복하다 살맛 난다
또한 제작년 발매된 더블 싱글 '생각'의 '바래다 줘'의 가사 내용 또한 이때를 회상한다고 추측할 수 있는데요.
우선 '산책'처럼 '한강'이 언급되고,
'한강에 닿아 별의별 생각들을 띄웠네'
당시 상황에 대해 즐거운 듯이 회상합니다.
'전기구이 통닭 2마리 한 만 원쯤
했던 그 시절 네게 맞았던 찬 바람은
지금 와 보니 기분 좋은 찬 바람으로'
그러나 이 즐겁고 설레는 감정은 금방 허물어집니다.
6번 트랙 - 나방
둘의 관계는 5번 트랙과 달리 확 차가워집니다.
'부푼 사랑(산책)은 처음 브라 끈 풀 때 흩어질 거였고
어느새 좆 빠지게 흔들면 서로 뒤돌아 자고
토라진 채 마음의 결핍은 커져만 가고 미움이 차면'
차가워진 사랑과 다툼 속에서, 공공구는 자꾸만 자기혐오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얼마나 찌질한가를 생각할 때 스스로 사랑해야 할 이유를 자꾸 까먹네'
'포장질 하는 나 말고 네가 내 마음을 봤으면 해 네가 죽는 상상을 했어 영원히 못 이길까 봐'
그러다 더더욱 큰 균열에 가기 시작합니다.
'나방이 돼 나비가 돼 날아가는 꿈만 꾸다 형광등 안 다 타서 죽을까 봐
짓밟히는 느낌이 뭔지 너도 알아야 돼
알려줘야겠어'
공공구의 연인 관계에 있어서 반복되는 싸움의 양상은 이러한 이유로
점차 서로 파괴적인 방식으로 변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무거워진 날개, 방망이를 달고 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7번 트랙 - 진화
7번 트랙의 제목 진화가 의미하는 바는 난해하면서 단순합니다.
1번 트랙의 '괴물'에서 6번 트랙의 '나방'으로 진화하는 것.
해당 라인이 지나간 후 또다시 샘플이 나오는데,
'이 수컷은 더 욕심을 냅니다. 리듬을 만듭니다.'
이는 그녀와 그 편린에서 벗어나, '돈 가져와' 같은 욕망을 갖고 다시 음악을 만든다는 의미 같습니다.
이 트랙부터는 회상의 끝자락이거나, 혹은 회상을 마친 공공구의 상황이 드러나있는데,
그녀와의 관계에 벗어나자 폭력적이고 포악한 괴물에서
다시 '날아가는 꿈만 꾸다 타 죽는 나방'으로 돌아옵니다.
그녀 앞에서는 끔찍하고 대단한 괴물일지라도, 그녀와 함께하던 아파트에서 벗어나자
금방 다시 보잘것없는 나방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에 대해 의문을 갖는 다른 사람들의 말도 샘플 되어 나옵니다.)
그러나 나방이 보잘 없더라도 괴물은 괴물이기에, 트랙의 제목이
진보의 의미를 담은 '진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녀와 분리된 공공구의 시점은 다시 2,3번 트랙과 거의 일치되어 같은 심정을 겪게 되는데요.
2030 고독사 준비할 시기에 오는 불안함은 커
꿈을 꿀 나이에 돈을 꿔 게으름은 먼 완벽주의
불완전한 나를 위한 수단이 됐어
대충 해도 된단 소리가 가끔은 필요해서
듣기 좋은 소리로 지탱해도 흔들려 바람인 줄 알았던 입김에도
귀는 얇아지고 확신은 자신이 없어
내일 죽을 것처럼 사는 쟤네들 멋있다 말하고 부담스러워
딱 먹고만 살기도 바빠 주변에 탄식이 산소
냉소는 마치 흑사병 젊음에 가치 그마저
사서 고생 가진 태도는 도태되기 딱 좋은 꼬라지 꼴 돼
옷에 밴 담배 냄새처럼 잘 빠지지도 않는 무기력
제일 부럽지 돈 많은 그 놈팽이 시간을 죽여
죽인 만큼 좀팽이 굶어 뒤진 지갑 언제냐 굶어 뒤진 지가
작업은 매일 해도 존나게 게으른 거지 못 내면
국수 면발 뽑듯 내는 얘네 앨범은 돈 내고 들을 가치가 없지만
그 돈 없어서 못 낸 넌 계속 지고 있지
그러니까 정신 정신 차려 이 병신아
국수 면발 뽑듯 내는 얘네 앨범은 돈 내고 들을 가치가 없지만
그 돈 없어서 못 낸 넌 계속 지고 있지
그러니까 정신 정신 차려 이 병신아
굉장히 강렬한 가사들이 휙휙 지나가는데, '매일 곡 뽑아도 그거 안내면 존나게 게으른 거다'
'돈 주고 들을 가치 없는 양산형 앨범들한테 난 돈 없어서 앨범 못 내서 결국 지는 거고,
정신이나 차려라 병신아'같은
아주 공격적인 가사들이 나옵니다.
또한 '정신 차려 병신아'라는 말이 저에게도 힘주어서 말하는 듯이 들려서, 더욱 강렬히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2번 트랙에서부터 상기했던 게으름과 돈에 대한 이야기들이 상기되면서,
이는 3번 트랙과 함께 매우 모순적인 딜레마로 자리 잡습니다.
8번 트랙 - 북극곰
결국 공공구는 이러한 딜레마들에 대해서 정의합니다.
'어쨌거나 여긴 늪 벗어나야만'
그리고 딜레마에 대해 괴로워합니다.
'어디서 끝이 날까 그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 비가 그치게 될까 그친다면 언제쯤일까
바람이 세, 비도 좀 내려, 눈이 내리네.'
그러고는 곡에 제목이기도 한 '북극곰'이라는 해외에 있는 사람이 언급됩니다.
그는 떠나간 공공구의 친구들 속(노래 중간에 나오는 '그래 이해 못 하면 다 꺼져'같은 스탠스를 가졌기 때문인 듯) 남아있던 한 사람이며, 공공구의 유일한 친구입니다.
'남아준 널 위해 쓰네, 네가 내 유일한 친구야'
그러면서 근황을 전하고, 묻습니다.
'잘 지냈니? 학교에서 그림은 잘 그리니? 혹시 아버지는 용서해 줬니? 나는 이제서야 앨범을 만들어.'
여기서 드러나는 아이러니한 점은, 공공구가 빠진 딜레마를
그저 '딜레마를 곡으로 서술하는 방식', 즉 앨범을 만듦으로서 이겨낸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곡에서 나온 공공구가 이야기한 그의 고통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 바로 이전 트랙 '진화'에서의 여러 래퍼로서의 삶과 행보에 대한 딜레마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는데, 그 고통의 감상이나 느낌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여과를 거치고 나타낸 것뿐이었지,
그 고통의 직접적인 해결 방법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되려 그걸 그대로 표현하는 과정을 자신의 해결 방식으로 승화시키고
그걸 친구에게 전해준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습니다.
여기서 또 다른 주목할 점은, '아버지는 용서해 주었느냐?'고 묻는 부분입니다.
이는 매우 개인적인 사연이 담긴 질문이라 여지가 너무나도 많지만,
이를 토대로 '북극곰'이 누구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만, 포크라노스 인터뷰가 나옴으로써 이후의 추측은 모두 폐기되었습니다.
저는 북극곰 = 4번 트랙의 여성 = 1번 트랙의 여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인터뷰에서 북극곰이라는 사람이 누구이며, 어떤 관계였는지를 자세히 말해주시고,
무엇보다 '여자친구'와 '북극곰'을 분리해서 말씀하셨기에, 더더욱 신속히 폐기했습니다.
북극곰이라는 거는 이제, 제 친구를 제가 부르던 별명이었고.
그 친구는 영상을 하고 원래 영화 쪽에서 일을 하다가,
이제 캐나다로 이제 유학을 갔거든요. 그림 그리는 걸로 직업을 다시 바꿨고,
그 친구가 죽었어요.
북극곰에게 말을 걸 때 '화해하자'고 말하는데,
사실 그가 죽었음을 감안하고 본다면 많이 슬퍼지는 부분입니다.
다만 북극곰은 4번 트랙의 여성과는 동일 인물이 맞지 않나?라는 추측은 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북극곰은 공공구가 '화해하자'고 말하는 다퉜던 대상이자,
이와 관련된 다툼은 이후 트랙에 나옵니다.
거기에 4번 트랙에서 여성은 그녀의 아버지에게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그에 대하여 용서하였는가?를 물어볼 수도 있고, '너의 아버지가 나(공공구)를 용서했는가?'를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공공구의 또 다른 비공식 음원 '사춘기'에서 힌트를 얻어 갈 수 있는데,
친구를 학원에 데려다주는데(북극곰의 가사를 보면 미술학원 일수도), 담배 연기를 뿜고 있고,
그 친구는 공공구에게 '학교는 다니기만 해도 반은 간다'며 타이릅니다.
'냅둬'처럼 공공구가 비행청소년이었음이 드러나며,
해당 곡에서는 그 시절의 어떤 친구에 대한 애착과 추억의 애잔함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애잔함 등이 방황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죠.
또한 4번 트랙의 '그녀' 또한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냈기에 동일 인물이라는 근거가 되어줍니다.
게다가 첫 번째 벌스에서는 이러한 구절이 있습니다.
너의 학원을 데려다줄 때
너희 아빠가 날 쨰려볼 때 그때 그때
모종의 이유로, 친구의 아버지는 공공구를 안 좋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공구가 북극곰이자 전 애인(이후부터는 북극곰으로 통일)의 아버지가
'이제는 나를 좀 좋게 봐주시니?'라고 물어봤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고로 북극곰 = 4번 트랙의 여성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데 또 다른 근거가 되어주죠.
이 또한 '정확한 해석'일 필요는 아마 없습니다.
결국에는 공공구가 결핍과 사건들을 겪고 딜레마에 빠지다가,
어떤 방향으로든 성장을 하게 되는 요인이 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9번 트랙 - 헤쳐모여
9번 트랙과 앨범 전역에서 계속 제공되는 키워드는 '꿈'입니다.
공공구는 무언가 깨닫고 세상을 다르게, 어쩌면 자기 자신처럼 보곤 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사람들의 꿈이 있다가 없다가 하는, 유야무야한 존재임을 다시금 인식합니다.
그러고는 예전의 자신으로 조금은 회귀하게 됩니다.
바람에 쓸려 나가떨어지는 전단지처럼
저만치 또 멀어지네 참 별거 아닌 거처럼
수평선 위로 가는 빛처럼 똥폼 잡는
내 모습이 좀 괜찮아 보일 때처럼
애처럼 달려 달려 달려
거기로 헤쳐모여 달려 달려 달려
나는 새처럼 날아 날아 날아
거기로 헤쳐모여
꿈은 있다가 없다가
같던 고민들과 매일 밤에 끄트머리만을 잡아 뒤척이던 날들
난생처음 한숨 안 자고 바깥 구경 눈에 다 담아두고 가다 보면
터미널 도착 짠 내 나는 곳 상반되는 당연하지만
마스크 뒤집어쓰느라 삭막한 분위기는
곧 저녁 여덟 시도 안 돼서 텅 빈 거리와 함께 아래로
네가 죽고 나서야 가본 너네 동네에는 가을
중독적이지만 애잔하고 허무한 느낌의 훅이라 아주 좋아하는 트랙 중 하나인데요.
여기서 '네가 죽고 나서야'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는 아마 북극곰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10번 트랙 - 뒤
4번 트랙처럼 1번 트랙의 이별 부분이 샘플링됩니다.
선정적이고 날카로운 가사들이 많은데, 1번 트랙의 여자친구는
이런 모습들에 대해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겁니다.
'벗어 그냥 하는 거지 별 의민 없어 넌 말해 뭘 찾았는지 거칠어진 호흡 헛땅 파는 건 지겹지 그냥 누워줘'
'그냥 쌀 때 되면 싸는 놈과 넌 하는 거야'
'숨 쉬고 싶을 뿐인 개찐따랑 뭘 기대했니'
'형들이 가르쳤던 방법은 어떻게 따먹는지'
'좋아한다는 네 말에 왜냐는 질문이 먼저 난 사람 못 믿어 날 믿게 할 의지도 없고'
'한 번 더 너랑 살아 볼 수 있대도 난 똑같지 인지했을 뿐'
'두 손 모아 보이지 않는 게 날 죽일 것 같아서 진정제를 털어 환각을 보지'
'난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인 걸 이제 알겠어'
이 마지막 라인은 4번 트랙에서 '난 그냥 사랑이 받고 싶던 거였어'가 같이 떠오르며 더욱 슬퍼집니다.
공공구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11번 트랙 - 상담 내용
괴로움이 더더욱 고조됨과 동시에 북극곰과 벌인 다툼의 주된 인과를 추측할 수 있는 트랙입니다.
왜 다툼의 대상이 '북극곰'으로 특정되는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근거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난 그 흔한 친구도 없어서 걔한테 다 말했었어'라는 라인이
유일한 친구였던 북극곰을 연상시키고,
비난 중 대상과 대상의 아버지를 함께 깎아내리는 내용으로 욕을 하는데,
이미 북극곰과 그녀의 아버지의 마찰은 언급이 되었으니 여러모로 들어맞습니다.
엄청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바이브의 곡입니다.
북극곰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표출해 내는데,
이게 대단한 쌍욕을 퍼붓는 게 아님에도 매우 섬뜩하고, 공격적입니다.
난 그 흔한 친구도 없어서 개한테 다 말했었어
넌 손을 턱에 턱 괴고 들어주는 척해 줘
양심에 관심이 없어서 연락했다 욕먹었어
넌 손을 턱에 턱 괴다 썩은 미소 컵 대줘
난 싫어 내가 우울하면 듣기 싫어
해서 혼자인 네가 내 지난 시절의 그 좆밥 같아서 존나 개 패고 싶어
겪어야만 그게 똥꼬냐 얻다 갖다 박아 똑바로 봐서 똑같인 안 가지
우린 섞여 살아 술 섞어봐 술 섞는다면 숨도 섞었다가
개 털려봤지 what you talk about 그니까 겪어봐 이 병신아
넌 너네 아빠랑 다를 게 없잖아 넌 평생 혼자야
그래서 씨발 떠났잖아
ㅋㅋ
평생
ㅎㅎ
하하 호호
다를 게 없잖아
넌 평생 혼자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가사들이라 굳이 많은 주석들을 붙이진 않겠습니다.
다만 곡 제목이 '상담 내용'인 것이 조금 걸리는데,
정황상 상담 내용을 이야기하는 공공구가 이를 대하는 북극곰의 태도 등으로 다툼이 벌어졌고,
그녀가 가증스러웠던 공공구가 저런 악담을 퍼부었고,
그에 대해서 그녀가 상처를 입고 관계가 망가진 이유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도 돌아오는 말들이었죠.
그가 느끼는 죄책감과 자괴감의 일환이 아닐까 싶습니다.
12번 트랙 - s k l t
스킷으로, 상담 내용과 같이 불안정한 사운드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확실하진 않지만
"대체 어떤 이유에서 오빠가 나한테 이런 가치가 있는 건데?"
"지금 또 생각나는 게 통화할 정도로 싫고 스트레스 받고"
라고 속상한 듯한 톤으로 이야기합니다.
(뒤에는 소리를 흐려놔서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1번 트랙의 여자친구와의 다툼인 것 같습니다.
상담 내용과 스킷은 사운드적으로 매우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넘어갑니다.
사운드적인 측면을 떠나 서사적으로도 매우 연관성이 짙은데요.
두 트랙에서는 '관계', 정확히는 '관계의 종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묘사합니다.
인터뷰에서 관계와 관련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사람이 우울해지는 이유가 저는 결핍에 있다고 보거든요?
근데 그 결핍이라 함은 관계에서 온다고 생각을 하는데,
관계도 되게 여러 가지 요소가 있잖아요?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연인과의.
그 셋 중에 하나만 결핍되면 사람이 정신이 나가는 것 같거든요. 제가 그랬고.
그래서 사람들이 이 앨범을 듣고 그 관계에 대해서 소중함을 느끼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13번 트랙 - 집중
희망차고 밝은 듯한 비트가 나오다가
'집중할 때야' 이후부터는 조증이 있는듯한 광기를 섞인 사운드와 믹싱이 나오는 트랙입니다.
이 트랙에서 계속해서 공공구는 자기 자신의 눈과 귀를 막는 말들로 자기 최면을 겁니다.
기억나네 급식 때가 방과 후 담탱이와의 쓰잘때기 없는 자존감을 깎아 먹으려던 대화
들은 대로 살아갔어 선배들은 씨발 중고차를 사기 쳐서 팔았고 국밥 육수 충이 돼버렸어
어떤 새낀 전과까지 달아도 인생을 계속해서 말아먹었어
우린 들은 대로 살 수 없어 누구 좋으라고 집중할 때야
우린 말한 대로 살아야 돼 우리 좋으라고 집중할 때야
okay 가자
우린 괜찮을 거야 지금 당장에 집중해
우린 괜찮을 거야 우리 앞날은 우리 말대로
행복할 수 있어 행복할 수 있어 우린 행복할 수 있어
포기할 수 없어 우린 포기할 수 없어 우린 포기할 수 없어
믿어
'우린 괜찮아, 우리 앞날은 행복할 수 있어. 나를 믿어' 같은 말들은 충분히 낙관적으로 할 수 있는 조언이지만,
전후에 들리는 가사나 사운드를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이는 이성적인 판단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중간에 비트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희망은 얼마나 내게 허튼 약속을 했는가, 시간은 언제쯤 날 기다렸다 태울까'
하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걱정에 휩싸이지만,
다시 '집중할 때야'가 나오며 곡 분위기는 광기에 휩싸입니다.
이는 근거 없는 낙관적인 희망만 갖고 있다면 되려 자신에게 독이 되고,
적당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이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나타냅니다.
결국 공공구는 어느 쪽의 판단을 믿고 움직였을까요?
14번 트랙 - 마지막처럼
여러 딜레마와 부정적 경험들 사이 공공구가 내린 결정은 '앞으로 나아간다'입니다.
가장 타이트하다고 생각하는 트랙인데요.
모습은 초췌했었어도 지금의 길로 애써서 달려왔다 내가 선택한 지도
계속해서 내 발은 거세게 악셀 위로 밟아 나갈 거고 고작 이따위 일로 도망갈 순 없어
돕는 사람이 많아 전부 사랑 같아 절대 눈 못 감아 전부 갚아 나가
한번 망한다면 두 번 말할 거고 세 번 더 세게 말할 거야
그건 행동일 거고 새끼들이 뭐라 하든 우린 할 수 있을 거야
그래 끝내긴 일러 그래 이 시절이 큰 시험이 될 거고
만 점짜리 웃음으로 그때 다시 기억하며 귀여워하며 말할 수 있을 거야
또한 8번 트랙에서 말했던 '언제쯤 이 비가 그칠까'에 대해서도 화답합니다.
대답 없는 모든 계획도
쳇바퀴 돌듯 도는 비행에도
재깍재깍 가는 시간에도
비는 그쳐 마른하늘에 벼락 뒤로
또한 그가 어째서 이런 저돌적인 판단을 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나옵니다.
같이 살던 여자친구 내가 싫어져도
월세로 어림없던 공연 페이마저 미뤄져도
계약서가 자꾸 찢어져도
나를 믿어서 내 뒤로 지나간 건 미련 없어
앞으로 나아가 아무도 못 막아
앞으로 나아가 원하는 건 꼭 잡아
세상이 내 멋대로 돌아가지 못한대도
여서 돌아갈 순 없어 꼬라박지 꼭지 돌아
결국 미쳐 돌아간다 해도 그건 다 이뤄내고 돌아간단 말이지
겉보기에는 13번 트랙의 광기 어린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는 판단이지만,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일이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믿기에 내린 결정입니다.
그렇기에 충동적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이성적이기도 한 판단입니다.
이 부분은 김심야의 [DOG]의 [FORGOTTEN]과 많이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곡의 상황 또한 공공구의 상황과 공통점이 여럿 보이고,
'I'm with the team 날 좀 더 믿어야 해' 같은 라인들이 정서를 공유합니다.
15번 트랙 - ㅠㅠ
길고 이야기도 많았던 14개의 트랙을 지나, 최종장인 [ㅠㅠ]입니다.
많은 분들이 해당 트랙에서 많은 여운들을 느꼈고, 저도 그랬습니다.
공공구의 목소리가 나오기 전, 2020년의 추위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가 나오며. 공공구는 노래합니다.
새까만 하늘을 봐 난 깨있어
세상은 상관없나 시간은 가 있어
혼자 가는 것만 같아서
혼자 가는 길은 가팔라
널 찾았지만 끝에 있어
세상은 상관없나 시간은 가 있어
혼자 가는 것만 같아서
혼자 가는 길은 가팔라
모든 건 변하지만 난 내비둬
공공구는 괴리에 대해서 집중합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괴리,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괴리, 사회와 자신의 괴리 등등.
그러한 변화와 괴리 속에서 '부디 가만히 놔달라'는 부탁과 함께, 다시 나레이션들이 나옵니다.
안녕하세요?
2020년 추워도 너무 추운 겨울입니다.
시간이 너무 빠르네요.
다시 안녕하세요?
아니, 처음이니까.
우와.
저는 뭐, 네 좋죠.
일단 오늘은 안돼.
언급 몰라 언급? (언급 금지)
빨뜨 두 병.(※해석 불가)
연습실 갔다가 나 또 올게. 알았지?
(알았지는 반복.)
큰따옴표.
나는 사람은 누구나 좋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다고 생각해.
나는 오빠가 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 안 해.
실망 안 했어.
내가 지켜줄게.
큰따옴표.
알았지는 반복인데 어두운 표정.
(괜찮아? 여기까지)
첫 트랙의 나레이션에서 저는 이를 '작가 시점의 공공구의 서술'이라고 표현했으나,
여기서는 또 다른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회색단지]부터 사용되던 TTS를 통한 메시지 전달을 하다 보니, '큰따옴표'까지 TTS가 읽어버린 셈이고,
'큰따옴표' 이전에도 북극곰으로 추정되는 대사가 나올뿐더러,
1번 트랙과 달리 나레이션의 바리에이션이 훨씬 좁아져,
해당 트랙에선 더 이상 '작가 시점의 공공구'와 '특정 역할의 여성'의 목소리를 구분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또한 '알았지는 반복인데 어두운 표정'같은 부분들 때문에,
이가 뮤비나 영화 같은 시청각적 매체에 활용될 예정이였던 각본인가 싶기도 합니다.
너한테, 진짜가, 진짜가, 있기는 했니?
(그래서 진심은 거짓말만 하지 쥐새끼처럼 피해도)
진짜가, 진짜가,
너한테,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어.
중간중간에 역재생된 듯한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를 다시 역재생해 보면
중간에 나오는 랩인 '그래서 진심은 거짓말만 하지 쥐새끼처럼 피해도'를
각각 톤을 조율하고 잘라서 이곳저곳에 넣어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담 내용'이나 '뒤'에서 공공구가 강력한 맹비난을 자신의 사람들에게 쏟아냈다면,
'ㅠㅠ'에서는 되려 '너에게 진짜라는 게 있기는 했니?', '너한테 내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모르겠어.'
같은 마음 아픈 말들이 되돌아옵니다.
네, 고독사하면 흔히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문제로 알려져 있죠.
(니 쪼개면 다냐고)
이제 와서 친구라도 해달라고?
그런데 최근, 2~30대 젊은 층의 고독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나 너랑 만난 거 기억에서 지울 테니까, 너도 그렇게 해.
그게 너한테도 좋을 거야.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시중은행이 대출을 조이고 있지만
집값 오름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너 내가 가만 안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너가 더 잘 알잖아.
이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고독사 관련 뉴스 출처: https://youtu.be/YJ5ZTskyCzs
청년도 외롭다…늘어나는 2030 고독사 / 연합뉴스TV (YonhapnewsTV)
20210501 연합뉴스)
(기준금리 관련 뉴스 출처: https://youtu.be/mmc7pqJCyVs
금리 올리고 대출 막아도…수도권 집값 7주째 최고치 / SBS
20210902 SBS 뉴스)
곡의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며 '진화'에서 언급되었던 ('2030 고독사 준비할 시기에 오는 불안함은 커')
젊은 층에 대한 고독사와 경제적 불안감에 대하여 언급되며,
동시에 그녀와의 일그러진 관계에 대한 말들과 뒤섞입니다.
아마 공공구가 겪은 복잡하고 뒤섞인 상황과 심정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인 것 같네요.
사운드와 말들이 점점 듣기 괴로워지는 형태로 변하다가,
점점 잔잔하지만 한편으로는 허무한 감정이 느껴지도록 변합니다.
그러다 노래가 끝나고.
이젠 또 누르면 돼?
둘 둘 쉬고
둘 둘 쉬고
둘 둘
(잘했어 잘했어)
오케이~!
이 부분 대해서는 그럴듯한 추론을 하기가 힘듭니다만,
아마 녹음을 도와주신 여성분과의 기록이 앨범에 함께 수록된 게 아닌가 싶네요.
이렇게, 앨범은 마무리됩니다.
4 - 총평
GongGongGoo009의 [ㅠㅠ]는 공공구라는 인간이 겪은 결핍과 자극들에 대해
그가 느낀 비애, 괴로움, 좌절들을 비선형적으로 열거해놓은 방식의 앨범에 가깝습니다.
전곡을 본인이 모두 프로듀싱을 도맡아 최대한 빈틈없이 설계한 이 앨범은,
제작 과정에 큰 공을 들인 만큼 이곳저곳에서 공공구가 힘껏 분출한 슬픔이 청자들에게도
깊게 스며들게 만들어줬습니다.
나레이션 등을 이용한 직접적인 상황이나 감정선 전달, 다양한 분위기의 프로덕션과 특유의
신스를 활용하고, '헤쳐모여'등에서는 밴드 사운드들도 함께 차용하여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특히나 가사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느꼈는데요.
여러 은유와 수사들을 헤치고 앨범에 깊게 스며들게 되면,
마지막 트랙과 함께 커다란 여운을 남겨주는 앨범입니다.
저는 공공구 음악의 매력이 '미지로부터 느껴지는 공감'으로부터 끌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회색단지]와 여러 싱글들, 약간의 피쳐링과 [ㅠㅠ]까지 항상 공공구의 음악은
어떠한 상황을 연출시키고 재현해나가는 작업에 공을 들였고,
그로 인한 흡수력은 이 앨범에 흠뻑 젖게 되는데 가장 큰 장치로 작용됩니다.
또한 탄탄하고 테크니컬한 랩도 앨범의 집중력을 흐리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쩌는 훅에 장사없다'는 말이 증명해주듯이, 좋은 훅 메이킹 능력이 트랙의 구심점을 잡아주고,
트랙 간의 변화무쌍한 스타일의 변화로 자칫 지루하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앨범에 한층 활기를 더해줍니다.
때문에 상술한 이유들로 저는 감히 [ㅠㅠ]가 명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명반이라는 말이 너무 헤프다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요.
항상 명반의 가치과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엘이 게시판에 항상 화두로 올라오고,
저도 자주 생각하는 요소입니다만, 다들 각자 자신의 명반은 있는 법이니까요.
포크라노스 인터뷰의 영상의 썸네일이 '내 가사가 그렇게 어려워요?'인데,
해당 인터뷰에서 공공구는 자신의 가사 스타일이
'요즘 시대에 맞지 않다', '장치가 복잡하며 해석을 해야만 느낄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시며 원래의 스타일을 고수할지, 아니면 시대의 입맛에 부응한 방식의 앨범을 만들지 고민 중이십니다. 저는 [ㅠㅠ]같은 포지션의 앨범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전자의 방식을 계속 채택했으면 좋겠으나, 어쨌거나 공공구님이 좋은 음악을 계속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앨범이 그래도 꽤나 복잡한 편이라, 아마 제 해석이 틀린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부디 여러분들도 [ㅠㅠ]나 제 글을 읽고, 자신만의 해석과 스토리를 떠올리며 앨범을 한층 더 맛있게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랄게요!
피쓰.
ㅎ?
정말 해석 잘하신것같습니다. 북극곰이랑 전여친이랑 같다고 한부분은 정말 소름돋네요. 잘봤습니다
ps.15번 트랙에 빨뜨 두병은 빨뚜 두병인것같다고 전 들었습니다. 처음처럼 빨간뚜껑을 줄여서 빨뚜라고 했거든요.
아 빨뚜 맞는 것 같네요!!
굳
ㅠㅠ는 근 몇년동안 들었던 앨범중 가장 충격적인 앨범이였어요 북극곰 전여친 해석은 예리한 관찰력이시네요 제가 느꼈던건 마지막 트랙에서 결국 전 여자친구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게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봤습니다
제가 인터뷰 이전 초기 초본이 1번 트랙의 사이렌 소리, 공공구님의 폭언, '너 나 가만히 안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너가 더 잘 알잖아' 같은 불안정한 모습, '너가 죽고 나서야'등의 이유로 자살로 죽었다는 전제하에 글을 작성했었습니다. 저랑 같은 생각을 하셨었다니 방갑네요!
혼란한 갤에 이런 글은 무지성 개추 드립니다
타이밍이 약간 슬프긴하죠 아무튼 감사합니다!
개추야
어쩌면 앨범이 주는 이야기자체는 큰 감흥이 없을지 몰라요.
하지만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말 색다르고 꼼꼼하게 풀어내는게 009님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고
[ㅠㅠ]에서 그게 절실히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해주는 면화무쌍한 톤과 랩핑역시 더욱 조명받아야된다고 생각하구요
너무 좋은 해석글 잘 봤습니다. 제 해석과 거의 일치해서 깜짝놀랐네요 ㅎㅎ@))_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추입니다
존경합니다
해석 정성추
잠결에 한 번 듣고 너무 산만하다고 느껴서 지나친 앨범인데
올려주신 인터뷰 영상 한 번 보니까 공공구 존나 매력 있네요ㅋㅋㅋㅋ
일단 리뷰 본문은 아껴두고 앨범 들으러 갑니다.
이런 식으로 앨범을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가 생겼다니 너무 좋슴당 나중에 빅쇼트 인터뷰도 한 번 보시는거 추천드릴게요!
인터뷰 보고 왔는데 음악을 듣고 생각한 가치관과 정확히 일치해서 너무 좋네요.
솔직하신게 멋진듯
감사합니다!! 들을때 참고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009님 인스타 박제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박제되었을 때 큐엠콘 보고 집가는 중이였는데 지하철에서 진짜 온갖 쌩난리 치고싶었던거 참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됩니다
오랜 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