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일전에 인사드렸던 서울프레시비트라고 합니다.
10/26일 제 첫 비정규앨범이 발표 됐고, 힙합엘이에 프로모션을 부탁하여 진행하게 됐습니다. 광고지만 여러분들에게 무의미한 시간이 되지 않도록 이에 관한 작업기를 남기고, 궁금하신 점은 질문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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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연히 대학로를 찾아 사주를 봤는데, 제게 '고독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철 없던 20대를 보낸 덕에 사실 그 말이 맞았습니다. 개인사업하며 카카오톡 친구목록이 많아지긴 했지만, 가족 포함하여 50명을 넘지 않던 섬 같은 삶이었습니다. 철 없던 이라는 말에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있습니다. 잘못, 실수, 오해, 자만, 더이상 삶을 버티지 못하겠다는 무기력 등등 말이죠.
사실 음악을 한지 꽤 됐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음악한다는 것이 행복했던만큼 오랜기간 간절하게 바래왔던 꿈을 스스로 와르르 무너뜨렸을 때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만 시간이 지나 거짓말처럼 많은 이들이 날 잊어주고 용서해줬고, 저 또한 무뎌졌습니다. 멀어지고 놓아주며 함께 음악했던 동료들이 꿈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그들의 팬으로 남았고, 지금까지 말한 뮤지션으로서의 업앤다운을 이 앨범에 담고싶었습니다.
[2]
완성한 곡은 대략 13곡 정도 되지만 이 앨범은 7곡으로 완성했습니다. 완성하고보니 피쳐링진이 탄탄해졌고 스토리텔링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운좋게도 재능이 넘치는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함께 했고 재능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일절 작업에 관해 터치를 하지 않았으며 큰 그림만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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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마 이 씬에서 바람이 불면 돌아가는 벤틸레이터 같은 존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스로는 더이상 동력이 없고, 스스로 움직일 명분 또한 없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수없이 외쳤지만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는, 건물이 탈바꿈한다면 무기력하게 무너질 존재 이유가 불분명한 벤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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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인 오프라인의 비디오입니다. 안무는 2015 동아무용콩쿨, 국제무용콩쿨 등에서 우승 경력이 있는 시나브로가슴에 소속 권혁 현대무용수입니다.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헤어나오지 못할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 존립한 아티스트인데 스토리가 상당합니다.
고교 자퇴,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출연 비보이, 순수예술에 대한 갈망으로 검정고시 합격 후 실기를 통해 현대무용 전공, 여러 일을 하며 대학 졸업, 콩쿨 우승 당시 현대무용 군면제 폐지로 늦은 나이 군입대.
피쳐링을 해준 언오피셜보이의 가사를 보자마자 권혁 무용수에게 안무를 부탁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비디오 안에 많은 디테일들이 숨어있으니 찾는 재미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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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타이틀곡 울프입니다. 로드FC에서 메인 레프리를 맡고 있는 임태욱 무브먼트 주짓수 관장과 그 관원들이 나옵니다.
래퍼들의 무대를 보고 환호하는 여러분도 각자의 영역에서 매일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와중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며
'I don't trust you, but can you trust me?'
라는 가사에 어떤 기분을 느끼십니까?
연출하지 않았으나 모든 것이 연출인 주짓수 스파링 영상을 통해 비디오를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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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은 수많은 스토리를 담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본 목적은 제 음악인생의 그럴듯한 마무리, 제 차안에서 운전하며 들을만한 제 취향의 곡 제작이었습니다.
경사가 괴랄한 코너를 돌고있는 분들에게 혹은 코너에 몰린 분들에게
이 앨범이 대형마트 속 흥미를 유발하는 신선한 코너가 되길 바랍니다.
잠비노와 언오피셜보이 좋아하는데 상상해보지도 못한 조합을 선물해주셔서 잘들었습니다.
피쳐링 정말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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