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들던 생각입니다.
2008년경부터 지금까지 힙합을 들어오고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장르 팬들이 힙합을 소비하는 태도가 미묘하게 바뀐 거 같아요.
그전에는 힙합 자체를 좋아하고 이해하려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힙합을 좋아하는 자신에게 몰입하고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느낌?
물론 누구에게나 두 태도는 공존하고, 두 지점을 가르는 경계 또한 매우 모호하지만요.
쇼미와 SNS의 영향인지 점점 더 모나지 않고 착하고 반듯한 사람을, 그런 태도를 요구하는 듯해요.
그래야 그런 사람들이 속한 장르를 좋아하는 내가 오염되지 않으니.
더불어 내 주위 사람들도 힙합과 힙합을 좋아하는 나를 향해 괴상한 편견을 가지지 않을 거고요.
팬들이 디스전을 대하는 태도도 그래요.
스윙스가 어드스피치나 데드피랑 피터지게 싸울 때
가사의 진위 여부, 래퍼의 태도나 모순 같은 틈새보다는
랩 자체를 즐기고 평가하려는 사람이 더 많았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근데 이제는 디스전이 펼쳐져도 누가 더 뛰어난 랩이냐, 누가 더 쩌는 라인을 썼냐 같은 지점보다는
상대방의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힙합이 아닌 논리 싸움으로 만드는 거 같아요.
며칠 전에 멜론에 들어가서 테이크원 상업예술에 달린 댓글을 보다가 어떤 글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습니다.
평론가 니들은 왜 아티스트가 힘겹게 만들어낸 작업물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느냐,
나는 너희만큼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지만 최소한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는다,
너희가 좋게 들은 음악에 대해서만 논해라.
뭐 이런 취지를 담은 글이었어요.
만약 릴보이 앨범에 저런 댓글이 달렸으면 그러려니 넘어갔을 겁니다.
근데 테이크원은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사람이 아닌데도
저런 댓글이 달리는 걸 보고 있자니 굉장히 놀랍더라고요.
테이크원과 리드머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나 상업예술이 지닌 작품성을 논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제는 힙합씬 한가운데에 속한 사람이 내놓은 앨범조차도
부정적인 평가로부터 해당 앨범을 수호하려는 사람들이 꽤 많은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
지키려는 행위가 반박이나 논쟁으로 발현되면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으나,
그보다는 상대방의 틈새를 지적하거나 입막음을 시도하는 이들이 적잖이 존재하는 듯하고요.
힙합은 꼬장꼬장하고,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측면을 갖고 있는 장르입니다.
누군가의 틈새를 지적하며 상대방의 모난 부분을 깎으려는 태도보다는,
그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낫지 않나 싶네요.
힘겹게 존중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그러려니 인정하면 됩니다.
그마저도 용납할 수 없다면 지나치면 되고요.
다양한 별종들이 씬을 윤택하고 흥미롭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장르 팬들의 인정, 관용, 방관 등이 그 전제 조건 아닐까요.




돈, 여자얘기 안하니좋다는 얘기도 결국 그 연장선인듯싶어요
가면갈수록 선비질이심해지는느낌
힙합도 아이돌처럼 우리 오빠가 짱이고 우리 오빠 건들면 다 죽는다로 흘러가는 거 같아요 분명 힙합이란 문화는 이런 게 아니었고 저도 다른 장르와 다른 성향, 문화 때문에 좋아하는데 이게 점점 아이돌과 닮아간다고 생각이 되네요
'짧은 치마 좀 그만 입혀'라고 상대방을 제멋대로 통제하려는 발상이 포장지만 다르게 나돌아다니는 느낌.
대충 예전에 책한권 읽고 적용해보는거지만
시대가 pc주의적으로 흘러가면서
의무론적인 윤리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도 저런 옛날이 그립긴 한데
옛날이 옳고 지금은 그르다라고 할 권리가
저한텐 없는거 같아서 말 할 수가 없겠다라구요
윤리나 정의가 누군가를 조롱하고 공격하는 명분으로 쓰이고 있죠.
참 피곤한 시대예요.
누구나 자기 일상을 딱 24시간만 남들에게 전부 공개해도 온갖 악함, 추함, 모순 등이 드러날 텐데 왜 이리 타인에게 엄격한지ㅋㅋㅋ
그런 쓸데없는 엄정함이 결국 자기가 인식하는 세계관을 좁게 만들 텐데, 그걸 모르는 거 같애요.
맞습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인간다운건데
너무 무결함을 추구하니 피곤해지는거 같아요
리스너층이 넓어지면서 "이 디스가 얼마나 명분을 갖추었느냐" 가 중요해진 것 같아요
쇼미 디스전엔 왜 논란이 없냐? 라는 의문에서 그건 둘이 억지로 붙여놓은거니까 라는 게 가능한데 일반적인 디스전에선 누가 더 명분과 당위성을 가졌냐(예로 저스디스-VMC)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랩퍼라는 틀 안에 사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틀 안에 랩퍼라는 그룹이 있는 것이기에, 랩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엔 모두 지켜보며 즐기는 것 같지만, 비프를 던질 땐 당위성이 없으면 그 자체가 흔들리죠. (예로 가오가이가 저런사람도 킬링벌스나오네 하며 인스타로 비프던질때, 명분이 없었죠)
저는 그래서 그냥 무시하고 살려고요 어차피 그런 사람들은 바뀌지 않아서 무시하고 사는게 편해요ㅎ
힙찔이가 힙부심을 가지면 부처도 몽둥이 찾음
팬들끼리 흠 찾아서 서로 욕하려고 디스전 기대하는것 같아서 슬퍼요ㅠ
와 진짜 엘이 보면서 최고로 공감 하는 글이네요
엘이에서도 뭐 예의가 어쩌고 싸가지가 어쩌고 태도가 이렇니 저렇니 에휴 시발 ㅋㅋㅋㅋ
진짜 얘네들이 힙합 좋아해서 여기 사이트에 들릭날락 하고, 모인 애들이 맞나 싶음
맞아요
그것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 우리나라가 좁아서
좁으니까 서로 뭐하는지 보이고 서로한테 관심이 과하게 많고 그만큼 아니꼽거나 자신만의 시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인간들도 많아진거임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특도 여기서 발생된거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
옆집 아줌마가 무슨 가방 들고다니는지 너무 잘 보이니까
힙합도 옆집 애가 힙합 듣는게 간지나 보이니까
그런거 인스타에 포스팅 하는게 힙합 잘 아는거같아보이니까?
그 고객층을 만족시키려면 아티스트 역시 옆집애가 보고 아 바르고 멋있네 느낄만한 "아이돌(우상)"의 모습을 지녀야 하니까
저도 만악의 근원이 눈치와 오지랖이라는 생각은 합니다.
근데 서로를 향한 구속이 지리적인 이유에 기인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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