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좋게 느꼈던 MV를 간단한 평과 함께 소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3geKfm9RlI
GOLDBUUDA & Lil Cherry - ALL-YOU-CAN-EAT
설명이 필요 없다. 아니, 설명을 못하겠다. 왜 좋은 영상인가? 좋은 영상이니까.
검은 배경의 단일 세트에 등장인물은 단 둘, 의지할 데는 화려한 의상과 제스쳐, 약간의 특수효과 뿐이지만 여느 고예산 영상 못지않게 역동적이다. 0개국어, 최연소 할머니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특유의 발음체계와 개성적인 스타일로 완성된 무국적의 무언가는,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는 강렬한 비주얼과 결합되면서 대체 불가능한 영역을 형성한다. 영상 퀄리티의 꾸준함으로 본다면 Balming Tiger와 함께 국내 힙합에서 단연 독보적. <ALL-YOU-CAN-EAT>을 기점으로 정규앨범 <CHEF TALK>의 수록곡 대부분이 영상화되었는데, <MUKKBANG!>과 <Is Hot!> 등 정신 나간 퀄리티의 MV가 즐비하고 놀라운 점은 언급한 세 영상의 감독이 모두 다르다(순서대로 GUNSOOOO, kat.kuo, waterwippinevan). 특유의 강렬함이 계승되므로 언뜻 보면 비슷한 스타일로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영상마다 고유의 문법이 존재하고, 하나같이 소화하기 쉽지 않을 컨셉들임에도 어울리는 옷을 넘어 피부처럼 소화해낸 덕에 이질감이 없었을 뿐. 과연 "지옥에서 온 악동뮤지션"이라는 세간의 평에 부합하는 대단한 재능이다.
비슷한 형식에 마찬가지로 센스 있는 소코도모의 <GO HOME> 역시 본작을 영상화한 panda ground사의 작품.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을 정도로 스타일이 비슷한데(...) 노래도 영상도 무척 매력적이니 놓친 분들은 감상해보도록 합시다.
https://www.youtube.com/watch?v=H9FTTDMwZnM
우주선 - COVIDEODROME
(국힙 리스너 중 우주선 모르는 사람 없게 해주세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Videodrome>에서 빌려온 정서를 COVID-19와 살아가는 현재에 이식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음악과 영상 중 무엇이 선행했는지 모를 완벽한 리듬과 (긍정적인 의미로)과용되는 이미지의 향연은 너무 아름다워 붙잡아두고 싶을 정도. 영상제작자(a.k.a. 시간여행자) 이전에 Salon 01의 수장인만큼 VON은 본 영상에 음악의 보조물 이상의 비전을 담았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더해 본작의 MVP...가 되도록 냅둘 GIANT이 아니지. 장난기 넘치는 VON의 랩은 분명 본작의 아이덴티티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지만, 서사의 핵심은 GIANT의 몫이다.
GIANT의 벌스에 맞춰 등장하는 전지구적 전염병 창궐과 전쟁기계의 이미지는 <혹성탈출> 시퀄 3부작이나 <터미네이터> 등에서 익히 접한 아포칼립스 상황을 연상시키고, 이를 덮어버리는 이모지의 향연과 GIANT의 순응적인 정서에선 재앙이 유보된 일상의 기형적인 단면이 읽힌다. COVID-19라는 전례 없는 상황 아래 세상은 멸망의 숙명을 향해 나아가듯 암울하지만 일상의 평화는 적어도 오늘까지는 유효하다. 아니, 유효해 보인다. 깨어나는 폭력적인 본성을 형상화한 VON과 그런 본성을 억누르며 평화를 하루 더 지켜낸 GIANT은 일정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첫 문장, "내 잘못이 뭔데?"로 회귀하며 자기고백의 루프를 완성한다. 폭력적 본성이 깨어나고 이를 억누르는 일상의 반복에서 평화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언제 폭발하더라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세상에서, 평화는 하루 미뤄진 재앙의 동의어다.
오랜 공백을 깬 복귀작 <SALON 2020>과 <Game of Death>, 또 본작에 이르기까지, VON의 재치와 GIANT의 멋스러움은 한창 활동하던 시기의 그것을 능가한다. 가까운 시일에 <Game of Death 2>가 공개될 것으로 보이니 멋진 음악과 더불어 그들의 멋진 영상도 기대해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_rJALmgRyHU
Balming Tiger - Armadillo (Feat. Omega Sapien, Byung Un)
개발 단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지 감도 안 온다. 귀엽게(?) 자신감을 드러내는 가사와 미스매치여서 묘하게 어울리는(?)(내가 봐도 이상한 말인데, 이게 컬트 아이가.) 뻘한 이미지는 의뭉스러운 Balming Tiger의 음악에 유머를 더하고, 멋부림 없이 멋을 완성한다. 현지인이 아니라면 불가능할 탁월한 로케이션 센스와 일본 B급 정서에 대한 높은 이해는 일본에서 영상제작자로 활동하는 Pennacky와 게이오대 유학생 출신인 Omega Sapien의 영향으로 보이며, 이들의 조합은 <Rich & Clear>, <Kolo Kolo>, <Happycore> 등으로 이어진다. 비슷한 결로 일본스럽지만 의외로 국내에서 촬영된 <Serenade for Mrs.Jeon>은 병언이 참여한 <CHEF LEE>와 Keith Ape의 <IT G MA>를 감독한 Jan'Qui의 작품. 외에도 <POP THE TAG>을 작업한 Bang Jaeyeob 등, 재능 넘치는 영상 제작자들과 적극적으로 협업을 이어온 덕에 Balming Tiger의 MV 필모그래피는 국내 어떤 레이블보다도 탄탄하다. 2010년대 중반쯤에야 국내 힙합 MV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이 이루어진 걸 감안하더라도 Balming Tiger의 규모와 설립시기를 생각하면 괄목할만한 성과.
의도적으로 거친 만듦새를 지향하는 면이 있는데 그러면서도 수준 높은 영상을 뽑아내기란 진지하게 멋 부리는 영상보다도 난이도가 높다. B급을 지향하는 A급은 양쪽 모두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고, 아예 B급을 자처하더라도 실제 그 정신을 담아낼 정도의 이해와 애정이 있기보단 예산과 창조성 결여에 결합된 요행주의인 경우가 흔하니. 빠른 소비가 덕목처럼 여겨지는 다매체 시대에 여전히 시네마틱한 영상을 고집하는 공급자는 아주 귀하다. Balming Tiger 아주 아낀다.




COVIDEODROME은 역재생시켜보면 재미있는 게 들릴겁니다..
오잉 역재생 그거 어떻게 하는건가요 ㅠ
그냥 음원 받은 다음에 작곡 프로그램 없으면 audacity나 goldwave같은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역재생시키시면 될거에요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앞으로 노래에 요상한 소리 나오면 다 의심하고 봐야겠습니다 영상미에 정신 팔려서 생각도 못했는데
아르마딜로 개좋아함... 일본 감성 쌉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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