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우리는 지도를 그렸어요. 지도를 손에 든 채, 우리는 거대한 여행을 떠났죠. 단단한 문과 벽을 넘어, 높은 천장과 낮은 땅을 지나, 온갖 장소와 경계를 넘나들었죠. 여러분은 생각하실 거예요. 우리가 지도에서 찾아 헤매던 무언가를 발견했을 거라고. 아니면 우리가 약속의 장소에 도달했을 거라고.
하지만, 아니에요. 우리는 아직도 첫발걸음을 내딛었을 때만큼 확신이 없어요. 그리고 우리 뒤의 발걸음들은 언제나 구불구불한 길 위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도 알지 못해요. 우리가 아는 것은 지금 우리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어딘가에 있다는 것뿐이에요.
누군가는 우리가 길을 잃은 거라고 말할 거예요.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죠. 어쩌면 지도는 미지의 '어딘가'를 찾기 위한 물건이 아닐 수도 있어요. 어쩌면 지도는 확실한 목적지를 안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지도 몰라요. 우리가 그 수많은 세월동안 그렸던 지도는 단지, 세상의 광활함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수많은 우리들이 이 안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요. 답이 뭐가 됐든 간에, 여기가 우리의 현재 위치에요.
에픽하이는 여기 있어요.
EPIH HIGH IS HERE.
타블로는 참 글을 이쁘게 잘 쓰는 거 같아요..





타블로는 시인했어도 될 정도로 글 이쁘게 잘 쓰는거 같아요... (강혜정씨에게 준 고백 편지도 엄청 잘 썼다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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